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지요! ㅎㅎ
[📚수북플러스] 6.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밥심
내로
만연체 소설을 경험한 적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이 문체에 뭔가 독자를 홀리는 듯한 마력이 있는 것 같아요. 확실하게 화자의 상태와 과정이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수 있겠다!는 결론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어요.

장맥주
갑자기 시현이 진짜 쌍×임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 이건 아동학대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복적 정의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걸까, 하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던져봤습니다. 엄마를 잃고 엄마를 닮은 이모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낮에는 태연한 모습을 연기하고 밤에는 이를 악물고 엄마, 엄마 부르며 지쳐 잠드는 아이 앞에서 복수가 무슨 의미일까요.
그러고 보니 <나>도 시현도, 자신이 입은 피해만 생각하는 아주 이기적인, 그리고 어른이 되지 못한 인간들이었군요. 그런 연우에 대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저 역시... 통찰 있는 글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잘 읽었습니다.

리지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잘 써보고 싶었는데, 늘 어렵네요. 이런 저런 결말을 상상해 보다가, 이런 답변을 가져왔습니다.
———
아저씨, 안녕하세요. 연우예요. 놀라셨죠? 이모 이름으로 보내야 아저씨가 보실 것 같아서요. 죄송해요.
소파 틈 사이로 포켓몬 카드가 떨어졌는데 꺼내려고 하다가 편지들을 발견했어요. 이모가 숨겨 놨나봐요. 남의 편지를 보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너무 궁금해서 봤어요. 처음에는 아저씨가 보낸 줄 몰랐어요. 그런데 편지를 보다 보니 건이랑 제 이름이 나와서 놀랐어요. 아저씨가 이모랑 저를 책임지겠다고 써 있던데,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럼 아저씨는 더이상 건이를 책임지지 않으시나요?
이모가 더이상 건이랑 카톡하면 안 된대요. 얼마 전에 건이한테 카톡했을 때 건이도 그랬어요. 아저씨가 다른 사람을 좋아해서 떠났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저랑 관련이 있대요. 그래서 만날 수 없다고 했어요. 미국에 있을 때 한국 가면 다시 만나서 놀자고 약속했는데. 그런데 편지를 보니까 아저씨가 좋아하는 사람이 우리 이모네요. 건이한테도 말하셨나요? 건이한테 말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안 했어요.
아저씨, 그럼 우리 이모랑 결혼하실 생각이신 건가요? 있잖아요, 아저씨.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꾸 사라져요. 아빠도. 엄마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포틀랜드에서 만난 건이도요. 건이랑 바닷가 갔을 때 엄청 재밌었는데. 그러니까, 아저씨…….
우리 이모는 데려가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이모가 없으면 저는 혼자예요. 이모를 보면 아저씨 편지가 떠올라서 눈물이 날까봐 꾹 참고 있어요. 이모한테 물어보고 싶지만. 무서워요.
어른들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어른들은 속닥거리기만 할뿐 저한테는 말해주지 않아요. 근데 작게 말해도 제 이름을 말하는 거는 다 들려요. 왜요? 하고 물으면 다들 아무 것도 아니래요. 다른 얘기 하는 거래요. 엄마가 다른 사람에 대해 몰래 말하는 건 나쁜 거라고 했어요. 다른 사람에 대해 근거 없이 소문을 퍼뜨리는 것도요.(아저씨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우리 이모도요) 아저씨는 편지라는 증거가 있어요. 아저씨가 저 몰래 제 이야기를 했으니 저한테 사실을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주 목요일부터 영어 학원 방학이에요. 이모한테는 그날 친구 집에 가서 논다고 말할게요. 3시에 00역 앞에 있는 맥도날드 2층에서 만날 수 있나요? 제 전화 번호는 이거예요. 010-XXXX-XXXX 카톡해주세요. 조금 늦을 수도 있어요.
만약 사람들이 없는 다른 장소가 좋으면 다른 곳으로 가도 좋아요. 아저씨가 이모한테 말한 오피스텔은 어떨까요? 포틀랜드가 생각난다는 그곳이요. 저도 거기 가보고 싶어요. 이모가 아저씨랑 오피스텔로 가게 될지. 가서 보고 싶어요. 20XX년 X월 XX일 연우가 드립니다.

초록책잔
어머!! 연우야~니가 왜 거기서 나와~ @리지 님 놀랐습니다!!
그리고 잘 읽었습니다 와우~

SooHey
와... (급훈 생략) 신박한 결말입니다! <윤희에게>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동시에 떠올렸네요. '나'가 우리 연우를 만나 줄 것인가?! 연우는 사랑의 오작교가 될 것인가, 카타칼이 될 것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가져올 만한, 변환 젠더 같은 결말이네요~

리지
그나저나 급훈 생략이라니, 제가 아직 앞에 내용들을 다 못 읽얶는데요, 따라잡 을 내용이 많은 것 같네요!!! 으핫, 그리고 부끄럽게도... 말씀해주신 영화들을 아직 못봤습니다...ㅜㅜ 네이버에 검색해봤어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많이 들어봤는데, 봐야지 봐야지 하고서는 아직 못봤네요. 저의 게으름을 반성하며 볼 영화 리스트에 추가하러 가보겠습니다! :)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소향
@리지 세상에. 천진한 연우 입에서 나오는 이 어마어마한 이야기라니요!!

연해
헝... 연우야.
연우와 건이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궁금했는데, @리지 님의 글을 읽으며 후련하기도,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어른들은 속닥거리기만 할뿐 저한테는 말해주지 않아요. 근데 작게 말해도 제 이름을 말하는 거는 다 들려요."라는 이 문장이 뼈를 때리네요. 모를 것 같지만 실은 다 알고 있는 아이들. 아니 어쩌면 더 많은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아이들과 대화하다가 가끔 놀랄 때가 있는데, 당시 상황을 너무나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더라고요(그때의 기류나 감정까지도). 그런 걸 보면 제가 너무 오만했던 것 같고, 행동을 똑바로 하고 살아야겠다 싶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고.
근데 "아저씨가 저 몰래 제 이야기를 했으니 저한테 사실을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니, 연우 되게 야물딱진 아이였네요.

리지
@연해 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헝 연우야… 저도 이런 마음으로 글을 썼어요. 아이들과 대화하다가 놀랄 때가 있다는 말씀에도 매우 공감합니다. 결말에 적지는 않았지만, 연우의 편지를 읽고, 소설 속 ‘나’가 어떤 반응을 할지도 자꾸 상상해보게 돼요.

장맥주
와.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글입니다. 오해 없이 들으시기를요. 다이아몬드가 떠오릅니다. 다른 보석들과 달리 투명도가 높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빛을 비추어도 다른 모습으로 반짝거리지요.
(1) 정말 연우가 쓴 글일까?
(2) 정말 연우가 이 글처럼 생각하고 있을까?
각각의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4가지 상황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4가지 상황이 모두 설득력 있으면서 감정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a) 예-예의 조합: 너무 슬퍼요. 도대체 이 아이는 뭘 잘못했기에 어른들의 치졸한 치정 싸움에 다쳐야 하는 거죠.
(b) 예-아니오의 조합: 연우야. 너 무슨 꿍꿍이인 거니? 왜 <나>를 불러내는 거니? 사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니? 섬뜩하구나.
(c) 아니오-예의 조합: 그래요, 아이가 썼다기에는 지나치게 글이 어른스러워요. 그러면 연우의 사정을 잘 아는 누군가가 연우 대신 편지를 쓴 걸 텐데 그게 누굴까요. 시현? 이렇게까지 마지막 한 방을 날리려는 건가요?
(d) 아니오-아니오의 조합: <나>의 편지는 아주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 것 아닐까요? 그 편지를 손에 쥔 자는 뭘 꾸미려는 걸까요? 편지 내용이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나>를 저 장소로 유인하는 걸까요? 이 시나리오도 너무 무섭습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색찬란 결말,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소향
@장맥주 오 마이 갓! 이 분석력이라니! 리지님의 글을 다양한 시각으로 다시 볼 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슨상님!

리지
와... @장맥주 작가님, 제가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영광이에요! 제 글을 이렇게 읽어볼 수 있는 거였군요. 저는 한 개의 조합만 떠올리고 글을 썼는데요, 4개의 조합이 가능했다니요! 사고 실험을 이렇게 확장해야 되는구나, 보다 더 부지런히 해야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오늘도 많이 배웁니다, 교슈님! (감동의 눈물 글썽) 늘 넓고 깊고 세심하게 글을 읽어주시고, 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문예창작과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네요오 :)

연해
와... 역시, 작가님! 아니 이 방에서는 교수님:)
저는 개인적으로 c를 읽으면서 시현이라는 인물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무서운 여자였어...).
읽고나니 문득 제 결말도 조금 더 다른 버전으로 각색해보고 싶어졌는데요. 이를테면 이런 거죠.
시현이 '나'에게 죽음을 암시한 편지를 보낸 건 '나'가 자신에게 집착할 것(@미스와플 님의 글처럼)을 두려워한 나머지 꾸며낸 훼이크였고, '나'는 시현이 죽었다 생각하고 더 이상 찾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현과 연우는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 훗날 성인이 된 연우와 건이가 우연히 마주치고 관계가 다시 시작된다면? (빠밤!) 그 또한 파국이려나, 라는 상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재미있네요.

수북강녕
한강 변 오피스텔 12층 9호.
"등기부등본은 확인 안 한 거야?"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내용의 질문들을 수없이 받았다. 너와의 밀회를 즐길 단꿈에 젖어 허둥댔던 것은 사실이지만, 등기부등본도 확인 안한 것은 아니었다.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명절 연휴 때면 해외 골프 여행을 가던 호사는 대개 처가의 초대였을 뿐, 실제로 내 개인의 생활은 그리 여유롭지 않았다. 법무팀 변리사라는 직업은, 연봉이나 처우가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문학적인 급여를 받는 것도 아닌 포지션이다. 태생적으로 변호사라는 성골 집단 대비 당연한 아래였고, 그나마 수입은 아내에게 고스란히 오픈되었다. 풍족한 집안에서 자란 아내 입장에서, 회사원의 월급이란 일 주일에 두세 차례 쓰는 도우미 비용이나 건이의 영재원 수업, 첼로 레슨 비용을 지불하기도 빠듯한 것이었다. 아내가 다니는 호텔 피트니스 센터나 미용실 선결제는 장모님이 해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기에, 나의 노동에 따른 소득을 자랑스럽게 여기거나 그에 대한 지분을 강하게 주장한 적은 없다. 그렇기에, 너와의 추억이 아스라한 포틀랜드를 떠올리며 남서 양쪽으로 창이 난 분위기 있는 집을 얻기 위해 내가 선뜻 낼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았다. 주변 시세를 꼼꼼히 확인할 시간적 여유나 이성적 사고 체계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209호 오피스텔의 계약서가 사기로 작성된 것이 내 탓은 아니다.
몇백만 원을 수임료로 제시한 변호사는 너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느냐고, 후회하느냐고 묻는다. 비난, 연민, 안타까움, 그리고 약간의 이해가 그의 얼굴에 살짝 깃들었다. 다루는 사건이 달라도 변호사들은 한결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전세사기 변호사가 주저없이 입을 뗀다. 나의 정상참작에 대해 말하기보다 실익이 없어 보인다고.
너와의 매 순간을 곱씹는 것보다, 한강 변 오피스텔의 계약 과정을 곱씹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너에게 쓰는 편지보다,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 재난이라고, 국가가 구제해야 한다고 쓰는 탄원서가 더 어렵다. 험한 일, 궂은 일을 마다않고 10년을 벌어 1,2억을 마련하고, 다시 전세 대출로 1,2억을 마련해 입주한 꿈의 보금자리를 하루아침에 날리게 된 사람들과 더불어 그 탄원서를 써야 하기에 더욱 어렵다.
한때 내 꿈같은 공간이었던 포틀랜드 오피스텔. 외벽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을 묵묵히 바라본다.
'이곳은 사회적 재난 현장이다. 다 부수고 나간다. 경매에 참여하면 전세사기의 공범이다.'
포틀랜드는 더 이상 추억의 이름이 아니다. 힘껏 누르던 너의 목덜미를 놓고 통곡하던 때처럼, 내 눈에는 다시 눈물이 흐른다. 나의 안락한 삶이 과연 언제였던가. 내가 할 수 있었을 더 좋은 것을 상상하는 사치 대신, 내가 망치지 않았을 것을 돌이켜보는 시간이다.
(많은 부분, 소향 작가님의 「포틀랜드 오피스텔」과 장강명 작가님의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를 참고하고 차용하여 썼습니다 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

SooHey
우와 완전 리얼리즘 소설로 전회! 잼납니다요. 제 취향 ㅋㅋ

초록책잔
저도 와~222
이 모임은 진정 하나의 작은 소우주 같아요.
끊임없이 별이 탄생하고 있음!

SooHey
제 예상이 맞았지 뭡니까?! 오호라~ See far!!
추신: 급훈 시행령 부칙좀 고정해주시면 안 될까요? 스압을 거슬러 올라가 매번 확인하기가 힘이 듭니다;

장맥주
외워서 체화하시라는 의미에서 일부러 고정하지 않았습니다. 흠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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