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과제 제출합니다.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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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피아노 음률이 마지막 음을 끌었다. 오재민은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라디오 전원을 꺼버렸다. 차 안에는 엔진 소리만 낮게 깔렸다.
"종점이 없는 여행이라..." 강민규가 텅 빈 도로를 보며 중얼거렸다.
"염병." 오재민이 짧게 뱉었다.
그 후로 몇 주가 흘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처럼, 그들의 일상도 서글프고 뻔한 불륜 사건들로 채워졌다. 모텔 주차장에서 잠복하고, 등산로 입구에서 바람피우는 현장을 덮치고, 증거 사진을 찍어 의뢰인에게 넘기는 일의 반복이었다. 크리스마스의 흔적은 사라지고, 길거리에 쌓였던 눈이 차바퀴에 짓이겨져 회색 얼음으로 변해가던 무렵, 그들은 또다시 월령시에 와 있었다.
월령시의 낡은 모텔. 싸늘한 외풍이 창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오재민은 좁은 싱글 침대에서 눈을 떴다. 순간 숨을 멈췄다.
바닥에서 자기로 했던 강민규가 어느새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옆에 누워 있었다. 추위를 못 이긴 모양이었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오재민은 기겁하면서도 꼼짝도 하지 못하고 강민규의 뺨을 내려다보았다. 푸르스름한 면도 자국, 무방비한 얼굴. 광대 아래에 흩어진 눈썹 세 가닥마저 선명했다. 낯선 온기가 불편하면서도, 동시에 형용하기 어려운 안도감을 주었다. 그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
이런 온기가 절실해질 만큼 자신이 나약해졌다는 사실이 굴욕적이었다. 동시에, 자신이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누군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모든 것이 이런 식으로 엉망진창이 된 것은 그날, 그 식당에서부터였다.
'우리는 그때 그 식당에 가지 말았어야 하는 기야.' 오재민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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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최고급 일식당. 두 사람은 좌불안석이었다. 니코틴 살인 사건, 일명 '붕어빵 사건'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김규찬의 자백을 받아냈지만, 2심에서 뒤집혔다. 그들이 사용한 조작된 사진과 불법적인 휴대폰 조작이 발각되면서 증거 능력이 상실되었고, 김규찬은 자백을 번복했으며, 결국 무죄가 선고되었다.
완벽한 실패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선애 변호사의 보스가 식사를 제안했으니, 가시방석일 수밖에 없었다.
"표정들이 왜 그래요? 누가 보면 내가 잡아먹는 줄 알겠네."
보스가 웃으며 사케 잔을 채워주었다. 1인당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도미 한상 코스가 눈앞에 펼쳐졌다.
"지난번 일은 유감입니다. 하지만 실수는 누구나 하는 법." 보스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과정이 좀 거칠었을 뿐, 두 분의 능력은 충분히 확인했습니다. 한 번 파트너는 영원한 파트너죠."
그는 젓가락으로 붉은 참돔 회를 가리켰다.
"이번 사건, 공교롭게도 그 붕어빵 가게가 얽혀 있었죠?"
강민규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놈의 붕어빵 때문에 다 꼬였죠."
보스가 도미 회 한 점을 집어 들며 말했다. "그래요? 나는 그 붕어빵이라는 게 참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원래는 이 도미 모양이었다고 하더군요. 일본에서 건너온 건데, 이 땅에 와서는 친근한 붕어 모양이 됐지. 왜 그랬을까? 도미는 비싸고 귀하지만, 붕어는 흔하고 친숙하거든."
보스는 강민규와 오재민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법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날것의 진실은 비리고 불편해요. 사람들은 그걸 소화할 능력이 없어. 그저 입맛에 맞게 잘 꾸며진 이야기를 원하는 거지.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거요. 비싼 도미를 먹기 좋은 붕어로 바꿔주는 일. 참 창의적이야. 안 그래요, 오 탐정?"
오재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사케 잔을 비우며 말했다. "…그렇습네다. 창의적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지요." 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체념이 섞여 있었다.
보스는 오재민의 사케 잔을 채우며 말을 이었다.
"지난번 실패는, 굽는 방식이 서툴렀기 때문입니다. 조작한 티가 나서 옆구리가 터져버렸거든. 다음번엔 더 정교해야지."
그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냉혹함은 서늘했다.
그때 강민규가 안절부절못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이런 고급스러운 자리가 처음이라 너무 긴장했는지, 장이 좀…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보스가 인자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강민규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보스는 오재민에게 몸을 기울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평양 소식은 듣고 있습니까?"
오재민의 어깨가 굳었다. 보스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철진 소좌. 그분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 않소?"
오재민은 전율했다. 리철진. 자신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유일한 사람.
"어떻게... 그 이름을 아시는 겁니까?"
"내가 모르는 건 별로 없어요, 오 탐정. 문제는, 최근 북조선에 숙청 바람이 거세다는 거요. 남으로 넘어간 자들 가족, 그리고 그들과 엮인 관련자들이 핵심 타겟이라는군."
보스가 다시 등을 기대며 여유롭게 말했다.
"이 소좌, 지금 숙청 명단에 올랐소. 하지만 명단이란 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거요. '반역자'를 '망명자'로 서류를 고쳐서 남으로 데려올 수도 있지. 당신 곁으로."
보스는 오재민의 비어있는 술잔을 다시 가득 채워주며 나직하게 덧붙였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면, 때로는 붕어빵 틀을 스스로 뒤집어쓸 줄도 알아야지."
그때 문이 열리고 강민규와 코스의 마지막인 하얀 지리가 함께 들어왔다. 뽀얀 국물에서 깊은 향이 올라왔다.
"이야… 지리가 나왔네요." 강민규가 국물을 한 숟갈 뜨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국물이... 이건 뭐 위증도 술술 나오겠는데요? 변호사님들 이거 먹고 법정 가시나 봅니다."
강민규의 농담에도 오재민은 웃을 수 없었다. 그는 숟가락을 들었지만, 국물 맛을 느낄 수 없었다.
—
오재민은 눈을 떴다.
입 안 전체가 바싹 마른 채 모텔의 싸늘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지독한 냉기였다.
"야, 일어나."
오재민은 옆구리를 파고든 강민규를 흔들어 깨웠다.
"으음… 뭐야, 벌써 아침이야?"
강민규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언제 들어와서 자는 거야." 오재민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 추워서. 맞다. 어젯밤에 김변한테 새 의뢰 파일 받았어. 보스가 아끼는 사람이라더군." 강민규가 하품을 하며 침대 옆 바닥에 둔 노트북을 집어 열었다. "스타트업 대표 자살 건이래. 불륜이 날개를 달았고."
화면을 스크롤해 내리던 강민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 젠장, 이거 봐."
"왜."
"이거, 지난번 붕어빵 건이랑 판박이야." 강민규가 허탈하게 웃었다.
오재민이 건조한 눈으로 파일을 훑었다. 남편이 외도했고, 죄책감에 유서를 남기고 죽었다. 문제는 시부모가 아내를 타살 혐의로 고소했다는 것.
"아내는 남편 명예 지킨다고 유서를 법정에 안 낸대. 자기 무죄 증거인데도."
강민규가 혀를 차며 다른 서류를 꺼내 보였다.
"그런데 이거 봐. 남편이… 김 변호사 쪽에 이걸 다 넘겼어. 아내가 안 낼 줄 알고. 아내가 유죄 판결받을 것 같으면 그때 공개하라는 조건으로. 진짜 사랑이지."
강민규는 감탄했지만, 이내 표정이 심각해졌다.
"근데 이게 문제야. 김 변이 이걸 그냥 '짠'하고 법정에 내면, 상대 변호사가 물고 늘어질 거야. 증거 은닉이다,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 특권 위반이다 뭐다 해서 증거 능력 자체를 박살 낼 거라고. 지난번처럼 옆구리 터진 붕어빵 신세가 되는 거지."
진실이 눈앞에 있지만, 그 진실을 진실대로 사용할 수 없는 아이러니였다.
"결국 우리가 할 일은… 이 증거를 아주 그럴듯하고 합법적으로 발견하는 거네. 남편의 숨겨진 클라우드 계정을 해킹했다고 할까?"
강민규가 탐정답게 머리를 굴리는 그때, 침묵하던 오재민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차가웠다.
"아니. 불법 증거라고 역공당할 수 있어."
강민규가 놀라 오재민을 바라보았다.
"보스가 원하는 건 이야기야. 법정이 납득할 만한, 흠집 없는 발견이지."
오재민은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 채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시부모가 아내를 고소했고. 아내는 남편을 사랑해서 증거를 안 내. 남편은 그런 아내를 사랑해서 따로 증거를 남겼어. …그럼 우리도 그 사랑을 이용해야지."
"사랑을 이용하다니, 무슨 소리야?"
오재민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리철진 소좌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더 그럴듯하고, 깨끗한 이야기가 필요해. 법정이 좋아할 만한."
강민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평소의 오재민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말이었다. 강민규는 그의 옆얼굴에서 낯선 냉기를 느꼈다. 그들이 공유하던 어떤 경계선이 방금 무너져 내린 것 같았다.
오재민은 스스로 뱉은 말이 우스운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다시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쇠틀에 찍혀 나온 듯 똑같은 회색빛 건물들이 무감각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 황량한 풍경을 응시하며, 그는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렸다.
"…참, 창의적이구만."
[📚수북플러스] 6.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내로

초록책잔
와~또다른 단편을 한편 읽은듯한~~잘읽었습니다! 꾸벅^^
내로
또 다른 단편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셨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stella15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면, 때로는 붕어빵 틀을 스스로 뒤집어쓸 줄도 알아야지."
좋은데요? 초록책잔님 말씀대로 또 다른 버전을 보는 것 같습니다. 차분하게 잘 쓰셨네요. 잘 보고 갑니다.^^
내로
제가 오재민을 너무 몰아세웠지요? ㅎㅎ 그의 유머(남조선사람들은 참말로 말을 잘 꾸미네)를 원작의 소재와 함께 그에게도 현실화될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물론 이야기는 그가 '상상'하는데서 그쳤기에 그가 '어떤 선택'을 내릴 지는 모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해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으로 @내로 님만의 서사를 완벽하게 구사하셨네요! 거기다 보스 포스가... 같이 있으면 살 떨릴 것 같은 기분. 부드럽게 웃으면서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사람 몇은 너끈히(?) 보낼 것 같습니다(로펌이 이렇게 무서운 곳이었나...). 개인적으로 이 대사가 와닿기도, 무섭기도 했어요.
"법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날것의 진실은 비리고 불편해요. 사람들은 그걸 소화할 능력이 없어. 그저 입맛에 맞게 잘 꾸며진 이야기를 원하는 거지.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거요. 비싼 도미를 먹기 좋은 붕어로 바꿔주는 일. 참 창의적이야."
읽으면서 살짝 재밌었던 포인트는 강민규와 오재민의 분위기였는데요. 저는 강민규를 진중한 캐릭터로, 오재민을 장난스러운 캐릭터로 묘사하려 했는데, 내로님의 글은 그 반대라는 점. "그들이 공유하던 어떤 경계선이 방금 무너져 내린 것 같았다."는 대목이 스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끝으로 오재민의 마지막 말을 빌려, 이 소설을 읽으며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싶어) 놀랐던 제 마음을 대변해보고자 합니다.
참, 창의적으로 잘 쓰셨네요!

SooHey
"월령시의 낡은 모텔. 싸늘한 외풍이 창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오재민은 좁은 싱글 침대에서 눈을 떴다. 순간 숨을 멈췄다.
바닥에서 자기로 했던 강민규가 어느새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옆에 누워 있었다. 추위를 못 이긴 모양이었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오재민은 기겁하면서도 꼼짝도 하지 못하고 강민규의 뺨을 내려다보았다. 푸르스름한 면도 자국, 무방비한 얼굴. 광대 아래에 흩어진 눈썹 세 가닥마저 선명했다. 낯선 온기가 불편하면서도, 동시에 형용하기 어려운 안도감을 주었다. 그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잠시 기대했었는데.... ☞☜ 혹시 BL 장르에는 관심 없으십니까..? ㅎㅎ
@연해 님이랑 전국 일등을 다퉈주신 @내로 님 덕분에 이번 모임이 정말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소중한 경험과 멋진 과제물들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게다 멋진 급훈까지! :)
추신: @연해 님이랑 합의는 보셨는지요?
내로
덕분에 BL 장르가 도대체 무엇인지 찾아보았습니다. Boys Love... 수헤이님, 제게 BL 장르에 관심 없느냐?고 물으셨어요. 저는 과연 BL 장르가 (군대를 다녀온 입장에서) 매우 현실적인 소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배님들께서 길을 터주신다면 제가 그 길을 넓... 아니 즐거이 걸어보겠습니다...(용기없음)
제가 경험한 BL 장르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역시나 아름다운 문장의 연속이었지만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저는 연인보다는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에 더욱 관심이 갑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요.
ps. 아.. 합의는.. 실은.. 아주 커다란 사연이 있었습니다. @연해 그죠? 어떻게 교수님이랑 잘 해결보셨습니까?

장맥주
그 길을 넓... 저는 왜 이런 데서 빵 터지죠. ㅋㅋㅋㅋㅋㅋ

SooHey
그러게 말입니다.....? 크흠...

stella15
헉, 내로님 남자분이셨어요? 근데 전 왜 지금까지 여자분일 거라고 생각했지? ㅎㅎㅎㅎ 미안합니다. 글을 차분하게 쓰셔서 그랬나 봅니다.ㅠ 근데 남자분이라니까 더 좋은 거 있져? ㅎㅎ 암튼 내로님도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다음에 또 뵈어요.^^
저도 <소년> 읽었는데 별로 좋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ㅋ
내로
우리는… 우리의 성별은 중요치 않다. — 투란도트의 집 패러디
ㅎㅎ 수고하셨다는 말이 뭔가 위로가 되네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장맥주
역시 모든 것은 BL로 귀결하는... 성별은 중요치 않습니다. ㅋㅋㅋㅋ

장맥주
잘 읽었습니다, @내로 님!
강민규-오재민 콤비가 안락의자 탐정까지는 아니었어도 원래 작품에서 상당히 퍼즐 미스터리 분위기가 있었죠. 그런데 덧붙여주신 결말 덕분에 하드보일드 분위기도 나고 에스피오나지 장르 색깔도 입혀지네요.
원래 강민규-오재민이 서재에서 회색 뇌세포를 굴리는 학자보다는 현장 노동자 분위기인 데다 그들의 이력도 하드보일드나 첩보물 주인공에 상당히 잘 어울리기 때문에 이 결말이 캐릭터의 풍미를 살려주는 거 같습니다. 그들이 각각 흉터가 있는 사내들이구나, 자신들을 쫓아다니는 과거와 매일 맞닥뜨리는 현재가 양쪽 모두 녹록지 않아 매일 뛰고 구르고 크고 작은 상처들을 입으며 살아야 하는 존재구나, 게다가 그들이 속한 판 자체가 안전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덧붙여주신 이야기가 메인디시의 무게를 더해주는 후식 같았습니다.
감사합니다!
p. s. 근데 저도 @SooHey 님 댓글처럼 어... 어째 BL 쓰시면 잘 쓰실 거 같은데...? 하고 생각했답니다. ㅎㅎㅎㅎㅎㅎ 짧은 문단인데도 케미의 파도가 넘실넘실 들어오네요!
내로
윽, 삶의 거대한 이면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모든 것이 BL로 귀결되는 것 같아 슬픕니다 작가님..ㅠㅠ
농담이구요 ㅎㅎ 매번 과제마다 정성으로 피드백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아마 포틀랜드?) 작가님들이 어떤 지점을 조명해주실까? 하는, 정말 학생다운 고민을 하며 과제에 참여했습니다. 그 고민의 시간들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문예창작과라는 너스레가 급훈으로, 더 나아가 시행력 부칙 1조로 승화되는 것을 보며, 교수님의 아량과 포용, 그므머 님들의 사랑과 재치에 감탄했습니다. 더 신나는 다음을 기약합니다. 감사했습니다~
Kiara
지난주에 완독했어요! 완전!! 한편한편 흥미진진했어요. 머리가 요즘 많이 복잡한데, 집중하게 되는 그런 ㅎㅎ 감사합니다 작가님들 :)
모임 시작하기 전에 [투란도트의 집]읽었는데요, 관심있게 읽었던 예쁜책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X 청춘>도 나오고 갓파도 나와서 오! 하며 흥미 뿜뿜이었습니다. 모임 전에 엄청 활발하게 나누었던 영화 얘기 흘끔흘끔.. 오.. 나도.. 하면서도.. 끼어들지는 못했고요... ;;
나머지 소설들을 일정보다 늦게 읽으면서.. 엉청 활발한 대화들에.. 결국 끼어들지 못하고.. D-3을 맞이하였습니다.. 허허허...

소향
키아라님 완독 감사합니다. ^^

고우리
늦게나마 와주셔서 감사해요 키아라님~
내로
이번이 아니면 무려 4분의 작가님에게 동시에 이런 질문을 던질 기회가 없을것 같아서 질문드려봅니다. @장맥주 @차무진 @소향 @블레이드
이번에 원작 소설의 결말 이후를 상상해보는 과제를 하면서, 저는 '독자의 경외심'과 ‘작가의 욕망' 사이에서 길을 잃는 경험을 했습니다.
원작의 '결'(분위기, 문체, 주제)을 해치지 않고 충실히 따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한편, 새로운 사건을 통해 원작 인물에게서 '더 깊은 진실'이나 '새로운 변화'를 끄집어내고 싶은 욕망 또한 강하게 충돌했습니다.
결국 '이게 원작을 망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발견한 이 진실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부딪혔습니다.
작가님들께서는 혹시 '이 인물은 그 후에 어떻게 살았을까?'를 지독하게 고민하게 만든,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단편(혹은 작가)이 있으신가요?
만약 그 작품의 '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그 인물을 통해 '더 깊은 진실'을 탐구하는 후속 이야기를 써야 한다면, 작가님께서는 원작의 '결'을 지키는 것과 새로운 '진실'을 발명하는 것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실 것 같은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차무진
@내로 님 질문에 조심스레 답을 드립니다.
1. 작가님들께서는 혹시 '이 인물은 그 후에 어떻게 살았을까?'를 지독하게 고민하게 만든,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단편(혹은 작가)이 있으신가요?
단편은 떠오르는게 없고요, 장편 중에는 코맥 매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의 마지막 삶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코엔 형제의 영화로 유명하지만 원작은 영화와 너무도 같아서 코엔 형제가 존경스러울 지경입니다. (보통 그정도 되는 감독들은 원작을 제 멋대로 비틀려고 시도하거든요. 코엔형제는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더 위대해졌지요)
시거 는 소설에서 철저하게 신념을 지키는 인물이었는데요, 운명과 숙명의 차이를 구분했어요. 살인에서 말이지요. 시거는 꼭 '운명'일 떄 상대에게 동전 던지기를 시켜요. '숙명'은 신이 내려준 죽음이고(무슨일이 있어도 죽어야 하는, 죽여야 하는 것이고) 자신은 신의 사자로 여겨 숙명 상황이면 절대로 동전던지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거가 보기에 '운명'은 우연히 끼어든 죽음입니다. (주유소 사장, 주인공의 아내 등) 그래서 그들에게 동전던지기를 시키지요. 너희는 내 숙명자가 아니니 일단 기회를 준다, 나는 숙명자만 죽이니까.
시거는 이후 어떻게 살았을까? 어떤 청부살인을 수행해면서 자신의 신념을 내보였을까? 너무 궁금할 지경입니다. 존경하는 매카시 옹이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당장 뉴멕시코의 자택으로 가서 물어보고 싶습니다.
2. 그 작품의 '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그 인물을 통해 '더 깊은 진실'을 탐구하는 후속 이야기를 써야 한다면, 작가님께서는 원작의 '결'을 지키는 것과 새로운 '진실'을 발명하는 것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당연히 새로운 것을 씁니다. 더 깊은 진실의 탐구는 소설 작업에서 충분히 했을 터이고, (지긋지긋해서 거들떠 보기도 싫습니다 ㅎㅎ) 후속 이야기를 쓰는 것도 생각보다 재미가 없습니다. 왜냐면 작품을 쓰고 이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작품에 다시 들어가기가 쉽지 않고, 설사 들어갔다고 해도 처음 쓸때의 그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또 '그게 그렇게 중요했나?'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요.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 그래서 이번에 '그므머'님들께서 해주신 장교수님의 숙제가 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모처럼 즐거운 질문을 주셨네요. 그간 @내로 님께서 쓰신 멋진 글들이 머리속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요즘, 마지막 늦가을을 만끽하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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