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고양이를 부탁해><말하는 건축가> 정재은 감독 에세이『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D-29
"살았을 때 조금, 내가 이런 얘기를 안 했는데, 미진하더라도 이 땅의 건축가가 이런 사람이다가 아니라 건축가들을 좀 제대로 봐 달라, 그들은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를 생산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191쪽, 정재은 지음
"여러분 고맙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나무도 고맙고, 바람도 너무 고맙고, 하늘도 고맙고, 공기도 고맙고,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197쪽, 정재은 지음
정기용의 이 말에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이종건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인물 다큐멘터리를 다룰 때 역사적, 문화사적 맥락을 간과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198쪽, 정재은 지음
현실이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비전이 필요하다. 현실의 조합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 이상을 말하는 것이 영화다.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207-208쪽, 정재은 지음
촬영된 모든 장면은 편집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그 의미와 목적이 계속 변경될 수 있다.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얻은 쇼트들은 내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창고와 같다. 내가 어떤 요리가 필요한지에 따라 창고의 재료는 새롭게 거듭난다. 그러니 서둘러 그 재료들을 평가하면 안 된다.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210-211쪽, 정재은 지음
여전히 정기용은 나의 삶에 계속 침투하여 나를 사유하게 만들고 움직이게 하고 있다.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212쪽, 정재은 지음
이 부분을 읽는데,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가 생각났어요. 정기용도 우리의 '어른'이셔서 그랬나봐요.
관객들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215쪽, 정재은 지음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제 경우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저는 어느 정도 경계를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프로듀서는 내가 말하는 감독으로 거듭났다고 했다.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217쪽, 정재은 지음
스르르 미소가 지어지는 대목이었어요. 정기용과 정재은의 관계가 '감응'의 관계였기에 빚어진 결과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또 다른 두 분의 감응 관계는, 책 말미에서 드러난 감독님의 '산포'에 대한 생각이에요. 공공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정기용 건축가와 다큐멘터리 영화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지향하는 정재은 감독의 감응 관계 말이죠.
비용을 지불해야만 무언가를 향유할 수 있는 시대에, 저도 공공 건축과 영화의 산포에 관한 문제의식이 크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산업 생태계를 위해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그것이 꼭 돈이어야 할지 혹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할지 등에 관한 그 너머의 상상력도 분명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정재은 감독님의 정기용과 <말하는 건축가>에 대한 '말'을 영상으로 찾아보게 되네요. https://youtu.be/Mqt1rGNVcyM?si=qTEYWu5z_MCqn4MQ
아니! 이런 귀한 영상이 있었군요. 조성룡 선생님과 정재은 감독님의 대화라니, 감사합니다!
이제서야 모든 예술 창작 행위는 결국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조각가가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재료들을 바탕으로 그리고(여기까지는 논픽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주제를 잡고 형태를 잡아 어디론가 향해(여기부터는 픽션을 향해가는 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하루 작업을 해 나간다.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229쪽, 정재은 지음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올해의 책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아래 리뷰는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도 게시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DQGgmWZkeTN/?utm_source=ig_web_copy_link
@물냉이 책 표지의 선은 의미가 있는 것인가요? 궁금해졌어요. 정기용 건축가님의 서명인가? 생각도 해봤네요. ㅎㅎ 책 내용에는 "같이 그린 초상화"이고, 제목은 "같이 그리는 초상화"라서 둘의 차이를 생각하게 돼요. 여전히 정재은 감독님과 정기용 건축가님의 지인들은 현재 진행형으로 그리고 계시겠구나 생각하니, 이 책의 울림이 더 커지는 듯합니다.
책 표지의 선은 디자이너가 그린 자유로운 드로잉의 선이랍니다! 이 책을 만나시는 분들이 책을 읽기 전, 책을 덮고 난 후 자기만의 초상화를 자유롭게 그려보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디자인이라 생각했어요. '같이 그린', '같이 그리는'에 관한 멋진 해석도 감사합니다. 저도 꼭 그렇게 생각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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