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분이 오멜라스에서 나온 『솔라리스』(영역본을 중역)에는 빠져있네요. ㅠㅠ 문장 모음에 올려주신 걸 보고, 저는 이 부분을 읽은 기억이 안 나서 이상했는데... 영역본에서 이 부분이 아예 없었나봅니다.
어제 도서관에서 민음사판을 빌려서 앞부분을 다시 보는 중인데요, 뉘앙스도 꽤 다르고, 주인공 이름도 다르고, 내용도 문장을 새로 쓴 듯 다르네요. 영역본을 옮기다보니 그랬겠지만, 원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고 읽다가는 전혀 다른 소설을 읽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52쪽(민음사) 내용 "이러한 가설은 물질과 정신, 혹은 물질과 의시그이 상관 관계라는, 철학의 가장 오래된 화두를 부활시키는 작용을 했다. … 의식을 배제한 생각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솔라리스의 바다에서 관측된 일련의 과정들을 가리켜 ‘생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산을 가리켜 단지 하나의 거대한 돌덩이라고 지 칭해도 무방할까, 그렇다면 행성은 거대한 산일 수 있는가. … 지구의 기준과는 다른 새로운 척도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현상을 논할 수 있다. / 이 문제는 결국 ‘원과 똑같은 면적의 정사각형을 구하는 문제’의 현대판이 되어 버렸다."은 아주 중요한 것 같은데, 내용도 뉘앙스도 너무 다르네요.
번역서는 원전인지 아닌지 꼭 확인을 해봐야겠어요.
[함께 읽는 SF소설] 08.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
D-29
르구인
밥심
번역은 번역자에 따라서 많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지만 문장 자체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원전 번역 여부와 관련이 있겠네요.

꽃의요정
이유는 모르겠지만, 원본의 특정 부분을 아예 들어낸 경우도 가끔 있어 원본을 읽고 싶은데, 세상의 언어가 너무 많네요. 역시 하나님이 내린 형벌이심이 분명합니다.

은화
아.. 영역본에서도 해당 문장을 번역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오멜라스 중역본에도 내용이 없었던 거겠죠? 큰 줄거리의 전개는 같을지 몰라도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나면 책의 감상이 많이 다르겠네요. 영역본에서 왜 저 부분을 건너뛰었을까요..
르구인
“ 나는 자가당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탈출은 불가능했다. 자기 뇌를 거치지 않고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아무도 자기 자신의 내적 상태를 외부에서 관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만큼 단순한 동시에 효과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앗다.
…
만약 인공위성이 보내온 결과가 내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 숫자는 절대로 내가 낸 숫자와 일치할 리가 없다. 내 정신은 정상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떤 경우에라도 컴퓨터 없이는 혼자서 수개월 걸리는 계산을 암산만으로 풀 수 는 없다. 그러므로 두 개의 해답이 일치한다는 것은 곧 스테이션의 컴퓨터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는 실제로 그것을 사용했으니까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솔라리스 (양장, 한정판)』 p.72,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김상훈 옮김, 이부록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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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제가 읽고 있는 오멜라스에서 나온 번역본은 영어본을 옮긴 중역었군요. 그래서 등장인물 이름이 달랐네요. Kilmartin과 Cox의 영역본에서는 스나우트가 스노우로, 하레이가 레야로 되어 있어서 그렇게 옮겨졌나 봅니다. 민음사 책은 폴란드어 원전을 옮긴 것이고요! 얼른 도서관에 가야겠네요. (참고. 김상훈 번역이 읽기에 전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요.ㅎㅎ)

은화
솔라리스의 바다를 읽으면서 생각난 게 '아메바 바다'였습니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2005년에 만든 <에일리언 플래닛>이라는 가상 다큐멘터리 영화는 다윈5라는 행성의 생태계를 묘사하는데요. 이 행성에는 거대한 크기의 바다가 있는데 솔라리스처럼 사실 물이 아니라, 젤리 형태의 유기체라는 설정입니다.
<에일리언 플래닛>은 본래 작가 겸 아티스트인 '웨인 발로'가 1990년에 <여정(Expedition)>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한 과학소설에 기반한 영상물이에요. 웨인 발로는 평소에도 다양한 외계생명체나 외계행성의 가상 세계와 생태계를 상상하여 글이나 그림으로 그리는 창작자였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웨인 발로의 책에 있는 아메바 바다에 대한 삽화입니다. 두 번째 그림은 <에일리언 플래닛>에서 묘사되는 아메바 바다의 일부인데 먹이를 잡기 위해 공중으로 액체 촉수를 뻗어 붙잡으려는 모습입니다. 세 번째 그림은 아메바 바다의 크기인데 보라색 부분이 바다라는군요. 솔라리스처럼 행성 전체를 덮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상당한 크기입니다.
두 작품 모두 솔라리스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이후에 나왔으니, 어쩌면 스타니스와프 렘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르구인
재미있는 책과 다큐네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계 생명체를 상상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해도 지구생명체와 너무 비슷한.
우리 뇌와 독립해서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경험에서 분리된 상상도 그런 것 같네요.

은화
젊어서 죽은 이들은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는 법이다.
『솔라리스』 p.117,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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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하는 수 없었다. 끝까지 이 꿈을 꾸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자 유쾌했던 기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두려웠다.
『솔라리스』 p.119,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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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크리스! 크리스! 크리스!”
『솔라리스』 p.141,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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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이 부분에서 소름이 쫙 돋았네요...

꽃의요정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무음 처리 돼서 더 극적이었어요. 뭐 하지?하는 순간 조지 클루니가 문을 닫아 버리더라고요.
밥심
조지 클루니 출연 버전 영화에서 건질 거라고는 그의 섹시한 엉덩이 뿐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영화 괜찮던가요?

꽃의요정
그 나체신 볼 때 피트니스에서 달리기 하던 중이라 얼른 돌려 버렸습니다. 1시간 10분쯤이라 시간 외워 놓고요. 나중에 보려고요!
요샌 그런 장면 봐도 저런 몸매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했을꼬~란 생각만 들지만(전 조지 클루니의 댄서같이 쫙 갈라진 등근육이 더 놀라웠습니다), 내심 그 안에 중요한 내용이 있을까 봐 시간은 외워 놓습니다. 가끔 안 보고 지워 버릴 때도 있지만요.
책이랑 진도 맞추려고 아직 다 안 봤어요. 다 보면 말씀 드릴게요~ 아직까진 별로 재미가 없네요. 책은 정말 재미있는데 말이쥬

은화
연출을 통한 상황 묘사에서 차이가 확실히 있네요. 무음 처리를 통해 관객들 각자의 상상에 맡기는 게 재밌네요.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각자 보는 감상이 다를 것 같고요. 영화를 안 봐서 단정 짓기 어렵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소설에서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았다는 상황묘사에서 공포감이 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의 묘사가 심심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마 제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

은화
“우리는 인간 말고는 아무것도 찾으려 하지 않아. 다른 세계는 필요치 않은 거지.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인 거야.”
『솔라리스』 p.160,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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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이 같은 사실을 기초로 해서 과학자들은 지금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솔라리스의 바다가 '사고력을 지닌 괴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솔라리스』 51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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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우리는 다른 행성에 사는 종족을 정복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지구의 문화를 그들에게 전파하고 그들의 유산과 교환하고 싶을 뿐이라고. 그러면서 스스로를 '신성한 교류의 기사'라고 여기지. 이것 또한 거짓일세. 우리는 인간 말고는 아무것도 찾으려 하지 않아. 다른 세계는 필요치 않은 거지.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인 거야. ”
『솔라리스』 160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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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현재 260p 쯤 읽고 있는데,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구가 체조한다.'고 표현한 부분이 있어요. 거기서 지구가 체조하는 상상을 하고 빵 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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