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

D-29
이들은 어째서 그렇게 성공적이었을까? 이들은 씹기의 챔피언이어서 여러 가지 유형의 먹이, 특히 식물을 실컷 먹어 치울 수 있는 자기만의 독특한 섭식 스타일을 발달시켰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4장192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리토보이가 섬에 살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섬은 살기의 고된 장소다. 적어도 본토와 비교하면 공간도 좁고 자원도 별로 없을 때가 많다. 섬으로 떠내려간 많은 현대 포유류는 새로운 고향의 제약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생물학과 행동의 측면들을 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게 뇌의 변화다. 뇌 크기가 작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마도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함일 것이다. 큰 뇌를 유지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리토보이는 아주 먼 백악기 생명체임에도 현대 포유류가 갖추고 있는 고등 생존 기법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구치류가 백악기 말기에 번성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눈에 띄는 사례가 있다. 이들은 적응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치아, 식습관, 심지어 뇌도 미세 조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21년에 발견된 집단 서식지 화석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적 집단을 이루어 함께 굴을 파고 둥지를 틀기도 했다. 이들은 체구가 작아서 공룡이 여전히 활보하고 있는 세상에 대놓고 나설 수는 없었지만, 백악기의 밑바닥은 그들의 세상이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4장200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다구치류는 그 모든 재능과 성공에도 불구하고 백악기 동안 급속하게 변화하는 많은 동물 중 하나였다. 이런 진화의 서곡을 지휘한 것은 식물이었다. 그렇다고 아무 식물이나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음악에 비유했지만 다른 고생물학자들은 반란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이들은 약 1억 2500만 년 전부터 8천만 년 전 사이 백악기 중기부터 후기 사이의 기간을 백악기 육상 혁명이라 부른다. 이 때는 다양화와 격변의 시기로 원시 공동체에서 좀 더 현대적인 세상으로 변모하면서 알록달록한 꽃, 향기 나는 열매, 윙윙거리는 곤충, 지저귀는 새, 그리고 우리 이야기의 주인공인 여러가지 새로운 포유류 등으로 숲의 활력이 넘쳤다. 이 새로운 포유류 중에는 오늘날의 태반류와 유대류의 직계 선조도 포함되어 있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4장201~202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이 반란의 주인공은 설마 싶을 정도로 온순하기 그지없는 혁명가였다. 상록수 숲의 그늘이나 호수의 변두리에서 살고 있던 작은 초본류와 관목들이었다. 항상 그곳에 있으면서 그늘진 유배지에서 때를 기다렸다. 내부로부터의 반란이었던 것이다. 속씨 식물의 꽃과 열매는 곤충에 의한 꽃가루받이와 광범위한 확산을 촉진했다. 이들은 밀도가 높아진 잎맥을 통해 더 많은 물을 운반할 수 있었고 기공(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이파리 위의 작은 구멍)의 수가 증가해서 광합성을 하는 동안 자체적인 먹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를 더 많이 들여올 수 있어 빠르고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다구치류에게는 새로 등장한 풍부한 속씨식물이 하늘이 내려준 양식이었다. 조피아의 바타르들과 마차시의 뇌가 콩할만 한 리토보이는 교두가 여러 개 돋아 있는 큰어금니를 이용해서 이파리, 줄기, 새싹, 열매, 꽃, 뿌리, 그리고 성장 속도가 빠른 이 속씨식물 혁명가들의 다른 부위를 뒤쪽 방향으로 씹어 먹었을 것이다. 이 식물은 일반적으로 양치식물의 잎이나 솔잎보다 영양이 더 풍부했다. 다구치류가 백악기 후기에 번성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초록 식물을 먹이로 활용하기 위해 교두가 여러 개 달린 더 크고 복잡한 치아를 발달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식물을 전문적으로 먹는 수십 가지 신종으로 다양화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4장202~204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수아강의 큰어금니는 트리보스패닉이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갈기 또는 마찰을 의미하는 '트리보'와 자르기 또는 쐐기를 의미하는 '스펜'을 결합해서 만든 용어다. 이 새로운 큰어금니는 진화의 놀라운 발명품이었다. 그 이름이 암시하듯 두 가지 기능을 같이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치아는 갈면서 자를 수 있다. 다구치류는 선조로부터 파생된 더 발전된 치열을 통해 쥐라기와 백악기의 다른 포유류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다고 앞쪽에서 말했다. 이들의 치열에는 자르는 용도의 작은 어금니와 가는 용도의 큰 어금니가 통합되어 있었다. 수아강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이들은 한 번의 씹기 동작(스트로크)으로 자르기와 갈기를 동시에 하는, 그것도 둘 다 아주 잘하는 큰어금니를 발달시켰다. 다구치류는 턱 전체가 스위스 군용 칼 역할을 했다면 수아강은 치아 하나하나에 여러 가지 도구가 꾸러미로 갖추어져 있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4장205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거울을 보면 당신의 아래쪽 어금니가 앞쪽과 뒤쪽으로 나뉘어 있고 양쪽 모두 낮은 언덕으로 경계 지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트리고니드와 탈로니드이고 언덕은 교두다. 당신과 나도 트리보스패닉 동물이다! 사람의 경우는 교두가 완만해서 트리고니드와 탈로니드의 차이가 확실하지 않다. 이것은 우리처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먹는 잡식성 식습관의 이상적인 구성이다. 하지만 잊지 말자. 이것은 곤충을 잡아먹던 우리의 머나먼 선조가 개척한 고대의 트리보스패닉 설계에서 변형되어 나온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진화의 혁신이 곤충을 잡아먹는 생태적 지위에서 생겨났다. 이 생태적 지위는 포유류의 실험과 다양화의 거대한 산실이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4장208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326쪽에 헤일메리 분산이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한마디로 확률은 매우 낮지만 성공하면 대박인 미식축구에서의 마지막 시도에서 나온 용어 헤일메리를 이용해서 뗏목 위에 올라탄 포유류가 바다 건너 반대편에 도착한 믿기 어려운 일을 빗대어 설명했는데요. 전 이 헤일메리라는 용어를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브루사테의 책에서 발견하여 반가웠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영화 <마션>의 동명 원작 소설 <마션>을 쓴 앤디 위어의 sf 소설로 재미있으니 한 번 읽어보세요. 역시 영화로도 만들어 라이언 고슬링 주연으로 내년에 개봉한다고 합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데뷔작 《마션》과 후속작 《아르테미스》가 연달아 대성공을 거두며 뉴욕 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명실상부 최고의 SF 작가, 앤디 위어의 신작.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정작 스스로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헤일메리호에 오른 ‘좋은 사람’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 감사. 읽어보고 싶네요.. 찜 해두었어요.
헤일메리가 이런 뜻이었는지 처음 알았어요!
저도 이 책 궁금했는데, 재미있군요! 저는 얼마 전 우연히 트위터에서 보고 헤일메리 샵?에서 펄서 지도 여행지갑을 구입했어요 ㅋㅋㅋ https://byhailmary.com/shop_view/?idx=54
와, 이런 지갑도 있네요. <코스모스>에서 봤던 보이저호 레코드판! @YG 님이 칼럼에서 말씀하셨던 혹등고래의 노래도 이 레코드에 실려 있다죠. 커버의 그림은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는데 펄서였군요.
날개를 퍼덕이며 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척추동물의 역사에서 동력비행이 단 세 번만 진화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익룡은 넷째 손가락을 길게 늘여서 피부로 만들어진 거대한 돛을 지탱했다. 조류의 공룡 선조는 팔 전체를 늘려서 깃털이 달린 날개를 고정했다. 반면 박쥐는 손가락 대부분을 길게 늘여서 손날개를 만들어 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주요 진화적 전이란 한 유형의 생명체가 완전히 다른 외모나 행동방식을 가진 생명체로 바뀌면서 새로운 생활방식에 적합한 몸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진화는 조금씩 손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진화는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약 3400만년전 에오세 - 올리고세 경계 즈음해서 고래 이야기의 다음 단계가 시작됐다. 이제 물에 사는 이 고래들을 최고의 수중동물로 만들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얕은 개울을 오가다가.. 수륙양용 자동차처럼 되다가.. 완전히 수중생물이 되는 전이화석들이 다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0월 24일은 7장을 마무리합니다. 흥미로운 동물(박쥐, 고래 등)의 진화 이야기입니다. 7장 '박쥐는 어떻게 하늘을 날게 됐을까?'부터 '걷는 고래'까지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 351쪽부터 384쪽까지 읽습니다. 7장부터 우리도 아는 흥미진진한 동물의 진화 이야기가 신생대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내가 박사 학위 과정을 시작하기 몇 달 전에 그녀는 세상을 놀라게 할 발견을 발표해서 <네이처> 표지에 실렸다. 5,250만 년 전 에오세 초기에 살았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원시적인 박쥐인 오니코닉테리스(Onychonycteris)였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7장, 352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현존하는 포유류 다섯 종 중 한 종은 박쥐다. 합치면 총 1,400종 정도로, 설치류 다음으로 다양하다. 박쥐는 종만 많은 것이 아니다. 이들은 공존의 명수이기도 하다. 열대 지역에서는 100종 이상의 박쥐가 동일한 생태계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7장, 354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놀랍게도 박쥐가 어떻게 날개와 비행 능력을 발전시켰는지에 관해 우리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다만 DNA 친자 검사를 통해 박쥐가 북반구 로라시테리아상목에 속하며, 계통수에서 개나 고양이 같은 식육류, 그리고 기제류와 우제류 같은 발굽 달린 포유류와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박쥐는 말이나 개와는 눈곱만큼도 닮지 않았다. 따라서 사지로 걸어 다니는 포유류에서 손 날개로 날아다니는 포유류로 바뀌며 일련의 과도기를 거치는 멸종 종들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진화적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화석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7장, 355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사는 흡혈박쥐 세 종은 오로지 피만 먹고 사는 유일한 포유류다. 이런 특이하기 그지없는 식습관을 흡혈식(hematophagy)이라고 한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7장, 361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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