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8.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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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진도가 거의 비슷하네요. 1) 인간이 그 간의 경험으로 이해가 잘 안되는 현상이 나타나면 비록 과학자들이라 할지라도 일단 거부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게다가 사고 발생 시 상황이 환상이나 망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환경이라는데는 대부분 동의했을테니까요. 베르통이 좀 더 저명한 사람이라면 판단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처음 나오는 반응으로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 같습니다. 베르통이 자신이 보았다고 하는 광경은 소설의 내용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믿어지지만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들었다면 믿기 어려웠을 듯 합니다. 2) 자신의 기억이 그대로 물질로 재현되는 현상에 맞닥뜨려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거의 체념한 상태로 이 상황을 받아들였지만 자신이 로켓에 태워 우주로 날려버린 첫번 째 하레이가 남기고 간 옷과 지금 자신 앞에 있는 두번 째 하레이가 입고 온 옷이 나란히 걸쳐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마치 하레이 두 명이 자신 앞에 서 있는 듯한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기까지 읽어보니 압도적으로 소설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보다 재밌네요. 개인적으로는요. 그런데, 영화라는게... 어제부터 이번에 노벨 문학상 받은 라슬로의 <사탄탱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만연체를 좋아하지 않아서 소설은 읽지 않았습니다) 이게 7시간 30분짜리라고 합니다. 요즘 식으로 볼 때는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만들었어야 맞는 것 같은데, 하여간 어떻게 만들면 7시간이 넘는 영화를 만드나 싶어 호기심에 봤는데, 시작하고 10분 동안 바람이 부는 마을에 소가 왔다갔다 하는 장면만 나왔습니다. 일단 어제는 20분 정도만 봤습니다. ㅋㅎ 이런 식으로 영화가 계속 늘어지며 진행된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지겹겠지만 또 마성이 있다고도 합니다. 영화란 이렇게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맛이 있는 거겠죠.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도 됩니다.
2번 물음의 답변에서 왠지 '부정의 5단계'가 생각나네요 ㅎㅎㅎ 더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으니 역으로 지금의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하는 수용 또는 체념에 의한 극복이려나요. 비슷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저는 캘빈이 보고서를 읽고 난 뒤 자신이 솔라리스와 '손님들'의 정체를 이해했다고 스스로 착각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작은 외전』을 펼치기 전까지는 독자도 그렇고 캘빈도 마찬가지로 도대체 솔라리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도저히 감을 잡지 못하죠. 그러다가 베르통의 증언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잃어버린 연결고리가 무엇이었는지, 바다가 무슨 일을 벌이는 건지, 손님들이 어떤 존재인지 추정할 수 있게 되고요. 사람은 미지의 대상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데 근원과 원인을 알게 되는 순간 막연함과 신비감이 사라지죠. 자신의 앞에 나타난 하레이가 유령인지, 자신의 환각이나 정신병인지 파악조차 할 수 없었지만 이제 보고서를 읽고 난 그는 주입된 지식으로 하레이의 정체를 추측한 것 같습니다. (비록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다만 캘빈이 눈 앞의 하레이를 '진짜 하레이'와 동일한 존재라고 생각하여 마음을 열었던 건지, 아니면 오히려 진짜가 아니기에 자신이 주고 싶은 만큼의 안심과 감정을 열었던 건지는 모르겠네요. 두 번째로 나타난 하레이의 드레스 묘사에서 재밌는 점이 '모방'이 깃들어 있다는 점 같습니다. 첫 하레이의 옷은 단추나 지퍼가 없었죠. 옷의 세부적인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외형적인 면만 그대로 따라했다는 느낌입니다. 솔라리스는 옷을 입을 줄 모르고, 옷의 개념을 모르기 때문에 단지 옷의 형태에만 집중한 것 같고요. 그건 마치 어린이가 사람을 그리거나 어설픈 인간모형의 장난감을 만들 때 단추 모양은 표현하더라도 실제 여닫는 기능이 구현되지는 않는 상황과 같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하레이는 캘빈이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알아서 드레스를 벗었죠. 정확히는 드레스에 단추나 지퍼의 기능이 추가된 게 아니라, 캘빈이 임시로 옷을 찢었던 방법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두 번째 하레이는 캘빈이 옷을 가위로 찢은 걸 원래의 방법인 줄 알고 모방을 한 게 아닐까요? 하지만 여전히 그건 잘못된 모방이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오답을 던졌는데 어설프게 알고 있어 걸려드는 상황 같지 않나요? 인간답게 행동하고자 모든 행동과 사소한 습관을 따라하지만 여전히 진짜가 아니라는 단서.. 그걸 보며 캘빈은 하레이가 '진짜와 구분할 수 없지만 여전히 진짜가 아닌' 존재임을 직감하고 두려움을 느낀 것 같습니다. 심지어 지퍼가 고장난 것 같다는 말을 덧붙여 어떻게든 오답을 가리려는 모습까지.. 좀 소름돋네요.
밥심 님이 말씀하신 영화 이야기를 읽다 문득 떠오르는 영화가 있어 올려 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느리고 지루해서 반복되는 장면을 1.5배속으로 봤습니다. 제가 유튜브 영화소개 보기, 몇배속으로 빨리 보기를 정말 싫어하는데 이 영화는 중간에 친구가 찾아와 열변 토하는 장면 빠놓곤....하....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숙면을 취할 것만 같은.... 이 영화가 극찬을 받았고, 담겨진 내용이 심오하다고 하는데 저에겐 부녀가 맛도 없는 감자만 먹다 암흑으로 끝나는 영화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들의 영양상태가 심히 걱정되었습니다.
토리노의 말1889년 1월 3일 토리노. 니체는 마부의 채찍질에도 꿈쩍 않는 말에게 달려가 목에 팔을 감으며 흐느낀다. 그 후 니체는 ‘어머니 저는 바보였어요’라는 마지막 말을 웅얼거리고, 10년간 식물인간에 가까운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 한편 어느 시골 마을, 마부와 그의 딸 그리고 늙은 말이 함께 살고 있다. 밖에서는 거센 폭풍이 불어오고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 아주 조금씩 작은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어이쿠! 같은 감독의 영화로구만요. 끝까지 다 보신 건가요.
어머나!! 이런 우연이!! 네~1.5배속으로 끝까지 봤습니다. 사탄탱고도 1.5배속으로 보면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아.. 저는 이 영화를 안 봤지만 부모님이 예전에 왓챠에서 보시다가 못 참겠어서 중간에 끄신 기억이 있네요. 저는 비극이건, 희극이건 어떤 식으로든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은 이런 작품들은 시도하기가 겁이(?) 납니다 ㅎㅎㅎ
이 영화가 상징하는 바는 하나님이 인류를 창조하신 날로부터 6일간을 역순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하는데....감독님이 그렇게 얘기하신 거겠죠? 그 영화를 보고 어떻게 해석을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예전에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마더!'는 하나님과 마리아의 이야기부터 예수님이 못 박히시고, 다시 마리아를 부활시키는 장면까지 명확하게 보였는데....쩝쩝
마더!시를 쓰는 남편(하비에르 바르뎀)과, 집을 꾸미는 아내(제니퍼 로렌스). 이들 부부의 보금자리는 남편이 결혼 전부터 살던 집인데, 이곳은 한때 큰 화재로 잿더미가 되었다가 아내의 헌신으로 재건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의 집에 손님이 찾아온다.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하는 남자(에드 해리스)는 하룻밤 신세를 지는가 싶더니 부부의 집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의사의 다른 가족들이 연달아 찾아오며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고갈로 시를 쓰지 못하고 있던 남편은 낯선 손님들의 방문이 새로운 영감을 준다며 그들을 집에 머물게 하는데...
<마더>는 극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상깊게 보셨는가 봅니다. 전 괜찮게 본 기억이 납니다.
전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영화를 다 좋아합니다. ^^ 그 징글징글함이 맘에 들어요.
다 좋은데 전 이 감독 이름이 영 입에 붙질 않아요, 그냥 대런까지만 생각해내곤 얼버무립니다. ㅠㅠ
1) 예전에 '런던 스파이'라는 영드에서 보았는데, 권력자들은 본인들의 이익에 반하면 인류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과 상관없이 묻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인류는 그들에겐 상관없는 거죠. '솔라리스'를 아직 끝까지 읽어 보지 않아 정확히 왜 그런지 모르겠고, 끝에도 안 나올 것 같지만 그들에겐 불필요하거나, 이익에 반하는 정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인류의 불안을 조장할까 봐? 혹은 @밥심 님 말씀처럼 '베르통의 증언을 믿을 수 없다' 정도일 것 같습니다. 2) 전 감정적으로 받아들였어요. 처음엔 '귀신' 내지는 나에게 해를 끼칠 '외계인'이라 생각했지만, '솔라리스'가 만들어낸 복제품?이라면 본인이 알던 하레이와 딱히 다를 바 없는 존재라 생각하고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죽었는데 귀신으로 나타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란 상상을 하는데, 저에게 해를 끼치든 어쩌든 전 울면서 반가워 할 거 같거든요. '진짜'의 여부는 상관없을 것 같아요.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체념했던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에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유하고 싶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전 보고서의 마지막에 베르통이 차마 언급하지 않은 '끔찍한 광경'이 대체 무엇일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제가 평의회 의원이었다면 무슨 내용인지 알고 싶어서라도 그의 발언을 인정하고 듣고 싶었을 것 같아요. 물론 사적인 호기심과 공적인 판단은 다른 문제지만..
결말을 기대해 봅니다!! 106명이 한번에 죽는 장면이랑 연관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그녀를 속이고 있는 것은 내 쪽이고, 그녀는 나를 속이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녀는 오직 그녀 자신이었으므로.
솔라리스 p.205,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그녀는 통조림을 따는 것 말고는 나만큼이나 요리에 소질이 없고,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나는 통조림 두 통을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 커피도 몇 잔 마셨다. 하레이도 음식을 먹기는 했지만, 마치 어린아이들이 부모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기계적인 동작으로 억지로 입안에 쑤셔 넣는 모양새였다.
솔라리스 p.212,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앞에서 말한 드레스의 묘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문장 같습니다. 주인공의 눈 앞에 있는 현재의 하레이가 과거의 하레이와 완전히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걸 캘빈과 대조시켜 보여주는 느낌이죠. 예전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에서 주인공 로봇 '데이비드'가 사람을 따라하려고 억지로 시금치를 먹다가 고장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로봇은 생물체가 아니라 허기를 느끼지 못하지만, 솔라리스의 복제물은 유기체로 보이는데 하레이도 배고픔이나 허기를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캘빈이 실험을 하며 나오는 정보들도 그렇고 하레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점점 궁금해지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ofzIdn6PeSc
잠도 안 잔다고 나오니 솔라리스가 만들어 낸 다른 개체라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세세한 특성까지는 복제하지 못한? 혹은 안 한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안 나오지만, 영화에선 기억은 있지만, 내가 그 행동을 했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복제물이니 기억만 복제된 거라 그런 점을 감독이 잘 잡아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캘빈이 예전의 당신이 아닌 '현재'의 당신을 사랑한다고 할 땐 뭐지? 했네요. 그건 어떤 감정일까요?
“이것은 인간이 아닐뿐더러, 실존 인물을 그대로 복제한 존재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저 우리의 뇌가 어떤 특정 인물에 대해 가지고 있던 관념의 물질적 투영에 지나지 않습니다.”
솔라리스 p.225~226,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하지만 난 그녀의 얘기가 그런 뜻이 아닐 거라고 확신했어. 겁이 워낙 많아서 감히 그런 짓을 저지르지는 못할 거라고……"
솔라리스 p.155,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이것은 하레이가 아니었다. 진짜 하레이는 자신의 주장을 내게 강요한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솔라리스 p.129,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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