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8.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

D-29
236쪽 숨김없이 진실을 털어놓기만하면, 모든게 해결되리라고 순진하게 믿으며 지나친 솔직함으로 오히려 서로를 힘들게 하던 과거의 추억이 이 표현에 서려 있었다. 244쪽 인간은 본인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마음속으로는 항상 가설을 세우게 마련이다.
솔라리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솔라리스의 바다를 '인격적 괴물'로 표현하는 부분도 나오는데 언젠가 지구에선 '날씨'가 외계생명체가 아닌가?란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인간들은 어쩔 수 없이 외계생명체를 스타워즈에 나오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요괴든 형태를 갖춘 것으로 묘사하잖아요. 근데 제 생각엔 상상할 수 없는 형태의 외계생명체도 존재하는데 날씨는 어떨까?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해불가 예상불가
완전 솔라리스식 마인드네요. ㅎㅎ
스티브 소더버그의 '솔라리스'를 다 보고, 오늘부터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를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 분이 영화평에도 써 놓은 것처럼 '솔라리스'를 하나의 개체로 이해하는 것이 제게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개념인 것 같습니다. @밥심 말씀처럼 소더버그의 '솔라리스'는 책을 읽지 않으면 절대 이해도 되지 않고, 한없이 지루하기만한 영화였어요. 저는 책을 읽고 보니 생략된 디테일들이 보였지만, 스릴러적 면모도 애매하고, 왜 아내가 아닌 줄 알면서도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요. 영화로 그리기엔 너무나 짧았습니다. 지금 책을 거의 다 읽어가는데, 영화와 끝이 다를지도 궁금합니다.
나의 뇌전도, 내 두뇌 활동의 모든 것이 기록되어 방사선 다발의 진동으로 전화된 후 바다를 향해 발사될 것이다.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괴물의 깊은 내면으로, 스나우트가 말했었다. "설마 그녀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면, 고통스러워 견딜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뇌전도는 의식적인 부분과 무의식적인 부분을 포함한 모든 사고 활동을 빠짐없이 기록한다. 만약 내가 그녀의 소멸을 원한다면, 정말로 그렇게 될까?
솔라리스 345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방금 막 <액체 산소>까지 읽었습니다. 단순한 사고에서 시작하여 긴장감이 감돌던 이야기가 마지막에 가서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감동을 확 주네요. 소름이 온몸에 돋으면서 살짝 울컥했어요.. 정말 예상할 수 없으면서도 강하게 흡입하는 내용과 문장이네요.
297쪽 그러나 내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었던 게 바로 ‘솔직한 대화’였다. 444쪽 이론은 실제의 경험을 고스란히 전해주지는 못하는 법이다.
솔라리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책을 반납해야해서 조금 일찍 완독했습니다.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독서 내내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 완독하시면 짧은 소감 올리겠습니다.
솔라리스가 영화뿐아니라 오페라까지 있네요. 설마 이 내용으로 오페라까지 만들다니 놀랍습니다. https://youtu.be/9QxY7ubpNhA?si=YK1H-xLmb5bvGr_4
올려 주신 영상을 소리 없이 봤지만, 무대 장치가 대단하네요. 뮤지컬도 아닌 오페라라니~!
아직 책을 읽는 중이라 일부러(?) 관련 영화나 다른 매체를 안보고 있는데 빨리 책을 다 완독하고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어떻게 이 작품의 분위기와 배경을 담아내려고 노력했을지 궁금해요
단 솔라리스의 바다는 인간에 대해서만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동식물과 같은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해서는 미모이드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다. 반면 마네킹이나 인간의 모습을 본뜬 인형, 강아지 조각상이나 모형 나무 등은 그 재질을 가리지 않고 거뜬히 복제해 버린다.
솔라리스 p.251,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미모이드만 다른 단어들과 달리 영어인데 아마도 모방한다는 뜻의 mimic을 따와 미모이드라고 이름을 지은건가 싶네요. 미모이드는 왜 무생물과 무정물은 잘만 모방하면서 생물은 무시하는 걸까요.. 그래놓고는 또 왜 갑자기 솔라리스는 복제된 인간을 창조한 걸까요.. 어쩌면 생물은 이미 그 자체로 지능과 의식이 담겨 있기에, 솔라리스는 자신의 지능과 의식을 담을 다른 형상을 찾고 있는게 아닐까 상상해 봤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연구의 초기 단계에 과학자들은 이 미모이드가 솔라리스 바다의 중심이자, 그토록 갈망해오던 두 문명 간 접촉이 실현되는 증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과학자들은 접촉의 가능성이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모이드의 모든 활동은 그저 복제로 시작해서 복제로 끝났다. 그것은 아무 의미도 개연성도 없는 단순한 모방에 지나지 않았다.
솔라리스 p.254,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인간은 한 번에 몇 가지 사실들만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그저 지금 이곳,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만을 볼 뿐, 그것이 아무리 통합적이고 상호보완적이라 해도 동시에 일어나는 다양한 과정을 한꺼번에 인식할 수는 없다. 우리의 인지 능력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현상을 인식하는 경우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솔라리스 p.262,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이전 내용이긴 하지만, 이 부분의 단락을 읽을 때 좀 여러 생각이 겹쳐서 떠오르더라고요. 우리는 인간 종으로서의 감각기관을 통해서만 세상을 인지하며, 또한 각자의 이해관계와 자신의 입장에 근거해서 상황을 해석합니다. 우리는 결국 사물이나 사건의 어느 일부 면은 보더라도 절대로 '전체'를 볼 수는 없는 건가 생각이 들었어요. 감각적인 차원에서 보면 인간은 시각을 통해 가시광선밖에 볼 수 없죠. 하지만 곤충이나 어류 등 다른 생물들은 가시광선만이 아닌 다른 기관과 감각을 통해서도 세상을 인지하죠. 심지어 눈이 퇴화한 대신 진동이나 음파를 통해 주변 사물을 인식하기도 하고요. 열적외선이나 X선으로 본 물체는 다르게 보이듯 말이죠. 감각의 측면을 넘어 개인의 생활이나 삶에 있어서도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심리상태나 타인과의 관계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경우들도 있죠. 나 자신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행동이나 말인데 상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조직에서 공적인 업무상의 나의 존재와 사생활에서의 나 자신이 다르기도 하고요.
“그러한 실수 자체는 사소할지 몰라도, 스티븐스, 더 큰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하네.”
남아 있는 나날 p.85~86,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남아 있는 나날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대를 이어 집사라는 직업에 헌신해 온 ‘스티븐스’라는 인물을 통해 양차 세계 대전 사이 영국 격변기의 모습과 여행길에서 바라본 1950년대 영국의 사회상을 교차한 작품이다.
얼마 전 오프라인 독서 모임에서 지정도서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을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위와 같은 문장이 나와요. 작품을 안 읽은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주인공인 '스티븐스'는 아버지를 이어 집사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주인을 모시던 어느 날, 스티븐스의 부친은 나이와 육체의 노화를 견디지 못하여 손님들 앞에서 물건을 들고 옮기다 넘어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당시 스티븐스가 모시던 주인은 조만간 아주 중요한 귀빈들이 오는 만찬 일정을 준비하던 입장이었기에 혹여나 행사 당일에 스티븐스의 아버지가 큰 실수를 저지를까 걱정하여 주인공을 불러 위와 같이 말을 해요. 단순히 일회성의 실수로 볼 것이 아니라, 중요한 행사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어떻게 보면 그저 단순한 업무상 실수로 나이가 들면서 당연히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스티븐스의 주인이 과하게 예민하게 구는 것 아닌가 여길 수도 있을테고, 공과 사를 구분하는 입장이라면 그의 지적에 공감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말 그대로 사소한 실수이지만 그 실수가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사건의 너머'를 보라는 문장이었는데 왠지 솔라리스의 문제와도 겹쳐 보였어요. 이전의 다른 회사에서 신입으로 근무할 당시 제 선배도 비슷한 말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일을 할 때 그냥 하지 말고, 방법론적인 해결법만 신경쓰지 말고 '왜 그 일을 하는지, 그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일을 하라고 말이죠. 사원일 적에는 그 말의 뜻을 이해를 못해서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 날 하루하루 쌓인 일을 쳐내기에 바쁜데 무슨 일의 의미야 의미는.. 하며 귀찮아 했거든요.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선배의 말이 종종 생각나곤 합니다. 똑같거나 비슷한 회사 일을 하면서도 어떤 과업은 열의를 가지고 하게 되지만, 어떤 일은 난이도가 쉽건 어렵건 상관없이 정이 안 붙고 의욕이 안 생기는 일이 있거든요. 생각해 보면 결국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납득하지 못했기에 열심히 할 이유를 못 느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말 그대로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경우들이었죠. 그 자체로 놓고 보면 단순한 사건과 일화와 사물일 뿐이지만 그것을 둘러싼 수많은 의미들이 우리 곁을 무수히 스쳐가고 또 사라지거나 생겨나죠. 감각적으로도 인식적으로도 우리는 우리 주변의 대상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하물며 나 자신 또는 타인, 더 나아가 세계나 우주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미술학원이나 학교 미술시간에는 종종 스케치 연습으로 인물의 두상이나 흉상 또는 정다면체를 보고 그리게 하죠. 하지만 우리가 보고 그리는 정다면체는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본 각도의 물체일 뿐, 다른 각도에서 또는 뒤나 위 대각선에서 본 모습은 또 다릅니다. 사물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모든 각도에서, 안과 밖에서, 모든 빛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하지만 우리는 결코 그렇게 하지 못하죠. 솔라리스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은 단순히 인식론적인 문제를 넘어 '모든 의미에서' 우리가 결코 다가갈 수 없는 존재라는 지적이 아닐까요.
개개의 대칭체는 유일무이하며, 그 유일무이함의 대부분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독자적인 현상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솔라리스 p.267,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이 문장을 읽을 때 사람의 '마음'을 말하는 것처럼 읽혔어요. 모든 대칭체처럼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고유하며, 그 고유성은 내부에서 기인한다는 점.. 우리를 남들과 같지 않으며 독특한 개체로 유지시키는 근원은 경험, 교육, 본성, 성장과정 같은 다양한 선천적/후천적 요인들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정신세계와 심리에서 나오죠. 어쩌면 이 모든 바다의 현상은 솔라리스가 마음을 그려내고 있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다만 이 또한 책에서 계속 나오는 것처럼 인간 중심적인 오류의 관점이고, 실제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죠. 독자를 포함한 이 책의 모든 인물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현상을 자의적으로 인식하고 싶어하지만 진실은 결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작가가 중간중간 문장으로 때려서 훈계하는(?) 느낌이 내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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