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도 21세기에도 돈은 여전히 우리를 들었다 놨다, 인생 전체를 휘두르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그러나님의 이 문장이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전체에 흐르는 기조입니다. 여기서 @모임 여러분에게 여담 하나를 소개해볼까요.^^ 오늘 사무실의 막내가 이 에세이를 읽고 <멜로가 체질>의 명대사가 떠올랐다고 해서 제가 직접 찾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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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언제까지 없는 거야?"
"돈은 계속 없는 거야. 지금은 공부하니까 없는 거야. 그러다 다행히 합격했어, 공무원 됐어, 안정적으로 월급 들어와, 그럼 결혼하겠지? 그럼 집 구해야지. 그게 네 집이야? 은행집이야. 또 없는 거야. 그래도 성실하게 20년 동안 죽어라 일해서 갚아. 근데 애가 있겠지? 애들이 대학 간대. 그럼 또 없는 거야. 착실히 일해서 애들 공부시켜. 근데 은퇴할 나이네? 또 없는 거야."
"와, 인생이 '그냥 뭐 없는 거야'네?" (출처: <멜로가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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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저는 <멜로가 체질> 시리즈를 정주행할 예정입니다. 또 어떤 명대사가 있을지 기대가 큽니다.^^
[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와 함께해요!
D-29

아티초크
애플망고
책을 받고 이제서야 인사 올리네요.
최고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집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었는데요. 진부한 비평가를 읽다보니 해즐넛의 시대나 지금의 시대나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학문적 깊이는 없지만 교양있는 척하며 대화 속에서 학자의 권위를 흉내낸다'는 진부한 비평가가 혹시 나 말하는 것 아닌가 하며 괜히 마음이 찔렸습니다. 책 몇 권 봤다고 그 분야의 전문가인양 책의 부분만 떠든 적도 많았거든요. 속으로는 다르게 생각하면서 다수의 의견, 혹은 요즘 트렌드에 편향하여 따라간 적도 있고요. '진부한 비평가에 대하여'를 읽으며 제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티초크
애플망고님 환영합니다.^^ 저 역시 「진부한 비평가에 관하여」를 읽으며 제 자신을 계속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에세이는 특히 글이나 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불편과 불쾌를 안겨 줍니다. 해즐릿은 진부한 비평가의 생각은 "틀에 찍어 낸 석고상과 같다"고 하면서 "속은 텅 비고, 겉은 쉽게 부서"지며 그 생각은 "깨지기 쉽지만 그것을 바꾸게 하기란 불가능"(30쪽)하다고 말합니다. 저 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중학교 때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실수로 석고상을 깨뜨렸는데, 제가 놀랐던 것은 견고한 줄 알았던 석고상이 사실은 속이 텅 비고 허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 석고상이 깨지니 바닥에는 온통 파편들이고 치우는 게 일이었습니다. 해즐릿의 '석고상' 비유를 언급하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졌네요..^^;
애플망고
“ 진부한 비평가에게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시도는 헛된 일이다. 그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 지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p29,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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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초크
그믐 @모임 여러분, 안녕하세요.^^ 윌리엄 해즐릿 신간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2주차 북클럽을 시작합니다. 먼저 일정과 함께 읽기 범위를 안내합니다.
― 기간: 10.25(토)~11.07(금)
― 읽기: 종교의 가면/인격을 안다는 것은/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 활동: 자유롭게 이야기, 문장 수집 등 (사진 업로드 가능)
2주차 모임에서 함께 읽을 세 편의 에세이는 "해즐릿은 독자를 기쁘게 하려고 글을 쓰지 않고, 독자를 흔들고 깨우기 위해서 쓴다"(15쪽)는 옮긴이의 말을 여실히 보여 줍니다. 이 가운데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에 대해서는 하실 말씀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떤 원고든지 처음 받아 읽었을 때의 '첫 감상'을 수첩에 적어 두는 버릇이 있습니다. (거창한 한 것은 아니고 끄적이는 수준입니다.^^;) 세 편의 에세이에 대한 첫 감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 「종교의 가면」: 진짜 믿음은 조용하다. 위선은 말이 많다. 종교적 열정이 비도덕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때...
― 「인격을 안다는 것은」: 사람을 안다는 건 결국 자신을 안다는 것. 타인을 이해한다고 믿는 순간을 조심하라.
―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가난이 주는 가장 큰 불편은 사람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것"
이번 2주차 모임도 1주차 때처럼 함께 잘 이끌어 나가 봅시다. 기분 좋은 주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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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고 싶은 책
가장 받고 싶은 책
아티초크 출판 & 스토어
Artichoke Publishing House
https://litt.ly/artichokehouse
화제로 지정된 대화

ㅌㅈ
3권의 문장은 아니지만 춘천 책과인쇄박물관에서 좋아하는 문장으로 엽서를 만들어준다 하셔서 윌리엄 해즐릿의 문장으로 받았어요 🤗 글자수 제한이 있었는데 이 뒤로 또 빛나는 해즐릿의 문장이 많았답니다 이번 책 좋으셨던 분들 혐오의 즐거움이랑 먼것까지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


아티초크
ㅌㅈ님이 주신 감동의 선물을 @모임 여러분에게 자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티초크 출판사 인스타그램에도 기록해 두고 싶어 사진을 공유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DQLT36BkxjU/?img_index=1 디지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사람의 손맛이 녹아 있는 이런 인쇄물이야말로 우리의 가슴을 움직이는 법이지요.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춘천에 위치한 '책과 인쇄 박물관'은 종이책 애호가에게 잘 알려진 곳일 텐데요, 혹시 모르는 분이 계실지도 몰라서 링크 https://mobapkorea.com/museinfo 를 공유합니다. 박물관 소개글에는 아래와 같은 멋진 문장이 있군요.
"우리가 보는 책들 한 권 한 권은
모두 영혼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만든 인쇄공의 영혼과
그것을 읽고 꿈꿔왔던 사람들의 영혼이..."
- 출처: 춘천 책과 인쇄 박물관 소개글에서
영영
주말을 보내고 출근한 오늘, 막간의 월요일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한강공원으로 나가「종교의 가면」을 조금 읽게 되었는데요. 정말 설명처럼 해즐릿의 문장들은 저를 흔들고 깨우는 책인 것 같아요. 너무 기분좋다 ~ 하는 문장들이 아닐지라도, 마치 보이지 않던 틈들을 콕콕 찾아내서 정확하게 짚는 해즐릿의 생각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되어요. 저항의 문장가의 문장들과 함께 일주일을 시작하니 좋네요 ! 남은 날들도 틈틈히 점심야외독서 실천해보려구요 :)

아티초크
영영님의 따뜻한 말씀이 가을 한파를 녹이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종교의 가면」은 짧은 분량의 에세이지만 그 내용은 매섭고 날카롭습니다. "위선적인 신앙인은 하나님을 속이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속여야 한다"는 문장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신앙인의 위선에 대해 해즐릿은 아주 흥미로운 주장을 펼칩니다. "위선에 따르는 뻔뻔함과 무감각함은 강건한 체질과 단단한 성격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하죠. 다시 말해 체력과 정신력이 받쳐 주어야 제대로(!) 위선할 수 있습니다. 가령 위선이 불안감이나 열등감에서 오는 것이라면, 그런 위선은 이류일 것입니다. (해즐릿의 논리에 따라 제가 이렇게 쓰면서도 웃음이 나옵니다.^^;) 영영님의 점심 야외 독서 무한 응원하겠습니다. @모임 여러분도 계속 즐겁게 읽어 주십시오.

르네오즈
“ 위선은 흔히 비겁함과 관련이 있는 만큼, 사람들은 그것이 육체적 나약함이나 정신적 기백의 부족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선에 따르는 뻔뻔함과 무감각함은 오히려 강건한 체질과 단단한 성격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확실히 세상에는 건장하고 유쾌하며 활력 넘치는 위선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마치 위선을 업으로 삼는 '수도사 존' 같은 존재들이다. ”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60-61면,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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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오즈
<종교의 가면> 첫 문장. "종교는 사람을 진정으로 현명하고 선하게 만들 수 있고, 그런 척하게 만들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타인과 자신에게도 거짓마을 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 종교는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이 말을 '위선'으로 집약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기록했습니다.

아티초크
르네오즈님 안녕하세요.^^ 「종교의 가면」에서 아주 핵심적인 문장을 수집해주셔서 함께 읽는 @모임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해즐릿은 고전 희곡과 소설이 종교적 위선을 정확하게 묘사한다고 말하면서 헨리 필딩과 몰리에르의 작품을 언급합니다. 요즘 저는 몰리에르의 『타르튀프』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몰리에르의 풍자에 감탄합니다. 협잡꾼과 위선자와 헛똑똑이의 세상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타르튀프'열린책들 세계문학' 207권. 몰리에르 희곡집. 위선과 오만과 광기에 사로잡힌, 그러나 미워할 수만은 없는 몰리에르의 인물들. 조롱과 풍자로 인간 고통의 본질을 끌어안고 웃음의 세계로 훌쩍 뛰어올라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을 속속들이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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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묭
“ 만약 전능한 존재가 자신을 지켜보며 판단한다고 믿으면서도, 그 믿음이 실제 삶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결국 자신이 누구이며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를 속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결점은 외면한 채, 자신이 실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믿으려 한다. 마치 자기가 자신의 결점을 무시하면 하나님도 그것을 보지 않으리라 기대하듯이. ”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55,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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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마미
종교의 가면
부제부터 강하다. 종교에 가면이라 페르소나가 떠오르며 둘의 접점을 제목만으로는 찾기 어려웠다. 한줄 한줄 읽어갈 수록 예전에 뉴스나 신문에 나왔던 사건들과 지금의 종교를 보며 한숨과 이렇게 잘 포착하다니 하며 다 읽었다. 아직도 진행중인 상황에 나에게는 종교의 의미와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보게 되었다.

아티초크
해즐릿의 이번 에세이집을 읽으며 제가 많이 한 말 중에 하나가 "그때나 지금이나"입니다. 「종교의 가면」도 예외가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내 마음을 아신다"(58쪽)는 말로 세상의 판단을 피하려 한다는 위선적인 종교인의 모습도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입니다. @모임 여러분도 저처럼 "그때나 지금이나"를 연발하실 것 같습니다만. ^^
허당
“ 늘 함께 살아온 가까운 가족이라면 서로의 인격을 잘 알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에 대해 거의 아무 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 마치 매일 보는 얼굴에 대해 그런 것처럼, 가장 가까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인격을 안다는 것은> p.85,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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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초크
허당님이 수집하신 이 부분은 저도 밑줄을 그어가며 읽은 부분입니다. 특히 "가장 가까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문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해즐릿은 가족처럼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지 논지를 전개하면서 재미있는 비유를 하나 듭니다.
"가끔 아주 우연한 계기로 우리가 품고 있던 절대적 신뢰의 베일이 잠깐 걷히는 순간이 있다. 그때 받는 충격을 마치 관절이 어긋난 것처럼 아프다."(86쪽)
@모임 여러분 가운데 저처럼 관절이 어긋나 심하게 고생한 적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저 비유가 얼마나 '뼈아픈지' 아실 것 같습니다.^^;
가연마미
읽을수록 매력에 빠져들어 완독후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인격을 안다는 것 또한 시원시원하다.
p70 겸손은 미덕 중에서도 가장 낮은 위치에 있으며 겸손한 태도는 실제 결핍을 드러내는 고박이다. 내가 잘못 읽은건가 겸손이 우리가 아는 겸손 겸양이 다시 국어사전을 찾았다. 알고 있던 뜻이 맞는데 하며 겸손, 겸양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았다. 작가가 말하는 뜻도 포함되어있었다. 역시 다르게 보기의 달인같았다. 덕분에 뜻밖의 공부였다.
p77 배우지 못한 사람은 모두 위선자라는 것이다.
이건 무슨 말이지 배우지 못했어도 더 휼륭한 사람이 많은데하며 주석을 보니 착각이였네 하며 웃었다. 작가의 의도를 보면 맞는 말이였다. 너무 직설적이라 오해할뻔...
p80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진정한 이해나 공감이 불가능하다.
격하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난 상대의 말을 그렇구나 정도로 이해가 되지 공감이 잘 되지않았다. 어떤 경우에 상대방이 그건 별거아니네 하는 순간 공감의 근처에서 서성인경우가 있어서 박수가 나 온 문장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어라, 아이와 눈을 맞추고 공감 여기에서 공감을 빼면 나름 해준다. 하지만 상황이 다른 경우 가장 하기 힘든것이 이것이다.
다음의 내용은 어떤것들이 자극으로 들어올지 기대된다

아티초크
"읽을수록 매력에 빠져"든다는 말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77쪽의 12번 각주가 없었더라면 독자님들의 반응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가연마미
저도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어떤 반응이였을까요. 즐겁게 책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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