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6.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포틀랜드 오피스텔」 세 번째 질문입니다. 「포틀랜드 오피스텔」 현재의 결말에 500자 정도를 더 덧붙여주세요. 바로 이어지는 내용도 좋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의 후일담도 좋습니다. 여러분들이 만든 결말을 읽고 싶습니다.
'예측 가능한 내 삶의 얼마 되지 않는 우연이었다' 우연, 우연이라. 풋, 웃음이 난다. 당신은 우리가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우연을 만든 건 너이나 우연을 받아들인 건 나다'라는 당신의 문장에 한동안 머물러있었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그걸 나에게 보여주겠다 말하는 당신의 모습이 가여울 지경이었다. 이 편지를 쓰면서 당신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가만히 그려보기도 했다. 아마도 진심이었겠지. 참 안쓰러운 사람이네, 당신. 당신은 참 쉬웠다. 내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당신 근처를 맴돌면서 행여나 들킬까 조마조마할 때도 있었지만, 포틀랜드까지 따라온 이상 돌이킬 수 없었다. 이은경의 세상을 산산조각 내고 싶었다. 계획에 당신을 포함시킨 건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내 어설픈 계획에 마침표를 찍은 건 내가 아니다. 바로 당신이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당신을 목표로 삼았던 건 아니었다. 이은경을 망가뜨리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 무작정 포틀랜드를 따라갔던 건데, 그런 나를 먼저 발견한 건 당신이었다. 당신을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나는 당신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Powell’s City of Books에서 당신을 처음 봤을 때, 나를 향한 당신의 시선을 느꼈다. 그 시선에 어떤 마음이 담겼는지 알아채고는 계획을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렸을 뿐이다. 아, 이쪽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삶의 계획이란 건 종종 주인의 의지를 배반하곤 한다. 당신의 과거를 들으며 마음이 흔들릴 뻔한 순간도 있었다. 전형적이고 시시한 삶일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구나. 궤도를 벗어나고 있는 내가 낯설기도 했다. 당신이 나의 세계를 더 깊이 파고들고자 몸부림칠 때 가끔 위태롭다 느끼기도 했다. 그 위태로움이, 이 계획이 탄로 날까 두려웠던 건지, 나도 모르는 사이 생겨난 마음의 흔들림이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전자라 믿고 싶고, 전자여야만 했다. 그래서 이 모든 걸 빨리 끝내야겠다고, 당신이 당신의 이야기를 무해하게 턱턱 내어 놓을 때마다 처음의 다짐을 잊지 않았다. 복잡한 생각을 이어가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언니가 생각났다. 내 옆에 누워 곤히 잠든 연우를 쓰다듬다가도 문득문득 언니 생각이 났다. 언니라면, 언니가 살아있었다면 지금 내 모습을 보고 뭐라고 할까 싶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향한 원망이 유독 매서웠던 날에는 자학하며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는데, 그런 나를 말린 건 늘 연우였다. 언니의 눈을 쏙 빼닮은 연우가 여리디여린 손으로 내 팔을 붙잡곤 했다. 울면서 그만하자고 말했다. 그때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이제 거의 다 왔다고 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연우야. 괜찮아, 이모가 다 알아서 할게." 당신은 모르겠지만 모든 걸 잠시 내려놓았던 순간도 있었다. 당신이 처음 내 집에 찾아왔던 날, 당신과 처음 키스를 나누었던 그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가 가장 위험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마음이 솟아나는 걸 막고 싶었다. 복수의 날을 더 날카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한가하게 사랑타령이나 하기에는 지독하게 사나운 인생이었다. 당신의 메시지가 여러 번 도착했다는 걸 알았지만 애써 무시했다. 솟아오르는 이 감정이 잠잠해져 다시 복수로 차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다시금 준비가 되었다 여겼을 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당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험 합격했다는 말, 언니에게 들었어요. 축하드려요." 그렇게 당신을 다시 만났다. 우리가 떨어져 있는 동안 당신이 나를 얼마나 원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쏟아지는 절절한 고백에 아찔하기도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이제 동요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나는 이 계획에 불을 지필 준비를 마쳤고, 끝을 향해 달려야만 했다. 가열차게.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당신이 여기서 나가면 아무 일도 없던 게 되어요. 어떡하시겠어요?" 괴성을 지르며 내게 달려드는 당신의 모습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그 여자가 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당신은 통곡을 멈췄고, 당신의 아내 이은경은, 그 여자는 아주 천천히 무너져내렸다. 사정없이 비명을 지르거나 내 뺨이라도 힘껏 후려칠 거라 기대했는데 의외였다. 나는 그 여자의 절망을 눈에 똑똑히 담았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그려왔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다.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를 빼앗아간 대가를 갚을 이 지독한 순간을 말이다. 근데 이상한 게 하나 있었다. 왜, 왜 하나도 기쁘지가 않았을까. 후련하지가 않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당신을... 아니, 아니다. 그럴 리 없다. 당신이 편지 말미에 남긴 문장이 떠오른다. '이처럼 너를 사랑했으니 너의 마음도 같았는지를' 그 답을 다시 이어가 보려 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 을 것이다.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고작 이 정도라니, 시시해서 웃음이 난다. 이번에는 당신이 아닌, 내가 말이다. Powell’s City of Books에서 처음 당신의 시선을 느꼈을 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 복수를 멈출 수 있을까. 아니면 포틀랜드에 가지 말았어야 했을까.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겠다는 당신의 문장을 다시금 곱씹어 본다. 보여줄 필요 없다. 이건 사랑이 아니다. 이건 사랑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이제 내 인생에서 사라져주길. 도려낸 살점 따위로 우리의 관계를 애써 묶으려 하지 말고, 당신의 삶을 잘 살아내길 바란다. 나는 죗값을 톡톡히 치를 것이다. 언니가 떠난 순간부터 어차피 내 인생은 엉망이었다. 연우만 아니었다면 이미 끝났을 목숨이었다. 그리고 연우는, 이제 내가 아닌 더 나은 누군가가 지켜줄 것이다. 그건 당신도 아니고 나도 아니다. 포틀랜드에서 만난 낯선 은인과의 고리가 이곳까지 잘 닿았으니, 괜찮을 것이다. 나에게 쓰는 당신의 편지가 시작을 고하였듯, 당신에게 쓰는 이 편지로 나는 이별을 고하려 한다. 언니가 기다리고 있다. 저 멀리서 나를 부르고 있다.
'너'를 향한 '나'의 이야기를 읽었으니, 이제 '나'를 향한 '너'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시현은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정말 한순간도 흔들린 적이 없었을까, 복수의 힘은 인간을 어디까지 망가트릴 수 있을까, 가만가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 결말은 해피엔딩은 아니에요(흑). 헤어질 결심의 붕괴된 서래처럼, 붕괴된 캐릭터로 마무리 짓고 싶었습니다. 복수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아픔을 전하는 일을 열렬히 응원할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오래전에 봤던 드라마 중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드라마가 있는데요. 극중 민중국 역의 대사가 밈처럼 회자되기도 했죠. 이 드라마도 복수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주인공의 엄마를 민중국이 살해(주인공에게 복수하기 위해 엄마를 죽이는)하기 직전, 주인공과 통화를 하게 해줍니다. 그때 그 엄마의 말(유언)이 너무 아팠어요(참고로 주인공은 이 상황을 모르고 있습니다). "혜성아. 니 그거 아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 법대로 살다가는 이 세상 사람들 다 장님이 될 끼다. 니한테 못하게 하는 사람들, 니를 질투해서 그러는 기다. 니가 하도 잘나가 부러워서 그러는 기다. 그런 사람들 미워하지 말고, 어여삐 여기고 가엽게 여기라. 알았나." "또다, 또. 엄마 지금 도연이 편 드는 거지?" "토 달지 말고, 니 약속해라. 사람 미워하는데 니 인생 쓰지 말아라, 이 말이다. 한번 태어난 인생, 이뻐하면서 살기도 모자란 세상 아이가." + 은경에게 '이'라는 성을 붙여준 건 제 상상력의 일부입니다. 제가 쓴 글에서는 '은경 언니'라고 부르는 게 맥락상 좀 이상한 것 같아서요.
끝에 아이고.. (I go) 하는 한숨이 씨게 흘러나왔습니다. 죽음은 나머지 것들을 꽤 많은 부분 미화시키는 걸까요? 소설에서 "너"가 제일 매력적이었는데, 연해님의 글을 읽고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녀는 강인한 여자였고 결코 자신의 서툰 감정에 속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참 안쓰러운 사람이네, 당신.”이라는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너”에게 하는 말이기도 한 것 같고요.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다 잡아야 했어요. 다만, 연우… 연우가 가장 가여워요.. @SooHey 님 말대로 연우는 어떻게 해요. 연우를 이해해줄 사람은 “너”밖에 없는 것 같은데… 속죄의 방식을 달리하면 어떨까요? 바래봅니다..
저도 홀로 남겨질 연우가 마음 아프긴 하지만, 시현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투란도트의 집>에서 썼던 제 결말과도 살짝 닿아있습니다. '구원'에 대한 대목인데요. "내가 생각할 때 구원은 하겠다 또는 받겠다는 의지가 개입하는 순간 실패다."라는 문장이었죠. 언니의 죽음으로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시현의 삶은 사실 많이 망가진 상태입니다. 그 상태로 연우를 책임(구원의 한 종류)지는 게 과연 괜찮을까, 싶었던 게 제 생각이었어요. 시현이 연우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해 삶을 이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건 시현에게도, 연우에게도 좋지 않다 여겼어요. 심지어 시현은 '나'를 향한 자신의 감정 또한 제대로 정의 내리지 못한 상태("“참 안쓰러운 사람이네, 당신.”이라는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너”에게 하는 말이기도 한 것 같고요."라는 @내로 님 말씀처럼요)로 자신의 삶조차 버거워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아직 10살 밖에 되지 않은 연우를 홀로 남겨두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에는, 소설 말미에 '포틀랜드에서 만난 낯선 은인이 연우를 지켜줄 것이다'라는 암시를 남겼던 거죠. 저는 그게 연우에게도, 시현에게도 더 좋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 나름의 설정대로라면 그곳에서 만난 은인은 꽤나 신뢰할 만한 인물이랍니다.
@연해 다행이란 생각이. 연우에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안심이 되어요~
홀로 남을 10살 연우의 후견인까지 생가하시다니!!! @연해님 따뜻하고 대단하시네요~~~^^ 전 뒷이야기 참여를 못하고 있는데 정말 등장인물들끼리 연결짓거나 서사를 풀어내기가 도저히 엄두가 안나네요~ㅜㅜ 이러다 머리 아프면 등장인물들 모두 사고사(?)로 급히 마무리 할까봐 그믐 백일장만 행복하게 읽겠습니다^^
와!! @연해님 진짜 감탄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포틀랜드 오피스텔>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서 이렇게 잘 이끌어가셔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복수에대한 마무리, 어쩌면 일반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그냥 해피엔딩은 무리 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너'의 처연함을 담담하게 내레이션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저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드라마 폭! 빠져서 보았는데 처음에는 주인공들의 로맨스와 정웅인님의 악역 연기만 보였는데 다시 보니 여주인공 엄마 김해숙님의 언급하신 대사와 악역 민중국의 서사가 계속 남더라구요~~~ 같은 감동을 느끼셨다니 반갑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포틀랜드 오피스텔>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는 말씀에 기분이 좋았어요(본작의 결을 흐트러트리고 싶지 않았어서). 제가 생각했(고 그렸)던 '너'의 이미지가 잘 살아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보셨군요! 저와 은근히 드라마 취향이 겹치시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헤헤). 근데 정웅인 배우님 진짜 무시무시하지 않았나요? 저는 이 대사(“꼬마야, 여기 먹물 먹은 병신들은 다 내 편인 것 같구나”)도 정말 섬뜩했어요(대사를 그대로 옮기려다보니 욕이... 죄송합니다). 어릴 때 친구들이랑 농담처럼, 갖고 싶은 초능력(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을 운운하던 때가 있었는데요. 이 드라마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죠. 살벌해서 어디 남의 마음 읽겠냐고요(힝...). 참, 저는 이 드라마 OST도 정말 좋아했어요. 청량한 분위기도! 여름이 되면 꼭 생각나는 드라마랍니다:)
죽으면 앙대여... 하늘 아래 혼자 남을 연우는 우짜라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 죄송합니다...
시현이 남주를 결국 사랑하게 되었던가 아니었던가. 드라마 판권 계약하는 자리에서 피디님과도 이야기 나누었던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사랑하게 되어버렸고, 그걸 부인하고 싶어한다는 데 한 표인데, 연해님의 "사랑하지 않... 을 것이다.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를 그렇게 이해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
저도 대표님과 같은 생각이었어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감정이 싹터버린 '너',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발버둥치는 '너', 부인하고 싶었으나 부인할 수도 없고(스스로를 속이고 싶지 않아) 결국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고우리 @연해 @수북강녕 시현이 남주를 사랑했느냐 아니냐. 서로 다른 해석이 모두 설득력 있어 재미있습니다. @소향 작가님은 이런 때 작가의 답변을 하시는 편인가요, 안 하시는 쪽이신가요? ㅎㅎㅎ
@장맥주 처음엔 했는데 점점 안 하게 되더라고요. ㅎㅎ 해석하시는 분의 기분이나 생각을 괜히 방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이 방만 봐도 대단한 분들이 많아서 괜히 본전도 못 찾는 경우가.. ^^; 집에 가서야 아까 그렇게 말할 껄.. 할 때도 있었고ㅛ. ㅎㅎ
@연해 와! 연해님 글솜씨! 감탄이 절로 나와요!
너가 나를 파멸시킬 수 밖에 없었던 일종의 고백록 같은 글로도 느껴집니다. 또 어찌보면 글속에서 연해님의 착한, 모질지 못한 마음이 느껴지기도하고요. 아닌가...? 하하. 암튼 그믐 백일장이 열린 이래 가장 성실하고 우수한 참가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장맥주님 이런 시도 계속 이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너가 나를 파멸시킬 수밖에 없었던 일종의 고백록'이라니, 이 말씀이야말로 제 마음에 폭 담고 싶네요. 글을 쓰면서 어느 순간 '나였다면?'으로 문장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stella15 님이 말씀하신 '고백록'의 느낌이... (자멸을 선택했던 것도) 제가 그리 착하지도, 모질지 못한 사람도 아닌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번에 열린 가을 백일장 너무 즐겁습니다.
사실 <포틀랜드 오피스텔>은 500자 더 쓰기가 잘 될까 걱정스러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저 역시 @소향 작가님이 이야기를 멈추신 그 지점이 가장 적절한 마무리 장소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여러 분들이 올려주신 글을 읽으며 그렇지 않구나, 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뻗어나갈 수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잘 깨닫게 해준 게 @연해 님의 글이었습니다. 저는 <포틀랜드 오피스텔>을 다소 전형적으로, 중년 남성의 실존 위기와 관련지어서 보고 있었나 봐요. ‘나’는 ‘너’를 만난 다음, 자신이 제대로 살아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그래서 ‘너’와 가까워질수록 그게 파멸로 향하는 길임을 알면서도 점점 더 살아 있음을 느끼고, 결말에서 하나의 삶을 끝냄으로서 새로 태어난다. 거듭남의 서사는 이것으로 완결되는데 여기에 뭘 덧붙여야 하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연해 님이 ‘너’의 이야기를 덧붙여주시자 작품 전체가 슬프고 고전적인 러브스토리가 되었어요. 두 집안이 서로에게 품은 원한 때문에 비극을 맞게 된 두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 이야기로 변모한 것이죠. 여자 주인공이 바보 같은 계획을 세우고 제 꾀에 자기가 빠진다는 점, 남자 주인공은 더 바보라서 여자 주인공의 계획이 뭔지도 모르고 거기에 넘어간다는 점이 참 <로미오와 줄리엣>스럽습니다. 주인공들이 죽거나 죽이는 걸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기적인 바보들이라는 점, 현명한 중개자 한 사람만 그 사이에 있었어도 대부분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됐으리라는 점도 보탤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의 변신이 너무 신기해서 올려주신 글을 여러 번 읽었답니다. 이런 고전적인 러브스토리는 중년 남성의 부활보다 요즘 훨씬 드물기 때문에 여기서 어떤 장치나 설정을 베껴야 하나 고민도 했습니다. 늘 감사해요, @연해 님!
@장맥주 그르니까요. 감탄에 감탄이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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