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계속 눈에 밟히는 게 바다에 대한 묘사였습니다. 켈빈이 솔라리스에 도착한 이후부터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색과 풍경을 종종 언급하죠. 중반 이후에 책에서 바다가 검은색 또는 거의 검정에 가까운 짙은 녹색이라고 묘사하지만 그럼에도 전 종종 머리에서 붉은색의 바다를 떠올리며 읽고 있어요. 켈빈이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내리쬐는 붉은 태양의 빛으로 인해 바다가 피처럼 보여 속이 메스꺼웠다는 묘사가 강렬하게 인식되어 그런 것 같습니다.
여러 상황에서 솔라리스의 바다의 색은 굉장히 다양하게 드러납니다. 백색에 가까운 푸른 태양이 뜨면 그 반사로 인해 마치 금속이나 수은과 같은 색이 되고, 붉은 태양의 경과에 따라 핏빛에서 자줏빛 또는 분홍빛으로도 묘사되죠. 평소에는 검은 색이지만 대칭체와 같은 특이현상이 발생할 때는 밑바닥이 보일 정도로 해수면이 투명해지기도 합니다.
과학은 잘 모르지만 색이란 각 물질이 지닌 특성으로 인해 빛의 파장을 어디까지 흡수하고 반사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화가 모네는 루앙 대성당의 시간과 날씨에 따른 변화를 그림으로 담아냈죠. 물체와 대상은 변하지 않고 제자리에 있지만 시간과 빛이 우리에게 매번 다른 인상을 남깁니다. 똑같은 성당을 보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다른 성당을 보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솔라리스의 바다가 가진 '고유한 본래의 색'은 과연 무엇일까요? 솔라리스는 외계행성이고 대기 구성성분도 지구와 전혀 다르며 태양이 두 개이기에 이곳의 물체와 풍경이 지구에서도 같게 보일 수 없을 겁니다. 바다뿐만 아니라 책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셔터가 열리고 닫히면서 두 개의 태양이 정거장 안의 사람과 선실의 풍경도 바꿔놓죠.
완벽한 어둠 속에서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켈빈, 태양을 가린 채 자신만의 비밀스런 연구를 하는 사르토리우스, 석양을 등지고 서 있던 스나우트.. 정거장의 밋밋하고 삭막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숨이 막히지만 반대로 솔라리스의 풍광은 인물과 사건들에게 계속 어떤 활력을 불어넣는 것만 같습니다.
두 개의 태양이 동시에 양 끝에 펼쳐진 바다의 풍경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문장이지만, 어쩌면 작가가 계속 빛과 풍경을 묘사하는 이유가 이런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