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D-29
나는 당신이 말한 문장, 혹은 내 자신이 말한 모든 문장에서 착상을 떠올리고, 그것을 나만의 문학 창고에 서둘러 저장합니다. 언젠가 써먹을 데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갈매기 / 세 자매 / 바냐 아저씨 / 벚꽃 동산 갈매기 (트리고린),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동완 옮김
한 작가님과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술자리에서 나오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부 핸드폰에 적으시더라고요. 역시 작품이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예전에 문지혁 작가님은 글감의 "냉장고"라고 표현하기도 하셨죠. 요리를 하려면 식재료가 필요하니 나만의 냉장고를 꽉꽉 채우자!
소설 쓰고 앉아 있네 - 문지혁 작가의 창작 수업밤에는 소설을 쓰고, 낮에는 글을 가르치는 문지혁 작가는 대학생을 비롯, 일반인 대상 글쓰기 수업에서 후배 작가들을 만나 소설 쓰기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18년이라는 지난한 시간 동안 쓰고 가르치며 터득하고 축적한 이야기 법칙을 한 권의 책 『소설 쓰고 앉아 있네』에 모두 정리하였다.
작가는 아니지만 감히 그 입장을 상상해보면, 체호프는 자신이라서 작품속 인물의 입을 빌려 고스란히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저가 작가라면 다른 사람들 얘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걸 고스란히 작품에 쓰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럼 그건 현실의 짝퉁으로 전락하게 될 거니까.
특히 아직 성공을 맛보지 못한 젊은 작가는 자신이 재주 없고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지고 피폐해지지요. 아무런 인정도, 주목도 받지 못한 채, 마치 돈을 몽땅 잃은 노름꾼처럼 상대방과 눈이 마주치는 걸 꺼려하면서도 하염없이 문학계 예술계 주변을 기웃거리는 겁니다. 그 시절의 나는 내 작품의 독자를 실제로 본 적이 없었지만, 상상 속에서 그들은 어쩐지 적대적이고 의심 많은 사람들처럼 느껴졌지요. 대중은 내게 두려운 존재였어요.
갈매기 / 세 자매 / 바냐 아저씨 / 벚꽃 동산 갈매기,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동완 옮김
‘경애하는’ 따위는 쓰지 마시고 이렇게만 써 주세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도 잊어버린 마샤에게.’
갈매기 / 세 자매 / 바냐 아저씨 / 벚꽃 동산 갈매기 (마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동완 옮김
@김하율 작가님이 마샤가 닉네임일 정도로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처음엔 이유를 몰랐네요. 이젠 그녀가 정말 가엾습니다.
마샤가 다른 인물들에 비해 특별히 가엽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을까요?
전 마샤가 왜 그렇게 우울할까? 그 이유가 궁금하더라고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며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결혼한 엄마의 우울이 전이된 것일까요? 본인도 그렇게 이룰 수 없는 짝사랑을 하면서?
마샤 뿐 아니라 극의 여러 인물들이 서로 엇갈린 짝사랑을 하고, 그런데 그 짝사랑의 대상이 어느정도 자기 바람과 결핍의 그림자 같달까? 그리고 그런 면에서 마샤도 비슷할 거라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저가 대충 읽고 일반화한 것일 수도 있겠죠. 놓쳤거나 잊은 부분이 있거나.
초반에 말씀하신 것처럼 인물들이 다들 서로 동문서답하는 구조인데요, (이 사람은 저 사람을 좋아하고 저 사람은 또 다른 것을 갈구하고 그 사람은 또 다른 곳을 바라보는 형태) 그나마 다른 등장 인물들은 어느 정도라도 상대방에게 약간의 반응이나마 얻을지언정 투명 인간 같지는 않은데 마샤는 트레플료프로부터 어떤 인정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가엾더라고요.
여기까지가 어제 생각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샤의 남편 메드베덴코가 마샤보다 더 불쌍하네요. 그의 사랑 역시 보답도 못 받는데 고되게 집안일에 돈 버는 일에...
그래도 그는 달라고 말은 하는데, 간접적으로나마, 마샤는 그 정도 어필도 없고, 말씀하셨듯, 유일한 표현은 오직 트레플료프를 챙겨줄 타이밍ㅋ 그래서 그럴까요.
무시를 좀 당하던게 기억나네요ㅋ 그래도 마샤는 그를 사랑했을 거라고 봐요, 좀 다른 사랑일뿐
아...이렇게 정리를 해주시니 속이 후련하네요~ 인물끼리 합이 맞는 사람들은 서로 대화를 안하고 이극에선 왜이렇게 비껴나는 관계들만 맺고 있나 답답했는데...작가의 의도였던 것 일까요? 그래도 처음읽어본 희극인데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참~ 이어서 <세자매>읽는데 또 마샤가 등장인물로 나오는데 이 여인도 검은옷을 입고 있네요. 러시아에서 마샤라는 이름과 블랙이 연관이 있는건지 체홉님께서 마샤=검은옷=어두운캐릭 공식을 두신건지 궁금~
저도 러시아어를 몰라서 마샤라는 이름과 검정색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초록책잔 @김새섬 AI에게 물어봤습니다. ^^ [러시아어 이름 ‘마샤(Маша)’는 ‘마리아(Мария)’의 애칭이며, ‘고귀한’, ‘사랑받는’, ‘반려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마샤’는 러시아에서 흔히 쓰이는 여성 이름으로, 본래 이름인 마리아에서 파생된 친근한 형태입니다. 러시아에서는 이름에 애칭을 붙여 부르는 문화가 발달해 있으며, ‘마샤’는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서 따뜻하고 친밀한 느낌을 줄 때 사용됩니다.]
블랙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네요^^; 러시아이름 안그래도 어려운데 애칭까지 붙여 소설들 진입장벽을 높이는것 같아요~ (안나카레리나 앞부분만 3번 읽다만 자의 변명 ㅎㅎ)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소설에도 공교롭게도 갈매기의 마샤가 나와요. 주인공이 고등학교때 연극반이었는데 마샤역을 했던것으로요. 직업상 늘 검은옷을 입는 자신의 신세가 그때 정해진 것은 아니었는지 반추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건 내 인생의 상복이라는 이 연극의 첫 대사를 저는 정말 좋아하거든요. 체홉의 모든 작품의 모든 인물들은 다 짝사랑을 하는거 같아요. 그게 사람이든, 꿈이든, 이상이든. 그리고 그 대상들은 그(짝사랑하는)에게 맹렬히도 냉담합니다. 그 괴리가, 그 비극이 체홉의 작품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것은 나중에 나이를 먹고 알게되었죠. 역시 인간은 이야기로서의 결말은 해피엔드보다 비극을 더 선호하는거 같습니다.
체홉의 작품속 인물들은 짝사랑의 대상들이 냉장하고 그 괴리로 인해 비극적 분위기를 만드는군요~~ㅜㅜ 전 체홉 희곡을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갈매기> 무척 재미있어거든요^^ 마샤의 내인생의 상복이란 대사도 참 좋았습니다 처음이라 낯설거나 궁금한 부분들을 @김하율 작가님께서 이야기해주시니 넘~~좋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냉소적으로 변하는건지 모르겠지만 해피엔딩이라는건 너무 억지스러워요,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질 때는 더더욱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비극적인 결말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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