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와 함께해요!

D-29
나는 멋진 묘비명 하나를 남기기 보다, 나를 잘 담아낸 초상화 한 점을 남기고 싶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67면, 인격을 안다는 것은,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사람을 처음 봤을 때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그 불편한 기분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느낌을 다른 여러 상황 속에서 잊어버리고 지나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그 사람이 본 모습을 드러내면, 처음에 느꼈던 그 이상한 기분이 사실이었음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69면, 인격을 안다는 것은,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가족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불행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라나, 서로의 성격과 생각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 갈등과 냉담과 치유하기 힘든 감정적 상처를 만들어낸다. 즉 사회가 발전하고 지식이 확장되는 것이 오히려 가족 간의 애정을 느슨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서로를 좋게 생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조차 서로의 생각이나 태도, 관점을 진심으로 공감하거나 인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86-87면, 인격을 안다는 것은,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인격을 안다는 것은>: 해리엇이 생각하는 '인격'은(주석에 의하면) 개인의 도덕과 지적 성향이 합처진 본질이라고 합니다. 말은 생각을 숨기고, 행동은 위장되지만 얼굴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낀 것을 말해 준다는 이유에서 인격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얼굴'이 가장 믿을 만하다고 합니다. 첫인상으로 출발해서 겸손, 진심 어린 악수, 프랑스인과 영국인의 대조, 추상적인 질문을 통한 숙고로 진리를 보는 눈을 키우고, 사랑과 가족까지 연결시켜 숨가쁘게 읽었습니다. 인격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폭풍 공감하며, 얼굴=인격 등식이 성립되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인격을 안다는 것은」을 읽으면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떠올린 @모임 여러분이 많으시겠죠.^^ 얼마전에 한 독자님이 자기는 세일즈맨인데 「인격을 안다는 것은」을 읽고 아주 동감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영업의 답은 사람이고, 사람 속을 아는 세일즈맨이 성공하는 건데 도무지 사람 속을 제대로 알 방법을 모르겠다는 얘기였습니다. 해즐릿이 말한 것처럼 이 독자님도 영업을 하면 할수록 사람 속을 더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이 맥락에서 해즐릿은 그래도 우리가 상대의 인격을 파악할 때 그나마 안전하고 가장 덜 속기 쉬운 것이 얼굴 즉 표정이라고 말합니다. 거침 없는 직설로 유명한 해즐릿이 이 정도로 말하는 걸 보면 다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로 돌아오게 됩니다.^^;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여러 소설들이 떠올랐다. p122 가난은 그래서 더욱 고독하다. 그것은 단지 물질의 결핍이 아니라 관계의 침묵이며, 인간 사이의 거리다. 이 문장에서 엄마가 해주시는 말이 생각났다. 할머니도 돈이 있어야 손자, 손녀들이 좋아하고 가끔이라도 찾아오고 안부 묻지 안그럼 연락안해 하시는데 진짜 그런 경우를 보고 하니 씁쓸했다. 가족끼리도 이러한데 친구와 타인은 더 할것같다. p136 두려움은 싦을 조용히 말라가게 만든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리얼하게 표현했다.
가난은 사람을 예민하게 만든다. 손끝의 감각은 날카로워지고, 귀는 작은 소리에도 반응한다. 하지만 그 모든 감각이 아무것도 찾지 못했을 때 남는 것은 오직 허탈감뿐이다. 그리고 이 허탈감은 다시 한번 현실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104,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가난은 선택일 때 존엄이 되고, 신념일 때 권위가 된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129,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가난은 결핍에서 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삶을 조용히 말라가게 만든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136,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자신의 약점을 아는 것이다. 그 약점을 경계하고 다스릴 수 있다면 오히려 강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재능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아는 것이다. 그 한계를 알면, 실현 가능한 목표에 능력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하나뿐이다. 모든 것을 다 하려는 욕심은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p.97,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모든 것을 다 하려는 욕심은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이 최근의 저 자신을 돌아보게 하여 기록해 봅니다...
<인도인 곡예사>라니 왜 인도인일까? 곡예사는 어느 나라에나 있는데 그동안 보아오던 것과 다른 독특한 것이 있었나 열었다. 다음의 세계로 입장하는 문을♡♡♡ p146 완벽함이란 바로 그 정해진 동작을 정확히 해내는데 있다. 여기서 말하는 완벽함은 몸동작같다. 인간의 두뇌는 지금 이글을 쓰는 동안에도 밖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에 반응하고 보이는 것에 반응해 다른곳으로 가려는것을 계속 붙잡고 있으니 정신의 세계는 아닌것같다. 하지만 같은 동작에서 희열을 느낀다면 역시 정신의 세계에서 완벽함이란 어렵다. p154 예술은 단순히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현대미술에 대한 설명인데 인상주의와 동시대인가 찾아보기도 하고 르네상스부터 다양한 그림을 보며 한동안 옆길로 헤매게 한 문장이다. 눈이 호강했다. 교양에 대한 글을 읽을 때는 예술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즐기게 한다는 목적으로 승마, 미술, 음악, 뮤지컬등을 저렴하게 사용하게 하고 있지만 사용하는 이들은 처음 정한 목적에 맞는 이들일지 의문이 들었다. p158 위대함의 진정한 시험대는 역사의 기록일 것이다. p161 진정한 위대함은 고립된 순간이나 단일한 행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스스로 드러내고 확장하며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p164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잘해보려 애쓰는 어떤 한 가지 일을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게 해내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사회에는 하나의 공백이 생긴다. 이 문장에서 최근의 인물부터 많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삶에 녹아있어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그들의 말과 행동들을.. 그들의 삶도 똑같이 유한하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지금의 많은 공백은 어떻게 될까? 어디선가는 메워지는데 내가 모르는 걸까 많은 생각으로 여기서 덮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초겨울 아침에 인사올립니다.^^ 오늘처럼 갑자기 추운 날에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을 보니 느낌이 또 다릅니다. 가연마미님 말씀대로 저도 "한 문장씩 읽을 때마다 격하게 공감"한 부분이 많았고, 그 가운데 '구빈원'에 관한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구빈원은 17세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빈민과 노숙자의 구제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시설입니다. 빈민과 노숙자는 '겨울을 무서워하는 사람들'로 불리기도 하지요. 해즐릿은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에서 말년을 구빈원에서 보내는 한 상인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규칙적인 식사, 벽난로 옆 작은 자리, 등에 걸친 외투 하나만으로도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세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자야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정신이 온전치 않아 밤마다 잠든 이들의 코를 꼬집고, 수면모자를 머리 위로 휘두르며 장난을 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결국 나머지 두 사람은 잠을 포기하고 그를 붙잡고 있었야만 했다. 이런 상황을 견딘다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 고통을 넘어서 정신적 인내의 극한을 의미한다. 이것은 더이상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며"(117~118쪽) 해즐릿의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라는 문장은 @모임 여러분도 많이 공감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문장 다음에 오는 문장을 잊지 못합니다. "그 속에는 인간의 가장 깊은 절망과 가장 끈질긴 생존 본능이 교차한다. 우리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하찮고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지 종종 잊는다. 하지만 그 삶은 가장 가느다랗고 고통스러운 실오라기 하나에도 집요하게 매달린다. 그런데도 이 남자는 젊은 시절 소박하게나마 사랑을 했던 사람이었다."(118쪽)
구빈원의 삶은 전 인생으로 보았습니다. 세명의 사람에게서 인생의 어느 부분 또는 만난 누군가를 떠올렸습니다. 구빈원은 그나만 나은 곳입니다. 뒷골목이야기 산업혁명때는 더 처참합니다. 발전 뒤에는 항상 그늘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많이 잊고 살고있습니다. 불나방처럼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열심히 달려들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삶을 버틴다고 생각하며 살아서인지 이 단어에서 크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구빈원의 삶을 인생으로 바라보는 가연마미님의 통찰에 박수를 보냅니다.^^ 말씀대로 "발전 뒤에는 항상 그늘이 있는데" 인간이라는 종(種)은 그 진리를 망각하며 살다가 불나방이 되기 직전에야 깨닫곤 합니다. 인간은 기억과 망각의 종이라는 말이 떠오르는군요.
궁핍한 상황에서 느끼는 굴욕과 고통에 더해, 자존심이 그 고통을 더욱 날카롭게 찌를 때 그것이야말로 가장 참혹한 순간이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p120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철학자 토머스 웨지우드는 인간의 마음에는 균형을 맞추려는 원리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무언가 결핍되면 우리는 그 존재를 더욱 강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모욕은 자존심을 자극하고, 고통은 다가올 안도감을 상상하게 한다. 배고픔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음식의 맛을 상상하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가난한 사람은 부에 대한 환상으로 자신을 둘러싼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P.134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인격을 안다는 것은」챕터를 읽기 전, 조금 변주를 주어 주말에 「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챕터를 먼저 읽어보았습니다. 공지에 함께 올려주신 "할 말이 많을것"이라는 소개에 더욱 기대감이 들어서 먼저 펼치게 된 것일지도, 아니면 조금 돈 없이 보낸다고 생각했던 주말이어서 먼저 펼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해즐릿은 또 대단한 말들을 해내고 있더군요. 그저 돈이 있고 없고를 생각했던 저와 달리, 돈이 없어도 존경받는 직업이나 돈이 없어야 더욱 풍부해지는 일에 대해 말하는 그의 생각이 놀라웠습니다. 깊은 통찰 속에서, 나는 얼마나 돈과 가난에 대해 추상적으로 말하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는지에 대한 회고가 되었습니다. 윌리엄 해즐릿의 문장들에 더욱 빠져드는 가을, 어쩌면 겨울의 시작이네요. 추운데 감기 다들 조심하시고, 윌리엄 해즐릿의 문장과 함께 회고의 뜨개질이 시작되는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
"나는 얼마나 돈과 가난에 대해 추상적으로 말하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는지에 대한 회고가 되었습니다." 참 좋은 말씀입니다. @모임 여러분도 저와 생각이 같을 것입니다. 책을 통해 내 자신을 회고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효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주차 모임에서 읽게 될 「병상의 풍경」에서 해즐릿은 책이 "인간의 영혼을 들여다보게 하고 자신의 비밀까지도 펼쳐" 보인다고 말하는데 이게 바로 영영님의 말씀과 일맥상통합니다.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에서 해즐릿은 때때로 성직자나 군인의 삶이 부럽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가난해도 모욕받지 않기 때문이고, 나아가 구걸하는 수도사의 사례도 들면서 "가난은 선택일 때 존엄이 되고, 신념일 때 권위가 된다. 무소유는 때로 가장 강력한 선언이다"(129쪽)라고 주장합니다. 요즘 말로 맞말대잔치이지요.^^;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은 언제나 자신보다 더 큰 어떤 것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 (...) 하지만 새로운 해석이 이전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위대한 학자의 기억도 길어야 반세기 정도만 살아남는다."' (p.162, 인도인 곡예사)라고 하고 있어요. 읽는 사람마다의 느낌이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가 위대한 사람이 되지는 못할 지언정 위대함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거대하고 큰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최고에 올랐다고 위대한 학자라고 하더라도 반세기 정도라니... 그렇다면 이 문장이 있는 세익스피어 <햄릿>은 얼마니 위대한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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