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중님 안녕하세요.^^「온화한 사람의 두 얼굴」에서 수집하신 문장은 저 역시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 둔 부분입니다. 매우 날카로운 지적이고,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지요. (참고로 원제는 "On Good Nature"입니다.) 저는 독서중님이 "나는 혹시 이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고"라고 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책을 통해 타인과 나를 함께 생각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독서가 줄 수 있는 최대의 효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모임 여러분도 「온화한 사람의 두 얼굴」을 읽으면서 해즐릿의 주장에 부합하는 인물을 떠올리셨을 겁니다. 저는 외삼촌이 떠오르더군요. 제 외삼촌은 해즐릿이 말하는 온화한 사람이 아니라 "겉으로 보기엔 까칠하고 불편한 사람"(41쪽)에 속합니다. "세상 곳곳의 불의와 부조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뿐더러, "'온화한' 사람이 자기 이익에 집착하듯이 외삼촌은 '옳은 것'에 강하게 애착"(44쪽)하는 유형입니다. 한평생 정의의 길을 걸어오신 분인데 종종 피곤하다는 것이 제 어머니의 평가입니다.^^;;
아무튼 해즐릿의 「온화한 사람의 두 얼굴」 덕분에 제 외삼촌과 같은 유형을 다시 생각하고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두 문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온화함은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 인도주의에 불과하다. 온화한 사람은 종교든 정치든 어떤 대의를 위해 희생한 적이 없다."(44쪽)
[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와 함께해요!
D-29

아티초크
허당
지혜로움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음에도 나름의 질서와 논리가 있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p.30~31,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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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초크
「진부한 비평가에 관하여」에서 재미있는 문장을 수집해 주셨군요. 저도 이 부분을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1816년 영국에서 발표된 이 에세이를 2025년 대한민국에서 읽어도 위화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같다"는 어느 독자의 말이 맞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비평가는 늘 귀했습니다. 해즐릿처럼 말이죠. ^^
지혜
해즐릿에게 급진성은 변화의 속도보다는 비판의 깊이와 원칙에 대한 헌신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13쪽,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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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해즐릿에게 에세이는 단순한 성찰의 도구가 아니라 저항의 무기였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13쪽,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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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해즐릿은 독자를 기쁘게 하려고 글을 쓰지 않고, 독자를 흔들고 깨우기 위해서 쓴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15쪽,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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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당
'온화'라는 부분을 다룬 <온화한 사람의 두 얼굴> 읽었어요. 어감이나 제 생각에는 온화한 사람은 평온한 사람만으로 생각했어요. 그러나 해즐릿은 온화라는 것을 시작으로 그러한 사람의 특성을 표현하고 있는데 긍정의 막연함이 아니라 온화함의 좋은 점 만을 표현하지 않더군요. 어찌 보면 온화한 사람의 부정을 더 많이 보게 되었어요. 차라리 까칠한 사람을 착한 사람으로 치켜세우기까지 합니다. 해즐릿도 백퍼센트 다 그렇다하지 않고 많은, 거의, 대부분이라는 표현으로 회피해 가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알게되니 씁씁하기까지 합니다.

아티초크
보통 어떤 사람이 '온화하다'라고 하면 평온하거나 온유하다 정도로 생각 합니다만, 해즐릿은 허당님의 말씀처럼 "긍정의 막연함이 아니라 온화함의 좋은 점만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줍니다. 여기서 해즐릿이 말하는 '온화한 사람의 두 얼굴'에 해당하는 유형을 @모임 여러분도 생각해 보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교양이 넘치는 매국노, 자국민이 학살을 당해도 분노하지 않는 정치인 등 우리 주변에는 해즐릿이 말하는 '온화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 겁니다.
밍묭
한마디로, 진부한 비평가는 학문적 깊이는 없지만 교양있는 척하며 대화 속에서 학자의 권위를 흉내낸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36,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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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초크
밍묭님 안녕하세요.^^ 「진부한 비평가에 관하여」에서 핵심적인 문장을 수집해주셨군요. 해즐릿이 말하는 진부한, 즉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비평가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아마 @모임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에세이에서 알렉산더 포프의 말을 인용하는 부분을 좋아합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믿고 있으며, 그 밖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생각을 품고 있지만 결국 아무 의미도 없다. 우리가 그의 생각을 절반이라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무의미는 재치보다 사람을 더 난감하게 만든다."(35쪽)
밍묭
“ 섀프츠베리 경은 어느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온화해 보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실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고. 그래서 자기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일에는 짜증을 내지 않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는 굳이 화를 내지 않으니, 마치 인간적인 친절함으로 가득찬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39,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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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초크
섀프츠베리 경도 해즐릿 못지 않습니다.^^ 이 에세이는 수집할 문장이 한 두개가 아니어서 읽는 내내 손이 바쁘지요. 45쪽부터는 '온화한 사람'에 대한 해즐릿의 통 렬한 필력이 돋보이는 부분이 나와 인용해 보겠습니다. @모임 여러분에게도 공유합니다.
"온화한 사람은 권력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조국을 배신할 것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결정에도 동조할 것이다. 단지 권력자의 그 따뜻한 미소 하나, 친근한 악수 한 번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죽음의 비명, 찢긴 팔다리의 고통, 절망의 마지막 신음은 겉으로는 온화하고 교양 있어 보이는 그의 인간성에 너무 충격적이어서 오히려 마음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한다."(45~46쪽)
지혜
“ 최근 유행하는 생각이나 표현을 자기 것인 양 되풀이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들의 의견을 마치 무용 선생이 귀족들의 우아한 자세나 걸음걸이를 가르치거나 흉내내듯, 혹은 하인이 귀족의 옷을 들고 다니듯 지니고 다닌다. ”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36쪽,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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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저 자신에 대해서도 성찰하게 되는 대목이에요.
느티나무
온화한 사람의 발뒤꿈치를 한번 밟아 보라. 그가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 보게 될 것이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p37,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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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 겉으로 보기에 온화하고 착해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위선자일 수 있다. 자기 편안함만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의 고통엔 무관심하면서도 자신을 온화하고 너그러운 사람처럼 위장하기 때문이다. ”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p41,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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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원칙이란 진실을 향한 열정이고, 어떤 신념에 대해 절대 흔들리지 않는 집착이다. 반면에 온화함은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 인도주의에 불과하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p44,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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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온화한 사람은 여유롭기 때문에 은연중에 좋은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왔었는데요. 책을 보고나서 어쩌면 온화한 사람보다 까칠한 사람이 좀 더 좋은사람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러나
“ “사실 돈 없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돈이 없다는 것은 존중도 기쁨도 없이 인생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돈이 없으면 은둔하거나 깔뵈는 삶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중요한 자리에 초대받지 못하고, 간신히 끼어들면 경멸의 눈초리를 받는다.의견을 묻는 사람도 없고, 재능은 트집잡히고, 재치는 오히려 불편함으로 받아들여진다.결국 말할 의미마저 사라지고,침묵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가 된다.낯선 이들에게는 판단의 대상이 되고,친구들에게는 무시를 당한다.여가와 자유와 마음의 평온을 포기해야 하고,타인의 기분에 휘둘리며 살아가거나, 고되고 불안정한 일로 넌더리가 나는 생활을 이어 가야 한다.” ”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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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 돈 없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돈이 없다는 것은 존중도 기쁨도 없이 인생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돈이 없으면 은둔하거나 깔뵈는 삶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중요한 자리에 초대받지 못하고, 간신히 끼어들면 경멸의 눈초리를 받는 다.의견을 묻는 사람도 없고, 재능은 트집잡히고, 재치는 오히려 불편함으로 받아들여진다.결국 말할 의미마저 사라지고,침묵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가 된다.낯선 이들에게는 판단의 대상이 되고,친구들에게는 무시를 당한다.여가와 자유와 마음의 평온을 포기해야 하고,타인의 기분에 휘둘리며 살아가거나, 고되고 불안정한 일로 넌더리가 나는 생활을 이어 가야 한다.”
돈이 없을 때 찾아오는 수많은 감정을 이렇게 예리하게 표현한 사람이 또 있을까? 손에 잡힐 것 같은 희망은 수차례 켜졌다 꺼지고, 무던했던 사람을 초 예민하게 만든다.부정적인 시선에 압도당해, 일어설 힘조차 무너느리는 게 바로. 돈
19세기에도 21세기에도 돈은 여전히 우리를 들었다 놨다, 인생 전체를 휘두르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씁쓸하면서도 정수를 찌르는 것 같은 표현이 부러운 책이다.
윌리엄 해즐릿의 글쓰는 재능이 무척이나 부러운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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