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공간

D-29
작가는 작품에 속한다. 하지만 그에게 속하고 그가 홀로 끝내는 것, 그것은 다만 하나의 책일 뿐이라고. ‘그가 홀로’에 대해서는 ’다만‘이라는 제한이 응답한다. 작가는 결코 작품 앞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작품이 존재하는 곳을 그는 모른다. 혹은 보다 정확히 말해서 그의 무지 자체에 대해 그는 무지하고, 그러한 무지는 오직 읽기의 불가능성, 즉 작품으로 그를 돌려보내는 모호한 경험 속에서만 주어진다.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작품이란 그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이(그것을 염두에 두고 능력의 발휘인 양 쓰여지는 것에 관계하게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쓰여지는 것은 써야 하는 자를 긍정으로 인도한다. 그 긍정에 관하여 그는 권한이 없는 긍정, 아무것도 긍정하지 않는 긍정, 모든 것이 말해졌을 때 여전히 말하는 것이기에 휴식이나 침묵의 위엄이 아닌 긍정, 마치 말로부터 말이 중단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을 회수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 시작의 말이 되지 못하게 하기에, 말을 앞서지 않는 긍정. 쓴다는 것 그것은 말을 나에게 결합시키는 연관을 깨뜨리는 것, 나로 하여금 ‘너’를 향해 말하게 하면서 이 말이 너로부터 받아들이는 동의 가운에 나에게 말하게 하는 그런 관계를 깨트리는 것이다.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쓴다는 것은 끝나지 않는 것, 끊이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작가는 ‘나’를 말하기를 거절한다. 카프카는 놀랍게도 홀린 듯이 기뻐하며 ‘나’를 ‘그’로 대체할 수 있었을 때 문학에 들어섰다고 말한다. … 작가로서 그가 쓰여지는 것의 요구에 응하는 한 그는 결코 더 이상 자신을 표현할 수 없으며, 더 이상 너에게 호소할 수 없으며, 아직은 타인에게 발언권을 넘길 수 없다. 그가 존재하는 곳에, 오직 존재만이 말한다. 이것은 말이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존재한다는 것을, 있음의 순수한 수동성에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소설의 전통적 형식으로서의 인물이라는 관념은 문학의 본질을 찾으면서 문학에 의해 자신의 바깥으로 이끌려 간 작가가 세계와의 관계를,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구해내려 할 때 필요로 하는 타협들 중의 하나이다.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란, 모든 존재자의 고유한 존재를 인정하면서 그러한 존재를 마음껏 실현하도록 함으로써 그 존재자로 하여금 그 자신으로 존재하게 하는, 최대의 포괄적인 지평이다.
하이데거 읽기 박찬국 지음
하이데거 읽기하이데거의 철학은, 인간 실존이 진정으로 자기가 되고 세계와 근원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삶의 사건, 즉 우리 인간이 정화(淨化)되고 세계는 우리가 세계에 덧씌운 잡스러운 의미를 떨쳐 버리고 온전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삶의 사건을 해명하는 철학이다.
하이데거는 플라톤에서 시작하여 헤겔에서 정점에 이르는 서양의 형이상학이, 존재 자체를 인간의 정신 내지 이성과 동일시하면서 객관을 주관에 포섭시키는 방식으로 존재자들을 개념적으로 장악하려고 하는 주관성의 철학으로 전락하게 되었다고 본다.
하이데거 읽기 박찬국 지음
하이데거는 “인간은 인간으로 존재하는 한, 신의 가까이에 거주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단편에 대한 해석을 통해서 에토스라는 말의 근원적인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이 경우 에토스란 말은 거주지를 의미한다. 윤리라는 말로 우리는 보통 행위의 지침이 되는 ‘사회적 도덕적 규범’을 가리키지만, 윤리를 의미하는 독일어 Ethik와 영어 ethics의 어원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에토스는 ‘인간이 거주해야 하는 근원적인 세계’를 가리키는 말인 것이다.
하이데거 읽기 박찬국 지음
하이데거 역시 보편적인 입장을 상정하지만 그것은 전통형이상학에서처럼 우리의 이론적 이성이나 실천적 이성을 연마하는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불안이나 경이 그리고 경외와 같은 근본기분을 통해서 우리에게 ‘증여되는’ 것이라고 본다.
하이데거 읽기 박찬국 지음
개별자를 전체가 아닌 어떤 특수한 집단의 기능인자로서 간주하거나 어떤 존재자를 위한 수단적인 기능으로 만드는 것은 그것을 타자의 한 부분으로 만들면서 그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키는 것이 된다.
하이데거 읽기 박찬국 지음
존재 의미 차이점 하이데거 / 블랑쇼
레비나스: 타자의 얼굴 사르트르: 타자의 시선
쓴다는 것, 그것은 말하기를 멈추지 못하는 것의 메아리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메아리가 되기 위하여, 나는 어떤 측면에서 말하기를 멈추지 못하는 것에 침묵을 부과한다. 끊이지 않는 이 말에 나는 나의 침묵의 결정과 권위로 다가선다. 나는 침묵하는 나를 통하여 중단되지 않은 긍정을, 거대한 웅얼거림을 느끼게 한다. 그 웅얼거림 위에 언어는 열리고 그리하여 언어는 이미지가 되고, 이미지라는 것이 되고, 말하는 깊이가 되고, 공허라는 어둑한 충만이 된다. 이 침묵은 글을 쓰는 자가 이끌려 드는 소멸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아니면, 침묵은 그의 다스림의 원천, 쓰지 않는 손이 지니고 있는 개입의 권한, 언제나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그의 몫, 필요하다면 시간에 호소하여 다가올 시간을 일깨우는 그의 몫이다.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한 작품에서 작품이 지닌 보다 진정한 것인 양 그 어조를 느끼면서 우리가 작품의 어조를 찬미할 때,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가? 그것은 언어의 스타일도, 흥미로움도, 특질도 아니다. 그것은 정확히 말해서 침묵, 그 의연한 힘이다. 이러한 힘을 통해 글을 쓰는 자는 스스로를 포기하고 자신을 거절하고서도 그러한 소멸 가운데, 시작도 끝도 없이 말하는 것이 침묵의 상태로 형태와 일관성과 일체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어떤 힘의 권위를, 곧 말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지키고 있었다.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어쩌면 번역이라는 것이 거의 가능하지 않을, 언어와 사유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과정”
어조는 작가의 목소리가 아니라 작가가 말에 부과하는 침묵의 내밀성이다. 이것은 침묵을 여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그를 떼어 놓는 신중함 가운데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이다.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그에게 있어 말한다는 것은 이러저러한 의미에서, 그가 더 이상 그 자신이 아니라는, 그는 이미 더 이상 어느 누구가 아니라는 그 사실이다. ‘나’를 대체하는 ‘그’, 그것은 작품으로부터 작품을 통해서 작가에게 일어나는 고독이다.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그’, 그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자가 된 나, 타자가 된 타인이다. 그리하여 내가 존재하는 곳에서 나는 더 이상 나에게 말을 건넬 수 없고, 나에게 말을 건네는 자는 ‘나’를 말하지 않고, 그리고 그는 그 자신이 아니다.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침묵 개념
데리다가 호소한 그 이름은 1907년에 태어나 2003년에 사망한 사람의 이름이다.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거는 것이 문학이자 글쓰기라고 주장한 사람, 예술의 궁극에는 침묵만이 있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침묵 속에 은둔하면서 부재 • 미지 • 고독 • 어둠 • 죽음이라는 화두로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온 사람, 타자를 끊임없이 염려하면서 공동체와 윤리의 본질을 사유한 자, 바로 모리스 블랑쇼, 그 사람의 이름이다.
모리스 블랑쇼 침묵에 다가가기 울리히 하세.윌리엄 라지 지음, 최영석 옮김
모리스 블랑쇼 침묵에 다가가기프랑스의 은둔 작가 겸 사상가 모리스 블랑쇼 평전이다. 그는 20세기 철학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면서, 말년에는 외부에 철저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자의 삶을 살았던 “우리 시대의 가장 수수께끼 같은 작가”로 소설가·평론가·철학자·사상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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