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

D-29
다시 떠올려 보자. 견치류의 진화 과정에서 방형골 관절골 그리고 턱뒤에 자리 잡고 있던 여러 개의 더 작은 뼈가 크기가 축소되면서 새로 더 튼튼한 치골- 인상골 턱관절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이것은 포유류를 정의하는 바로 그 특성이다. 수백만 년에 걸친 견치류의 역사에서 나타났던 이런 진화 순서가 오늘날 성장하는 포유류 개체 한 마리의 발달 과정에도 판막이처럼 반영되어 있다. 생물학자들의 말마따나 개체 발생이 계통 발생을 되풀이한다. 바꿔 말하면 배아의 발달 과정이 턱뼈가 귓속뼈로 변화하는 진화의 여정을 저속 촬영으로 담아낸 영화와 같다는 것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70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턱과 귀가 완전히 떨어져 나감으로써 분리된 가운데귀가 만들어졌다. 가지 사이를 활용하고 박쥐처럼 무리를 지어 살기도 한 매우 다양했던 쥐라기 포유류인 하라미야비아류가 분리된 가운데귀의 화석증거를 최초로 보여주었다. 이제 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귓속뼈가 가운데 귀 공간 속에 자리를 잡아 자기를 보호해 주는 거품인 고실에 둘러싸임으로써 기능적으로 위쪽 두개골의 일부가 됐다. 속귀의 달팽이관도 바위뼈 (밀도가 바위처럼 높아서 이런 이름을 갖게 됐다)에 둘러싸이게 됐다. 고실과 바위뼈 모두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처럼 작용해서 포유류가 씹는 동안에도 여전히 아주 잘 들을 수 있게 해준다. 다음에 저녁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볼 때는 이 점을 기억하자.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72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포유류는 어째서 여러 번에 걸쳐 턱을 귀와 분리시키려 들 정도로 씹는 일에 몰두했을까? 쥐라기에는, 특히 백악기에는 새로운 먹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맛있는 새로운 곤충이 떼로 나타났고 이 곤충들이 색상이 밝고 아름다운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식물을 꽃가루받이해 주었다. 그럼 이 식물들은 온갖 종류의 맛있는 꽃 열매 이파리 뿌리 씨앗을 만들어 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장174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0월 21일 화요일에는 5장 ‘지구 역사 속 최악의 하루’를 읽습니다. 5장 '백악기 최악의 하루'부터 '뼈 전쟁'까지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 240쪽부터 274쪽까지입니다. 어제(10월 20일) 얘기했듯이 이번 장은 약 6,600만 년 전 백악기 말의 소행성(혜성) 충돌로 일어난 다섯 번째 대멸종에서 포유류가 살아남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 읽을 부분에서 바로 그 다섯 번째 대멸종 이야기와 또 포유류가 그 난리통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말해줍니다. 뼈 전쟁은 고생물학계의 유명한 가십이고요. :)
왜 Owen도 그렇고 Cope이나 Marsh도 그렇고 옛날 고고학자들은 이리도 호전적이고 고집있는 성격이었을까요? ㅎㅎㅎ
한 고집없는 사람이 하기엔 너무 터프한 연구 환경인 듯 합니다.
맞아요. 생각해보면 과학자들이 좀 쪼잔하고 호전적인 사람들이 많은 듯. 주먹 대신 키보드나 논쟁 워리어들이 많죠.ㅎㅎ
6장에 등장하는 심슨도 한 고집 하는 분이네요. 그 불같은 성격의 패튼 장군한테도 개기셨다니;;
뼈 전쟁이라는 단어가 찰떡인 것 같습니다. @borumis 님 말씀처럼 왜 이렇게 다들 호전적이고, 고집스러운지... 저도 읽는 내내 서로 좀 으쌰으쌰하면 안 되나, 하는 천진한 생각도 품었더랬죠.
상상이 안되는 시간 단위인데.. 소행성 충돌후 37~80만년은 지나서 기후가 안정되고, 생태계가 회복되었다니... 한번 파괴되면 정말 오래 걸린다 싶네요. 포유류는 생존의 필살기로 살아남고, 공룡은 조류로 명맥을 이어가고.. 이제 포유류는 커지고, 공룡은 조류로 이어지며 작아지는 스토리... 요 번장에서는 소행생 충돌의 묘사가 아주 관건이었습니다... 이 책은 더 두껍더라도 그림과 사진이 더 많아도 좋을 뻔 했어요.
진짜 영화에서 나오는 아마겟돈이.. 실제로 있었고 생각보다 그 여파도 처참했어요. 근데도 살아남은 이들이 있었고 결국 다시 회복하다니..참 생명도 지구도 끈질긴 것 같아요.
저는 이런 걸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도 자연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가 싶어, 허탈... 해지기보다는 더 부지런히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헷).
팔레오세의 생존자들은 대부분이 백악기 포유류보다 체구가 작았고, 이들의 치아를 보면 잡식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희생자는 육식 또는 초식 성향이 더 강한 전문종에 체구가 더 큰 종들이었다. 디델포돈이 그 예다. 이들은 백악기 늦은 말기에는 굉장히 적응을 잘했지만, 소행성이 모든 것을 난장판으로 만들자 이런 적응성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체구가 작은 일반종들은 가리지 않고 먹는 식성을 이용해서 씨앗, 썩어가는 식물, 부패하는 고기 등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백악기에 더 넓은 지역에 퍼져서 살았던 종, 그리고 생태계 안에서 더 풍부하게 존재했던 종들이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5장, 253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다만 이것이 전적으로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다. 공룡의 한 종류는 실제로 살아남았다. 바로 새다. 조류도 자체적으로 승리의 패를 잡고 있었다. 이들은 체구가 작고, 신속하게 번식할 수 있었고, 위험이 닥치면 날아서 달아날 수 있었고, 씨앗을 먹기에 완벽한 부리를 갖고 있었다. 씨앗은 숲이 붕괴된 이후에도 영양 많은 먹이 공급원으로 토양 속에 오래 남아 있었을 것이다. 뉴멕시코에서는 종이처럼 섬세하고 얇은 팔레오세 조류들의 뼈가 포유류들과 나란히 발견된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5장, 272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소행성 충돌의 러시안룰렛에서 살아남기 위한 포유류의 필살기 모음: 작고, 잘 숨고, 까탈스럽지 않게 잘 먹고, 잘 돌아다니고, 잘 번식(많은 개체수)했다.. 이걸 다 갖춘 진성태반동물(Eutherian)은 번창하고 지구 곳곳을 지배하게 되었네요. 거대한 공룡들과 하늘과 물 속 파충류들이 사라졌으니 이제 태반 있는 포유류의 세상! 근데 작아서 살아남은 포유류들은 이제 점점더 커지면서 머리보다는 몸집으로 승부하게 되네요. Brawn, not brains, explains how Paleocene mammals were able to prosper. 이제 그나마 작고 딱딱한 씨앗을 먹을 수 있고 날 수 있어서 살아남은 공룡의 후손인 새들은 갈수록 작아지고 포유류는 갈수록 덩치가 커지네요.
우리의 진수류 선조를 포함한 일부 포유류는 훨씬 나은 카드를 쥐고 있었다. 이들은 체구가 작았고, 쉽게 숨을 수 있었고, 다양한 것을 먹을 수 있었고, 넓은 영역에 퍼져서 살았으며 그 수가 아주, 아주 많았다. 어느 하나의 패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지만, 그 패들을 모두 합치니 도박에서 이길 수 있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p.254,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살면서 제 턱 뼈와 치아에 이토록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나 싶어 새삼스럽기도 합니다(하하하). 음식을 우걱우걱 씹을 때마다 씹는 감각이 또렷하게 인식되는 기분이에요.
@연해 @borumis @알마 반가운 소식을 알려드리자면, 6장부터는 턱 뼈와 치아 이야기가 거의 안 나옵니다. (제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나올 수도 있어요. 하하하!)
하하하, 그럼 @YG 님 말씀 믿고! 신나게 읽어보겠습니다. 근데 이 책 읽으면서 놀라운(?) 건 용어 자체가 낯설어서 그렇지, 이야기 책 읽듯이 술술술 잘 읽힌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그 내용들을 제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느냐는 건데... (흠)
전 용어를 외우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이야기만 술술 읽어가고 있어요. 정말 어려운 용어들에도 불구하고 잘 넘어가네요. 가끔 기억을 상기시키고 싶을 때 베오님의 glossary보다 자세한 노트를 참고합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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