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에 왜 이렇게 고수 분들이 많은 걸까요. 갑자기 겸손해집니다.
그리고 제가 결말을 덧붙여 쓴다면 꼭 이렇게 썼을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이후의 이야기와 너무 비슷하네요.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욕심을 덜어내야 했다.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욕심을, 그녀에게 주는 만큼 나도 돌려받고 싶다는 욕심을, 슬픈 사람들의 세상에서 그녀를 구하고 싶다는 욕심을, 이런 마음이 왜 욕심이냐고 묻고 싶은 욕심을. 내 노력이 고될수록, 내 마음이 깊은 거라고 믿었다. 욕심을 덜고, 또 덜고, 다시 덜어낸 끝에 결국, 마음까지 덜어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부분 너무 슬픕니다. 마지막 문장 [나는 아무 것도 내걸 수 없었던 것이다.]도요.
잘 읽었습니다, 향팔님.
[📚수북플러스] 6.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장맥주

향팔
하찮은 글을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허접해서 창피했지만 에이 내가 쓴 건데 허접한 게 당연하지! 하는 생각에 철판 깔고 올려보았습니다. 장맥주님이 주신 세 번째 과제(?)를 받았을 땐 이런 건 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제로 해보니 너무 재미있네요! (예전의 제 경험도 살짝 들어가 있어요.) 읽는이로 하여금 글쓰기의 세계를 잠시 경험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장맥주
저도 덩달아 뿌듯합니다. 첨밀밀 소개해드린 것보다 더...
그런데 픽션을 정말 처음 써보신 건가요?? 안 믿겨요!

향팔
네, 처음 써봤어요. 오래 전에 속터지는 연애를 할 때 매일밤 질질 울면서 일기장에다 한탄을 하곤 했는데, 그때 경험을 돌이켜보며 썼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이후의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하셔서 반갑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상상 못한 색다른 결말이 많이 나와줘야 재밌잖아요!) 다른 분들이 써주신 결말을 읽어보니 저는 ‘그녀’의 이야기를 너무 생략해버린 것 같아 아쉬워요.

고우리
향팔님, 장강명 작가님의 문장을 너무나 잘 흡수한 결말인데요? 소설 한 편 쓰셔도 되겠습니다!

연해
@향팔 님의 소설, 너무 잘 읽었습니다. 핑, 팡, 퐁까지 등장하다니! 차무진 작가님 말씀처럼, 매끄럽게 이어지는 흐름에 장작가님의 번외편을 읽는 기분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소맥을 몇 잔 말았다'는 문장이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했고요(헤헤). 욕심에 대한 사유의 문장들은 한 문장, 한 문장이 묵직하게 공감됩니다. 하지만 역시나! 마지막 문장이 여운처럼 잔잔히 남아 가장 좋았어요.
"나는 아무 것도 내걸 수 없었던 것이다."

향팔
@연해 님, 고맙습니다. (연해님, 예전에 벽돌 책 읽기 방에서 말씀하셨죠? 제 얘기를 바탕으로 짧은 소설 한 편… 저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나중에 연해님 책에다가 친필 사인도 꼭 받으렵니다.)

연해
네, 그럼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10년 후 재회하신 두 분의 아름답고 운명적인 로맨스! (이 글을 쓰면서도 입고리가 계속 올라가네요, 히히) 그때도 말씀드리긴 했지만, 필력이 부족해 문장은 엉성하더라도 꼭 쓰고 싶은 이야기예요. 저의 연인과 닮은 점이 많으셨던 LP바 사장님! 저야말로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향
@향팔 갈수록 놀라게 되네요. 저 3번 미션 진짜 포기할래요 ㅋㅋㅋㅋ
내로
사실주의를 너머 진실주의 소설이라는 장르가 있나요? 있다면 저는 그렇게 읽혔어요. 화자가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모습이, 29살의 치기만이 가능한 그 열정이 너무나도 진실 같아서요. 저라도 그즈음에는 끝장을 봐야했을 것 같아요. 서른 중반이 넘어가면... 아무래도 기력이 쇠해져서... 그렇게 못할 것 같거든요..

향팔
진실주의라는 말씀에 으아 어떻게 아셨지!? 싶었습니다. 스물아홉 즈음의 제 경험을 돌이켜보며 끄적거린 결말이어서요. 내로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도 이젠 그때의 저랑은 많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바닿늘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스포일러가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시 조만간 볼 계획이 있으시다면 조심해서 읽어주세요. ^^;;)
나는 그 남자의 선택이 틀렸음을 증명해보고 싶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그녀와의 첫 대화를 떠올렸다. 문학에 관심이 깊은 듯했고, 일본 문학은 이미 익숙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 함께 한국 문학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떠오른 인물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속 영혜였다. 그녀가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았다고 하기에, 나는 여러 해석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다프네와 아폴론' 신화로 읽는 해석을 전해주었다.
"큐피드를 놀린 아폴론은 금화살에 맞아 다프네를 사랑하게 되고, 다프네는 납화살에 맞아 그 사랑을 거부하며 결국 나무로 변하죠. 그건 폭력적 욕망으로부터의 탈출, 소멸을 통한 자유였어요."
나는 이어 <채식주의자>가 이 신화를 현대적으로 비틀었다고 설명했다. 영혜는 폭력적인 세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인간성을 버리고 식물로 변한다. 형부는 예술이라는 이름의 욕망으로 그녀를 붙잡으려 하지만, 영혜는 끝내 몸을 버림으로써 자신을 지켜낸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내 이야기에 흥미를 보였다. 나는 여전히, 그녀를 향한 다음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고우리
와, 이런 크로스오버(?)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장맥주
이탈리아 오페라와 일본 소설은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는 한국 문학...! 농담이고요.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바닿늘님 써주신 글을 읽다 보니 <투란도트의 집>은 이야기를 말하는 이야기, 이야기들을 곱씹는 이야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그녀를 향한 다음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고 말하는 마무리가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직 아이의 죽음과 자신의 고통을 합당하게 설명할 이야기를 찾지 못한 것 아닐까, 그러니 그녀를 구할 이야기는 그녀와 그녀의 아이, 그리고 죽음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여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렇게 만들어질 그녀를 위한 이야기에 화자가 설 자리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젊은 화자는 이야기의 빈틈이나 부러진 부분을 발견하고 수선하는 데 재능이 있어 보입니다. ‘이야기 수선공’이라는 역할을 그가 맡게 되기를 빌어봅니다. 좋은 이야기 감사해요.

마키아벨리1
내가 창 밖을 보았을 때 내게는 달보다는 별빛이 무척 아름다왔다고 생각했다.
문득 내 머리 속에는 오페라 토스카 속 아리아가 떠올랐다.
별은 빛나고 대지는 향기로운데
정원의 문이 열리고 가벼운 발소리 들렸지
향기로운 그녀가 다가와 내 품에 안겼네
오, 달콤하고 뜨거운 입술
고운 그녀의 베일을 벗겼네
사랑의 꿈은 이제 영영 사라지고
절망 속에서 나는 죽어가네, 죽어가네
아, 죽게 된 이 생의 귀함을 이제 깨닫네
그녀와의 사랑이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닫게 된 지금은
나는 거짓에 속아 죽음을 맞게 된 스카르피아가 된 듯 하였다.
아니,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의 사랑을 얻었지만 나는 그녀로 인해 죽어 가는 더 비참한 존재가 된 것이다.
그 때 깨달았다. 나는 칼라프가 아니라 류였다는 사실을.
그러자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오직 나만의 희생을 통해서만 그녀는 다시 사랑할 수 있고 그녀의 사랑을 기다리던 그녀의 남편과 다시 재결합할 수 있음을. 그녀는 무의식 속에 자신의 사랑을 일깨워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을 대상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점차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지고 어떤 선택을 할 지 눈 앞이 깜깜해졌다.
창 밖을 다기 보니 이제는 별도 달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고우리
너무 슬퍼요 ㅠㅠ 죽음을 통한 구원 ㅠㅠ

장맥주
창밖에 달이 없었군요. 그리고 @마키아벨리1 님이 묘사하는 그녀는 제가 그렸던 것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이군요. 그리고 화자도 제가 그렸던 것보다 똑똑하군요. 자기를 구할 정도로 똑똑하거나 당차지는 못한 거 같지만... 저는 <투란도트의 집>이 전반적으로 초점이 안 맞은 사진처럼 탁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임팩트 있게 선명한 마침표를 찍어 주셨습니다.
그녀가 화자의 희생을 받은 뒤에도 남편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나서는 건 아닐까 싶어 소름이 끼쳤어요. 투란도트로 시작한 이야기가 토스카로 마무리되는 것도 참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연해
희생의 대상을 찾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원작보다 더 아찔하네요. 스스로를 파괴시키는 걸 넘어 계속해서 희생양을 찾고, 또 찾고... 이제는 별도 달다 보이지 않는다 말하는 화자의 모습에서 쓸쓸함을 넘어 두려움이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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