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깊이를] 팔레스타인 비극사 - 1948, 이스라엘의 탄생과 종족청소

D-29
최근 며칠간 외신은 2년 넘게 계속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참혹한 분쟁이 잠시 휴전에 들어갔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했습니다. 서로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는 것으로 평화를 향한 첫걸음을 뗀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관측에 따르면,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여전히 불안한 요소가 많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가깝게는 20세기 중반, 더 멀게는 19세기 후반부터 심화한 유대 민족주의 운동(시오니즘)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뉴스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면을 자세히 살펴보려면,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진지하게 따라가 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 길잡이가 되어 줄 책으로 유대인 역사학자 일란 파페의 저서 '팔레스타인 비극사'를 추천합니다.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 출신의 유대인 학자이지만,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을 유지하는 학자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팔레스타인의 현실이 왜 이토록 비극적일 수밖에 없는지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번 모임 통해 사실에 입각한 통찰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모임 안녕하세요. 지난 수년간 음성/화상 또는 오프 모임 등의 경험은 많았지만, 문자 기반의 온라인 소통만으로 독서 모임을 진행해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화제로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운영에 미숙할 수도 있으니, 예전 많이 쓰던 표현대로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 앞으로 일주일 정도 후에 모임이 열리게 되는데요. 본서가 모두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이틀에 챕터 하나씩 읽어 나가면 기간 내에 여유롭게 일독이 가능할 듯합니다. 이틀에 한 장씩 소화하면 약 5일의 여유 시간이 주어집니다. 이러한 여유 시간은 제6장을 끝낸 뒤 중간 정리를 하고, 12장과 에필로그까지 모두 마친 후 총정리에 활용하면 되겠죠. ^^
일란 파페의 <팔레스타인 비극사>는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에요! 이렇게 모임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이 절판되었다가 작년에 교유서가에서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라는 제목으로 재출간했던데, 한국어판 서문이 추가된 것 말고는 내용은 같은 듯합니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가장 용감하고 강직하고 날카로운 이스라엘 역사학자” 일란 파페의 대표작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가 최근에 쓴 한국어판 서문을 새로 붙이고 재출간됐다. 이 책은 2017년 열린책들에서 ‘팔레스타인 비극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국내에 큰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미 절판된 책이었군요. 다행히 거의 같은 내용으로 개정판이 나와 있으니 새로 읽으시는 분들은 개정판으로 읽으실 수 있겠네요. 목차를 일별 해 보니 말씀하신 대로 내용상의 차이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
이슬람 문명과 국제 분쟁에 관심이 많습니다(일반 시민의 수준에서). 이 책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습니다. 바로 책 구입하겠습니다^^
지난 세기 중엽이후 다양한 중동 분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곳이라면 단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들 수 있겠죠. 저도 이번 기회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과 팔레스타인 역사를 최대한 공정한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기회로 삼고 싶네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 모임 진행 일정 안내 ]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일정으로 진행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 [ 세부 일정 ] 제1장: 10월 25일 ~ 27일 제2장: 10월 28일 ~ 29일 제3장: 10월 30일 ~ 31일 제4장: 11월 1일 ~ 2일 제5장: 11월 3일 ~ 4일 제6장: 11월 5일 ~ 6일 제7장: 11월 7일 ~ 8일 제8장: 11월 9일 ~ 10일 제9장: 11월 11일 ~ 12일 제10장: 11월 13일 ~ 14일 제11장: 11월 15일 ~ 16일 제12장: 11월 17일 ~ 18일 [ 마무리 대화 ] 일정: 11월 19일 ~ 22일 주제: 오늘의 팔레스타인 사태 톺아보기 감사합니다.
알하던 중, 모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친절한 이메일이 당도했습니다. 첫 모임이라는 연유에서인지, 아니면 새로운 지적 자극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는 몰라도, 약간의 설렘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 이미 안내해 드린 대로 각 장(Chapter)을 이틀 간격으로 소화해 나가기로 했으니, 매일 조금씩 여유를 가지고 진도를 따라오시면서 문득 떠오르는 상념들이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사소하거나 혹은 심오하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나누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이번 제1장은 서문까지 포함하는 까닭에 오늘(25일)부터 27일까지, 3일이 (다른 장들에 비해 약간은 넉넉한) 배정되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책의 특성상 '즐독'하시라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의미있는 독서 경험을 가지시길 빌어봅니다.
오늘은 서문의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일단 내용을 파악한 후에 소회를 남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의 서두는 팔레스타인 난민 시인의 비통한 시구와, 이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강제 이주를 옹호했다는 시온주의 지도자 다비드 벤구리온의 발언을 나란히 놓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핵심적인 갈등 구조를 미리 암시하는 듯 보입니다. 이 책은 1948년 3월 10일, 텔아비브의 소위 '레드하우스'라는 곳에서 벤구리온을 비롯한 11명의 시온주의 지도자들과 군 장교들이 모여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를 위한 최종 계획, 즉 '플랜 달렛(Plan D)'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는 단순히 전쟁 중의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을 특정 지역에서 체계적으로 몰아내기 위한 구체적인 군사 명령이었다는 겁니다. 이 계획에는 마을을 포위하고 포격하며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추방하거나 파괴하며, 심지어는 돌아오지 못하도록 지뢰까지 매설하는 등의 매우 구체적이고도 참혹한 방법들이 명시되어 있었다고 하네요. 이 계획이 실행된 결과 불과 6개월 만에 팔레스타인 원주민 절반이 넘는 약 80만 명이 고향에서 쫓겨나고, 531개의 마을이 흔적도 없이 파괴되었으며, 11개의 도시 지역이 텅 비게 되었다고 하니, 저자는 이 사건이 명백한 '종족 청소' 작전이며 오늘날 국제법상으로는 '반인도적 범죄'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저자는 1948년에 이스라엘이 행한 팔레스타인인 추방이 홀로코스트 이후 거의 유일하게 전 세계 대중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체계적으로 부정되어 온 반인도적 범죄라고 지적하는데요, 특히 이스라엘의 공식적인 역사 서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아랍 침략군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떠났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스스로 살던 집을 버리고 떠나고 싶을지는 의문입니다만 ^^;). 저자는 레드하우스 회의 참석자들과 현장의 군 지휘관들, 예를 들면 이갈 야딘, 모셰 다얀, 이갈 알론, 이츠하크 라빈 같은 인물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들이 이스라엘 건국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바로 그 인물들이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범죄자일 수밖에 없음을 명확히 하려 합니다. 더불어 이사르 하렐과 같은 정보 장교들 역시 마을 파괴나 처형 결정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덧붙이고 있죠. 왈리드 칼리디와 같은 팔레스타인 역사학자들의 초기 노력이나 마이클 팔럼보의 연구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저자는 베니 모리스를 포함한 이스라엘의 소위 '신역사가'들이 이스라엘 군 기록이라는 제한된 자료에만 의존한 나머지, 추방의 체계성이나 계획성(특히 1948년 5월 15일 이전에 벌어진 일들), 그리고 학살이나 강간과 같은 잔혹 행위들을 축소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합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베니 모리슨 같은 학자의 경우, 소장파였을 때의 저작에는 나름 이스라엘 건국의 식민주의적 일면을 제대로 포착해 내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최근에 와서는 이스라엘의 학살 사태를 옹호하는 체제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이만저만 실망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물론 이스라엘 내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극우 정권을 비난하는 처지긴 하지만 진보성향의 인물까지도 이제는 역사 왜곡에 앞장서고 있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우경화는 심각한 지경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는 이별을 애도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도 없고 눈물도 메말랐다 우리는 이별의 순간을 부여잡지 않는다 물론 그건 이별이고 우리에게는 눈물이 남아 있다 ─ 사푸리야 마을 출신 난민 타하 무함마드 알리(1988) 〈나는 강제 이주에 찬성합니다. 강제 이주라고 해서 부도덕한 점은 전혀 없습니다.〉 ─ 1938년 6월 다비드 벤구리온이 유대 기구 집행 위원회에서 한 발언
팔레스타인 비극사 - 1948, 이스라엘의 탄생과 종족청소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하지만 1948년의 이야기는 물론 전혀 복잡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 책은 오랫동안 여러 이유로 이미 팔레스타인 문제와 해법에 다가서는 방법에 관심을 기울인 이들뿐만 아니라 초심자까지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책은 이스라엘이 실체를 부정하고 세계로 하여금 망각하게 하려고 한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에 관한 단순하면서도 끔찍한 이야기이다.
팔레스타인 비극사 - 1948, 이스라엘의 탄생과 종족청소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제1장을 읽어가다 보면 벌써 '피꺼솟'하게 되는데요. 저자가 역사 속에 거의 완벽히 은닉되어 있단 사태의 일단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책이어서인지 승자와 패자의 문제가 곧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범벅되어 구분 자체가 혼란스러워지는 의도적 모호성을 이스라엘측에서 조장하고 있다는 혐의가 짙어지는 느낌입니다. 1장을 정리해 봅니다. 제1장은 '종족 청소'라는 개념 자체를 명확히 정의하는 데 할애되는데요, 저자는 드라젠 페트로비치 같은 학자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백과사전적 정의, 미국 국무부나 유엔의 정의까지 두루 살펴보며 종족 청소를 "특정 집단이 종교, 종족, 민족 등의 근거로 다른 집단을 주어진 영토에서 체계적으로 제거하려는 명확한 정책"으로 규정합니다. 이러한 정책은 폭력, 군사 작전, 추방, 학살은 물론이고 역사를 지우거나 주택을 파괴하고 난민 문제를 야기하는 등의 행위를 수반하며, 제네바 협약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죠. 저자는 이스라엘의 1948년 '플랜 달렛'에 담긴 구체적인 방법들(위협, 포위, 포격, 방화, 추방, 파괴, 지뢰 매설 등)이 앞서 살펴본 유엔의 종족 청소 정의와 놀라울 정도로 정확히 일치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계획을 수립한 정치 지도부와 이를 실행에 옮긴 군대의 관계, 저항 시 발생하는 학살 문제 등 페트로비치가 제시한 학술적 정의의 요소들 역시 팔레스타인 사례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요. 위키피디아와 같은 대중적인 정의에서도 종족 청소를 대규모 추방 범죄로 인식하기는 하지만, 종종 '추정되는(alleged)'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저자는 놓치지 않습니다. 국제 재판소의 기소 여부가 이 꼬리표를 떼는 기준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기소되지 않았다고 해서 명백한 반인도적 범죄가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아르메니아 학살을 그 예로 들고 있습니다. (하기야 승자의 기록만이 역사로 남는 경우가 허다하니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겠습니다만...) 종족 청소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 조약 등에서 반인도적 범죄 및 전쟁 범죄로 규정되어 있으며, 유고슬라비아나 르완다 같은 경우 특별 법정이 설치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저자는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역시 '추정되는' 목록에서 벗어나 명백한 반인도적 범죄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하게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는 그 가해자들이 다름 아닌 다비드 벤구리온과 그를 보좌한 소규모 집단인 '협의체(Consultancy)', 그리고 이갈 야딘, 모셰 다얀, 이츠하크 라빈, 시몬 아비단 같은 현장 지휘관들과 정보 장교들이라고 명확히 지목하고 있죠. 이들이 법적인 처벌을 받지는 않겠지만, 역사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는데요, '진부화 규칙(rule of obsolescence)'의 적용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하면서도, 이는 반드시 유엔 결의안 194호에 명시된 난민의 무조건적인 귀환권 실현과 연계되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시온주의의 이데올로기적 기원, 예를 들어 헤르츨부터 이어져 온 '이동' 개념이나 식민주의와의 연관성 등에 대해서는 칼리디, 마살하, 샤피르, 키멀링 같은 다른 학자들의 연구를 인정하며 간략하게만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저자 자신은 이데올로기의 뿌리보다는 종족 청소 계획이 얼마나 체계적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었는지를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밝히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땅에서 쫓겨난 사람이 75만 명이라는 숫자는 절대적인 규모로는 작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당시 원주민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며 마을과 도시 절반이 파괴된 엄청난 비극이었음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는 이처럼 명백하게 현대에 벌어진 범죄가 어떻게 전 세계의 집단 기억과 양심에서 거의 완전히 지워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깊은 당혹감을 표하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이런 규모의 망각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하긴,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기억마저 선택적으로 관리되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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