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는 이제야 읽었습니다. 결말 좋으네요. 잘 쓰셨습니다. 부럽네요. 저는 투란도트 때도 못 썼는데, 이 작품도 빛 너머로 보내버려야할 것 같습니다. 한 자도 못 쓰면서 잘난 척 드럽게 많이했죠? >.<;; 앞으로 두 작품 남았는데 한 편이라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못 쓸 것 같습니다. 엉엉~
[📚수북플러스] 6.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stella15
내로
좋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부담드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내심 stella15님이 남겨주실 결말이 기대되긴 해요. 실은 앞서 작성해주신 글을 보면서 눈에 크게 뜨여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다가 별안간 가슴이 뻘개진 듯 타올랐고, 그 상태로 몇 번이나 주억거리니 어느새 마음이 식어갔으며 끝에선 끄응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무슨 감정기복 병에 걸린 환자 같네요. 원래는 차분한 편입니다..) 그만큼 감정을 강하게 당기는 글을 쓰셨고, 그렇다면 나머지 두 작품의 세 번째 미션인 결말 쓰기 미션을 수행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스텔라님의 능력은 10년 전쯤 출간하신 책 한 권과 이번의 글로 확인했으니 이제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제가 다른 글에서 @연해 님에게 포틀랜드 오피스텔은 그 자체로 완전한 결말인 것 같다라고 말하며 당신의 생각은 어떤지 물었으나 예비 최우수 졸업생 자격을 갖추신 연해님은 저를 비유를 들어 놀리시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이 장면을 목격하신 @장맥주 님께서는 새로운 시대의 문예창작과에 입학한 이상 그 누구도 과제에 있어서 예외는 없다는 투로 다시 한번 규칙을 명백히 하셨고, 저는 지금 불안해 떨며 제 옆에 놓인 은은한 보라 빛깔 표지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네요. 말이 길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서론이었습니다. 본론은, 사실 어제 stella15 님의 긴 글에 괜한 답변을 단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친한 친구를 지키려했는데 그게 과했던 것 같아서요. 지울 수도 없으니 더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그런데 stella15님이 제 글에 이렇게 답변을 먼저 남겨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선물 같은 댓글이었습니다.

stella15
ㅎㅎㅎ 조금 아까 내로님 글에 답글을 달았는데 어쩌죠? 하지만 넘 걱정 마십시오. 저 기분 상한 것 없습니다. 근데 친한 친구를 지키려하셨다는 게 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는 그믐에 온 이래 (1년이 조금 넘었슴.) 지 금이 가장 좋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또한 저에게도 용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로님도 저와 같으시길...^^

새벽서가
공노식 씨는 피곤함인지 몽롱함인지 모를 기분에 휩싸여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열고 주위를 돌아봤다. 흰 벽, 창이 없는 방, 그리고 그의 몸을 감싼 환자복. 어디에 있는 것인지, 어쩌다가 이곳에 이렇게 누워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죽은 아내를 만날 생각에 들떠 있던 공노식 씨는 현관문 잠그는 것도 잊었고, 그 탓에 바뀐 비밀번호를 모르고 있던 딸도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딸이 보고 들었을 광경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내 눈에는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아내를 딸은 보지 못했을 것이고, 딸은 혼자 남은 아버지가 결국 정신줄을 놓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떻게 이 사정을 이야기할까 고민하던 공로식 씨는 팔목이 허전한 것을 느끼고는 질끈 눈을 감았다. 팔찌… 어디로 갔을까? 누가 가져갔을까? 아무리 떠올려도 딸아이가 아버지를 부르며 울던 모습, 사위의 황망해하던 표정, 앰뷸런스에 반강제로 태워지던 때까지만 기억이 날뿐 그 후로 이 방에서 며칠을 보낸 건지,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지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환자분,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아내를 꼭 빼닮은 간호사의 팔목에 낯익은 팔찌가 보인다. 어디선가 징 소리가 울린다.

장맥주
마지막에 팔찌가 보이고 징 소리가 나면서 <환상특급>이라는 자막이 올라가면 딱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아이러니와 딜레마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개인적으로 이런 아이러니들을 특히 좋아합니다. 욕망을 추구한 바로 그 행위가 그 인물의 발목을 잡는 것. 그리스 신화에 이런 인물 많이 나오지요? 거창하게 말하자면 휴브리스를 깨닫게 해주는 아이러니라 하겠습니다. 딱 500자로 이런 아이러니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리지
제가 상상해 본 결말은 이렇습니다. 문단 간격을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네요. 최대한 읽기 편할 것 같은 모양으로 띄워두겠습니다.
------------
공노식 씨와 수녀는 이번에도 동진 하이셀 파크 상가 B동 2층에 자리한 커피전문점에서 마주 앉았다. 누구도먼저 말을 내뱉지 않았다. 수녀는 잘 우러난 국화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거칠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공노식 씨는 커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싸쥔 채 침을 꿀꺽 삼켰다. 공노식 씨가 옅은 헛기침 뒤에 입을 뗐다.
“그날 일……. 제 딸에게 비밀로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녀는 공노식 씨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공노식 씨는 말을 더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지난날 공노식 씨는 수녀가 알려준 대로 주문을 외우고 징을 쳤다. 간절하게 빌고 빈 끝에 안방에서 인기척이 났다. 공노식 씨는 조심스럽게 안방 문을 한뼘 열었다. 등을 돌린 채 앉아 있는 아내가 보였다.
“은아 엄마?”
공노식 씨는 대답하지 않는 아내를 향해 안방 깊숙한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아내 얼굴을 마주한 공노식 씨는 기겁하며 주저 앉고 말았다. 아내의 머리는 물론 몸 여기저기서 피가 흘렀고 굵직한 관절마다 뼈가 살 밖으로 튀어 나와 있었다. 공노식 씨는 재빨리 아내의 이마를 쓸며 피를 닦았다.
“은아 엄마, 내가 미안해. 옆에 못 있어 줘서 미안해.”
공노식 씨가 아내의 두 손을 잡자 멍한 눈을 하고 있던 아내가 눈을 맞췄다. 아내가 말했다.
“은아 아빠. 나 찬우 보러 못 간대. 내가 비 오는 날 찬우 데리러 못 가서 찬우가 화났나 봐.”
아내는 어긋난 골반뼈와 다리를 일으켜 세우며 공노식 씨 손을 움켜 쥐었다. 여보, 우리 찬우 데리러 가자고, 지금. 은아 엄마, 이 꼴로 어디를 가, 일단 얘기 좀 해, 그럼 은아 아빠 몸 좀 빌려 줘. 아내는 두 손으로 공노식 씨의 목을 힘껏 잡았다.
공노식 씨는 끅끅거리며 뒷걸음질쳤고 아내를 매단 채로 안방을 나와 거실에 이르렀다. 아내가 잘 아는 장소인 게 화근이었을까. 아내는 공노식 씨의 손을 놓더니 절뚝거리며 부엌으로 걸어갔다. 공노식 씨가 켁켁거리는 사이 아내는 식칼을 꺼내 들었다.
“은아 엄마, 칼 내려 놔.”
공노식 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에는 아내가 묵직하게 휘두르는 칼을 몇 번은 피했지만 점점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상의가 찢어졌고 상처가 났다. 아내의 기합 소리가 울렸다.
그때 작업 방에서 엿듣고 있던 수녀가 달려나와 아내의 양 팔을 뒤에서 붙잡았다. 아내는 칼을 떨어뜨리자 재빨리 공노식 씨에게 달려들어 팔을 붙잡았다. 힘을 주다 대리석 바닥에 엎어진 아내는 공노식 씨의 바짓단을 꽉 움켜 쥐었다. 수녀가 아내의 두 다리를 잡고 당기는 바람에 아내가 쥐고 있던 공노식 씨의 바지가 벗겨졌다. 아내는 알 수 없는 괴성을 질렀다. 당기고 당겨지고 다시 당기고. 세 사람은 이리저리 구르며 엉키고 설켰다. 공노식 씨가 힘이 빠진 틈에 수녀가 잽싸게 아내를 당겨 작업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는 소리가 났고 수녀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수녀님, 하지 마세요. 제발! 은아 엄마, 제발 진정 해! 진정하고 얘기 좀 하자고!”
아내의 발인 때도 울지 않았던 공노식 씨는 목 놓아 울부 짖었다.
문고리를 부수고 방 안으로 들어간 공노식 씨 눈 앞에는 바닥에 주저 앉은 수녀가 있었다. 공노식 씨는 트렁크 팬티에 군데군데 찢어진 상의만 입은 채였다. 어디에선가 피가 흘러 손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멀리서 은아가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게, 그날 공노식 씨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공노식 씨는 어느 병원의 회복실에서 팔에 링거를 꽂은 채로 눈을 떴다. 은아가 침상에 팔베개를 한 채 잠들어 있었다. 공노식 씨는 힘겹게 손을 들어 천천히 은아의 이마를 쓸었다. 오랜만이었다. 은아의 눈가에 마른 눈물 자국이 보였다.
공노식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문을 쓰기 보다는 아내를 위해 기도하라는 수녀의 조언을 따랐어야 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수녀에게 와 달라고 부탁한 것이 다행이었다. 공노식 씨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아내와 찬우를 다시 만나려면 곧장 빛 너머로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마지막 순간에 원한 같은 거나 후회 할 일이 없어야 해. 그리움은 한 켠에 두고, 공노식의 삶을 끝까지 살아야 한다. 공노식의 현재를 살아야 해.
똑- 똑- 똑-. 링거 병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묵주랑 징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안 주셔도 돼요. 더이상 필요 없으시면 그냥 버리세요.”
공노식 씨는 멋쩍은 미소를 짓고는 커피 잔을 바라보았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공노식 씨는 말을 이었다.
“저기, 이건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혹시 종신 서약을 하셨는지요?”
“그걸 왜 물으시죠? 무법 행위를 한 수녀는 성직자 생활을 하면 안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런 뜻이 아니라, 종신 서약 전이시면 수도자 생활을 그만 두고 경제 활동을 하심이 어떠신가 해서요. 동생이 요양원에서 지낸다고 하지만 여기에 생계를 이어가야 할 어머니도 계시지 않습니까. 대학교에 등록하고 산학연계 수업을 들으면 공부하면서 일도 할 수 있고. 관련 자격증도 딸 수 있고요. 제가 있었던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실 수 있도록 추천서를 써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함부로 판단하지 마세요. 그리고 동정하지 마세요.”
수녀는 공노식 씨를 노려보았다.
“동정이 아니고 그날 도움 받은 것에 대한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수녀님의 신앙심에 대해 판단할 생각도 그럴 자격도 없습니다. 컴퓨터 같은 걸 고칠 게 아니시라면 제가 도움 드릴 수 있는 방법은 그 쪽 뿐이라…….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십쇼.”
수녀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수녀님”
수녀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다시 공노식 씨를 보았다.
“제가 그래도 아들을 키워봤습니다. 혹시 동생에게 어른 남자가 만나서 해 줄 수 있는 이야기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괜찮으시면 요양원 갈 때 같이 가시죠. 제가 동생 분 한 번 만나 보겠습니다.”
“동생에게 필요한 건 제가 찾아서 해요.”
“예. 잘 알고 있습니다.”
공노식 씨는 창밖으로 시선을 옮기며 은아를 떠올렸다. 아픔을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손을 내밀 수는 있으니까. 집에 가면 비밀번호를 다시 바꿔야 겠다고 생각했다. 창 밖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이 보였다. 늦가을 햇살이 나무를 비추자 잎이 떨어져 비어있던 자리가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
* 이번에도 무척 어려웠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을 구해보려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장맥주
이 결말을 읽으면서 ‘진짜 주인공은 수녀님인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구해보려는 시도에 대해 쓰고 싶으셨다는 말씀을 듣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진주인공이 수녀님이라면 <빛 너머로> 전체가 전과 다르게 다가온다, 수녀님 캐릭터 역시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무릎을 쳤습니다.
-수녀님은 가톨릭 수녀이지만 무속을 이용한 퇴마술을 한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가족이 아닌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도 혼백을 부린다.
-수녀님은 혼백만 부릴 뿐 아니라 육체적인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격투나 부상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수녀님은 퇴마술을 할 때 징이나 묵주 같은 무구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 것이 없어도 능력을 행할 수 있다.
-수녀님은 산 자와 죽은 자에게 무엇이 옳은지 알지만 그들이 깨닫지 못하면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스스로 깨닫게 놔둔다.
-수녀님은 다른 사람에게 쉬운 위로를 건네지 않으며 본인도 그런 위로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수녀님은 다른 사람을 돕지만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다른 이들에게 그 사실을 떠벌리지도 않는다.
-공노식 씨는 자기가 도움 받은 만큼 수녀님을 도우려 하지만 방법이 잘못 되었고 수녀님은 홀홀 떠난다.
이쯤 되니까 한 회 등장하는 캐릭터의 시선으로 본 ‘하드보일드 퇴마 수녀님’ 시리즈의 에피소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녀님이 너무 멋지신데요. 다음 에피소드도 나와야 할 거 같습니다.
이번에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초록책잔
얼마전 개봉한 송혜교 주연의 <검은수녀들>이 딱 이런내용인데 영화가 생각보다 매력적이게 다가오지 않아서 안타까웠어요. 영화에서도 무속인과 콜라보로 퇴마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굿아이디어라고 생각했거든요. 혜교수녀님 넘 이쁜데 <더 글로리>의 문동은이 고대로 수녀님된듯한 ^^; @장맥주 바쁘신와중에 숙제내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당

리지
와, @장맥주 작가님! 작성해주신 수녀님 캐릭터 너무 멋진데요! 작가님께서 높은 해상도로 제 글을 봐 주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놀랍고 감사하고 또 너무 좋습니다. 그에 비해 제가 낮은 이해도와 해상도로 글을 쓴 건 아닐지, 괜히 걱정도 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네요. :)
결말을 쓰면서 점잖은(척하는) 공노식 씨도 흐트러뜨려보고도 싶었어요.(공노식 씨를 구해주신 분들께는 어쩐지 죄송했어요) 공노식 씨와 수녀님의 대화를 먼저 썼더니, 그런 대화가 나눠질만한 명분? 같은 사건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글이 길어졌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에는 500자에 가깝도록 노력해 볼게요. (흐아 이것도 너무 어려운 일)
글을 써보니까 금기를 깨는 시도를 하는게 떨리더라고요. 고작 결말 조금 덧붙이는 건데도요. (저는 사실 깬 것도 아님) 소설 형식의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는 게 이번 그믐 모임에서가 처음이라 더 떨린 것도 있고요.(자발적으로 참여했지만 이렇게 댓글 달 때도 떨려요) 어렸을 때 천주교 세례를 받아서, 수녀님을 수녀라고만 적어본 것도 처음이고요. 저도 이런데,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신 차무진 작가님은 어떠셨을지, 그 마음을 아주 조금은 헤아려보게 되었어요.
저는 문학의 소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아직까지는) 믿고 있어요. 아마도 계속 믿을 것 같아요. 근데 이게 이전까지는 독자가 가진 믿음 혹은 믿는 상태였다면, 글쓰기 숙제(?)를 하면서는 이 믿음이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 같았어요. 저 믿음을 기반으로 한 문학의 가능성과 포용성을 느끼면서, 거기에서 오는 모종의 자유로움? 같은 경험으로도 확장되는 느낌이었어요. 소설 읽기와 소설 쓰기는 정말 다른 경험 같아요. 혹은 읽기만으로도 충분히 확장될 수 있는데, 아직 제 독서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네요.^^; 다음 작품에서는 어떨지 부지런히 읽고 써보겠습니다. 결말 이어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
밥심
엄마가 동생 이야기를 고백했을 때 난 엉뚱하게도 처용이 떠올랐는데 그 순간 아멘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하나님이나 예수님이나 마리아님이 아닌 동해에 살던 용의 아들 중의 한 명이라고도 알려진 귀신 쫓는 처용을 먼저 떠올렸다는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난 수녀이기 때문이다, 난 지랄 맞은 수녀이기 때문에 동생의 성욕에 시달리는 엄마의 불쌍한 처지를 타개해보고자 귀신을 이용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순간 묵주와 십자가를 집어 던지고 싶었지만, 바오로 신부님이 수녀 생활을 시작했던 초기에 해주신 말씀이 정말 핵심을 찔렀다는 자각이 날 살려주었다, 종교란 곧 문화야, 그곳의 문화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진다, 그러니 아그네사 수녀님은 이곳 한반도에 깃들인 문화, 정령, 혼백에 관심을 가지고 현생이 고달픈 사람들에게 다가설 수도 있어야 해, 그 말씀이 나에게 직접적인 해법을 가져다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난 귀신을 이용해서 시간을 벌었다, 엄마도 나도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 기간이 억만년처럼 고통스러웠지만 우리는 참아내었다. 기도와 저주를 끊임없이 내뱉으면서.

장맥주
그러고 보니 수녀님이 했을 법한 신학적 고민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신앙을 잃고 귀신에 의존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퇴마사처럼 귀신을 도구처럼 이용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는데, 따지고 보면 의존이건 이용이건 수녀님에게는 엄격히 금지된 일이었겠네요. 위령 기도, 위령 미사, 연옥 개념이 있는 가톨릭에서 죽은 이의 혼백을 저런 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중죄일까요? 처용을 떠올린 것조차 찜찜하게 여기는 엄격한 인물이었다면 내적 갈등이 극심했을 듯합니다.
바오로 신부님의 견해는 일견 포용적인 것 같기도 한데, 저도 신학 지식 없는 얄팍한 신자여서 가톨릭 교리가 정말 저런지 모르겠네요. 하기는 제사를 적극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별 고민 없이 점집 찾아가는 기독교인도 많이 봤고요. 생각지 못했던 캐릭터의 고뇌를 탐구해주셨네요.
원래 <빛 너머로>가 방황하는 영혼과 실현되지 않는 구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는데 잘 몰랐어요. @밥심 님이 덧붙여주신 결말 덕분에 <빛 너머로> 전체를 다시 보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SooHey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이런 짓을 "디비쫀다"라고 하는데요...(보통 수학 시간에 영어 공부하고 영어 시간에 국어 공부 하는 애들한테 쓰는 말이죠..;) 스압을 거슬러오르면서 잘하는 짓인가 고민이 되었지만 계속 생각했던 줄거리인데 일에 치여 못 쓰다가 오늘 일 치우고 대충 썼는데 걍 올립니다( @정명섭 작가님 지송해여;;;). 마감을 어겼으니 학점은 (D만) 안주시면 됩니다(F 환영! ㅋ).
-----------------------------------------------------------------------
지잉-
공노식 씨는 팔찌를 낀 손으로 가볍게 징을 두드려봤다. 우복상이 진동을 먹는지 생각보다 작고 울림 없는 소리였다.
지이잉-
좀 더 세게 두드리자 심장에 전달될 만큼의 진동이 느껴지며 진저리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진저리 끝에 갑자기 이 상황에 대한 역겨움이 밀려왔다.
지금 뭐하는 거지?
괴력난신을 좇는 자들을 경멸하던 그였다. 하지만 홀로 남은 외로움과 아내에 대한 그리움은 경멸과 두려움을 덮고 남을 만큼 컸다. 어떠한 아름다운 소네트의 조화로운 율격도, 24개의 장조와 단조를 관통하는 바흐의 완벽한 평균율도 그가 모니터에서 본 육체 있는 영혼을 구현해주지 못했다. 그에게 징소리와 주문은 더 이상 괴력난신을 좇는 미망이 아닌, 실재를 구현하는 방법론이었다.
그는 모든 이물스러운 감정들을 억누르며 징을 두드렸고 쉴 새 없이 입술을 달싹이며 주문을 외웠다.
호메눔 리벨리오 루프리텔캄 누멘 디비눔
호메눔 리벨리오 루프리텔캄 데오 볼렌테
호메눔 리벨리오 루프리텔캄 스폰테 데오룸 ...
그의 귀로 되돌아오는 징소리와 주문 소리가 점점 서걱거리는 이물감과 두려움을 거두어들이자 서서히 징채를 휘두르는 팔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이 놀라울 만큼의 속도로 팔을 마구 휘젓는 느낌이었다. 심장의 전기 신호를 뒤흔드는 것 같은 징의 진동이 숨이 가빠올 정도로 가슴을 후려갈겼다. 그때였다.
쿵쿵쿵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였다. 그는 징채를 잡은 손을 멈추고 잠시 숨을 죽였다.
기척은 안방 쪽이 아니라 현관문 쪽에서 들려왔다.
아내인가? 그런데 왜 안방이 아니라 현관문에서......?
쿵쿵쿵, 드륵드륵
잠긴 현관문 손잡이가 헛돌았다.
“찬우 엄마?”
쾅쾅쾅쾅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아까보다 더 격렬한 두드림이었다.
아내임이 분명했다. ‘아아, 내 간절한 부름에 빛을 향해 나아가던 발걸음을 돌려 온 것이다!’
“여보!”
공노식 씨는 떨리는 손으로 다급히 문을 열었다. 순간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와 그의 눈을 하얗게 덮었다.
잠시 후 눈을 가렸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가 본 것은 핏발 선 눈을 부릅뜬 검은 야차 한 마리였다.
*************
‘아이고 머리야.’
공노식 씨는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들었다. 끈적하고 뜨거운 것이 묻어난다. 아마도 쓰러지면서 어딘가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진 모양이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어라? 어찌된 거지? 분명 여기 징이 있었는데, 어디로 갔지? 분명 아내가 문 밖에 온 것 같았는데......’
그는 지혈을 하려 화장실로 가 수건장을 열었다. 그런데 수건장은 텅 비어 있다.
‘어라? 은아 이 기집애가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그는 지혈할 것을 찾아 집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집 안 분위기가 이전과 사뭇 다르다. 그의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던 서재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가 앉아 은아가 끓여온 죽을 퍼먹던 식탁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는 급히 안방과 찬우 방을 둘러보았다. 마찬가지로 방들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부여잡고 은아의 방 앞으로 갔다. 은아가 시집간 후 열린 적 없는 그 방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려보았다.
삐이걱―
문은 쉽게 열렸다. 잡동사니가 꽉 차 있던 그 방 역시 휑뎅그레한데 어두운 방 안쪽에서 희끄무레 빛나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 빛을 향해 다가갔다.
천장에 반짝이는 나비와 꽃, 꿀벌이 달린 모빌이 은은한 오르골 소리와 함께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주위는 어둑했지만 모빌이 있는 공간만은 환하게 빛났다.
그는 홀린 듯 모빌을 바라보며 아주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
“지난달 2일, 서울 강동구 **동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살해됐습니다. 윗집에 살던 4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두른 겁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 변조)
“(가해자가) 최근 들어 환청 같은 거 많이 듣는다고. 밑에 집에서 층간소음이 일어났다고 혼자 생각을 하고...”
“조사 결과 그는 실직한 이후 한 달 이상 집밖으로 나온 적이 없는 소위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였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윗집에서 나는 우퍼 스피커의 진동에 오랫동안 시달렸지만 항의 한 번 하지 못하다가 사건 당일 한밤중 울리는 강한 소음에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공구함에 있던 망치를 들고 윗집에 찾아가 무속 행위를 하던 노인을 살해했다고 자백했습니다. ”
<인터뷰> 김** / 범죄심리학 박사
뇌에서 신체적인 고통과 정서적인 고통을 느끼는 영역이 거의 동일해요. 부정적인 정서 경험을 오래 하면 느끼는 통증은 신체적인 고통과 거의 유사합니다. 소리라는 보이지 않는 물체로 매일 맞다 보면 매일 누군가에게 맞는 것만큼의 고통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보니까 엄청난 공격성이 올라오는 거죠. 죽여 버리고 싶다....
김씨는 티비를 끄고 경비실 밖으로 나왔다.
동진 하이셀 파크는 며칠 전 일어난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사건으로 단지 전체가 흉흉했지만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자치회와 부녀회의 입단속으로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부녀회와 자치회에서는 주민들에게 외부인에게 관련 이야기를 하지 말아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기자들은 눈에 띄지 않게 단지 내로 들어와 사람들을 만나 자초지종을 수소문했고, 인근 주민들은 윤곽만 보면 알 만큼 허술하게 모자이크 처리를 한 아파트 단지의 이미지가 방송이며 인터넷에 버젓이 올라앉았다.
망치에 맞아 죽었다는 그 노인은 자신과 교대근무를 하는 이가 “교수님, 교수님” 하며 말공대를 하던 이였다. 교수라고는 하는데 툭하면 와서 남들이 버린 컴퓨터며 스피커, 온갖 잡동사니 가전을 주워 가는 것이 저장강박 형태로 치매가 온 것이 뻔해 보이는 노인네였다. 사건이 일어나고 이 주째 되는 오늘 보니 사흘이 멀다하고 집에 들르던 딸과 사위가 집안의 짐들을 모두 처분하는지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붙인 물건들이 108동 옆 화단 옆에 쌓였다. 낡았지만 묵직하고 값나가 보이는 책상이며 의자를 보니 교수라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던 것 같긴 한데... 김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교수면 뭐하고 고관대작이 다 무슨 소용인가. 혼자 살다 정신줄 놓으면 그저 독거노인에 치매노인인 것을. 결국 이 사달이 났으니 덧없고 변덕스러운 것이 인생사지. 그나저나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네. 쯧쯧’
쌓인 물건들을 둘러보는 그의 눈에 뭔가 반짝 빛나는 것이 들어왔다. 개다리소반 위에 쇳덩어리 같아 보이는 것이 하나 놓여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징이었다.
“그 노인네도 참. 아파트에서 이런 걸 두드리고 있으니 망치를 맞지. 끌끌.”
혀를 차던 김씨는 징을 들어 무게를 가늠해보았다. 놋쇠인데다 묵직한 것이 고물상에 넘기면 못해도 만 원짜리 서너 장은 받을 수 있는 무게였다. 그는 눈에 띄지 않게 재빨리 마대 자루에 징을 담아들고 경비실로 돌아가며 징 판 돈으로 삼겹살에 소주나 한 잔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SooHey
잼나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ㅜㅜ 제가 학교 과제도 성적처리 마감 직전에 던지듯 제출하는 인간이라 퇴고를 제대로 안해서 오류가 좀 있네요;; 위아랫집도 헷갈리고(공노식씨가 아랫집 삽니다) 사건 날짜도 그렇고(며칠 전이 아니라 2주전).. 퇴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추신: 야차 정보 드립니다.
https://namu.wiki/w/%EC%95%BC%EC%B0%A8

SooHey
@초록책잔 님 말씀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재밌게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남해 연수 꼭 오세요. 제가 따끈한 돼지국밥에 로컬 브루어리에서 만드는 유자 막걸리 대접하겠습니다!
밥심
전 몇 달에 한번 정도 남해 옆동네 사천에 출장을 갑니다. 다음주에도 출장이 예정되어 있고요. 저 삼천포대교 건너에 그믐 급우가 살고 있구나 하고 한번 쯤 생각하게 될 것 같네요. 즐독하십시오!

SooHey
이웃동네에 자주 오시는 군요^^ 저도 어제 볼일이 있어 진주 다녀오는 길에 삼천포 대교 공원에 잠시 들렀다 왔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밥심 님도 짬나실 때 대교 건너오십쇼. 돼지국밥에 탁배기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초록책잔
꺅~~~제가 맥주다음으로 사랑하는 막걸리!!!! ㅎㅎㅎ 진주를 일주일에 세번 가신댔는데 어느 요일에 가시나요? 마지막주 진주 부모님댁에 가는데 아쉽게도 순천을 방문하게 됐는데 남해까지는~~~여름방학에 길게 한국방문하면 그때엔 남해 고고!!!
기다려 유자막걸리!!!
@SooHey 그리고 야차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세상은 넓고 배울건 많다!!!

SooHey
저는 올해 12월까진 화수목 진주에 갑니다. 다음주에는 월화수목이고요ㅎㅎ 웰컴투진주!

초록책잔
이크~ 토일 갓다 월에 다시 서울와요ㅋㅋㅋ 이렇게 비껴가나요ㅋㅋㅋ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