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 책 재미있어 보여요. '다정한 거인'은 밀리의 서재에 있어서 바로 볼 수 있겠어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
D-29

borumis

YG
@향팔 님도 책 읽는 범위가 넓으시네요! 우리가 셰익스피어 평전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었는데 지금은 고래 이야기! :) 언급하신 『고래가 가는 곳』은 저도 좋아하는 책이에요. 남종영 기자님도 이 책을 읽고서 개정판 작업을 서둘러야겠다 결심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참고로, 『다정한 거인』은 남 기자님께서 2011년에 펴낸 『고래의 노래』(궁리)의 개정판입니다. 참, 『고래가 가는 곳』은 제가 짧게 소개도 했었어요.

고래의 노래 - 우리 곁에 온 고래, 그 찰나의 순간들을 기록하다흔히 고래를 다룬 책들은 주로 어린이용이나 도감 성격을 띤 책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마니아층이 꽤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고래는 가장 사랑받는 포유류 중 하나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래는 지나칠 수 없는 매혹적인 대상이다. 이 책은 고래에 대한 개론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고래에 대한 생물학적·역사적·문화적·사회적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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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72017500005896
화제의 드라마에 무임승차하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덩달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놓고 관심이 커졌다. 반가운 일이다. 나는 거기에 더해서 드라마 속 우영우가 좋아하는 ‘고래’도 주목 받으면 좋겠다. 모든 동물이 그렇듯이, 고래야말로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생태계의 이웃이기 때문이다.
먼저, 궁금증. 우영우가 항상 귀에 꽂고 다니는 헤드폰에서 울리는 고래 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짐작하자면, 혹등고래가 부르는 ‘노래’일 가능성이 크다. 혹등고래는 고래 가운데서도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내는 종이다. 놀라지 마시라. 혹등고래가 내는 ‘소리’는 바닷속에서 2,600㎞를 이동한다. (서울에서 필리핀 마닐라 사이의 거리다.)
대양 곳곳에서 고래가 내는 소리가 사방팔방으로 수천 ㎞씩 퍼지는 모습을 그려보라. 다수의 과학자는 고래 소리를 해양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상적인 배경음으로 여긴다. 고래의 개체 수가 감소하면 마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배경음악이 갑자기 꺼지는 일과 같은 침묵이 바다를 습격한다. 바다 판 ‘침묵의 봄.’

YG
고래는 죽어서 가죽이 아니라 심해 정원이 된다. 고래가 죽으면 그 엄청난 무게 때문에 서서히 가라앉아 수천 미터 바다 밑바닥까지 내려간다. 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이 심해에 사는 생물에게 고래 사체는 하늘이 내려준 종합 선물 세트다. 고래 사체는 심해의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원천이다.
심해 고래 정원은 기후 위기를 막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40톤의 고래 사체는 2톤 정도의 탄소를 해저로 옮긴다. 그 정도의 탄소를 다른 방식으로 해저에 쌓으려면 2,000년이 걸린다. 더구나 고래는 평생 먹고 싸며 바다의 유기물을 순환시켜 해양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돕는다. 고래 한 마리가 나무 1,000그루만큼이나 탄소를 흡수한다. 그래서 고래를 ‘부작용 없는 탄소 포집기’라고도 부른다.

새벽서가
바다에 있는 그 많은 고래가 죽음을 맞이하면 어떻게 되는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제 스스로에게 한 번 놀라고, 올려주신 정보에 또 한 번 놀라요. 저는 오래 살 생각이 없고 75세전에 그나마 건강할 때 세상을 뜨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하면서 사는데, 매번 벽돌책 모임때 느끼는거지만 세상에는 읽고 싶은 책이 정말 많구나, 그 책들 조금이라도 더 읽다가 가려면 건강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

향팔
맞아요. 책 읽는 것도 체력이 받쳐 줘야겠더라고요. 최대한 오랜 기간 더 즐겁게 읽으려면 눈 관리도 해야 하고 허리 관리도 해야 하고…

YG
우영우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마다 나오는 장면은 고래의 솟구침. 뜻밖에도, 과학자는 고래가 왜 그러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어떤 과학자는 고래의 공중 곡예가 몸에 들러붙은 따개비, 해조류 같은 귀찮은 것들을 떼 내는 과정이라고 여긴다. 다른 과학자는 고래가 노래와는 다른 방식으로 몇 킬로미터 떨어진 동족과 의사소통하는 방식이라고 여긴다.
이렇게, 우리는 고래를 모른다. 심지어, 어떤 고래는 그 존재 자체도 모호하다. 부채이빨고래는 독특한 뼈 일부로 그 존재를 추정하고 나서 140년간 딱 한 번 사체를 확인했다. 실제로 살아있는 부채이빨고래를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랫동안 수많은 문헌 속에 등장한 다양한 바다 괴수의 정체가 대부분 고래였을 가능성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향팔
고래가 물 밖으로 솟구치는 건 단지 그게 재미있어서 그러는 거라는 얘기도 얼핏 들은 것 같아요!

YG
어쩌면 우영우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이렇게 놀랍도록 흥미로운 고래 이야기가 리베카 긱스의 ‘고래가 가는 곳’에 나온다. 훌륭한 과학책이자 감동적인 생태 에세이인 이 책은 2021년 국내에 소개되고 나서도 반향이 없었다. 이참에 고래 좋아하는 우영우의 힘을 빌려 많은 독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호주 저자가 쓴 책이지만 한국 이야기도 여러 차례 나온다. 최초의 고래잡이 기록은 8,000년 전 신석기 후기에 새겨진 울산 반구대 암각화다. 다행히 (일본을 제외하고) 여러 나라가 포경 금지에 동참하면서 대양에서 고래 개체 수가 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고래는 인간이 원인을 제공한 또 다른 재앙 탓에 죽어가고 있다(7장). 답답하고 착잡하고 섬뜩하다.

향팔
아, 이렇게 좋은 책이 국내에선 별 반응이 없었군요. 카네기 메달인가 하는 상도 받았다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심지어 절판이네요.)

향팔
좋은 칼럼 잘 읽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모비 딕>을 읽겠다고 결심하면서 고래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던 것 같습니다. <고래가 가는 곳>을 읽고 나서 <모비 딕>을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읽다가 던져버린다는 고래논문(?)파트도 재미있더라고요! (정말입니다) 비록 <모비 딕> 완독에는 대략 50일의 시일이 걸리긴 했지만요. 하하하
매체를 통해 고래라는 존재를 엿볼 때는 언제나 깊은 경외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뭔가 신령스럽다고도 할 수 있는 느낌인데… 그 경건(?)한 느낌이 좋아서 고래를 더 좋아하게 된 듯해요.
남종영 선생님의 책 작업에 <고래가 가는 곳>과의 사연이 있었군요! <다정한 거인>도 얼른 읽어봐야겠네요.

모비 딕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모비 딕』 완역본을 번역, 소개하는 데 시초가 된 김석희 번역가가 전면적으로 원고를 대조·수정하여 개고한 것으로, 기존판에서 150여 개의 역주를 추가하는 등 ‘결정판’으로서 손색이 없도록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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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세상에, 저 지금까지 스폰지밥이 그릇 씻을 때 쓰는 스펀지인 줄 알았어요! 대박! (사실 그의 존재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게 맞을...) 생각해보니, 한 번도 '왜, 얘만 물건일까?'라는 의문을 품어본 적조차 없었네요. 근데 해면이라는 바다생물이었다니... (향팔님 아니었으면 영원히 몰랐을 사실입니다) 이건 왠지 제 또래 지인들에게도 물어보고 싶어지네요(하하).

향팔
앜ㅋㅋ 저만 몰랐던 게 아니로군요!! (다행ㅎㅎ) 주방 수세미가 식물에서부터 유래했듯, 그릇 씻는 스펀지도 원래는 동물이었다는 놀라운(!) 사실에 저도 충격을 받았답니다. 아래 사진이 해면의 모습이라고 하네요.
https://namu.wiki/w/%ED%95%B4%EB%A9%B4
[출처] 해면 海綿 | Sponge
“수분을 잘 빨아들이기 때문에, 과거 서양권에는 이걸로 그릇이나 몸을 닦을 때 쓰는 경우가 많았었다. 우리가 흔히 스펀지하면 떠올리는 주방용품 ‘스펀지’의 유래가 이것이다. 지금은 합성수지로 만든 인조 스펀지로 대체되었지만 명칭만은 관습적으로 남아있다.
미국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의 주인공인 스폰지밥의 모티브가 바로 해면이다. 때문에 작중에서는 실제로 스폰지밥으로 사람의 몸이나 자동차의 보닛, 그릇 등을 닦는 묘사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사람의 손에 잡혀 물 밖으로 나왔다는 설정의 실사 장면에서는 실제 해면 모양 인형이 아니라 네모난 주방용 인조 스펀지가 등장한다.”




연해
오, 사진까지! 맨 왼쪽에 있는 사진 너무 귀엽습니다. 길쭉한 천연수세미 모습과도 닮아있네요. 저걸 토막내서(?) 그릇이나 몸을 닦을 때 사용하는 것일까요? (쓰고 나니 잔인...) 어릴 때 이 만화 참 좋았는데, 이렇게 또 알아가니 즐겁습니다.

borumis
앗 저는 식물 수세미를 토막내서 잘라봤는데.. 동물은..;; 어떨까요? 생각해보니 좀 잔인하네요..

향팔
두 권 다 ‘꼭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있습니다. 과연 언제나 읽을런지! 뿌리와이파리의 오파비니아 시리즈 중에는 품절/절판된 책이 많던데(특히 공룡 관련 책들이요.) 재출간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걷는 고래>도 절판되기 전에 얼른 사둬야 하나 싶어요.

향팔
흐흐 저도요! 열심히 광대뼈를 누르며, 허공을 씹으며, 나의 측두창의 잔재를 느껴보며 읽었습니다.

연해
엇, 저도 이궁류와 단궁류 생소했어요. 뭔가 이름만 딱 들었을 때는 인간이 이궁류 같았는데, 설명을 읽으면서 끄덕끄덕했더랬죠. 그림 설명이 참 친절하다는 생각도 하면서요. 저도 공룡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어릴 때 봤던 《쥬라기 공원》인데요. 그 영화를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주에 있는 박물관에 갔다가 (움직이는) 공룡 모형 보면서 기겁하고 뛰쳐나왔던 기억이 아련하네요. 오빠가 '쟤 왜 저래?'하고 쳐다보던... 하지만 디즈니에서 개봉했던 《다이너소어》라는 영화는 참 좋아했습니다.

다이너소어기원전 6500만년 백악기 시대에 카르노타우르스가 이구아노돈(금룡)의 서식지를 습격하여 부화 직전인 이구아노돈 알이 전부 짓밟힌다. 그 알들 중 하나가 우여곡절 끝에 여우원숭이들이 사는 아득히 먼 섬에 떨어진 뒤 알에서 부화하여 알라다라는 이름을 얻어 행복하게 산다. 어느날 거대한 유성이 지구와 충돌하여 섬은 파괴되지만 알라다는 간신히 살아남는다. 그리고 피난 중에 다이너소어 무리와 만나 합류하게 된 알라다는 거기서 니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카르노타우르스의 공격과 식량이 바닥난 상황에서 다이너소어 무리는 알라다를 중심으로 분열을 극복과 갈등을 극복하고 사랑과 협동으로 위기를 헤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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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 두개골 구멍이 두 개인 첫 번째 집단은 이궁류(diapsids)였다. 이들은 결국 도마뱀, 뱀, 악어, 공룡, 새, 거북이(거북이는 구멍을 닫았다)로 진화한다. 두개골 구멍이 하나 있는 두 번째 집단은 단궁류(synapsids)였다. 이들은 엄청나게 다양한 종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그중에는 수억 년 뒤에 탄생할 조유류도 포함되어 있었다. (…) 석탄기(Carboniferous Period) 말기 또는 펜실베이니아기(Pennsylvanian Period)로 불리는 3억 2,500만 년 전 즈음에 신록이 무성한 습지림에 살던 비늘로 뒤덮인 작은 선조 생명체 무리가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자주 쓸려갔던 것은 사실이다. 이들이 둘로 갈라져 한 계통수는 파충류로 이어졌고, 또 하나는 포유류로 이어졌다. ”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1장, 41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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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육상 척추동물의 두 가지 주요 두개골 유형. 이궁류는 눈 뒤로 턱 근육을 수용하는 구멍이 두 개이고, 사람을 비롯한 단궁류는 구멍이 한 개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1장, 51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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