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

D-29
버클랜드, 오언,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 턱의 정체에 대해 수십 년 동안 논쟁을 벌였다. 이것은 종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했는지 여부를 두고 벌어진 진화론 전쟁이 포함된 하나의 전투였다. 하지만 결국에는 인기 투표에서 공룡이 승리를 거둔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트리케라톱스, 프론토사우루스는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된 반면, 파스콜로테리움과 암피테리움이라는 종에 속한 버클랜드의 작은 턱뼈들은 그냥 과학자들의 어휘 목록으로 밀려났다. 이것이 냉혹한 발견의 현실이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36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또 다른 의미에서 보면 이 화석은 쥐라기나 백악기 포유류에 관한 고정관념의 틀을 깨뜨리고 있었다. 척추 양쪽으로 튀어나와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로 펼쳐진 피부막이 존재했던 것이다. 날다람쥐의 날개막과 아주 비슷했다. 이 동물은 생쥐와 비슷하게 생긴 별 특징 없는 포유류가 아니라 나무 사이로 활공할 수 있는 포유류였다. 분명 공룡과 함께 살았던 포유류는 멀리 버클랜드부터 고생물학자들이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과 달리 훨씬 흥미로운 존재였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40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포유류가 쥐라기와 백악기의 공룡의 머리 위로 활공을 시작하려면 그 전에 먼저 트라이아스기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 사정은 공룡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트라이아스기가 끝나는 약 2억 100만 년 전에 초대륙이 중앙을 따라 지퍼가 열리듯 쪼개지기 시작했다. 북아메리카 대륙이 유럽과 분리되고 남아메리카 대륙은 아프리카와 분리됐다. 현대의 대륙들은 판게아 대륙의 균열로 생겨났고 그 균열선이 지금의 대서양으로 남았다. 하지만 새로 갈라지고 있는 육괴 사이의 틈을 바닷물이 밀려들어와 채우기 전에 지구가 피를 토하듯 용암을 먼저 뱉어냈다. 다시 한번 대멸종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적어도 30%의 종이 죽었다. 하지만 아마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죽었을 것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40~141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하지만 위대한 두 생존자가 있었으니 바로 포유류와 공룡이었다. 공룡이 살아남은 이유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으며 공룡 연구자들이 논쟁을 벌이는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42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온갖 새로운 집단이 꽃을 피웠다. 그리고 쥐라기 중반에는 날개를 퍼덕거려 하늘로 날아오른 비둘기 크기의 생명체도 등장했다. 이들이 최초의 새였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43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하지만 그 중에서 적어도 레페노마무스라는 백악기 종 하나만큼은 무언가 비범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집이 컸다. 이 화석은 위 속에 아기 공룡의 뼈가 담긴 채로 발견됐다. 그리하여 공룡 대 포유류에 관한 그 오랜 이야기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사실 일부 공룡은 포유류를 두려워하며 살았던 것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47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이것을 깨닫고 나자 쥐라기와 백악기의 세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새로이 해석하게 되었다. 포유류는 체구를 소형화하는 데 공룡보다 더 뛰어났다. 당시 가장 작은 공룡은 비둘기 크기 정도의 원시 조류였다. 스테고사우루스도 티라노사우루스도 풀 달린 공룡이나 오리 부리가 달린 공룡도 도코돈류나 하라미야비아류의 평균 크기에 가깝게 줄어들지는 않았다. 공룡 때문에 포유류가 계속 체구를 키우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포유류는 반대로 공룡의 체구 소형화를 막았다. 이것 역시 못지않게 인상적인 부분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52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한 번의 발걸음으로도 이 공룡은 도코돈류의 한 무리 전체를 쓸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보레알레스테스는 이 고대의 섬에서 살았고 그저 살아남기만 한 것이 아니라 번성했던 여러 포유류 종 중 하나였다. 공룡의 시대였던 것은 맞지만 숨어 있는 더 작은 생태적 지위 안에서는 이미 포유류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58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우리는 포유류라고 하면 직접 새끼를 출산하는 동물이라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이것은 수아강이 갖춘 고등 능력이다. 수아강은 우리와 같은 태반류와 유대류를 아우르는 파생 집단이다.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 같은 단공류처럼 현존하는 가장 원시적인 포유류는 알을 낳는다.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했던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의 포유류 모두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61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가장 포유류다운 물질인 젖은 어릴때 우리의 생명을 유지해주었을 뿐 아니라 우리를 똑똑하게도 만들어줬다. 하지만 지능은 포유류가 갖추고 있는 여러 가지 신경감각 무기 중 하나일 뿐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63~164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같은 독일인이었던 해부학자 에른스트 가우프는 당대의 많은 위대한 뼈 전문가들이 그랬듯이 라이헤르트의 연구를 한발 더 전진시켜 포유류 귀발달의 통합 이론을 만들어냈다. 현재는 모든 의대에서 가르치는 이 이론은 두 사람의 이름을 모두 따서 '라이헤르트가우프' 이론이라 부른다. 배아 연구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우프는 현미경을 이용해서 발달 중인 귓속뼈를 세세한 부분까지 더 잘 추적할 수 있었다. 그는 망치뼈가 관절골이고 무릎뼈가 방형골이라고 했던 라이헤르트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고 마침내 엑토팀파닉 고리의 미스터리도 해결했다. 이것 역시 아래턱 뒤쪽 끝 파충류의 각골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발달을 시작했다. 따라서. 엑토팀파닉 고리가 바로 각골이다. 이 역시 턱뼈인 것이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의미심장했다. 포유류의 귓속뼈 중 새로 발명된 것은 없었다. 즉 턱뼈였다가 진화가 청각이라는 새로운 기능으로 용도를 변경한 것이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67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다시 떠올려 보자. 견치류의 진화 과정에서 방형골 관절골 그리고 턱뒤에 자리 잡고 있던 여러 개의 더 작은 뼈가 크기가 축소되면서 새로 더 튼튼한 치골- 인상골 턱관절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이것은 포유류를 정의하는 바로 그 특성이다. 수백만 년에 걸친 견치류의 역사에서 나타났던 이런 진화 순서가 오늘날 성장하는 포유류 개체 한 마리의 발달 과정에도 판막이처럼 반영되어 있다. 생물학자들의 말마따나 개체 발생이 계통 발생을 되풀이한다. 바꿔 말하면 배아의 발달 과정이 턱뼈가 귓속뼈로 변화하는 진화의 여정을 저속 촬영으로 담아낸 영화와 같다는 것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70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턱과 귀가 완전히 떨어져 나감으로써 분리된 가운데귀가 만들어졌다. 가지 사이를 활용하고 박쥐처럼 무리를 지어 살기도 한 매우 다양했던 쥐라기 포유류인 하라미야비아류가 분리된 가운데귀의 화석증거를 최초로 보여주었다. 이제 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귓속뼈가 가운데 귀 공간 속에 자리를 잡아 자기를 보호해 주는 거품인 고실에 둘러싸임으로써 기능적으로 위쪽 두개골의 일부가 됐다. 속귀의 달팽이관도 바위뼈 (밀도가 바위처럼 높아서 이런 이름을 갖게 됐다)에 둘러싸이게 됐다. 고실과 바위뼈 모두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처럼 작용해서 포유류가 씹는 동안에도 여전히 아주 잘 들을 수 있게 해준다. 다음에 저녁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볼 때는 이 점을 기억하자.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72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포유류는 어째서 여러 번에 걸쳐 턱을 귀와 분리시키려 들 정도로 씹는 일에 몰두했을까? 쥐라기에는, 특히 백악기에는 새로운 먹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맛있는 새로운 곤충이 떼로 나타났고 이 곤충들이 색상이 밝고 아름다운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식물을 꽃가루받이해 주었다. 그럼 이 식물들은 온갖 종류의 맛있는 꽃 열매 이파리 뿌리 씨앗을 만들어 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74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0월 21일 화요일에는 5장 ‘지구 역사 속 최악의 하루’를 읽습니다. 5장 '백악기 최악의 하루'부터 '뼈 전쟁'까지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 240쪽부터 274쪽까지입니다. 어제(10월 20일) 얘기했듯이 이번 장은 약 6,600만 년 전 백악기 말의 소행성(혜성) 충돌로 일어난 다섯 번째 대멸종에서 포유류가 살아남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 읽을 부분에서 바로 그 다섯 번째 대멸종 이야기와 또 포유류가 그 난리통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말해줍니다. 뼈 전쟁은 고생물학계의 유명한 가십이고요. :)
왜 Owen도 그렇고 Cope이나 Marsh도 그렇고 옛날 고고학자들은 이리도 호전적이고 고집있는 성격이었을까요? ㅎㅎㅎ
한 고집없는 사람이 하기엔 너무 터프한 연구 환경인 듯 합니다.
맞아요. 생각해보면 과학자들이 좀 쪼잔하고 호전적인 사람들이 많은 듯. 주먹 대신 키보드나 논쟁 워리어들이 많죠.ㅎㅎ
6장에 등장하는 심슨도 한 고집 하는 분이네요. 그 불같은 성격의 패튼 장군한테도 개기셨다니;;
뼈 전쟁이라는 단어가 찰떡인 것 같습니다. @borumis 님 말씀처럼 왜 이렇게 다들 호전적이고, 고집스러운지... 저도 읽는 내내 서로 좀 으쌰으쌰하면 안 되나, 하는 천진한 생각도 품었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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