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

D-29
1. 비늘로 뒤덮인 생명체와 석탄늪 하지만 석탄기 말기 또는 펜실베이니아기로 불리는 3억 2500만 년 전즈음에 신록이 무성한 습지림에 살던 비늘로 뒤덮인 작은 선조 생명체 무리가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자주 쓸려갔던 것은 사실이다. 이들이 둘로 갈라져 한 계통 수는 파충류로 이어졌고 또 하나는 포유류로 이어졌다. (41쪽) 적도 산맥의 양쪽에 있는 열대지역과 아열대 지역은 생명체들의 천국이었다. 이 지역은 석탄늪이었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산업혁명을 불 지핀 석탄, 특히 유럽, 그리고 미국의 중서부와 동부에서 채굴된 석탄 중 상당 부분이 이 늪지대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석탄은 성장 속도가 빠른 그 거대한 레피도덴드론 칼라미테스가 죽고 땅에 묻힌 다음 압축되어 생긴 것이다. (44쪽) 왜 그렇게 많은 나무가 땅에 묻혀 석탄이 됐을까? 늪에 끊임없이 홍수가 났기 때문이다. 해수면 높이가 맥동하며 항상 오르내리고 있었다. 펜실베이니아기는 빙하의 세계였다. (45쪽) 비늘로 뒤덮인 한 작은 선조 종이 모르는 사이에 둘로 갈라지면서 시작되었을 이궁류- 단궁류 분리는 척추동물의 진화에서 기념비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 (48쪽) 그 그루터기는 살아있을 때의 모습으로 서 있어서 차오른 바닷물에 진짜 나이인 3억 1000만 년 전이 아니라 바로 어제 잠긴 것처럼 보였다. 물이 차오른 광산의 좁은 갱도를 힘겹게 헤치며 걸어간 연구진은 구루터기 화석 5개를 수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수십 개의 화석 골격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이 가엾은 생명체들은 바닷물이 밀려들자 나무 안으로 달아났던 것 같다. 그곳이 자기 무덤이 될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중 한 나무에는 20 마리 이상의 동물이 들어 있었고 그중에는 초기 육상 네발동물 삼총사인 양서류, 이궁류, 단궁류가 모두 들어있었다. (49쪽) 포유류의 온전한 치열은 여러 진화 단계를 거쳐 나중에 가서야 자리를 잡지만 아르카이오티리스의 작은 송곳니들은 앞으로 치아의 진화가 일어날 것이라 알려주는 속삭임이었다. (52쪽) 등에 훨씬 큰 돛을 달고 있던 유명한 멸종 동물이 하나 더 있다. 펜실베이니아기 다음에 온 페름기 동안 살았던 디메트로돈이다.그간 디메트로돈을 공룡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서 공룡 포스터에서 티라노사우루스와 함께 등장하기도 하고 공룡 장난감 세트에서 브론토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와 함께 놓여 있기도 한다. 하지만 디메트로돈은 공룡이 아니라 단궁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원시 단궁류의 한 종류인 펠리코사우루스류 혹은 반룡이다. (52~53쪽) 펠리코사우루스류는 단궁류 계통에서 처음 찾아온 진화의 큰 파동이었다. 이들은 커져가는 판게아 초대륙으로 다양하게 진화하며 퍼져나간 최초의 단궁류이자 약 3억 년 후에도 측두근 구멍이나 송곳니 등 여전히 포유류를 양서류, 파충류, 조류와 구분해주는 고유한 특성을 최초로 발전시킨 단궁류였다. 이것은 아르카이오티리스와 에키네르페톤에서 이미 보았던 특성이다. 이 두 노바스코샤 종은 가장 오래된 펠리코사우루스이며 디메트로돈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포유류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처음 등장한 거대한 왕조의 창립자였다. (53쪽) 이런 변화가 생물 다양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식물은 특히나 큰 타격을 받았다. 펜실베이니아기 석탄 늪 식물군이 건조한 기후에 더 잘 적응한 종자식물로 변화했을 뿐 아니라 멸종사건도 있었다. 펜실베이니아기의 식물 중 중 다수가 아예 사라져 후손이나 가까운 친척을 남기지 않았고 더 작고 덜 인상적인 친척들만 남긴 종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펜실베이니아기 식물군의 절반 정도가 멸종했다. 식물 화석 기록에서 보이는 대멸종은 두 번밖에 없는데 이것이 그중 하나였다. 또 한 번의 대멸종은 페름기 말기에 일어났다. 그 이야기는 잠시 뒤에 살펴보겠다. 이것은 석탄기 열대우림 붕괴가 식물에게는 공룡을 멸망시킨 백악기 말기의 소행성 충돌보다 더 큰 재앙이었음을 의미한다. (54쪽) 자연선택은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다. 오로지 현재에만 작동해서 생명체를 자신이 직접 맞닥뜨린 상황에 맞게 적응시킬 뿐이다. (60쪽) 이들은 수궁류였다. 수궁류는 디메트로돈과 비슷한 펠리코사우루스류로부터 진화한 다음 더 빠른 성장 속도와 높은 대사율, 날카로운 감각, 더욱 효율적인 이동 방식, 더 강력한 교합력 등 발전된 특성을 가졌다. 이들은 포유류까지 이어지는 진화 경로에서 그다음 큰 단계에 해당한다.(63쪽) 이 조각은 빅토리아 시대의 대중에게 선사시대의 세계를 소개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명성 때문에 생긴 단점도 있었다. 디키노돈 집단을 대표하는 첫 번째 주자인 디키노돈은 마치 쓰레기 하치장처럼 새로 발견된 일군의 화석을 모두 처박아놓는 명칭이 되고 말았다. 그 후로 1세기하고도 반세기 동안 168가지 새로운 종이 디키노돈으로 분류되었다. 이것을 두고 브룸은 이렇게 한탄했다. "우리가 다루어야 하는 속 중 가장 골치 아픈 속이다." 이것은 그에게 끔찍한 혼란을 안겼다.(71쪽)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 동물들은 대부분 포유류가 가진 능력 중 하나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첫 단계를 밟고 있었다. 바로 온열대사, 과학용어로는 내온대사다. (76~77쪽) 아직 완전한 온혈동물은 아니었지만 수궁류가 펠리코사우루스류 선조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대사가 활발했다는 증거가 있다. (77쪽) 이들은 이 뼈들이 무늬가 뒤엉켜 무계획적으로 배열된 섬유층판뼈라는 뚜렷한 질감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렇게 무작위 배열이 생긴 것은 빠른 성장에 따르는 결과다. 뼈가 워낙 빨리 침착되다 보니 콜라겐과 미네랄이 무작위 패턴으로 쌓인 것이다. 이것은 성장 속도가 느린 동물에서 보이는 더 규칙적인 층판뼈와는 다르다. (78쪽) 일단 동물이 몸에 많은 털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체열 중 일부가 내부에서 생산됐기 때문에 그 열이 달아나는 것을 막으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다. 체열 생산은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집에 난방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싶은데 다음 달에 감당 못 할 액수의 난방비 고지서를 받고 싶지 않다면 창문을 다 닫아야 한다. 포유류에게는 바로 털이 그 닫힌 창문이었다.(80쪽) 이런 변화는 다른 변화와 조화롭게 일어나고 있었고 많은 경우 어느 변화가 어느 변화를 주도한 것인지 밝히기 어렵다. 저명한 초기 포유류 전문가 톰 켐프는 이것을 '상관 진보'라 불렀다. 수궁류의 여러 가지 해부학적, 기능적, 행동학적 측면이 일제히 함께 변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 동물은 오늘날의 포유류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들을 단계별로 진화시키고 있었다. 바꿔 말하면 이들은 페름기가 펼쳐지는 동안 점진적으로 더 포유류 비슷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81쪽)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오늘 책걸상 먼저 듣고 책장을 열었습니다 ㅋ 낯선 이름들을 무척 좋아해서 시작부터 신나는 독서였어요. 책에 묘사된 내용을 상상해 본 다음에 구글로 그림 찾아보면서 읽는 재미가 있네요. 위에 추천해 주신 책들도 엄청 구미가 당깁니다. 이렇게 읽을 책들은 쌓여만 가나봐요! 요즘 사무실에서 코스모스를 천천히 읽어나가고 있는데, 낮에는 우주 이야기 읽다가 밤에는 고생물 이야기 읽는 갭 차이가 꽤나 흥미롭습니다.
98페이지에 ‘60미터도 안되는 길이에 아마도 수염이 나있고,…‘ 에서 60 센티미터이겠죠? 작은 체구라면서 60미터는 너무했잖아요…
오타인가봐요!. 트리낙소돈이 족제비 크기니까.. 60cm 길이로 이해하고 넘어갔어요
네 오타겠죠?
원문에는 Not even two feet long, and probably bearing whiskers and covered with at least a patchy coat of hair, Thrinaxodon would have spent a lot of time hidden from view..라고 써 있으니 2 feet = 약 60 cm 정도일 듯해요.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난쟁이 섬 이름) Lilliput effect란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의 체구가 줄어들어 그 후로 번성하는 것을 말한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포유류 선조는 작아서 살았기에 더 작아지고, 공룡은 악어사촌과 싸우느라 커지고.. "공룡미 몸집을 키워가는 동안 포유류 선조들은 점점 작아졌다. 이것은 포유류와 공룡의 운명이 서로 엮여 있었다는 반복적으로 전재되는 스토리라인의 시작이었다." 3차 대멸종 이름만 들어봤지.. 거대한 시간흐름 속에서 상상할 수 없는 진화의 흐름 결정하는 사건들을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현재를 만든 시간들을 알아가고 있네요.
페름기 말기는 모든 대멸종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이때 모든 종의 90% 정도가 사라졌다.. 어쩌면 더 많았을 수도 있다. 화석 기록으로 남은 다른 멸종 사건들과는 달리 이 경우는 범인이 분명했다. 바로 화산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대부분의 포유류가 색을 보지 못한다. 이것이 대부분의 포유류가 칙칙한 갈색, 황갈색, 회색 털을 갖고 있는 이유다… 투우사는 황소를 향해 빨간 천을 휘두르지만 정작 황소에게는 그 천이 검은색으로 보인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황소가 빨간 천을 검은색으로 보는 건지도 몰랐네요. 하아...
고양이 입양했을 때 이것저것 책을 보며 고양이 공부를 했었는데, 고양이는 근시에다 적록색맹이라고 하더라고요. 대신 “냄새, 촉각, 청각”에 있어서는 아주 뛰어나고요. (강아지도 그렇겠죠?) 공룡을 피해다녔던 야행성 포유류 선조들을 닮아서 그런 거였군요. 이번 독서로 저희집 고양이들이 황갈색과 검은색의 털을 갖고 있는 게 왜 그런 건지도 알게 됐네요!
자기는 몰랐지만, 이 트리낙소돈은 아주 흥미로운 시대를 살고 있었다. 사실 트리낙소돈에게는 생명, 진화, 지구의 역사에서 자신이 어느 자리에 와 있는지 추론할 지능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 역시 흥미로운 시대를 살더라도 현재에 너무 매몰되어 있거나, 다음 식사에 뭘 먹을까 고민하거나, 가족 걱정이나 다른 온갖 생각에 빠져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모든 혼란이 종결되고 뒤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전까지는 자기가 대격변을 지나왔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다. 곧 밝혀지듯이, 이 트리낙소돈은 지구 역사에서 가장 큰 대변동을 헤치며 살고 있었다. 재앙 같은 멸종 사건으로 시작된 수만 년에서 수십만 년에 이르는 이 짧은 기간은 멈칫거리며 회복기에 들어섰고, 결국 수궁류 선조 무리로부터 포유류가 만들어지는 데 도움을 주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p.87,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저도 이 대목에 밑줄 쳤습니다 :D
애덤은 가루 수궁류 화석의 막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모아서 페름기 늦은 말기 수궁류 선조에 비해 트라이아스기 이른 초기 수궁류의 최대 체구와 평균 체구가 모두 현저하게 줄어들었음을 발견했다.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은 화산이 폭발하고 온도가 끓어오르자 몸집이 큰 종이 더 많이 멸종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불안정한 시기에는 체구가 큰 것이 장애물로 작용한 듯싶다. 따라서 대부분의 수궁류보다 체구가 작았던 견치류는 이 혼란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p.94,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화제로 지정된 대화
(늦었습니다.) 오늘 10월 14일 화요일은 2장 '트리낙소돈'부터 '공룡이 몸집을 키워가는 동안'까지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 85쪽에서 113쪽까지입니다. '대멸종의 어머니'로 불리는 페름기 대멸종과 그 난리통에 살아남은 수궁류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는 세 번의 대멸종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첫 번째가 페름기 대멸종입니다.
생명은 40억 년에 걸친 진화의 장관을 연출해왔으며, 물론 오늘날에도 그 장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전체 기간 중에 자칫하면 생명이 완전히 멸종되어 지구가 황무지 행성으로 남을 뻔한 시기가 있었다. 2억 5,200만 년 전과 2억 5,100만 년 전 사이, 즉 페름기가 트라이아스기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이때는 트리낙소돈이 땅굴에 숨어 있던 때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과거였다. 트리낙소돈은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루 지역에서 생명이 재앙으로부터 고통스럽게 회복해가던 그 시기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2장, 89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오늘날 시베리아 지역인 판게아 북쪽 가장자리 거대 화산 중) 첫 번째 화산이 끓어오르기 직전 페름기 늦은 말기의 시점에서 바라보면 수궁류가 영원히 세상을 지배할 것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운명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2장, 91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수만 년 만에 기온이 섭씨 5~8도 상승했다. 비록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온난화보다는 속도가 느리지만 오늘날의 상황과 비슷하다(분명 이 말에 독자들 모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바다를 산성화시켜 산소를 고갈시키고도 남을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껍질을 두른 무척추동물과 다른 해양 생명체들이 널리 죽어나갔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2장, 91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이 부분에서 좀 움찔하죠..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지금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던 기후변화의 결과가 이랬으니..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들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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