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

D-29
이 대목에서 고생물학자들이 분자생물학에 대해 갖는 은근한 견제와 알력(?)이 느껴져서 재미있었어요.
모두 종합해보면 인도히우스가 물을 가지고 실험을 하던 육상 포유류였음이 분명해진다. 그 과정에서 이 동물은 기나긴 진화의 여정 중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 여정은 운명으로 결정돼 있던 것이 아니었다. 자연은 애초에 고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없었다. 자연은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때그때 생명체를 당면한 과제에 적응시키는 식으로 작동한다. 인도히우스가 물속으로 달아난 것은 그냥 포식자로부터 탈출하거나 먹이를 찾을 목적이었다. 인도히우스는 자기 후손이 바다의 거대 생명체가 되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73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에오세가 끝날 즈음에는 걸어 다니는 고래는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 이 시점부터 고래는 모든 활동을 물에서만 하게 됐다. 하지만 진화는 조금씩 손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진화는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약 3400만 년 전 에오세-올리고세 경계 즈음해서 고래 이야기의 다음 단계가 시작됐다. 이제 물에 사는 이 고래들을 최고의 수중동물로 만들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378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이 팔레오세 진수류들은 모두 우리 생식 생물학의 경이로움 중 하나를 부여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바로 임신 기간 동안에만 일시적으로 존재하면서 태아와 엄마를 이어주는 기관인 태반이다. 태반이 포유류만의 것은 아니다. 태반은 산란 대신 출산을 선택했던 다양한 종에서 스무 번 정도 진화해 왔다. 심지어 어류 중에도 있었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알은 본질적으로 성장하는 배아가 발달하는 데 필요로 하는 모든 영양을 담고 있는 난황이 포함된 자체 돌봄 꾸러미다. 일단 어미가 알을 낳으면 그 알을 지켜줄 수는 있지만 알 껍데기를 뚫고 들어가서 추가적인 영양을 공급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출산의 경우에는 배아 그리고 이어서 태아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어미 몸속에서 자란다. 태아는 이 기간 동안 먹을 것과 산소를 취할 수 있어야 하고 거기에 더해서 배설물도 내보내야 한다. 태반이 이런 재주를 부린다. 태반은 아기의 식료품 저장실이자, 허파이자, 배설계로 동시에 역할을 하는 궁극의 멀티태스킹 전문가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난 다음에는 태반만출이라는 것을 통해 그냥 버리면 그만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5장268~269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팔레오세 포유류가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뇌가 아니라 체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1억 년 넘게 제한된 작은 체구의 생태적 지위에 갇혀 살면서 울버린 크기 이상으로 몸집을 키울 수 없었던 포유류가 갑자기 자유로워졌다. 그 이유는 뻔하다. 이제 공룡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이 전적으로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다. 공룡의 한 종류는 실제로 살아 남았다. 바로 새다. 조류도 자체적으로 승리의 패를 잡고 있었다. 이들은 체구가 작고 신속하게 번식할 수 있었고 위험이 닥치면서 따라서 달아날 수 있었고 씨앗을 먹기에 완벽한 부리를 갖고 있었다. 씨앗은 숲이 붕괴된 이후에도 영향만은 먹이 공급원으로 토양 속에 오래 남아 있었을 것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5장271~272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진화적 역할이 뒤집어졌다. 새들은 점점 작아지고 포유류는 점점 커진 것이다. 포유류는 그냥 공룡의 자리를 대신한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 공룡이 됐다. 포유류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5장273~274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조지 게일로드 심슨) 그는 풀밭의 발달이 그 풀은 먹고 사는 포유류, 특히나 그중에서도 말에서 심오한 변화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을 ‘거대한 전환’이라고 불렀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404,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올리고세로 넘어가는 동안 온실이 냉장실로 바뀌었다….(..)성장속도가 빠르고 가혹한 조건에서도 견디는 능력 덕분에 그들은 점령군처럼 천천히 대지를 가로질러 행군하면 지나는 곳마다 자기 땅임을 선포하여 숲은 대체해 갔다. 거의 1000만년에 걸쳐.. 약 2300만년 전 마이오세 즈음에는 완전한 초원지대를 이루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올리고세와 마이오세의 포유류들은 독이 든 성배와 마주했다. 영양이 풍부한 풀이 누군가 먹어주기를 기다리며 천지에 널려 있다. 그리고 이 풀은 뜯어먹으면 먹을수록 더 많이 자란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었다가는 치명적인 결과가 생길수 있다. 결국 진화가 해법을 찾아냈다. 긴 치아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거대한 전환은 거대한 다양화로도 보인다." "치아" 얘기로 끝나긴 했지만.. (변화하는 지구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먹어야 하니.. 결국 동물은 치아 얘기가 중요한 것 일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풀만 먹으면 매년 3mm가 닳는다니..
저도 1-7장까지 재밌게 읽었고, 8장 읽고 있는데 미국에 없었을 것 같은, 아프리카에서 찾을 수 있을 동물들이 이 곳에 있었고, 현재까지도 발굴이 진행중인 곳이라고 해서 흥미롭습니다. 내년 여름에 가볼까봐요. https://ashfall.unl.edu/
와, 정말 책에 나온 사진이랑 똑같은 풍경이네요! 신기합니다. 직접 가보실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차로 9.5시간 걸리더라구요. 제가 살고 있는 텍사스에 이런 동물도 있었다고해서 그것도 신기해요.
올려주신 사진을 보고 책 뒤의 찾아보기를 찾아보니, 9장에 나오는 동물이네요! ‘아메리카 대교환(Great American Interchange)’ 이야기도 나오고요. (신기합니다) “다윈의 유제류도 이주를 시도해서 믹소톡소돈(Mixotoxodon)이라는 한 종은 텍사스에서 잠시 살기도 했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빙하기 말에는 남북을 잇는 육로 양쪽에서 완전히 멸종했다.” (453쪽)
네에, 그랬네요. ^^; 시감여유 있을 때 (요즘 제겐 흔한 일이 아니어서요) 읽어보자 싶어 완독까지하고 글을 올리다 보니 어느 챕터인지 깜빡 했네요. 눈으로 읽은게 아니고, 출근 길에 오디오북으로 들어서 더 그랬나봐요. ^^; 동네 전자도서관에서 오디오북 파일을 다운 받았는데, 오늘 오후까지 대출이 되어 있어 급하게 듣다보니 실수를 했네요.
오잉? 새벽서가님, 실수라니요. 올려주셨던 왠지 귀엽게 생긴(체중이 4톤이라지만 ㅎㅎ), 하마 닮은 믹소톡소돈이 책에 등장하길래 신기해서 댓글을 쓴 것이랍니다. 사진까지 공유해주셔서 감사한데요. 그나저나 벌써 완독을 하셨군요! 이번 책도 끝나가는 게 아쉽습니다. 항상 그렇듯 너무 재미있어요.
영어책으로 읽다 보니 초반에 전문용어(?)때문에 조금 헤맸는데, 3장부터는 너무 재밌더라고요. 출퇴근길에 오디오북으로 듣는데, 작가님의 유머스러움도 한몫했고요
맞아요, 브루사테 선생님 재밌어요 ㅎㅎ 읽다보면 곳곳에서 반짝이는 유머감각에 쿡쿡 웃음이 나네요.
주제가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이번달도 책을 준비했는데 일이 많아져서 따라가지를 못했어요^^ 그래도 따로 다 읽고 나눠주신 이야기들도 같이 보려구요. 다음 달 기대합니다!
초원은 기존에 존재하던 숲의 생태적 지위에 더해서 새로운 생태적 지위를 낳았다. 서늘한 기온, 탁 트인 공간, 풀이 나란히 함께 작용해서 제한적이었던 포유류 출연진을 정글보다 더 크고, 더 다양하고, 더 전문화되고, 더 흥미로운 종으로 구성했다.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415쪽,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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