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8.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

D-29
생쥐에 대해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은화님 글을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요.
저도 생쥐는 뭔가 의미가 있을 거 같았는데 잘 생각하며 읽어야겠어요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영화 <사이코>의 샤워 장면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네요. 무슨 사진일까요?
앗, 사실 그냥 구글에서 찾다가 위에 떠있던 이미지 아무거나 가져온 겁니다 ㅎㅎㅎ 뭔가 음울하거나 불안한 느낌을 주는 샤워 사진을 찾았는데 말씀하신대로 <사이코>가 가장 먼저 뜨더라고요. 왠지 사이코는 작품을 모르더라도 샤워씬이 워낙 유명하여 아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일부러 아무 사진이나 가져왔어요. 육체와 정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가장 마음이 편하고 안전한 공간(보통 집이죠)에서 몸을 씻는데, 정작 그 순간이 가장 취약한 때라는 게 뭔가 역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제가 매일 운동을 가서 피트니스에서 샤워를 하는데요. 종종 피트니스 샤워장에서 싸운다는 얘기를 들어요. 근데 그게 벌거벗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싸우더라도 서로의 몸을 보며 싸우고 싶진 않아 공중 목욕탕에선 싸울 일을 절대 만들지 않습니다.(평소에도 잘 싸운다는 건 아니에용) 은화님의 샤워할 때의 공포 얘기를 보고 갑자기 제가 생각하는 샤워장 공포가 떠올라 글을 올려봅니다 ㅎㅎ
근데 싸움의 원인이 뭘까요? (피트니스에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일인)
저도 아직까지는 싸우거나, 싸움을 목격한 적도 없지만 다른 사람들 얘기나 인터넷 사례를 보면 공용품(운동용 또는 샤워용 수건) 사용 가지고 싸우는 경우도 있고, 개인 소지물을 누가 몰래 썼네 마네 훔쳐갔네 하는 문제로 싸우기도 하고요. 자주는 아니지만 운동기구를 썼을 때 다음 사람 배려해서 자기 흔적(땀) 정리를 안하고 갈 경우 누군가가 지적하다가 싸우기도 하나 보더라고요. 샤워장은 아무래도 여러 명이 들어가다 보니.. 샤워할 때 본인의 습관(?)이 있는 분들이 있어서 그걸로 불쾌해하거나 지적하다가 싸움이 번지는 경우도 있고, 사용하고 난 후 뒷처리 문제(씻고 나와서 옷 갈아입거나 말릴 때 바닥에 물기라든지)로 싸우기도 하고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보통 남성분들은 절대 이해못하는 자리싸움입니다. 가끔 상주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사람이 없을땐 상관없지만 사람이 많아 샤워를 못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자리에 본인물건만 갖다 놓고 탕에 갔다 사우나 들어갔다 하며 나타나지 않다가 누군가 그 자리가 오래 비어 있어 샤워라도 할라치면 번개처럼 등장하셔서 본인자리라며 비키라고 하시는 거죠. 그럼 그때부터 '여기에 전세냈냐'가 시작됩니다. 아시겠지만, 한국의 목욕탕 문화는 남성 여성이 아주 다릅니다. 저희 남편은 이런저런 얘기듣고 막 화까지 내더라고요. ㅎㅎ 좀 창피합니다만 그래서 수건도 남성분들은 자유롭게 쓰라고 탕앞에 두는 반면 여성분들은 배급시스템인 것도 있고요(요샌 안 그러지만 집에 그렇게 들고 간다는 컥).
동네 센터의 아쿠아로빅 수업을 신청했던 지인이 첫날 앞줄에 섰다가 기존 회원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고 신입답게 제일 뒷줄로 물러나 운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샤워장에서도 그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텃세와 자리싸움은 역시 어느 곳에나 있는 오래된 현상인가 봅니다. 서비스업을 하는 사장님들 대단하다고 생각되는게 이렇게 별나고 다양한 사람들 비위를 맞춰가며 사업을 하시니까요. 전 절대 못할 것 같아요.
우리 인간이 수많은 종의 표본을 줄줄이 꿰고 있다는 듯한 논조이지만, 실제로 솔라리스는 무게가 1700억 톤에 달하는 단 하나의 개체에 불과하다.
솔라리스 p.48,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처음 읽을 때 흥미진진해서 집중해서 읽느라 책을 생각하며 읽으려고 1주차 부분을 다시 펴 들었어요. 다시 펼쳐보니 스나우트가 왜 그렇게 행동하고 말을 제대로 못했는지도 이해가 갔습니다.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읽을 때와, 일어난 사건을 인지하고 읽을 때의 느낌이 뭔가 다르게 다가오네요.
이 문제는 결국 '원과 똑같은 면적의 정사각형을 구하는 문제'의 현대판이 되어 버렸다.
솔라리스 p.56~57,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원과 똑같은 면적의 정사각형을 구하는 문제라는 게 무슨 말인지 궁금해서 좀 찾아봤습니다. 고대 그리스 수학에서부터 시작된 문제인데, 직선 자와 콤파스만을 이용해 말 그대로 원과 넓이과 같은 정사각형을 그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해요. 굉장히 오래된 질문으로 아낙사고라스가 제기하였고 실제로 이것이 수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한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으나 '불가능하다'라는 결론이 19세기에 들어서야 증명되었다고 하네요. 수학적인 내용은... 제가 수학을 못하는 관계로 설명을 드리지 못하지만.. 대신 이 질문이 고대 세계에서 어떤 철학적 의미가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습니다. (수학적 역사와 증명은 첨부된 링크를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원의 원주율은 3.14...로 정수가 아닐 뿐더러 그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무한소수입니다. 시작과 끝이 맞물려서 영원히 회전하는 원은 그 무한성과 순환 때문에 여러 문명권에서 다양한 상징으로 쓰였고요. 현실에서도 '완벽한' 원을 그리는 건 불가능하기에 원은 예전부터 초월적인 것 또는 이상적이거나 천상/신적 개념과도 맞물려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정사각형은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동일하고, 그 자체로 불변하는 견고한 도형으로서 현실적인 가치 또는 '실제'의 개념에 대응되었다고 합니다. 초월적인 원과 현실적인 정사각형이 같은 면적으로서 표현될 수 있는가 또는 불가능한가는 과거의 사람들에게는 이상과 현실 또는 하늘과 땅이 합일/화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해요. 사원이나 종교적 건물에 사각형과 반원 또는 원의 공간이 결합된 형태가 많은 이유는 건축공학적 기법 외에도 그런 의미들이 담겨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고대~중세의 상당한 기간 동안에는 학문이 지식 그 자체보다는 종교/가치관과 뒤섞여 세계를 이해하는 틀이었기에 이런 개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책에서 작가가 문장에서 말하고자 한 의미는 두 가지 뜻을 모두 담은 것 같네요. 1) 오랜 세월 해결하지 못한 난제, 2) 결코 조화될 수 없는 개념 <2천년 넘게 수학자들을 괴롭힌 수학 난제, EBS컬렉션-사이언스> https://www.youtube.com/watch?v=rGgNj0k0SQs
오!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개념인데 정말 신기하네요. 게다가 상징하는 바도 크고요.
전 유리수의 곱으로 계산되는 정사각형 면적과 무리수 파이가 들어가는 원의 면적이 같을 수 없으므로 해결하기 불가능한 문제라는 뜻이군 하고 가볍게 넘어갔는데 은화 님은 더 파보셨네요. 물론 이 파트가 소설치고는 치열한 학술적 논쟁을 다룬 부분이어서겠지만 독서를 저에 비해 상당히 세밀하게 하시는 것 같아 제 건성건성 독서 스타일에 대해 반성하게 됩니다. ㅎㅎ
이 부분이 오멜라스에서 나온 『솔라리스』(영역본을 중역)에는 빠져있네요. ㅠㅠ 문장 모음에 올려주신 걸 보고, 저는 이 부분을 읽은 기억이 안 나서 이상했는데... 영역본에서 이 부분이 아예 없었나봅니다. 어제 도서관에서 민음사판을 빌려서 앞부분을 다시 보는 중인데요, 뉘앙스도 꽤 다르고, 주인공 이름도 다르고, 내용도 문장을 새로 쓴 듯 다르네요. 영역본을 옮기다보니 그랬겠지만, 원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고 읽다가는 전혀 다른 소설을 읽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52쪽(민음사) 내용 "이러한 가설은 물질과 정신, 혹은 물질과 의시그이 상관 관계라는, 철학의 가장 오래된 화두를 부활시키는 작용을 했다. … 의식을 배제한 생각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솔라리스의 바다에서 관측된 일련의 과정들을 가리켜 ‘생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산을 가리켜 단지 하나의 거대한 돌덩이라고 지칭해도 무방할까, 그렇다면 행성은 거대한 산일 수 있는가. … 지구의 기준과는 다른 새로운 척도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현상을 논할 수 있다. / 이 문제는 결국 ‘원과 똑같은 면적의 정사각형을 구하는 문제’의 현대판이 되어 버렸다."은 아주 중요한 것 같은데, 내용도 뉘앙스도 너무 다르네요. 번역서는 원전인지 아닌지 꼭 확인을 해봐야겠어요.
번역은 번역자에 따라서 많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지만 문장 자체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원전 번역 여부와 관련이 있겠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원본의 특정 부분을 아예 들어낸 경우도 가끔 있어 원본을 읽고 싶은데, 세상의 언어가 너무 많네요. 역시 하나님이 내린 형벌이심이 분명합니다.
아.. 영역본에서도 해당 문장을 번역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오멜라스 중역본에도 내용이 없었던 거겠죠? 큰 줄거리의 전개는 같을지 몰라도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나면 책의 감상이 많이 다르겠네요. 영역본에서 왜 저 부분을 건너뛰었을까요..
나는 자가당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탈출은 불가능했다. 자기 뇌를 거치지 않고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아무도 자기 자신의 내적 상태를 외부에서 관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만큼 단순한 동시에 효과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앗다. … 만약 인공위성이 보내온 결과가 내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 숫자는 절대로 내가 낸 숫자와 일치할 리가 없다. 내 정신은 정상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떤 경우에라도 컴퓨터 없이는 혼자서 수개월 걸리는 계산을 암산만으로 풀 수는 없다. 그러므로 두 개의 해답이 일치한다는 것은 곧 스테이션의 컴퓨터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는 실제로 그것을 사용했으니까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솔라리스 (양장, 한정판) p.72,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김상훈 옮김, 이부록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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