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깊이를] 팔레스타인 비극사 - 1948, 이스라엘의 탄생과 종족청소

D-29
우리는 이스라엘이 단순한 자위 행동을 하거나 위협을 진정시키려고 하는 게 아님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을 구실로 활용해서 가자지구에서 종족 청소를 강화하고, 심지어 유대 정착민들의 공격을 강화하는 식으로 요르단강 서안에서 더 많은 팔레스타인인을 쫓아내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마스의 행동이 정당화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하마스는 민간인을 살해하고, 인질로 잡는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아침에 이스라엘 국경을 침범한 젊은이들은 빗발치는 폭격 아래서 자란 이들입니다. 2006년, 2008~9년, 2014년, 2021년에 거듭 폭격을 겪었지요. 21세기의 폭탄은 여러분이 역사책에서 읽는 그 어떤 것보다 훨씬 파괴적입니다. 이 젊은이들은 폭력과 무력의 언어, 점령 권력이 인간의 존엄성을 비하하는 언어를 배웠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행동에 대한 변명이 되지는 못하겠지요. 하지만 정의 없이 평화를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12-13쪽, 한국어판 서문,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하마스 공격 직후에 당연하게도 이스라엘은 세계 각국 정부로부터 거의 만장일치로 공감과 지지를 받았습니다. 에펠탑을 비롯한 서방 세계 전역의 주요 랜드마크마다 희생자들과 연대하는 의미로 이스라엘 국기가 밝게 빛났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런 공감을 가자지구에 사는 200만 주민 전체에 집단적 징벌을 가해도 된다는 백지수표로 해석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맹렬하게 폭격하고, 구호 활동을 봉쇄하고, 핵심 기반 시설을 파괴하자 세계 곳곳의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국제 사법 재판소는 2024년 1월 이스라엘이 저지른 일부 행동은 제노사이드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13쪽, 한국어판 서문,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사실 이스라엘인들 스스로도 마지막 폭탄이 떨어진 뒤 가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분명히 알지 못할 겁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가자지구의 일부를 병합해서 팔레스타인인 수백만 명을 한데 몰아넣을 생각인 듯합니다. 이미 추방당한 사람들의 후손인 많은 이들을 훨씬 더 조밀한 공간 안에, 한층 빽빽한 교도소에 몰아넣으려는 거지요. 시간이 지나면, 과연 이스라엘이 이런 현실을 강제할 수 있는지 밝혀지겠지요. 만약 그런 시도를 한다면, 더 많은 봉기가 일어날 비옥한 토양이 제공되는 셈입니다. 모든 봉기는 지역 차원의 전쟁으로 비화할 잠재력이 있을 테고요.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13-14쪽, 한국어판 서문,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유감스럽지만, 이는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가 앞으로도 유의미함을 전혀 잃지 않을 것임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에는 진정한 평화 진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사회가 내부에서부터 경로를 바꾸는 데 필요한 자기성찰과 더 나아가 자기비판을 겪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기록한 나크바는 설사 그 방식이 달라질지라도 계속될 겁니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14쪽, 한국어판 서문,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지금껏 내내, 팔레스타인인 전체가 고통을 겪은 지금까지도 질문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과연 세계가 행동에 나설까요? 우리는 이스라엘이 “중동의 유일한 민주 국가”라고 스스로 신격화하는 것을 태평스럽게 계속 받아들일까요? 아니면 마침내 팔레스타인의 종족 청소를 끝장내고 평화와 화해로 나아가는 길고 고통스러운 길에 나서게 될까요?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14쪽, 한국어판 서문,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1949년 8월 12일, 네게브에서 지금의 가자지구의 북쪽 끝에 있는 베이트하눈에서 멀지 않은 니림 키부츠에 주둔해 있던 한 소대가 열두 살짜리 팔레스타인 여자애를 사로잡아서 키부츠 근처에 있는 군사 기지에 밤새도록 가둬두었다. 이후 며칠 동안 여자애는 소대원들의 성노예가 되었다. 군인들은 여자애의 머리를 밀어 버리고 집단 강간을 하고는 결국 죽여버렸다. 벤구리온은 이 강간도 일기에 적어 두었지만 일기 편집자들이 검열해서 삭제했다. 2003년 10월 29일,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는 강간범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 사건을 공개했다. 22명의 군인이 야만적인 고문과 처형에 가담했다. 결국 가해자들이 재판에 회부되었을 때, 법원이 내린 최고형은 실제로 살인을 한 군인에게 언도한 2년 징역형이었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352쪽,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팔레스타인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가 이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 <사소한 일>을 작년에 그믐을 통해 읽게 되었는데요. 정말 놀랍도록 잘 쓰인 문학 작품입니다. 그전엔 팔레스타인 문학은 갓산 카나파니 작품만 유일하게 접해봤었는데, 그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를 처음 읽었을 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어요. 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께 꼭 권해 드립니다.
사소한 일칠십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자기 땅에서 폭력적으로 몰아낸 대재앙, 팔레스타인인들은 ‘나크바’라는 이름으로 애도하지만 이스라엘인들은 독립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경축하는 바로 그 전쟁 일 년 후인 1949년 여름에 시작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종교분쟁이 끊이지 않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날아온 소설이다. 팔레스타인 해방전선의 대변인으로 일한 바 있고 의문의 자동차 폭발사고로 생을 마친 지은이의 이력답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가감없이, 생생하면서도 울분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생각해보니 우리의 굴곡진 역사 속에서도 문학적 에너지가 응축되어 나타난 사례가 많네요. 한강 작가의 작품들에 투영된 깊은 상처가 대표적인 예겠죠. 4.3 사건, 6.25 전쟁, 5.18 민주화운동 등 우리의 참혹한 현실이 문학으로 형상화된 것처럼, 팔레스타인의 비극 또한 문학적 고발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꼭 일독하고 싶습니다. 향팔 님, 귀한 추천 감사드립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드디어 모임의 마지막 날이 밝았네요. 지난 2년여간 분쟁과 고통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소식이 연일 외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책을 통해 그 갈등의 뿌리가 생각보다 깊으며, 해결책 또한 쉽게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뉴스를 단순히 피상적으로 소비할 때는 놓치기 쉬운 배경 지식을 쌓고, 나아가 사유의 외연을 넓히는 경험을 하셨다면 저는 무척 기쁠 것 같습니다. 귀한 대화로 모임을 더욱 알차게 채워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간간이 현재 벌어지는 문제의 과거를 되짚어봄으로써,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더욱 깊고 넓어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책읽는생활 님, 고맙습니다. 모임 열어주신 덕분에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었네요. 매번 책 내용을 정성껏 정리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독서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상황은 말씀대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보고 들을수록 화가 나고 머리가 아프고, 마음도 아픕니다. 책을 읽으면서 상황을 똑바로 바라보려 나름 애는 쓰고 있지만…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저자인 일란 파페는 정말 대단한 듯합니다. 이스라엘의 학자로서 자국에서 배척받고 쫓겨나면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고 있으니까요. 최근에도 책이 계속 나오고 있던데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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