[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D-29
와~이런 모임이 있었군요. 저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설레네요^^
환영합니다~~ 함께 해요. ^^
옆방(연애관심사방)에서 추억은 방울방울 놀이하느라, 친정에서 엄마랑 노느라 열심히 읽지 못하고 있는데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읽겠습니다. <갈매기>는 십수년 전에 어떤 극단의 워크샵 공연을 관람했었는데 책을 보니 내용과 배우들의 연기가 조금씩 떠오르네요. 결말의 파국도, 예상 못했던 야한 장면도요. ㅎㅎ;
예상치 못한 야한 장면이 궁금합니다.ㅎㅎ 저는 이제 1막을 다 읽고 2막을 읽고 있어요. 처음에 등장 인물이 너무 많은 듯 하고 러시아의 이름이 헷갈려 1막에서 좌절했는데 2막으로 가면서 캐릭터가 잡혀 한결 수월해 지네요. 혹시 1막에서 좌절하신 분들이 있다면 2막 정도까지 가시면 훨씬 나으실 것이라는 장담을 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갈매기 읽고 그 다음 세 자매 읽는데 어렵더라고요. 그제서야 갈매기는 내가 이미 영화를 봐서 캐릭터가 쉽게 잡혔던가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희곡 읽는 게 익숙지 않아서일 수 있고, 아니면 체호프의 희곡이 인물들 사이 거리감이 좀 있는데다가 번역으로 그 거리감이 증폭되어서일 수도 있고요. 하여튼 저는 영화 볼때도 희곡을 읽을 때도, 아르카디나라는 인물이 가장 재밌고 흥미로웠는데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해요.
저는 <갈매기>도 좀 어려웠습니다. 줄거리나 작품이 말하려는 바가 어려웠던 게 아니고 저 역시 희곡을 읽는다는 경험이 생소해서 그랬던 거 같아요. 대사 아래서 오가는 감정들, 그 순간 펼쳐지는 정경이나 인물의 표정들을 독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상상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연극으로 상연되지 않는 희곡을 읽는 게 바른 감상법일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어요. 후자는 공격적인 의구심보다는 애정 어린 호기심에 가까운 생각입니다.
어쨌든 <갈매기>는 잘 읽었고, 다른 세 작품은 <갈매기> 낭독 이후에 천천히 읽어보려고요.
"대사 아래서 오가는 감정들, 그 순간 펼쳐지는 정경이나 인물의 표정들" 이 저도 세 자매를 읽으면서는 너무 안 그려지더라고요. 그래서 3막까지 읽고 보류 중이에요. 만약 소설이라면 인물이 가진 뒷얘기를 들려주거나 해서, 이 순간의 대화나 분위기보다 더 직접적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잡아줄텐데. 물론 걸핏하면 일시중지하고 과거로 뒷걸음치는 패턴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연극은 지금 이 무대만 있으니까, 근데 그 무대를 상상해야 하니 말씀하신대로 내가 더 창의적이어야 하나봐요, 근데 별로 그렇지 못하고요.
@뭐야 @김새섬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실제로 배우가 말하는 속도대로 읽으면 그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희곡 읽는 훈련을 하면 다른 문학작품을 읽는 능력도 한 차원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필사의 목적도 ‘천천히 읽기’에 있는 거겠죠?)
저는 필사는 아니지만 영어소설을 아주, 무척, 굉장히 천천히 읽은 적은 있답니다.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배우처럼 읽는다는 건, 묵독일지라도, 천천히 읽는 것 뿐 아니라 그 목소리와 말투와 거기 담긴 의미와 감정의 뉘앙스와 여러 겹 레이어를 상상한다는 거겠죠? 최근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읽는데 그런 레이어가 느껴져서 좀 놀랐어요. 오래된 번역서이고 나는 딱히 애쓰지 않았음에도, 그러니까 난 역시 작가가 캐리해주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독자구나, 싶었어요.
체호프에서는 좀 떨어진 이야기인데... 이나다 도요시의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자기 상황을 대사로 설명하는 장면이 많다고 하네요. 슬프다, 기쁘다, 숨이 차다, 하는 식으로요. 많은 애니메이션 시청자들이 영상을 2배속으로 보면서 대사를 자막으로 읽으면서 대사 사이의 침묵은 그냥 무시해버리기 때문에 연출자들이 거기에 맞춰 영상 문법을 바꿨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었습니다.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본래 영화는 ‘영화관’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제작자가 만든 대로 시청하는 수동적인 콘텐츠였다. 하지만 텔레비전과 OTT를 통해 자유롭게 영화를 건너뛰면서 보거나, 빨리 감기로 보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그건 뭔가 왠지 좀 슬프네요. 이야기를 들려주는 매체들은, 애니든, 영화든, 소설이든 결국 최종적으로 시청자나 독자의 상상력을 통해 그 이야기가 살아나는 거고, 그런 측면에서 작가와 독자의 공동창작인 게 있고 그 중 소설은 독자의 창작분담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애니도 보는 사람의 상상력이 발휘될 여유와 여백이 필요할 텐데. 한편으로 그렇게까지 허겁지겁 컨텐츠를 소비하게 하는 허기의 정체는 뭘까, 궁금해지네요. 나도 그런 적 있었을테니까 돌이켜보면, 현실에 대한 복수? 흔히 말하는 대리만족?
볼 게 너무 많아요...
공급과잉인가요...
전 넷플릭스 같은 ott서비스가 뷔페식당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뷔페 간 사람들이 뷔페를 대하는 태도는 다양하겠으나, 이것저것 담아와서 한두 입 먹고 또 담아 오기를 반복하는 타입과 뭘 집어야할지 몰라 접시 들고 방황하는 타입으로 거칠게 나눈다면 전자가 빨리감기파가 아닐까 단순히 생각해 봅니다. 반면 저처럼 대사 한 줄 놓치면 앞으로 돌아가 다시 보는 강박형 관람자는 봐 달라고 아우성치는 컨텐츠들 사이를 방황하다 엄두가 안 나 타이틀만 건드리다 나가는 거구요. 생활형 단순분석입니다ㅋ
그렇군요. 저도 도서관에서 책 다섯 권 빌려와서 한두 장씩 들처보고 고스란히 반납하곤 해요ㅋ
좀 다른 얘기인데, 제가 디즈니플러스랑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가족에게 빌붙음)하는데요. 디즈니는 고정팬들이 많아서인지 콘텐츠 추천이나 검색이 엄청 불친절해요. 딱 맞춰 검색하지 않음 아예 안 떠요. 사실 넷플은 추천이 좀 과하다 싶었는데 디즈니한테 맘상해서 넷플의 과함에 다정함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어우, 너무 들이댑니다, 넷플...;;;
제가 들이대는 스타일을 좋아하나 봐요 푸하하
대사 사이의 침묵이 사라지는 현상....ㅜㅜ 침묵은 금인데 금이 사라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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