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하하하 웃기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인데...제가 50프로의 지분으로 연해님을 웃겨드렸다니 기쁨으로 하루를 마무리 할것 같습니다 ^^
[📚수북플러스] 6.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초록책잔

SooHey
제 의도에 정확히 부합하는 반응이십니다ㅋㅋ
@연해 님 문해력에 트리플 따봉 드립니다!👍 👍 👍

연해
세상에... 스토리를 이렇게 엮으시다니! 읽으며 놀랍고 신선했습니다. 남편에게 이런 반전이 있었군요. 구체적인 장소까지 등장해 더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메일함에 도착한 답장을 열어보면서 화자가 얼마나 두근두근했을지(링크 클릭해 본 사람, 저요, 저요!). 남편의 배신이 오히려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는 대목도 인상 깊었습니다.
"손이 닿을 것 같네요."라는 문장은 노란 가로등 불빛이 아니라 화자와 그녀의 또 다른 관계(당신에게 이제 손이 닿을 것 같네요)를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해 상상을 이어가게 하네요:)

SooHey
ㅎㅎ 세심한 감상평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엮다보니 그렇게 그린 점도 있지만 전 왠지 그 남편이 현실캐가 아닌 것 같아서 과감히 남편의 민낯을 까발려보았습니다ㅋㅋ(제가 <그알>이나 <사건반장>류에 심취한 인간이라;;)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열린결말일지언정 해피엔드의 가능성을 남겨둔 건 @고우리 님의 "그녀는 영원히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라는 말씀에 나라도 그녀를 살려야겠구나 하는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이래뵈도 INFP☺️).
둘이야 어찌 되든 그녀가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

연해
오, 마름모 출판사 대표님의 말씀까지 반영해주시다니! 더 감동입니다. 저야말로 이렇게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풀어주셔서 감사해요. 소설을 읽을 때도 말미에 등장하는 '작가의 말'을 좋아하거든요(TMI지만 평론가분들의 작품 해설은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쩝). @SooHey 님의 결말에서는 그녀가 오래오래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살았을 것 같아요.

고우리
악..... 저의 한마디가 이런 결말을?! 어쩐지 갬동입니다... @.@ 그녀가 햇빛 보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내로
너무 잘 읽었어요. 다 읽고 다행이다, 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작품이 확장되었고, 포근해졌어요. 공간이 주는 힘이 느껴지고, 노인이 나올 때는 하루키 어느 책에 나오는 노인이 나타난 것 같아서 두근거렸어요.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소설의 결말을 본 것 같아요.
내로
하.. see far. 그 노인이 공노식씨였다니... 간나라고 말한 사람이 오재민이었다니... 길게 보고가 끝이 아니라 다시 보고가 있어야 해요. 다시 보고는 영어로 뭐죠? see back... 아 look을 써야 한다네요. look back.. 룩백... 씨파와 룩백... 씨와 룩.. 씨룩. 씨룩씨룩.

마키아벨리1
멋지게 연애 유니버스를 마무리하셨네요 투란도트의 남자가 다시 행복해져서 더 좋은 것 같고요

SooHey
날씨도 점점 추워져 가는데 우리 주인공들도 월동 준비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ㅎㅎ
@마키아벨리1 님, 스압이 굉장한데 찾아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내로
며칠 동안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방 안에 틀어박혀 천장에 얼룩지는 희미한 빛을 따라가거나, 그녀를 떠올리며 위스키 향을 맡았다. 그동안의 나는 기지를 부리고 저돌적으로 입을 맞추면 상대를 구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복원의 희망 자체에 무심한 사람을 구하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했다. 내가 그녀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아니면 내가 그녀에게서 무엇을 구원받고 싶어 하는지조차 불분명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다시 그녀의 집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문을 열어주었지만 놀란 기색은 없었다. 마치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혹은 누가 오든 상관없다는 듯. 방 안은 며칠 전과 다름없이 전망이 없었고, 네온사인 불빛만이 붉게 명멸하고 있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그녀가 따라주는 술을 마셨다. 그리고 말했다.
"퐁한테 들었어요. 혈액암이었다고."
그녀는 잠시 나를 응시했다.
"본론을 말해."
"당신도 곧 죽을 것 같아요."
그녀의 공허하고 쓸쓸한 미소가 선명해졌다. 그것은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느리고 확실한 자기 파괴의 방식이었다.
"혹시, 당신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되는 거예요?"
"알아서 해."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응."
“아이가 죽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응. 셀 수 없이."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 말이 그녀를 구할 수 있을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럼, 나도 사랑해요."
"뜬금없어."
"그렇지 않아요. 나도 당신을 구하고 싶어요."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창밖의 네온사인이 그녀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사라졌다.
"진부하죠?"
"응. 술이나 먹어.”
우리는 말없이 술을 마셨다. 정적이 흘렀다.
"재미있는 이야기해줄까요?"
"그래. 너에게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가 있었지.”
나는 그녀에게 새로 쓴 투란도트의 결말을 들려주었다.
“그렇게 투란도트의 섹스는 전 세계에 생중계돼요. 그건, 마치 자신을 탐하는 모든 이와 섹스한 것과 다름이 없어요. 이제 그들은 투란도트를 가졌다고 착각하죠. 그러나 투란도트는 그 환상을 깨주기로 결심해요. 망루에 올라갔고, 뛰어내렸어요. 떨어지면서 말했어요. 이것이 모두에게 적절하―”
"그래서?"
"뭐가요?"
"투란도트가 뭐랬는데?"
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 바로 해요. 그럼 말해줄게요."
"얼마든지 해."
"조건이 있어요. 날 당신 몸으로 사정시켜요."
그녀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나는 그걸 보곤 미소지었다. 그렇다고 절망의 확인에 가까운 몸짓이 아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제 말해봐."
나는 그녀에게 티슈를 건넸다. 순간 눈물이 흘렀다.
"갑자기 조울증 환자가 된 거야? 왜 웃고 울어?”
"모르겠어요. 당신 만나고부터 시작됐어요. 말하자면, 슬픔이, 아주 거대한 슬픔이 어딘가에 박혀서 날 놓아주지 않아요. 거기에 물이, 끊임없이 차오르고 있어요."
나는 슬픈 사람들의 세상에 잘못 찾아온 한 마리 갓파였다. 그리고 이제 그 슬픔이 내게도 차오르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친절한 상담사가 된 거예요? 내 얘기 별로 안 궁금해 했잖아요."
그녀는 웃었다. 지하철에서 내 책을 보고 지었던, 그때의 웃음이 떠올랐다.
"다른 얘기 잠시 해도 돼요?”
나는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누가 그랬어요. 인생은 아름답지만 슬프다, 아니면 인생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둘 가운데 하나는 분명한 진실인데, 어느 것이라고는 결코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고요."
"누가 그랬는데?"
"몰라요. 줄리언 반스일 수도 장강명일 수도 있어요.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진실이에요. 저는 당신을 만나고 점점 슬퍼지고 있어요."
"죄책감을 심어줄 작정이야?"
"끝까지 들어봐요. 그때 왜 당신이 지하철에서 제 책을 보고, 가장 환한 웃음을 지었는지 알았어요. 당신은 지금 인간 세계에 발을 디디고 있지만 갓파의 세계를 꿈꾸고 있어요. 거긴 평균이 없으니까. 어떤 죽음도 용납되니까."
"그럴지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입으로 향하는 잔을 멈추어 다시 내려두었다.
"기억나요? 저한테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안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아니요, 생각해보니 아니에요. 아주 아니에요. 매우 중요해요. 남극 출신이었으면 우리는 만날 일이 없었겠죠. 무엇보다…”
나는 뜸을 들였다. 그러나 말해야 했다. “당신의 딸은 당신의 뱃속에서 태어났죠.”
그녀는 벙찐 얼굴이었다.
"그래서 죽었어요."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쳤어?"
나는 확인했다. 그녀에게 분노할 힘이 남아 있었다.
"그래요. 미쳤어요. 그래도 나는 지금 당신을 똑똑히 보고 말하고 있어요."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녀는 나를 노려보았고,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갓파요…” 나는 수습생처럼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 말이, 어쩌면 그녀와의 마지막이 될지 몰랐다. 알았지만, 재주를 부려야 했다. “아니, 푸치니는, 실패했어요. 그런데 갓파는요… 그래도 그 녀석은 살았어요. 아쿠타가와는… 그래도 그를 살려두었어요. 그가 가진 이야기의 힘을 믿었어요.”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TV에서 눈이 죽은 사람을 봤어요. 사람들은 그를 시각장애인이라고 불러요. 그 사람은 역사 교사이고 담임이기도 해요. 대한민국 최초의 시각 장애인 역사 선생님이라나 뭐라나. 그 사람은 눈 대신 손으로 세상을 읽었어요. 손을 점자 위에 대고 사라락 읽더라고요.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싶었어요. 그런 사람들도 그렇게 살더라고요. 그러자 당신이 떠올랐어요. 당신은 마음이 죽었잖아요. 그래서 느끼지 못하잖아요. 시각장애인이 눈으로 느낄 수 있는 게 없는 것처럼."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당신도 그 시각장애인처럼 계속 살면 안 돼요? 마음 대신 다른 걸로 느끼면 안 돼요? 길게 보고, 그렇게 살아보면 안 돼요? 죽지 마요. 우리 여기가 갓파의 세계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칼라프는 목숨을 걸었고, 그녀의 남편은 끝없는 기다림을 걸었다. 나는 고작 이야기의 결말을 바꾸는 것 외에는 걸 것이 없었다.
"당신 아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어나기로 선택했어요. 이 세계가 가면을 쓴 사람들로 뒤덮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당신 얼굴을 보려고. 일찍이 죽기로 선택하고 태어난 거예요. 혈액암은 당신 아이가 선택한 거예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벌거벗은 채로 창가에 섰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붉은 조명이 그녀의 알몸을 덮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녀가 천천히 머그잔으로 위스키를 마시며 말했다.
"너는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가 있어."
"고마워요. 그런데 방금 시각장애인 역사 선생님 얘기는 리얼이에요. 그리고, 그의 반 급훈요. 'See far'예요."
그 창가에서 고개를 들면 밤하늘도 조금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달이 참 아름답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정말로 멀리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투란도트가 뛰어내릴 망루를 찾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창가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거기 정말로 달이 아름답게 떠 있을까 봐 여전히 두려웠다. 내가 무엇을 더 내걸 수 있을지 생각했다.

초록책잔
세상에~~ 화자가 이 결말로 인해서 더 빛나는 사람같아 보입니다. 타인을 구원 할 수는 없지만 결말을 바꾸는 것을 걸어서라도
설득을 해보려는 노력(혹은 사랑) 멋집니다!!!
내로
책에서 화자가 투란도트의 새로운 결말을 만드는 것을 보고, 그들의 관계에도 새로운 결말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강한 당위성을 가졌습니다. 물론, 그녀가 자기파괴의 늪, 작가님 말대로라면 마약중독자 수준에 도달한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아주 사소한 연결"을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게 비록 이야기에.. 말에.. 불과할지라도요. 그리고, 말씀이 너무 예쁘세요. 빛나는 사람 같아 보인다니요ㅠㅠ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정말 화자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해요.

연해
갓파 모임(실은 BBB 북클럽이죠)에 당일, 함께 하지 못하셨던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이야기로 갓파를 여러 번 떠올리게 해주셨네요!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대화가 많아 두 인물이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녀의 인간적인 면도 돋보이는 것 같고, '아이의 죽음은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먹먹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 말이 맞는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 말을 받아들이기 버거웠을 것 같았거든요.
다만, 급훈은... 제 눈이 이상한 건지, 음... 보이는 대로 소리내어 읽었다가 (엇, 이거 아닐 거야) 다시 감정 잡았습니다. 내로님이야말로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가 있으신 게 아닐까요?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내로
맞아요. 지방을 핑계로 가지 못했죠ㅠㅠ 그때 이후로 두 번 정도 후회하고 말았습니다..ㅎㅎ 몰입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작 안에서 이야기를 구성하려고 애썼는데, 다소 펼쳐진 느낌이 있어서 작가님께 죄송하네요. 특히, @연해 님이 콕 찝어주신 그 부분.. 급훈. 그건 정말 빼야 했습니다. 마지막에 청소년 소설로 장르를 갈아탄 기분이네요. (청소년 소설을 비하하는건 아니에요. 저는 혹 소설을 쓴다면 청소년 소설은 꼭 쓸 겁니다. 진지..) 혹 퇴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급훈.. 반드시 뺐을 거예요(ㅠㅠ)

연해
두 번이나 후회해주셨군요! 저는 어떤 분이시려나, 궁금했습니다. 그래도 다시 이렇게 활자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반갑고 기뻐요. 급훈은... (하하하) 제가 맞게 이해한 건지, 개그인지(노리신 건가!) 살짝 헷갈렸지만 멀리 보라는 뜻으로 잘 새겨넣었습니다:)
내로
개그의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실제로 그 시각장애인 선생님 반의 급훈이 see far 이기도 했구요 ㅎㅎ 여주가 멀리보기를 바랐습니다. 연해님이 말씀하신대로 물리적인 힘이 없이도 시간이 해결해주기도 하니까요.

stella15
와, 내로님의 글은 그야말로 <투란도트의 집> 번외편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네요. 이곳 그믐엔 글 잘 쓰시는 분이 왜 이렇게 많은까요? 좋은 일이죠? 잘 읽었고, 수고하셨습니다.^^
내로
와, 정말요? 잘 읽어주셨다니 기쁨입니다!

고우리
"칼라프는 목숨을 걸었고, 그녀의 남편은 끝없는 기다림을 걸었다. 나는 고작 이야기의 결말을 바꾸는 것 외에는 걸 것이 없었다." 이 문장 너무 좋은데, 넘 슬프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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