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비늘로 뒤덮인 생명체와 석탄늪
하지만 석탄기 말기 또는 펜실베이니아기로 불리는 3억 2500만 년 전즈음에 신록이 무성한 습지림에 살던 비늘로 뒤덮인 작은 선조 생명체 무리가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자주 쓸려갔던 것은 사실이다. 이들이 둘로 갈라져 한 계통 수는 파충류로 이어졌고 또 하나는 포유류로 이어졌다. (41쪽)
적도 산맥의 양쪽에 있는 열대지역과 아열대 지역은 생명체들의 천국이었다. 이 지역은 석탄늪이었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산업혁명을 불 지핀 석탄, 특히 유럽, 그리고 미국의 중서부와 동부에서 채굴된 석탄 중 상당 부분이 이 늪지대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석탄은 성장 속도가 빠른 그 거대한 레피도덴드론 칼라미테스가 죽고 땅에 묻힌 다음 압축되어 생긴 것이다. (44쪽)
왜 그렇게 많은 나무가 땅에 묻혀 석탄이 됐을까? 늪에 끊임없이 홍수가 났기 때문이다. 해수면 높이가 맥동하며 항상 오르내리고 있었다. 펜실베이니아기는 빙하의 세계였다. (45쪽)
비늘로 뒤덮인 한 작은 선조 종이 모르는 사이에 둘로 갈라지면서 시작되었을 이궁류- 단궁류 분리는 척추동물의 진화에서 기념비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 (48쪽)
그 그루터기는 살아있을 때의 모습으로 서 있어서 차오른 바닷물에 진짜 나이인 3억 1000만 년 전이 아니라 바로 어제 잠긴 것처럼 보였다. 물이 차오른 광산의 좁은 갱도를 힘겹게 헤치며 걸어간 연구진은 구루터기 화석 5개를 수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수십 개의 화석 골격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이 가엾은 생명체들은 바닷물이 밀려들자 나무 안으로 달아났던 것 같다. 그곳이 자기 무덤이 될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중 한 나무에는 20 마리 이상의 동물이 들어 있었고 그중에는 초기 육상 네발동물 삼총사인 양서류, 이궁류, 단궁류가 모두 들어있었다. (49쪽)
포유류의 온전한 치열은 여러 진화 단계를 거쳐 나중에 가서야 자리를 잡지만 아르카이오티리스의 작은 송곳니들은 앞으로 치아의 진화가 일어날 것이라 알려주는 속삭임이었다. (52쪽)
등에 훨씬 큰 돛을 달고 있던 유명한 멸종 동물이 하나 더 있다. 펜실베이니아기 다음에 온 페름기 동안 살았던 디메트로돈이다.그간 디메트로돈을 공룡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서 공룡 포스터에서 티라노사우루스와 함께 등장하기도 하고 공룡 장난감 세트에서 브론토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와 함께 놓여 있기도 한다. 하지만 디메트로돈은 공룡이 아니라 단궁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원시 단궁류의 한 종류인 펠리코사우루스류 혹은 반룡이다. (52~53쪽)
펠리코사우루스류는 단궁류 계통에서 처음 찾아온 진화의 큰 파동이었다. 이들은 커져가는 판게아 초대륙으로 다양하게 진화하며 퍼져나간 최초의 단궁류이자 약 3억 년 후에도 측두근 구멍이나 송곳니 등 여전히 포유류를 양서류, 파충류, 조류와 구분해주는 고유한 특성을 최초로 발전시킨 단궁류였다. 이것은 아르카이오티리스와 에키네르페톤에서 이미 보았던 특성이다. 이 두 노바스코샤 종은 가장 오래된 펠리코사우루스이며 디메트로돈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포유류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처음 등장한 거대한 왕조의 창립자였다. (53쪽)
이런 변화가 생물 다양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식물은 특히나 큰 타격을 받았다. 펜실베이니아기 석탄 늪 식물군이 건조한 기후에 더 잘 적응한 종자식물로 변화했을 뿐 아니라 멸종사건도 있었다. 펜실베이니아기의 식물 중 중 다수가 아예 사라져 후손이나 가까운 친척을 남기지 않았고 더 작고 덜 인상적인 친척들만 남긴 종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펜실베이니아기 식물군의 절반 정도가 멸종했다. 식물 화석 기록에서 보이는 대멸종은 두 번밖에 없는데 이것이 그중 하나였다. 또 한 번의 대멸종은 페름기 말기에 일어났다. 그 이야기는 잠시 뒤에 살펴보겠다. 이것은 석탄기 열대우림 붕괴가 식물에게는 공룡을 멸망시킨 백악기 말기의 소행성 충돌보다 더 큰 재앙이었음을 의미한다. (54쪽)
자연선택은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다. 오로지 현재에만 작동해서 생명체를 자신이 직접 맞닥뜨린 상황에 맞게 적응시킬 뿐이다. (60쪽)
이들은 수궁류였다. 수궁류는 디메트로돈과 비슷한 펠리코사우루스류로부터 진화한 다음 더 빠른 성장 속도와 높은 대사율, 날카로운 감각, 더욱 효율적인 이동 방식, 더 강력한 교합력 등 발전된 특성을 가졌다. 이들은 포유류까지 이어지는 진화 경로에서 그다음 큰 단계에 해당한다.(63쪽)
이 조각은 빅토리아 시대의 대중에게 선사시대의 세계를 소개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명성 때문에 생긴 단점도 있었다. 디키노돈 집단을 대표하는 첫 번째 주자인 디키노돈은 마치 쓰레기 하치장처럼 새로 발견된 일군의 화석을 모두 처박아놓는 명칭이 되고 말았다. 그 후로 1세기하고도 반세기 동안 168가지 새로운 종이 디키노돈으로 분류되었다. 이것을 두고 브룸은 이렇게 한탄했다. "우리가 다루어야 하는 속 중 가장 골치 아픈 속이다." 이것은 그에게 끔찍한 혼란을 안겼다.(71쪽)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 동물들은 대부분 포유류가 가진 능력 중 하나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첫 단계를 밟고 있었다. 바로 온열대사, 과학용어로는 내온대사다. (76~77쪽)
아직 완전한 온혈동물은 아니었지만 수궁류가 펠리코사우루스류 선조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대사가 활발했다는 증거가 있다. (77쪽)
이들은 이 뼈들이 무늬가 뒤엉켜 무계획적으로 배열된 섬유층판뼈라는 뚜렷한 질감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렇게 무작위 배열이 생긴 것은 빠른 성장에 따르는 결과다. 뼈가 워낙 빨리 침착되다 보니 콜라겐과 미네랄이 무작위 패턴으로 쌓인 것이다. 이것은 성장 속도가 느린 동물에서 보이는 더 규칙적인 층판뼈와는 다르다. (78쪽)
일단 동물이 몸에 많은 털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체열 중 일부가 내부에서 생산됐기 때문에 그 열이 달아나는 것을 막으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다. 체열 생산은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집에 난방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싶은데 다음 달에 감당 못 할 액수의 난방비 고지서를 받고 싶지 않다면 창문을 다 닫아야 한다. 포유류에게는 바로 털이 그 닫힌 창문이었다.(80쪽)
이런 변화는 다른 변화와 조화롭게 일어나고 있었고 많은 경우 어느 변화가 어느 변화를 주도한 것인지 밝히기 어렵다. 저명한 초기 포유류 전문가 톰 켐프는 이것을 '상관 진보'라 불렀다. 수궁류의 여러 가지 해부학적, 기능적, 행동학적 측면이 일제히 함께 변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 동물은 오늘날의 포유류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들을 단계별로 진화시키고 있었다. 바꿔 말하면 이들은 페름기가 펼쳐지는 동안 점진적으로 더 포유류 비슷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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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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