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이런 짓을 "디비쫀다"라고 하는데요...(보통 수학 시간에 영어 공부하고 영어 시간에 국어 공부 하는 애들한테 쓰는 말이죠..;) 스압을 거슬러오르면서 잘하는 짓인가 고민이 되었지만 계속 생각했던 줄거리인데 일에 치여 못 쓰다가 오늘 일 치우고 대충 썼는데 걍 올립니다( @정명섭 작가님 지송해여;;;). 마감을 어겼으니 학점은 (D만) 안주시면 됩니다(F 환영!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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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잉-
공노식 씨는 팔찌를 낀 손으로 가볍게 징을 두드려봤다. 우복상이 진동을 먹는지 생각보다 작고 울림 없는 소리였다.
지이잉-
좀 더 세게 두드리자 심장에 전달될 만큼의 진동이 느껴지며 진저리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진저리 끝에 갑자기 이 상황에 대한 역겨움이 밀려왔다.
지금 뭐하는 거지?
괴력난신을 좇는 자들을 경멸하던 그였다. 하지만 홀로 남은 외로움과 아내에 대한 그리움은 경멸과 두려움을 덮고 남을 만큼 컸다. 어떠한 아름다운 소네트의 조화로운 율격도, 24개의 장조와 단조를 관통하는 바흐의 완벽한 평균율도 그가 모니터에서 본 육체 있는 영혼을 구현해주지 못했다. 그에게 징소리와 주문은 더 이상 괴력난신을 좇는 미망이 아닌, 실재를 구현하는 방법론이었다.
그는 모든 이물스러운 감정들을 억누르며 징을 두드렸고 쉴 새 없이 입술을 달싹이며 주문을 외웠다.
호메눔 리벨리오 루프리텔캄 누멘 디비눔
호메눔 리벨리오 루프리텔캄 데오 볼렌테
호메눔 리벨리오 루프리텔캄 스폰테 데오룸 ...
그의 귀로 되돌아오는 징소리와 주문 소리가 점점 서걱거리는 이물감과 두려움을 거두어들이자 서서히 징채를 휘두르는 팔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이 놀라울 만큼의 속도로 팔을 마구 휘젓는 느낌이었다. 심장의 전기 신호를 뒤흔드는 것 같은 징의 진동이 숨이 가빠올 정도로 가슴을 후려갈겼다. 그때였다.
쿵쿵쿵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였다. 그는 징채를 잡은 손을 멈추고 잠시 숨을 죽였다.
기척은 안방 쪽이 아니라 현관문 쪽에서 들려왔다.
아내인가? 그런데 왜 안방이 아니라 현관문에서......?
쿵쿵쿵, 드륵드륵
잠긴 현관문 손잡이가 헛돌았다.
“찬우 엄마?”
쾅쾅쾅쾅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아까보다 더 격렬한 두드림이었다.
아내임이 분명했다. ‘아아, 내 간절한 부름에 빛을 향해 나아가던 발걸음을 돌려 온 것이다!’
“여보!”
공노식 씨는 떨리는 손으로 다급히 문을 열었다. 순간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와 그의 눈을 하얗게 덮었다.
잠시 후 눈을 가렸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가 본 것은 핏발 선 눈을 부릅뜬 검은 야차 한 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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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머리야.’
공노식 씨는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들었다. 끈적하고 뜨거운 것이 묻어난다. 아마도 쓰러지면서 어딘가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진 모양이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어라? 어찌된 거지? 분명 여기 징이 있었는데, 어디로 갔지? 분명 아내가 문 밖에 온 것 같았는데......’
그는 지혈을 하려 화장실로 가 수건장을 열었다. 그런데 수건장은 텅 비어 있다.
‘어라? 은아 이 기집애가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그는 지혈할 것을 찾아 집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집 안 분위기가 이전과 사뭇 다르다. 그의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던 서재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가 앉아 은아가 끓여온 죽을 퍼먹던 식탁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는 급히 안방과 찬우 방을 둘러보았다. 마찬가지로 방들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부여잡고 은아의 방 앞으로 갔다. 은아가 시집간 후 열린 적 없는 그 방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려보았다.
삐이걱―
문은 쉽게 열렸다. 잡동사니가 꽉 차 있던 그 방 역시 휑뎅그레한데 어두운 방 안쪽에서 희끄무레 빛나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 빛을 향해 다가갔다.
천장에 반짝이는 나비와 꽃, 꿀벌이 달린 모빌이 은은한 오르골 소리와 함께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주위는 어둑했지만 모빌이 있는 공간만은 환하게 빛났다.
그는 홀린 듯 모빌을 바라보며 아주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
“지난달 2일, 서울 강동구 **동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살해됐습니다. 윗집에 살던 4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두른 겁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 변조)
“(가해자가) 최근 들어 환청 같은 거 많이 듣는다고. 밑에 집에서 층간소음이 일어났다고 혼자 생각을 하고...”
“조사 결과 그는 실직한 이후 한 달 이상 집밖으로 나온 적이 없는 소위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였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윗집에서 나는 우퍼 스피커의 진동에 오랫동안 시달렸지만 항의 한 번 하지 못하다가 사건 당일 한밤중 울리는 강한 소음에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공구함에 있던 망치를 들고 윗집에 찾아가 무속 행위를 하던 노인을 살해했다고 자백했습니다. ”
<인터뷰> 김** / 범죄심리학 박사
뇌에서 신체적인 고통과 정서적인 고통을 느끼는 영역이 거의 동일해요. 부정적인 정서 경험을 오래 하면 느끼는 통증은 신체적인 고통과 거의 유사합니다. 소리라는 보이지 않는 물체로 매일 맞다 보면 매일 누군가에게 맞는 것만큼의 고통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보니까 엄청난 공격성이 올라오는 거죠. 죽여 버리고 싶다....
김씨는 티비를 끄고 경비실 밖으로 나왔다.
동진 하이셀 파크는 며칠 전 일어난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사건으로 단지 전체가 흉흉했지만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자치회와 부녀회의 입단속으로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부녀회와 자치회에서는 주민들에게 외부인에게 관련 이야기를 하지 말아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기자들은 눈에 띄지 않게 단지 내로 들어와 사람들을 만나 자초지종을 수소문했고, 인근 주민들은 윤곽만 보면 알 만큼 허술하게 모자이크 처리를 한 아파트 단지의 이미지가 방송이며 인터넷에 버젓이 올라앉았다.
망치에 맞아 죽었다는 그 노인은 자신과 교대근무를 하는 이가 “교수님, 교수님” 하며 말공대를 하던 이였다. 교수라고는 하는데 툭하면 와서 남들이 버린 컴퓨터며 스피커, 온갖 잡동사니 가전을 주워 가는 것이 저장강박 형태로 치매가 온 것이 뻔해 보이는 노인네였다. 사건이 일어나고 이 주째 되는 오늘 보니 사흘이 멀다하고 집에 들르던 딸과 사위가 집안의 짐들을 모두 처분하는지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붙인 물건들이 108동 옆 화단 옆에 쌓였다. 낡았지만 묵직하고 값나가 보이는 책상이며 의자를 보니 교수라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던 것 같긴 한데... 김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교수면 뭐하고 고관대작이 다 무슨 소용인가. 혼자 살다 정신줄 놓으면 그저 독거노인에 치매노인인 것을. 결국 이 사달이 났으니 덧없고 변덕스러운 것이 인생사지. 그나저나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네. 쯧쯧’
쌓인 물건들을 둘러보는 그의 눈에 뭔가 반짝 빛나는 것이 들어왔다. 개다리소반 위에 쇳덩어리 같아 보이는 것이 하나 놓여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징이었다.
“그 노인네도 참. 아파트에서 이런 걸 두드리고 있으니 망치를 맞지. 끌끌.”
혀를 차던 김씨는 징을 들어 무게를 가늠해보았다. 놋쇠인데다 묵직한 것이 고물상에 넘기면 못해도 만 원짜리 서너 장은 받을 수 있는 무게였다. 그는 눈에 띄지 않게 재빨리 마대 자루에 징을 담아들고 경비실로 돌아가며 징 판 돈으로 삼겹살에 소주나 한 잔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수북플러스] 6.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SooHey

SooHey
잼나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ㅜㅜ 제가 학교 과제도 성적처리 마감 직전에 던지듯 제출하는 인간이라 퇴고를 제대로 안해서 오류가 좀 있네요;; 위아랫집도 헷갈리고(공노식씨가 아랫집 삽니다) 사건 날짜도 그렇고(며칠 전이 아니라 2주전).. 퇴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추신: 야차 정보 드립니다.
https://namu.wiki/w/%EC%95%BC%EC%B0%A8

SooHey
@초록책잔 님 말씀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재밌게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남해 연수 꼭 오세요. 제가 따끈한 돼지국밥에 로컬 브루어리에서 만드는 유자 막걸리 대접하겠습니다!
밥심
전 몇 달에 한번 정도 남해 옆동네 사천에 출장을 갑니다. 다음주에도 출장이 예정되어 있고요. 저 삼천포대교 건너에 그믐 급우가 살고 있구나 하고 한번 쯤 생각하게 될 것 같네요. 즐독하십시오!

SooHey
이웃동네에 자주 오시는 군요^^ 저도 어제 볼일이 있어 진주 다녀오는 길에 삼천포 대교 공원에 잠시 들렀다 왔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밥심 님도 짬나실 때 대교 건너오십쇼. 돼지국밥에 탁배기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초록책잔
꺅~~~제가 맥주다음으로 사랑하는 막걸리!!!! ㅎㅎㅎ 진주를 일주일에 세번 가신댔는데 어느 요일에 가시나요? 마지막주 진주 부모님댁에 가는데 아쉽게도 순천을 방문하게 됐는데 남해까지는~~~여름방학에 길게 한국방문하면 그때엔 남해 고고!!!
기다려 유자막걸리!!!
@SooHey 그리고 야차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세상은 넓고 배울건 많다!!!

SooHey
저는 올해 12월까진 화수목 진주에 갑니다. 다음주에는 월화수목이고요ㅎㅎ 웰컴투진주!

초록책잔
이크~ 토일 갓다 월에 다시 서울와요ㅋㅋㅋ 이렇게 비껴가나요ㅋㅋㅋ

SooHey
어허헝 ㅠㅠ 아쉽습니다. 여름에 꼭 다리 건너 오십시오. 여름에 오시면 물회 대접하겠습니다 :)

초록책잔
허어어엉~~~왜이러세요? 혹시 저 아시는거 아녀요? 막걸리에 이어 물회까지 떡밥이 지대로~~~
물회 억수로 좋아합니데이 ㅎㅎㅎㅎ

SooHey
@초록책잔 님, <헨젤과 그레텔> 아시쥬? 쿠겔겔겔겔겔~~~~~~😋

초록책잔
저 갱년기 아줌마라 잡아먹어봣자 맛없어요
쿠겔겔겔겔

stella15
와, 수헤이님 이거 바바반칙 아닙니까? 뒤통수 맞은 느낌입니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글을 제출하실 거면서 그동안 시치미를 떼시다니! 정말 디비쫄게 만드셨습니다. ㅠ ㅎㅎ
사실 저는 이번에 한 작품도 제출을 못하여 F를 맞게 되었습니다. 장맥주 슨상님께서 마지막 작품은 내보라고 하셨는데 도무지 제가 요즘 뭐하며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방이 모레면 닫힌다는 사실. 음하하하~
암튼 거의 막판에 수헤이님 작품 읽을 수 있게되서 좋았습니다. 저는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다음이 혹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ㅋㅋ

SooHey
@stella15 님, 마감을 제멋대로 어겼으니 반칙 맞습니다.. 쿨럭~ 그래서 제가 (엿 먹으라고 주는 학점이라는 것이 오랜 통설이자 재수강이 불가피한) D를 맞지 않았겠습니까?!! ㅠㅠㅠㅠ 계절학기 같이 들으시죠?

stella15
근데 마감이 진짜 있었나요? 전 그것도 몰랐습니다. 저 같은 불량 학생이 또 있으려고요. ㅠ 재수강 좋죠. 언제든 환영입니다. ㅎㅎ

장맥주
일단 너무 즐겁게 읽었습니다. 입가의 미소가 가실 때쯤 진지한 생각도 해봤어요. 우리에게 정말 무서운 게 뭔가? 괴이학회 대표이기도 한 김선민 작가님으로부터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한국인들은 실제로는 귀신을 별로 안 무서워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호러 장르가 성공할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압구정동 한강변 아파트가 단돈 1억 원에 매물로 나왔다, 그 집에서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나오기 때문에 집 주인이 그 가격으로라도 팔려고 한다더라, 당신이라면 살 거냐’하고 물어보면 한국 사람의 답은 정해져 있다고요. 백이면 백 ‘땡큐! 당장 산다’고 답한다고요. 이게 바로 우리에게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집값이라는 증거 아니냐.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그 어떤 영적 위협과 도전도 전세사기와 층간소음 분쟁 앞에서는 증발할 수밖에 없는 삭막한 땅에서는... 강한 영만이 살아남게 되는 거겠죠...? 공노식 씨의 영혼에 축복 있기를. 공노식 씨는 나비와 꽃, 꿀벌이 달린 모빌 앞에서 얼마나 오래 머문 걸까요? ‘오래’라는 말이 수십 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길 빕니다. 좋은 추억들 되새기신 뒤 빛 너머로 가셨기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근데 마감을 어겼으니 학점은 D입니다. Merong.

SooHey
@장맥주 교수님이 자애로울 거라 제멋대로 믿어버리는 나는 어리석은 사람 -
계절학기에 강좌 개설하시는지요....?

연해
층간소음과 엮어주시다니! 예상치 못한 전개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망치에 맞아 죽었다는 대목에서는 많이 놀라기도 했지만). 저도 몇 년 전에 층간소음 때문에 고통받았던 기억이 있어 더 생생하게 와닿기도 했어요.

SooHey
@연해 님, 제가 상상력이 거기까지밖에 안 미치는 현실적인 아줌마라... ㅋㅋ
사실 <빛 너머로>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리지 님이 <포틀랜드 전세사기>, 아니 <포틀랜드 오피스텔> 읽으시면서 계약 관계 궁금해하셨던 것처럼 아파트에서 징 치고 굿하는 게 가능한가?였습니다ㅋㅋㅋ 제가 청각이 좀 예민한 편이라 아파트에 살면서 층간소음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었거든요. 남해로 이주하게 된 데에도 층간소음이 큰 동력(?)이 되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장맥주 교수님이 과제 내셨을 때 층간소음 이야기로 풀어야겠다 계속 생각했었답니다. 한국 가구의 약 53.9%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시대에(인구주택총조사, 2023) 삶의 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층간소음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회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온 세상이 소재인 소설의 세계에서 다룰 만하다고 생각했고요 ㅎㅎ 암튼 전 내 위에 사람 없고 내 아래 사람 없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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