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6.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어디까지 이 사람이 망토처럼 걸치고 다니는, 벗어버릴 생각조차 없는 슬픔과 공허함을 안아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자기 파괴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녀에게 그 망토를 벗어버릴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싶었다. “달이 아름답다고?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에 가보지 않을래?“ 그럴 생각이 없다고 머그잔에 술을 또 따라붓는 그녀를 뒤로하고 방을 나서며 올려다본 달은 그녀의 말처럼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는 나에게 모텔방에서 기다리라는 전화를 하지 않았고, 나도 그녀에게 더 이상 주말에 뭘 하는지, 영화나 뮤지컬을 보러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얼마 후, 입사한 지 석 달쯤 된 신입사원과 그녀가 한 모텔로 들어가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을 때도 나는 놀라지 않았다. 가슴이 아플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투란도트는 칼리프의 이름을 알고 그의 목을 베는 대신 그의 이름은 사랑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녀에게 어떤 이름이었던 걸까?
그녀는 영원히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오, 화자가 갑자기 (리드하는) 도발적인 캐릭터로 변신하네요? 다른 신입사원과 관계를 이어가는 그녀의 모습도 흥미롭고요(그녀는 과연 어떤 여자인가!). 감히 다가갈 수 없다 여겼던 이가 실은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 같은 여운도 남습니다. 마지막 문장도 열린 결말이라 더 좋은 것 같고, 화자가 한 뼘 더 성장한 느낌도 들어요.
감사해요, 연해님~ 늘 천사같은 분! 🫰🏻
제가 화자의 가족이나 친구라면 바로 이 글을 보여줄 거 같아요. 너는 그녀를 구할 수 없다고, 그리고 그녀와의 관계에는 미래가 없다고, 너까지 그 어둠에 먹히게 될 테니 도망치라고. 저는 그녀가 일종의 중독자라고 생각하는데 @새벽서가 님도 저랑 같은 생각이신 듯해서 반갑습니다. 마약중독자 애인을 둔 사람에게도 저는 같은 조언을 할 거 같네요. 상대가 저를 어떤 이름으로 기억할지는 제가 도망친 다음의 문제고요. 너무 비정한 관점일까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화자의 태도 변화가 "건강"해서 좋았습니다. 일단 살아야 하니까요. 본인부터 숨을 쉬어야 어떻게든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 사이에 드러나지 않은 어떤 고뇌의 시간도 있었을 것 같고, 전환점이 되는 어떤 포인트도 있었을 것 같다는 예상이 들지만, 뭐, 가슴 아픈 일이겠죠. 여주에게는 화자가 남자3, 혹은 남자4쯤 되었을까요?
11월답게 포틀랜드의 하늘은 잿빛이고 부슬부슬 쉬지 않고 비가 내린다. 사람들은 우산 없이 바람막이의 모자를 쓴 채 바쁘게 거리를 오간다.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으로 가는 길에 우산을 쓴 이는 오로지 나 혼자뿐인 것 같다.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에서는 조지아 오키프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이르게 출발한 나는 시간도 떼울 겸 그림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황량한 사막과 동물의 해골,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농염한 꽃들이 뒤섞여 있는 속에서 이미 죽어버린 것들이 생을 향해 손을 뻗는 것 같은, 탐욕스럽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며 갈급하기도 한 듯한 마음이 느껴져 불편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Red Hill and White Shell>이라는 작품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붉은 산 가운데 완고하게 자리 잡은 나선 형태의 거대한 패각을 보며 나는 그녀와, 그녀와의 마지막 밤을 떠올렸다. “달이 참 아름답다.” 침대에 걸터앉아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두려웠지만 등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으며 창밖을 봤다. 창백한 달이 도시의 지저분한 골목을 비추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는 차갑고 완고했고, 나의 가슴은 그녀의 굳은 어깨를 녹이지도 못할 만큼 무능력했다. 나는 맥없이 그녀를 안았던 팔을 풀고 물러섰다. 그녀의 자해도구, 그것이 나였다. 결국 그녀를 열고 들어가고자 했던, 구원자가 되고자 했던 나는 제 용도를 착각한 넋나간 얼간이었다. 모텔을 뛰쳐나오던 그날 밤처럼 나는 그녀의 황량한 집을 뛰쳐나왔다. 출구를 급히 빠져나오며 누군가와 부딪혀 넘어질 뻔했다. 간나, 어쩌고 하는 욕지거리가 들려왔지만 뒤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날과 같았다. 단지 그날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이 분노였다면, 그 밤의 나를 지배한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는 것이 달랐을 뿐이다. 회사에서 그녀를 마주치는 것은 고통이었다. 그녀는 심상한 표정이었지만, 나는 그녀와 같은 표정으로 그녀를 마주할 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이직처를 알아보던 어느 날, 핑, 팡, 퐁으로부터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그분은 해외 파견근무를 신청하셨더라고요. 핑이 말한다. 해외 파견근무요? 어디로? 아, 모르시는구나. 미국이라고 들었어요. 팡이 말한다. 어, 몰랐어요. 왜요? 내가 묻는다. 남편하고도 이혼하게 된 모양이더라고요. 아이 앞세우고 결국 이혼까지…… 한국이 싫어질 만도 하죠, 저는 이해가 가요. 퐁이 말한다. 그녀는 별다른 인사도 전하지 않고 떠났다. 그때의 일은 그냥 그랬었던 한때가 되었다. 나는 이제 갓파들의 세계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마음을 사막으로 만드는 뱀파이어에게 목덜미를 깨물린 감염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핑, 팡, 퐁의 주선으로 소개팅을 하기도 했고 그렇게 만난 이와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 아래에서 울음을 터뜨리던 그녀의 모습과, 한 치의 틈입도 허락하지 않던 마음 앞에서 느꼈던 좌절감은 나를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 그녀가 떠난 지 3년째 되던 해, 나는 충동적으로 이메일을 썼다. 잘 지내요? 보고 싶네요. 단 두 문장이었고 답장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며칠 후 ‘[RE]’를 단 메일이 왔을 때, 메일의 전송 버튼을 누를 때보다 더욱 긴장했고 오래 주저했다. 그녀답게 메일의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여기로 올래?’라는 짧은 문장 아래 https://portlandartmuseum.org/라는 사이트의 링크가 하나 걸려 있었다. “… 씨?” 언젠가 지하철에서 마주쳤을 때처럼 그녀가 먼저 나를 불렀다. 조지아 오키프의 <Road to the Ranch> 앞이었다. 신기하게도 어색하지 않았고, 반가웠다. “조용한 데서 술 한잔 할까?” 그녀의 단골집인 듯한 조용한 바에서 우리는 위스키를 한 잔씩 시켰다. 그녀는 그 새 조금 늙은 것 같았지만 여전히 예뻤고, 다행이도 한국에서보다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가 그렇게 나가고 며칠 후에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어. 만나서 할 말이 있대.” 그녀가 남편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남편은 테이블 위에 사진 두 장을 올려놓았다. 그날 밤 벌거벗은 그녀를 등 뒤에서 내가 안고 있던 사진과 출구로 서둘러 나가던 내 사진이었다고 했다. “알고 보니 탐정을 고용했었더라고.” 그녀의 남편은 병든 그녀를 사랑하는 고결한 사람이 아니라, 치밀한 사람이었다. 남편은 그녀에게 나를 상대로 상간자 소송을 걸겠다고 협박했고, 그녀는 재산분할을 하지 않고 친정에서 사준 아파트를 남편에게 넘기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했다. 집이 팔리고 그녀는 집을 비워줘야 했다. 집을 비우기 며칠 전 방치해오던 결혼 앨범과 아이의 돌 사진 앨범, 액자 등을 버리러 분리수거장에 나간 그녀는 차마 사진첩을 두고 오지 못하고 아이의 사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그녀에게 말을 건네 왔다. “아이가 보고 싶소?” 묵향이 풍기는 반듯한 외모의 노인이었다. 놀란 눈빛으로 말없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녀에게 노인은 다시 말했다. “자식을 잃어본 부모는 단장의 고통을 알아보는 법이라오.” 노인은 그녀에게 아이를 만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평소 같았다면 미친 사람의 헛소리로 여겼을 법한 이야기였으나 그녀는 진지하게 들었다. 노인은 그녀에게 묵주처럼 생긴 팔찌를 하나 건네주면서 반드시 이 팔찌를 끼고 아이를 불러야 아이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를 자꾸 부르면 아이는 결코 빛 너머로 갈 수 없으므로 자꾸 불러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녀는 아이의 사진 중 아이가 건강했던 시절 예쁘게 웃고 있는 사진을 골라냈다. 그길로 집에 돌아가 노인이 준 팔찌를 차고 징을 두드리며 주문을 외웠다. 아이를 딱 한 번만이라도 만질 수 있다면... 간절한 마음이 쉴 새 없이 징을 두드리게 했다. 아이는 마지막 숨을 거둘 때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창백한 얼굴에 잇몸이 다 무너져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무릎위에 누이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형체는 느껴졌지만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는 그녀의 손길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러워했고, 그녀는 아이가 죽어갈 때 느꼈던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다시 느껴야 했다. 그녀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이는 자신의 손길보다 빛 너머로 가기를 원한다는 것을. 내가 아는 그녀는 실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었다. 그녀는 그런 내 얼굴을 바라보며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아이가 겪었을 고통은 생각하지 않고 내 상실감만을 핥고 있었던 거지. 마치 잃어버린 물건에 집착하듯 말야. 그걸 핑계로 나를 마음대로 패대기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야. 남편의 너그러운 사랑만을 믿고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던 거고. 지금 남편은 재혼해서 아이 낳고 잘 살아. 남편은 정말 건강한 사람이었어.” 그래서 그녀는 오히려 남편의 배신이 감사했다고 했다. 오히려 그 일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살아야 했기에 모든 것을 리셋하고 싶었고, 그래서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 마침 미국 포틀랜드 파견 근무자를 모집하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 없이 지원서를 냈다. “이 곳이 좋아. 비가 잦은 것도 좋고. 그래서 여름이 더 아름답거든.” 남편의 배신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듯, 포틀랜드의 긴 우기는 장미꽃이 피는 계절의 찬란함을 소중하게 여기게 해 주었다. 포틀랜드에 머무르면서 그녀는 가끔씩 나를 떠올렸다고 했다. 샤콘느와 투란도트의 아리아, 휴대용 스피커의 불빛과 글렌리벳 잔, 나의 프러포즈도. “미안했어. 그리고 고마워. 그 기억들이 이제 나를 가끔 혼자 웃게 만들어. 너도 그만 떠돌고 삶에 안주하길 빌게.” 가게를 나와 숙소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가로등 아래서 담배를 피우며 그녀가 말했다. “오늘 달이 참 아름답네.” 비 오는 포틀랜드의 하늘에는 달이 없었다. 노란 가로등 불빛이 달빛처럼 쏟아지는 밤이었다. “손이 닿을 것 같네요.” 나는 머뭇거리다 이렇게 대꾸했다.
스포가 많아서 작품 전체를 다 읽으신 분만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처음 읽을 때는 묘기를 보는 기분으로 입을 벌리고 읽었는데 두 번, 세 번 읽으니 처음에 그냥 넘겼던 것들이 보입니다. 와, 이걸 다 어떻게 엮으셨대, 가 아닌 감상들을 적자면, 무엇보다 그녀와 화자가 맺어져서 기뻤어요. 그리고 그녀가 다시 일어나게 한 계기가 누군가의 헌신이나 위로의 형태가 아니라 배신과 끔찍한 형상의 귀신이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바로 그랬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후에 사람을 구하는 것에 대해 우리 모두 오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리고 이것은 1주차 과제였던 만큼 2주차, 3주차, 4주차 과제를 미리 제출한 것으로 인정할 수는 없겠다는 원칙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2, 3, 4주에도 써주셔야 합니다. ㅎㅎㅎ
뫄, 단편인데도 장편 못지 않는 느낌과 분위기가 있네요. 많이 써 본 느낌 입니다. 이쯤되면 장맥주님 3번 과제 내신 거 후회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농담이고요, 한 가지 이야기로 여러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건 정말이지.....감탄 밖에 안나옵니다......네 작품이 이렇게 섞일 수 있다니...
@차무진 @SooHey 상상도 못한 퀄리티에 경악 중입니다... 띠용...
@SooHey 오 마이 ㅎㅎㅎ 저도 써보려고 했는데 그냥 포기할래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stella15 @차무진 @장맥주 @소향 부끄럽고 감사합니다ㅎ 작품집의 작품들이 각기 개성이 다른데 다 좋아서 함께 아울러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사실 앞으로 과제가 계속 나올 것 같은데 하나로 퉁치려는 🐕수작성 의도도 배제할 수는 없겠습니다...ㅋㅋㅋ;;). 쓰면서 작가님들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대충 스토리를 정해놓고 썼는데 쓰는 내내 '아닌가? 이렇게 할까?' '이게 나은가?' '이게 개연성이 있어?' 같은 속삭임들이 아우성치더라고요. 문장 표현을 할 때는 끊임없이 중도 수정의 욕망이 솟구쳐서 진도가 잘 안나갔구요. 막판에는 (일을 해야 해서) 일단 고! 그냥 올려!!라고 스스로를 다그쳐서 끝내버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고치고 싶은 부분이 여기저기 눈에 거슬리네요..🫣 맛보기에 불과했지만 작가 또한 극한직업이구나 깨달았습니다. 작가님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
저도 수헤이님 아이디어에 깜짝 놀랐어요~ 다른분들 것도 너무 대단하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코멘트를 놓쳤는데 수헤이님과 어제 대본을 주고받은 사이라 내적 친밀감이 상승하여 댓글 남겨봅니다 ㅎㅎㅎㅎ
ㅎ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내적 친밀감 업업! (그러고 보니 극단에서도 불륜 커플 많이 나올 것 같네요 ㅋㅋㅋㅋ)
헉;;;;;; 극단에서도 ㅎㅎㅎㅎㅎㅎ 저는 남편을 사랑합니다~~~
남편은 계속 사랑하셔도 괜찮습니다..ㅋㅋ
저는 이 말씀이 왜 이렇게 웃긴지 모르겠어요. @초록책잔 님의 진지한 말씀 때문인지, @SooHey 님의 답변 때문인지(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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