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깜냥만큼 느리게 읽기
문학의 공간
D-29

소리없이모임지기의 말

소리없이
“ 비록 단편이라 하더라도 한 권의 책은 책을 이끄는 중심을 지니고 있다. 고정되지 않은 중심, 하지만 책의 압력과 그 구성 상황에 따라 자리를 옮겨 가는 중심. 그것이 진정한 것이라고 할 때, 같은 것으로 남아 있으면서도 언제나 한층 더 중심이 되고, 한층 더 은밀하고, 한층 더 불확실하고, 한층 더 압도적인 것이 되면서 자리를 옮겨 가는, 그러면서도 고정된 중심. 책을 쓰는 자는 이 중심에 대한 욕망과 무지에서 책을 쓴다. 거기에 닿았다는 감정은 거기에 이르렀다는 환상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한 권의 책이 무엇인가를 밝혀 줄 때, 그 책은 어떤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일종의 방법상의 충실함이 있다. 이 책에서는 ‘오르페우스의 시선’이라 불리는 페이지들을 향하여. ”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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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 더구나 우리는 흔히 말하듯이 자신의 예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할 수도 있는 그러한 예술가의 고독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릴케가(1907년 8월 3일) 솔름즈 라우바흐 백작 부인에게 “몇 주 전부터 두 번의 짧은 멈춤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고독은 마침내 밀폐되고 나는 과일 속의 씨앗처럼 작업 속에 있습니다”라고 적을 때, 그가 말하는 고독은 본질적으로 고독이 아니다. 그것은 몰입이다. ”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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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 그러나 작품 -예술작품, 문학작품- 은 완성된 것도 완성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작품은 존재한다. 작품이 말하는 것, 그것은 절대적으로 작품은 존재한다는 사실 그것뿐이다. 이것을 벗어나서 작품은 아무것도 아니다. 작품이 그 이상을 드러내 주기를 바라는 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그것이 아무것도 드러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쓰기 위해서건 읽기 위해서건 작품에 기대어 살아가는 자는 존재한다는 말, 이를테면 언어가 그것을 숨기면서 보호하거나 작품의 침묵하는 공허 가운데 사라지면서 나타나게 하는, 그러한 존재한다는 말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고독에 처해 있다. ”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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