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나 님! 글쓰기라는 게 잘한다, 못한다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영역이라는 말씀에 깊게 동감합니다. 김진해 작가님이 말씀해 주신 '그 글의 주인이 보고 싶어지는 글'은 좋은 글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살아가는 삶과, 그 삶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게 궁금해질 정도면 필시 좋은 글인 것이겠지요!
[한겨레출판/책 증정] 《쓰는 몸으로 살기》 함께 읽으며 쓰는 몸 만들기! 💪
D-29

한겨레출판
bona
“ 좋은 글은 '그 글의 주인이 보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백과사전이나 요리법처럼 어떤 정보를 알려주는 글을 보고 글쓴이가 궁금하지는 않잖아요. 촘촘한 논리나 멋진 표현이 아닌, 글 속에 글쓴이의 목소리와 체온이 담긴 글을 만나면 그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지죠. ”
『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p.17, 김진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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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a
물론, 어떻게 주제를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섣불리 주제를 발설하기보다는 비닐에 싼 김치처럼 주제의 냄새가 스멀스멀 배어 나오게 하면 좋겠습니다.
『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p.62, 김진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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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현이
"많은 글이 힘을 잃는 이유를 아시나요? 쓰는 순간 독자를 '적'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인스타그램 속 카드뉴스를 보고 책에 관심갖지 않을 수 없었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대학교 시절 제가 좋아하던 한 교수님은, 격양된 톤으로 사회 비판 리포트를 쓰는 제게 A+를 주면서도 종종 이런 지적을 하셨거든요.
"네 글을 읽으면 어딘가 불편해지는 게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길 바란다면 이 불편함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해." 당시엔 교수님의 말이 좀 잔인하게 들렸어요. 제 목소리를 좀 숨기라는 뜻으로도 생각됐고요. 그런데 사회에 나가 가끔씩 업무로 글을 쓰게 되면서 교수님의 말씀이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학생의 리포트가 아닌, 대중에게 가닿는 글을 쓸 때, 제 의견(정치적/윤리적 사명으로...)의 정당성을 말하기 위해 독자의 윤리의식을 건드리는 글쓰기를 제가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더라고요. (Ex. 육식주의 문화를 비판하기 위해 비-비건들을 적으로 돌리는 글을 쓴다든지..) 그런식으로는 글쓴이도, 독자도, 세상도 성장하고 변화할 수 없는 것인데.
영현이
“ "내색은 안 하지만 글을 쓰는 많은 사람이 독자를 적으로 생각합니다. 설득하거나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요. 어리석으면 가르치려들고, 강하면 논파해서 기어 코 이겨먹으려고 하죠. (...) 하지만 글쓰기는 상대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상대와 공존하고 싶다는 메시지입니다. 적도 친구로 만들고 싶기 때문에 치밀어 오르는 말을 눌러 천천히 글로 옮기는 것입니다. (...) '당신이 틀렸어!'라고 말을 할 때도 종국에는 '그러니 제발 나와 함께하자'고 하는 겁니다." (4-5p) ”
『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김진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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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현이
김진해 작가님이 제가 고민해온 문제를 날카롭고도 상냥하게 언어화해주고 계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아무리 글쓰기 책을 뒤져봐도 이런 내용은 앞 부분에 잘 나오지 않는데, 처음부터 나와 놀랐고요! 점점 극단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글쓰기 책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아직 1부만 읽었지만요!)
결국 글쓰기에 있어 유일한 방책이란 '타인을 품는 글쓰기'뿐인 것 같다는 생각을 김진해 선생님의 언어를 경유해서 깨닫게 됐어요. 누워있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최대한 재미있는 표현을 발견하고, 힘에 부쳐도 내 생각을 끝까지 밀고 가 새로운 사유를 발견하고(물론 작가님 말처럼 너무 힘주면 안되지만요).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타인을 초대하고 함께하기 위한 의식인 건데, 저는 종종 거대담론 앞에 그 사실을 까먹었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를 잘하는 덕목은 상대를 구체적으로 의식하고 배려하는 '사랑'인 것도 같네요. 2부는 더 구체적인 글쓰기 수업이 될 텐데, 그래서 더 기대됩니다.

한겨레출판
불현듯 '유도'를 설명하는 한 문장이 떠올랐어요. 유도는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스포츠! 저는 글쓰기도 같은 기질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글로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사람이 나의 '독자'가 되어야 하는데, 상대를 적으로 상정해두고 다가가면 제 목소리도 닿지 않겠죠. 그런 의미에서 왜 김진해 작가님이 '적을 만들지 않는 글'을 써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는지 저도 너무 잘 알겠더라구요.
제목에 관한 에피소드는 전달해두었으니, 오후에 답변 주실 겁니다! 1부를 열심히 읽고 모임에 참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영현이
+ 참, "드러난 글감, 숨겨진 글감"을 구분하는 파트도 무척 흥미로웠어요. 저는 드러난 글감(눈에 보이는 정보나 사건)을 쓰고 언어화하는 건 오히려 미숙하고, 숨겨진 글감(고유의 생각? 물론 저의 잘못된 요약일 수도)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드러난 글감을 감각적으로 잘 묘사하는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느껴왔거든요.
작가님은 피상적이지 않은 숨겨진 글감 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시는데, 제 생각에는 드러난 글감을 잘 언어화하고 자기 언어로 요약할 줄 아는 능력은 기본인 것도 같아요. 사실 두 가지는 연결되고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도 궁금하네요.
영현이
+편집자님이 독서모임에 참여하신다는 글귀를 발견해서 추가로 적습니다. ㅎㅎ
처음에는 책의 제목을 '무적의 글쓰기'로 떠올리셨다고 작가님은 말씀하시는데, '쓰는 몸으로 살기'로 바뀌게 된 비하인드가 있을까요? (편집자 선생님의 생각이었다거나...!) 두 제목 다 좋아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셨는지 궁금하여 질문드립니다.

한겨레출판
안녕하세요, <쓰는 몸으로 살기> 담당 편집자 이연재입니다. 먼저 책에 관심가져주시고 세심한 질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김진해 교수님께서 프롤로그에서도 풀어주신 것과 같이 '무적의 글쓰기'의 의미는 중의적인데요. 책 내용을 모르는 독자 입장에서는 한 번에 그 의미가 잘 와닿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적을 무찌르고 '원톱이 되는 글쓰기'로 오해할 수 있겠다는 작은 우려가 있어 제목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쓰는 몸으로 살기'는 교수님의 글쓰기 철학을 떠올리며 에필로그 속 표현에서 따와 만든 제목이에요. 이 책을 편집하면서,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쓰기'란 유연한 마음과 타자를 생각하는 태도를 갖춰 더 좋은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일종의 삶의 수련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다행히 교수님께서도 이 제목을 마음에 들어하셨고, 또 책이 나온 이후에도 독자 선생님께 이렇게 좋은 말씀도 들을 수 있어 기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한겨레출판
2주차(11.3~11.9)
─ 2부 <좋은 글은 어떻게 구성될까요>, 3부 <말해지지 않은 것을 써볼까요>를 읽으며 몸으로 쓰는 법 배우기
이번 주는 좋은 글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생각해 보고, 아직 내가 입밖으로 내뱉지 못한 어떤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며 '몸'으로 쓰는 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생각을 덜어내고, 이야기에 손을 뻗는 그 감각에 집중해 보아요. 그 과정에서 느꼈던 것들을 들려주세요!

곰의아이
글감은 '지금 당장' 내 손안에 잡힌 것들입니다. 구성은 내 손안에 잡힌 글감을 배치하는 기술입니다.
『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70, 김진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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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아이
손에 잡힌 글감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구성의 중요한 전략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할 말을 다 하는 것보다 할 말리 있는데 하지 않능 것이 훨씬 더 힘든 일 입니다.
『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82, 김진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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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고양이
할 말이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이다. 이 문장이 목에 걸린 듯이 껄끄럽기도 하고, 공감이 가기도 하네요.

곰의아이
“ 우리는 어떤 장면이나 대상에 일정한 태도나 친밀감(또는 거리감)을 갖습니다. 모든 글에는 글쓴이의 시점이 반드시 반영됩니다. 시점이 없는 문장은 없습니다. 누구의 시점으로 그 사건을 기술하는 것이 적절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무조건 '나'의 시점을 고집해선 안 됩니다. ”
『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89, 김진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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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아이
“ 공감은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 감정이나 의견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자기를 잃지 않습니다. 둘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감정이입은 자기를 잃어버립니다. 타인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가 됩니다. ”
『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92, 김진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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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15
말에 가려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찾으려고 더듬거리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27, 김진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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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고양이
대화에서도 '말해지지 않는 것들'을 들으려 더듬거리는 마음으로 들어야 진짜 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글을 쓸 땐, 자신의 글에서 '말해지지 않는 것'을 들으려 해야하는 구나... 하고 덕분에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stella15
행간을 읽으라는 말이 이 말에 속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stella15
“ 우리가 아는 도덕이나 상식은 허위입니다. 반발심이 생기더라도 글을 쓰기로 작정했다면 일단 거기서 출발하는 게 좋습니다. 진실은 도덕이나 상식과 거리가 멀고, 가끔은 도덕과 상식을 배신하기조차 합니다(배고픈 자에게 립스틱이라니!). ”
『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35, 김진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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