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깊이를] 팔레스타인 비극사 - 1948, 이스라엘의 탄생과 종족청소

D-29
와디아라 전투에서 언급된 이라크 장교들처럼, 그들은 모두 팔레스타인의 영웅, 아니 인류의 영웅을 다룬 책에 기입되어야 마땅하다. 종족 청소가 벌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서구 일반은 그들을 익명으로 뭉뚱그려서 아랍 반란자나 테러리스트로 언급한다 ─ 1980년대까지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에서 싸운 팔레스타인인들, 그리고 1987년과 2000년에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점령에 대항한 두 차례 봉기를 이끈 이들을 다루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식민화, 추방, 점령을 당한 사람들을 악마시하고 그들을 식민화, 추방, 점령한 바로 그 사람들을 미화하는 현실을 뒤바꾸기 위해서는 이 책보다 훨씬 더 많은 게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안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307쪽,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탄투라의 경우처럼, 마을에 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주검을 모아서 땅에 묻었다. 노인 몇 명과 남자애 다섯이었다. 사프사프는 아랍어로 ‘수양버들’을 뜻한다. 잔학 행위에 관한 주요 증인인 무함마드 압둘라 에지하임은 현재 노인으로 지금도 에인힐와의 난민 수용소에 산다. 그가 사는 작은 오두막은 거의 60년 전에 처음 거기 도착했을 때 그가 심은 수양버들로 둘러싸여 있다. 사프사프가 남긴 유일한 흔적이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313쪽,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거의 1년 반 뒤인 1951년 5월 28일, 이끄리트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이스라엘 대법원에 가져가기로 결정했고, 7월 31일 대법원은 퇴거가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판결하면서 군은 이끄리트 주민들을 원래 살던 마을에 다시 정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기 위해 군은 1948년 전쟁중에 공식적인 추방 명령을 발포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에 따라 이끄리트는 주민들이 쫓겨난 여느 마을과 똑같은 곳이 되어 버렸다. 이스라엘 법원은 이미 530곳의 팔레스타인 마을에 대해 각각 주민 추방이 문제가 없다고 판결한 상태였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계속해서 전혀 주저하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은 채 이런 공식 명령을 날조했다. 그리고 1951년 9월, 이제 라마 마을에 사는 이끄리트의 예전 주민들은 1948년 11월 6일 자로 된 ‘공식적인’ 추방을 알리는 군사 명령서를 받고 당황해했다. 3년 뒤에 발송된 것이다. 이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195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끄리트의 주택 전부를 완전히 철거하고 교회와 묘지만 남겨 두었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316쪽,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아랍 해방군은 분명히 유엔 결의안에서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로 할당된 지역에서만 활동을 하고 있었다. 벤구리온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의 생각은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작전의 제한된 범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랍의 적대 행위에 대해] 소규모로 대응해 봐야 아무한테도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집 한 채 파괴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동네 하나를 파괴하라. 그러면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사사 작전이 <아랍인들을 도망치게 만들었기 때문에 흡족해했다.
팔레스타인 비극사 - 1948, 이스라엘의 탄생과 종족청소 163p,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난민들의 귀환을 촉진하려는 국제 사회의 주된 노력은 유엔의 팔레스타인 조정 위원회_Palestine Conciliation Commission(PCC)_가 주도했다. 프랑스, 튀르키예, 미국에서 파견한 위원 세 명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위원회였다. 팔레스타인 조정 위원회는 난민들이 무조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암살당한 유엔 조정관 폴셰 베르나도테가 주장한 것과 같은 요구였다. 위원회는 이런 입장을 유엔 총회 결의안으로 작성했고, 대다수 회원국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가운데 1948년 12월 11일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이 결의안, 즉 유엔 결의안 제194호는 난민들에게 원래 고향으로 무조건 귀환하는 것, 그리고 보상을 받는 것 중에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318쪽,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거의 1년 전에 분할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승인한 유엔은 종족 청소를 비난하는 또다른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322쪽,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UN이 종족 청소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다고 한들 국제법상 효력이 있나요? 제가 알기론 없다고 들었는데.....
1948년 이후 무수히 많은 국제법을 어긴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된 제재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국제법은 그것을 강제할 단일한 권력 기구가 없으므로, 유엔(UN) 등 국제사회가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에 대해 불이익을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경우 국제법은 휴지 조각에 불과합니다. 유엔총회에서는 무려 100여 차례 이상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으나, 유엔총회 결의안은 권고적 성격이 강합니다. 위반 국가에게 확실한 불이익을 주려면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을 채택해야 하며, 이는 상임이사국 중 단 한 나라라도 비토(거부권)를 행사하면 무산되고 맙니다. 1972년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어떠한 제재 결의안에도 미국이 비토를 행사하니,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종족청소'와 '학살' 면허증을 주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가자에서 학살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미국은 엄청난 군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학살은 이스라엘이 실행하지만, 그 돈과 무기는 미국이 대주고 있는 꼴입니다.
2016년에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된 적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이스라엘 점령촌(정착촌)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내용으로요. 평소 비토만 날리던 미국이 그때는 기권표를 던지는 바람에 통과될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문제는 무려 안보리 결의안이었는데도 그후 구체적 제재나 강제 조치가 전무했다는 것이죠. (안보리 결의안은 총회 결의안과 달리, 통과되면 진짜로 제재 조치가 들어가는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또 무조건 다 그런 건 아닌가 봐요. 안보리 결의안 중에도 구속력 없는 단순 권고안이 따로 있고, 구속력 있는 제재 결의안이 따로 있고 그런가 보더라고요.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요..) @꽃의요정 @책읽는생활
정확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 지금 찾아보니 서안에서 이스라엘이 계속 확대하고 있는 정착촌 건설을 유엔이 반대하는 결의안을 2019년에도 채택했었네요. 15개 이사국 중에서 14개 이사국이 찬성했고 항상 반대편만 던져 왔던 미국은 기권을 했었군요. 이미 트럼프가 당선되고 오바마가 물러나기로 되어 있던 시기에 아마도 오바마 행정부가 마지막 양심을 행사했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인데요. 말씀하신대로 그에 따른 제재 조치가 전혀 없었던걸로 봐서는 유엔 안보리를 통과한 결의안마저도 때때로 강제성이 없는 것으로 보여지네요. 역시 검색해 보니 UN 안보리에서 'UN 헌장 제 7장'을 명시하지 않는 결의안을 채택할 경우 결의안을 강제할 수단은 없고 각각의 UN 회원국들이 자체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는 있다고 하네요. 아마도 제재안을 포함하지 않은 결의안이어서 미국이 기권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네요... ㅠㅠ
아하, 확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유엔헌장 제7장을 방금 찾아봤어요.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행위에 관한 조치”를 규정한 조항들이네요. 이러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안보리가 판단한 경우에만 제재 조치나 무력 사용 등 구속력 있는 결의안 채택이 가능한 것이군요. 2016년의 안보리 결의안은 거기 속하지 못했던 거고요. 말씀하신 대로 그때 미국이 기권표를 던진 것도, 그래도 될 만한 결의안이라 그랬던 건가 보네요. 에혀…
오.. 저야 말로 감사하죠. 덕분에 유엔 결의안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이렇듯 미온적으로 나오는 데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는듯 합니다. 하나는 이스라엘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미국 정치권에 엄청난 자금을 살포하며 로비를 진행하기 때문이겠죠. 또 다른, 어쩌면 가장중요한 이유는, '유대인은 홀로코스트를 이겨내고 호전적인 '아랍의 바다' 한가운데서도 익사하지 않고 꿋꿋이 독립 의지를 불태우며 조상의 땅을 지켜낸 영웅적인 민족'이라는 서사를 미국 국민 대다수가 너무나 오랫동안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결국 정치인들은 표에 움직이는 존재들이니까요.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여론이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겠죠. 이제는 실시간으로 이스라엘의 만행이 틱톡과 유튜브를 가득 메우는 상황이니까요. 특히나 40대 이하 젊은층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압도적이라고 하니 미래를 지켜봐야겠네요.
이스라엘군은 1949년 4월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했지만, 1978년과 1982년의 경우처럼, 1948년 팔레스타인에서 벌인 종족 청소를 레바논 남부까지 확대한 점령은 수많은 증오를 낳고 복수 감정을 부채질했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326쪽,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악명높은 헤즈볼라도 원래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맞서 창설된 조직이라고 알고 있어요. 1987년 인티파다 과정에서 하마스가 창설된 것처럼요. 이스라엘의 만행이 쌓아올린 분노와 좌절이 결국은 이슬람주의의 극단적 저항을 불러온 셈이네요.
그렇죠 이스라엘은 언제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을 테러리즘으로 몰아가면서 비폭력적이고 정치적인 해결을 원하는 사람들을 억압해 왔죠. 그러니 말할 것도 없이 점점 더 과격한 운동 방식을 취하는 단체들이 반사 이익을 얻게 되는 거겠구요. 지금 가자에서 벌어지 살육도 1948년 전쟁 이후로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는데 결국 거기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앞으로도 더 과격한 무장 봉기로 맞서는 '전사'로 커 가겠죠. 가자와 서안 지구에 있는 약 400만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모두 죽이거나 내쫓을 생각이 아니라면 이스라엘은 결국 스스로의 안보를 더 큰 위험으로 몰아가고 있는 셈이죠. 이스라엘이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청하는 것만이 장기적인 희망을 담보한다는 길이라는 것을 언제쯤 깨닫게 될지 너무 답답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각종 테러를 벌인다고 욕할 자격이 있나 싶습니다. 아이를 어렸을 때부터 갖은 폭력에 노출시켜 키워 놓고, 왜 그런 폭력적인 어른으로 자랐느냐고 욕하는 꼴이잖아요. 이스라엘 정부를 설득할 방법이 정말 없는 건가요? 아니면 이스라엘 정부만 저러는 건지 이스라엘 국민들 생각도 똑같은 건지 알고 싶습니다.
일단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의 빌미를 제공한 하마스의, 민간인(어린이를 비롯한 노약자 포함)에 대한 테러 공격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비인도적 행위였음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국제법(비록 유명무실할지라도)상 점령지의 민중은 침략자에 맞서 무장투쟁을 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있습니다. 소급 적용이 힘들기는 하지만, 일제에 대항하여 싸웠던 식민지 조선의 독립군도 지금의 국제법상으로는 반란 세력이 아니라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던 무장 저항이었죠. 그러나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발생하는 이스라엘 군대에 대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무력 시위나 저항은 이스라엘에 의해 무조건 '테러리즘'으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언제나 중동 지역에서 자신들만이 유일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어필하고 있죠. 문제는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인 서안지구에서, 남아공의 아파르헤이트 이상의 인종분리정책을 50년이 넘게 이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스라엘 내에서도 아랍계 시민들에 대한 제도적, 문화적 차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이 자신들이 통제하는 전 지역에 사는 이들의 기본권을 민족 배경으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스라엘이 결코 민주적 국가가 아니라는 강력한 방증입니다. 최근 이스라엘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모두 추방해야 한다는 (문자 그대로의 종족청소) 여론이 압도적 다수로 나왔습니다. 이것만 봐도 이스라엘 국민과 지금의 극우 연립 정부의 색깔 차이는 크지 않은 듯합니다. 다만 작금 네타냐후의 극우 정권이 '유대계' 이스라엘인들의 시민적 권리까지 침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현 정권을 반대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적 우월감과 그들에 대한 혐오는 좌우를 막론하고 엄청나게 팽배한 상태로 보입니다.
그 결과 가자 사람들은 피란민이든 토박이 주민이든 간에 이스라엘의 공중 폭격을 가장 오랫동안 당한 피해자가 되었다─1948년부터 현재까지.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327쪽,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장갑차에 탄 군인들이 자동 무기와 박격포를 발포하면서 반원을 그리며 마을로 진입했다. 이스라엘군은 정해진 방식에 따라 3면에서 마을을 에워싸고 동쪽 방면만 열어 두었다. 1시간 안에 6,000명을 몰아내기 위해서였다. 마을 사람들이 도망치지 않자 군인들은 차량에서 뛰어내려 사람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사원으로 몸을 피하거나 인근의 성스러운 동굴인 이라끄 알자그로 도망쳤다. 다음날 과감히 마을로 돌아온 촌장은 사원에 주검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거리에는 더 많은 주검이 있었는데, 남녀노소 시체 가운데는 촌장의 아버지도 있었다. 동굴로 간 촌장은 입구가 수십 구의 시체로 막혀 있는 것을 보았다. 촌장이 일일이 세어보니 455명이 행방불명이었는데, 그중 170명 정도가 어린아이와 여자였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331쪽,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이번에는 9장과 10장을 모두 정리해 봅니다. (진도가 밀린 터라... ^^;;) 9장의 주요 내용은 1948년 대대적으로 전개된 '종족 청소'에 의한 대규모 추방 이후, 팔레스타인 땅에 남은 이들에게 가해진 학대 행위와 투옥 그리고 재산 몰수 및 군정에 의한 폭압적 상황을 다룹니다. 1949년 한 해 동안 8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비인도적 환경의 포로 수용 시설에 감금되었으며, 도시에 남은 이들도 신체적 학대, 재산 약탈, 성지 훼손, 기본권의 침해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이들이 겪었던 비인도적인 투옥의 기록을 전하는 부분에서 분노하지 않을 독자는 많지 않겠죠. 10세에서 50세 사이의 팔레스타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빗 작전', '증류' 작전 같은 체계적인 수색·체포 작전을 벌였고, 하이파의 다니엘 스트리트 11번지에 존재했던 심문 센터는 마치 군사 독재 시절의 남영동 대공분실 같은 참혹함이 지배했을 겁니다. 한마디로 아무런 원칙도 근거도 없이 불특정 인구를 대상으로 무차별적 예비 검속에 고문까지 자행하는 상황이었다고 보입니다.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이 기간 자행된 살육전은 지금도 그 온전한 진상을 파악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점령 두 달 뒤 적십자 대표단이 야파에서 발견한 시체 더미는 점령 후 이스라엘이 오히려 더욱 아무 거리낌 없이 종족 학살을 자행했음을 드러냅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가 아랍인들을 위해 남겨둔 식량(설탕, 밀가루 등)을 압류하여 바로 유대인 정착촌으로 보낸 행위는, 이스라엘 점령 당국이 단순한 절도범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공적인 약탈뿐 아니라 이스라엘군 병사들의 사적인 약탈도 극에 달해, 야파의 군정 장관 이츠하크 히지크는 통제 불능의 약탈 행위와 병사들의 만연한 구타가 멈추지 않는 상황을 항의하다 7월 말 사임할 정도였죠. 당시의 한 조사 보고서는 구타와 고문을 '악의보다는 무지에서 기인한 규율 위반 정도'로 치부했는데요. 이 정도 무지라면 '악의'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 어리둥절하네요. 이어서 하이파가 게토화하여 5천여 명의 아랍 주민들이 도시의 가장 빈곤한 구역인 와디니스나스로 강제 이주당합니다. 심지어 이주 비용마저 이들이 직접 내게 했을 뿐 아니라, 와디니스나스에 감금된 후에도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약탈을 이어갔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수없이 많은 강간 사건이 발생한 것도 분노를 자아냅니다. 여러 성폭력 사건 중 알려진 것만 해도 여럿인데, 그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고작 12세의 팔레스타인 소녀를 납치해 강간 살해한 것인데요. 이 사건으로 체포된 가해자는 22명에 이르렀고, 이 중 소녀를 직접 살해한 살인범은 고작 2년 형을 받았을 뿐이었습니다. 이렇듯 극단적인 잔학 행위에 대한 이스라엘 측의 솜방망이 처벌은 결국 오늘까지 이어지는 엄청난 만행에 대한 면죄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폭력 행위 뒤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산(약 1억 파운드 추산) 몰수가 이루어졌고, 아랍인들을 추방한 후 남겨진 농경지(350만 두남 이상)도 모두 이스라엘이 수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미 국무부가 1949년 봄 난민 귀환 문제를 잠시 압박하기도 했으나, 벤구리온은 아랍인이 떠난 빈집과 땅에 유대인 이민자들을 재빨리 정착시켜 이러한 압력에 대응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아직도 변함없이 서안 지구에서 오늘 이 시간에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미래에 국가를 건설할 최소한의 물리적 조건마저 파괴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욱이 오랜 세월 성지였던 팔레스타인의 종교 시설을 임의로 파괴하고 용도를 변경하여, 유대교를 제외한 현지의 성지를 훼손하고 모독한 사태는 사람뿐 아니라 한 민족의 고유한 문화적 배경을 철저히 말살한다는 측면에서 제노사이드 혐의를 벗어날 수 없는 만행입니다. 이어지는 10장에서는 나크바의 기억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지워지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옛 지명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히브리어로 된 새로운 지명이 주어집니다. 1949년 벤구리온이 재소집한 소위 '명명 위원회'라는 기관이 체계적으로 아랍어로 된 토착 지역명을 갈아치웁니다. 이러한 팔레스타인 고유 문화 지우기는 숲을 조성하는 사업에서 절정에 달하는데요. 오늘날 이스라엘의 숲을 이루는 수종의 10퍼센트만이 1948년 이전에 존재했던 것들이고, 지금은 대부분이 소나무와 삼나무 등 유럽(자신들의 실질적 고향)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수종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런데 JNF가 심은 소나무가 토양에 적응하지 못하고 쪼개지자, 56년 전 뿌리 뽑힌 줄 알았던 올리브나무가 그 사이를 뚫고 다시 자라나는 생명력을 보여준 부분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렇듯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의 자연 풍경까지 무리하게 변화시키면서까지 치밀하게 팔레스타인 땅을 유럽적 분위기로 바꾸었던 이스라엘은, 식민주의를 더욱 가속화하는 여러 법적 장치를 마련합니다. 1950년의 '부재지주 자산법'은, 쫓겨난 뒤 귀환길이 막혀 돌아오지 못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을 '수탁 기구'를 통해 도둑질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1953년의 '유대민족기금법'은 JNF에 독립적 지주 지위를 부여했고, 1960년 '이스라엘 토지법' 및 '토지 담당국법'은 JNF가 국가 토지(이스라엘 전체 토지의 90% 이상)의 대부분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JNF 헌장은 비유대인에게 토지를 매도 또는 임대하는 것을 금지하므로, 아랍인들이 실질적으로 토지를 되찾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것입니다. '1967년 농업 정착법'은 이러한 일련의 토지 강탈을 완성하는 법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비유대인에게 토지를 재임대하거나 가장 중요한 수자원의 할당량을 양도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법으로, 비유대인 즉 모든 원주민의 토지 이용을 불가능한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법적 추방 정책은 타지에서 온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전토를 강탈하고 그 위에 정착 식민지를 건설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9장과 10장은 전쟁 후 이스라엘이 얼마나 신속히 남의 땅을 자기 땅으로 만들어 갔으며, 이러한 상황이 80여 년 가까운 현재에는 엄청나게 빼내기 힘든 '대못'이 되어 팔레스타인인들의 정의를 가로막고 있는지 분노하게 됩니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수북탐독]9. 버드캐칭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1일 오프라인 북토크 예정!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SOAK과 함께 <코스모스> 읽고 미국 현지 NASA 탐방까지!
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
내 맘대로 골라보는《최고의 책》
[그믐밤] 42. 당신이 고른 21세기 최고의 책은 무엇인가요? [그믐밤] 17.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북티크
🎨책과 함께 떠나는 미술관 여행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오늘날, 한국은?
🤬👺《극한 갈등:분노와 증오의 블랙홀에서 살아남는 법》 출간 전 독서모임![서평단 모집] 음모론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에 투여하는 치료제! 『숫자 한국』[책 증정_삼프레스] 모두의 주거 여정 비추는 집 이야기 『스위트 홈』 저자와 함께 읽기
책을 들어요! 👂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Nina의 해외에서 혼자 읽기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위화의 [인생]강석경 작가의 [툰드라]한 강 작가의 소설집 [여수의 사랑]
⏰ 그믐 라이브 채팅 : 12월 10일 (수) 저녁 7시, 저자 최구실 작가와 함께!
103살 차이를 극복하는 연상연하 로맨스🫧 『남의 타임슬립』같이 읽어요💓
비문학 모임 후기를 모았습니다
[독서모임 아름 비문학 모임 8기 1회] 2025년 9월, 크리스틴 로젠, <경험의 멸종> 모임 후기[독서모임 아름 비문학 모임 8기 2회] 2025년 10월, 김성우,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모임 후기[비문학 모임 8기 3회] 2025년 11월, 파코 칼보,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 모임 후기
중화문학도서관을 아시나요?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12월의 책 <엑스>, 도널드 웨스트레이, 오픈하우스[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11월의 책 <말뚝들>, 김홍, 한겨레출판[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9월의 책 <옐로페이스>, R.F.쿠앙, 문학사상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7월의 책 <혼모노>, 성해나, 창비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나의 인생책을 소개합니다
[인생책 5문5답] 47. 이자연 에디터[인생책 5문5답] 39. 레몬레몬[인생책 5문5답] 18.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대표[인생책 5문5답] 44. Why I write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만나는 철학자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도서 증정] 순수이성비판 길잡이 <괘씸한 철학 번역>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증정]《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 저자&편집자와 읽어요!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