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로 📙 읽기] 31. 사탄탱고

D-29
삶이 해체되어버린 곳에 남아서 엿보고 기록'만' 하는 것이 어떤 대책이 될까 싶기도 하고.. 의사의 이 너저분한 생활도 참 (읽어)봐주기 어려웠습니다..ㅎ
[우리나라 최조 공산권 국가와 수교] https://naver.me/xMnRucX2
‘이리미아시, 그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는 구석에서 들려오는,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에 일순 피가 얼어붙었다. 말하는 법을 배운 지옥의 거미를 상상했기 때문이다.
사탄탱고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11.17 - 11.19 / 파트 C / ~ 6 거미의 작업 Ⅱ - 악마의 젖꼭지, 사탄탱고] C-1. 오늘까지 읽은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알려주세요.
소녀는 쳐다보지 않고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들은 거기에 있고 자기는 여기 아래에서, 그렇게 서로 마주 서 있다는 것을. 소녀는 그들이 무척이나 거대하다는 것도 알았다. 한 번이라도 올려다본다면 소녀가 상상하던 그들의 모습은 깨지고 말 것이다. 탑처럼 우뚝 설 수 있는 그들의 권한은 너무나 강력한 것이어서, 소녀가 눈으로 보는 모습이 그동안 그녀가 마음에 품었던 모습을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탄탱고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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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늘에 가서 오빠를 도와줘야지.’ 소녀는 오른쪽 바닥에 고양이 시체를 내려놓고 왼쪽의 썩은 나무판자 위에다 쥐약의 절반을 덜어낸 다음 빗물과 함께 그것을 억지로 삼키고는 남은 봉지를 내려놓았다. 오빠가 자기를 잘 찾을 수 있도록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소녀는 한가운데 누워서 다리를 쭉 폈다. 머리카락을 쓸어 이마를 드러내고 엄지손가락은 입에 문 채로 두 눈을 감았다. 소녀는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천사들이 데리러 오는 중이라는 걸 소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사탄탱고 실타래가 풀리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오빠 서니는 여동생 에슈티케의 죽음에 애도의 마음이라도 있었을까요.. 잔인하도록 찾아볼 수 없는 인간성.. 이런 마을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소녀 목숨의 무게 만큼 가혹한 천명을 내릴까요..
한 주 두 주가 가고 한 달 두 달이 지나는 동안 거듭해서 패배를 겪고 계획들은 혼란에 빠져 사그라지며 해방에 대한 소망은 끝없이 쪼그라드는 것, 가장 두려운 위험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오히려 똘똘 뭉치고 의지력을 발휘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소멸에 이르기까지는 불운의 길이 아직 남았는데, 이미 막장에 다다른 이곳 사람들에게는 패배조차 더 이상 가능하지가 않았다. 위험은 땅 밑에서 솟아나 사람들을 덮치는 듯했으나 그 근원이 무엇인지는 분명치가 않았다. 어떤 때는 적막감에 화들짝 놀라 구석으로 숨어들어 안전을 바라면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음식을 씹는 게 고통이 되고 삼키는 일도 마찬가지며 주위의 모든 것이 점점 느려지고 공간은 갈수록 좁아진다. 이런 퇴화의 결말은 바로 가장 두려운 마비라는 것을 사람들은 깨닫지 못했다.
사탄탱고 거미의 작업II,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우리는 이 세계라는 돼지우리 속에서 태어나 갇혀 있지. 그리고 오물 속에 뒹구는 돼지들처럼 뭐가 어찌된 건지도 모르고 눈앞에 어른거리는 젖꼭지를 향해 아우성치지. 사료 통으로 빨리 가려고, 밤이 되면 침대로 돌아가려고 허둥대는 거야.
사탄탱고 거미의 작업II,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그는 끈질기게 찾아오고 또 찾아드는 욕망에서 간절히 해방되고 싶었다. 지금쯤 체념을 알게 된다면 그로서는 최상일 것이다. 이 세상에 왔을 때 말없이 모든 것에 따랐듯이 그렇게 무덤으로 갈 수 있다면 말이다.
사탄탱고 거미의 작업II,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운이 없으면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성理性도 필요할 터인데, 그것이 바로 이리미아시가 가진 것이었다. 그것도 칼날처럼 예리한! 한때 그가…, 후터키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회상했다, …공장에서 한자리를 맡게 되었을 때 관리자들부터 총책임자까지 사람들이 떼로 몰려가서 그를 만나려고 했을 정도였다. 왜냐하면, 페트리너가 전에 말했듯이, 이리미아시는 “희망 없는 사람들의 가망 없는 상황을 구제해줄 목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닥없는 어리석음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법, 그가 결국은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사탄탱고 거미의 작업II,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이리미아시라는 인물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의 원천이 드러나네요.. '그러나 바닥없는 어리석음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법' 바닥없이 어리석은 마을사람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으로 위장한 것이었을까요?
모두가 무력감에 사로잡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한 시간, 한 주, 한 달이 가는 것을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종일 정든 부엌에 웅크리고 앉아 시간을 보냈고, 어쩌다 돈이 조금 생기면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술을 마시는 데 써서 없애버렸다.
사탄탱고 거미의 작업II,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it conjured the past but it also spoke of perpetual decay. 그 소리는 지나간 일들을 상기시켰고, 동시에 기묘한 시간의 작용으로써 기억 속 과거의 소멸을 알려주는 성 싶었다.
사탄탱고 83,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의사가 읽던 책의 작가의 문체가 옛날 역사를 얘기하는지 미래에 대한 예지인지 헷갈리던 것처럼 곰팡이 내, 썩어가는 술집의 삐그덕대는 소리 등 비바람 등 모든 환경과 감각이 지긋이 오래되고 계속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마치 미래를 예견하는 듯한 한결같고 지겨운 시간의 늪 속에 빠져들어 벗어나지 못할 것같은 무기력함을 상기시킨다.
5장에서 6장으로 넘어가면서 대략적인 소설의 구조와 주제, 그리고 제목의 의미를 이해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대략적으로 탱고의 기본 스텝을 배운 적이 있는데, 탱고는 baldoza (box step) 이라는 여섯 스텝으로 이루어집니다. 재미있는 게 파트너를 두고 추는 것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앞으로 가면 다른 사람은 뒤로 가고, 마치 앞으로 이동하는 것 같아도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오는 게 탱고의 기본 스텝입니다. 이 이야기도 보면 6개의 챕터가 앞으로 진행되는 것 같으면서도 (그리고 이리미아시의 부활과 귀한으로 인해 이에 대한 기대감이 마을 사람들을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의사가 읽었던 책처럼 과거의 역사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묵시록이 혼동되는 것처럼 뒤에 나오는 6개의 챕터는 제자리(?)로 돌아가는 방향일 것 같다는 예감이 오는군요.
she felt neither hurried nor becalmed - she was no longer concerned about what she should do but knew precisely where to step, her movements faultless and properly directed, it was as if she was rising above the field of battle and her vanquished foes. 소녀는 망설이지도 허둥대지도 않았다. 무얼 해야 할지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소녀는 이제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목적에 따라 움직였고, 마치 전장에서 적을 밟고 솟아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사탄탱고 124,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망설이지도 허둥대지도 않고 정확하게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이 차분히 탱고 스텝을 밟는 것 같네요. 예전에 고무줄 놀이하면서 부르던 노래도 있죠 '전우의 시체를 밟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이들의 머리 속에 과연 어떤 생각이 있어서 이들을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생각할 필요도 없게 만들었을까요?
But what precisely happened, that could only be determined by a maximum joint effort, by hearing ever newer and newer versions of the story, so that there was never anything to do but wait, wait for the truth to assemble itself, at which point further details of the event might become clear, though that entailed a superhuman effort of concentration recalling in what order the individual incidents comprising the story actually appeared. 그런데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여러 사람이 애를 써야만 알아낼 수 있는 법이었다. 거듭해서 조금씩 다른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어보야아 하기 때문에 결국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진실은 빛 아래서 낱낱이 드러나고, 사건들을 돌이켜 검토하면 원래 이야기에서 어떤 순서로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사탄탱고 98,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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