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11월, 침묵의 봄

D-29
그런데 인간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생물체 중에서 유독 혼자만 암 유발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다. 인간이 만들어낸 발암물질들은 지난 몇 세기 동안 우리 환경의 일부가 되었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전염병 퇴치를 위한 가장 확실한 대응법은 주변 환경에서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제거하는 것이다. 역사적 사례를 찾아보자면, 100년 전 런던에서 콜레라가 창궐하던 때가 떠오른다. 런던의 의사 존 스노(John Snow)는 병이 발생한 지역을 추적하다가 한 지역에서 시작되었음을 알아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브로드 가의 한 펌프장에서 물을 길어다 마셨다. 재빠르고 단호하게 예방에 나선 스노 박사는 우선 펌프의 손잡이를 없애버렸다. 그러자 전염병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콜레라 병원균을 죽이는 마법의 약(당시는 알려지지 않은)을 찾아내서가 아니라 병원균 전파를 차단한 덕이었다. 적절한 처방은 환자뿐 아니라 감염의 진원지를 줄이는 데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 오늘날은 폐결핵이 비교적 드문 편인데, 일반인이 결핵균과 접촉하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그런데 1940년대에 감귤 재배농들이 다른 곤충을 없애기 위해 근사한 새 화학물질을 실험적으로 뿌려보았다. DDT의 등장과 그 뒤를 이은 유독성 화학물질로 캘리포니아주 여러 곳에서 베달리아무당벌레가 사라졌다. 무당벌레를 수입하기 위해 정부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겨우 5000달러에 불과했다. 무당벌레 덕에 농부들은 매년 수백만 달러를 아낄 수 있었지만 더 이상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되었다. 깍지진디는 금세 다시 펴져나갔고, 그 피해는 지난 50년 동안 어떤 병충해 피해보다도 심각했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지난 10여 년간 이런 문제 때문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우리는 심각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연 방제법을 발전시키고 널리 알리는 데 중요한 몫을 하는 사람들도 더 흥미진진해 보이는 화학 방제에 신경 쓰느라 바빴다. 1960년 전체 응용곤충학자의 2퍼센트만이 생물학적 방제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나머지 98퍼센트는 화학 살충제 연구에 몰두했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화학물질의 공격에 가장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는 ‘강인한’ 곤충이다. 살충제로는 약한 곤충만을 없앨 뿐이다. 살아남은 곤충에게는 위험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형질이 전해진다. 이들이 퍼뜨린 후손은 선조로부터 ‘강인함’을 물려받았다. 이들을 없애기 위해 더욱 강력한 살충제를 사용하면 할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몇 세대가 지나면 강한 종과 약한 종이 고루 섞여 나타나는 대신 외부 자극에 강한 내성을 지닌 곤충만 남게 된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사람들은 가끔 희망에 차서 질문하기도 한다. “만일 곤충이 화학물질에 내성을 지닌다면 인간 역시 그런 내성을 획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수백 또는 수천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내성이란 개인별로 획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일 다른 생명체보다 유독물질에 영향을 덜 받는 능력을 타고났다면 살아남아서 후손을 낳을 가능성도 더욱 커진다. 내성이란 수많은 세대를 거치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100년 동안 세대가 평균 세 번 바뀐다. 하지만 곤충의 경우에는 며칠 또는 몇 주 단위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이런 무서운 이야기들을 소개하면서도 해충 방제를 중단하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만 모든 종을 절멸하는 무분별한 살충제 유포의 폐해를 끝내자고 요구했다. 환경은 물론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 이 나라의 풍요로운 들판에 화학물질을 마구 뿌려대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그는 과학과 환경에 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확실하고 정확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12장까지 읽었습니다. 금주법 시대의 중독이 섬짓하네요.
금주령이 내려진 193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은 앞으로 닥쳐올 세상에 대한 불길한 징조인 듯했다. 살충제는 아니지만 유기인산계에 속한 물질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법적으로 주류 제조가 금지되자 사람들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다른 화학물질을 찾아 나섰다. 그중 하나가 자메이카산 생강이었다. 하지만 《미국약전》에 따른 구입비가 너무 비싸자, 주류 밀매업자들은 이것을 대신할 유사물을 만들어냈다. 이 계획은 상당히 성공적이어서 필요한 화학 검사를 통과했고, 정부의 검사자들조차 속을 정도였다. 여기에 제대로 맛을 내기 위해 트라이오르토크레실 인산염이라는 물질을 첨가했다. 이 화학물질은 파라티온이나 그 계열의 물질들처럼 콜린에스테라제를 파괴한다. 주류 밀매업자들이 만든 가짜 술을 마신 1만 5000여 명이 ‘생강성 신경마비’라는 다리 근육 경련으로 고생했고, 결국 영구 마비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 신경마비에 이어서 신경초가 파괴되고, 마침내 척수전각세포가 변질된 것이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12장,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13장까지 읽었습니다!
인간은 생물체 중에서 유독 혼자만 암 유발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14장,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한 연구원이 말했다시피 ‘발암물질의 바다’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사람들은 그저 쉽게 절망과 패배주의에 빠진다. “그렇다면 희망이 전혀 없다는 말이 아닌가” 하고 아예 포기해 이런 결론을 내린다. “발암물질을 제거하는 일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암 치료법을 찾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게 낫지 않을까?”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14장,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휴퍼 박사는 치료적 수단(‘놀라운 치료약’을 찾아내려는)에만 신경 써 암을 공략하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치료법’을 찾아내는 속도보다 더 빨리 새로운 희생자가 생겨나는 상황에서 발암물질이 쌓여 있는 창고에는 손도 대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14장,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자연은 결코 인간이 만든 틀에 순응하지 않는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15장,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이제 사람들은 제 친구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 우리를 집어삼킬 적을 막아내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는 곤충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건 큰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15장,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이런 생존 방식과 인간의 본질적 요구로, 곤충들은 인간을 보호하고 자연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동맹군 구실을 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 은 제 친구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 우리를 집어삼킬 적을 막아내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는 곤충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건 큰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침묵의 봄을 읽으며 초여름 러브버그로 고생했던게 생각났어요. 러브버그를 없애기 위해 조치를 취한다면 더 큰 포식자가 나타난다던 그 얘기 말이에요. 인간의 근시안적인 욕심 위에는 더 큰 위험이 나타난다는게 오늘날에도 적용되는 부분으로 보여요ㅠㅠ
생물들이 지닌 힘을 고려하고 그 생명력을 호의적 방향으로 이 끌어갈 때, 곤층과 인간은 이해할 만한 화해에 이를 것이다. 유독물질 사용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는 현 상황을 근원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동굴 속 원시인이 사용하던 곤봉처럼 조악한 화학물질의 세례는 생태계라는 유기적 그물을 위협한다. 생태계는 한편으로 너무나 연약해서 쉽게 파괴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튼튼하고 회복력이 강해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역습해온다.
침묵의 봄 - 개정증보판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완독했습니다〰️ 살충제와 화학용품의 사용이 생태계에 미치는 연관관계에 대해 이 책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걸 보면 당시에도 센세이션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 위에 대자연이 있다는 것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침묵의 봄> 11월 4주차 (후기 ~ 옮긴이의 글) ■■■■ ● 함께 읽기 기간: 11월 22일(토) ~ 11월 28일(금) 『침묵의 봄』 본문 읽기를 마치고, 4주차는 책이 세상에 던진 여파와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입니다. 이번 주에는 후기, 부록, 옮긴이의 글 등 주변 글들을 통해 이 고전의 역사적 맥락과 현재적 가치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합니다. 후기나 해설은 종종 본문만큼이나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침묵의 봄』이 출간된 이후 미국 사회와 전 세계에서 일어났던 화학 산업계의 거센 반발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어떻게 환경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는지 그 생생한 기록을 접할 수 있습니다. 레이첼 카슨의 치열한 노력이 오늘날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리고 아직 우리가 해결해야 할 '침묵하지 않은' 문제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며 11월의 독서를 마무리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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