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읽기클럽 )1. 세계는 계속된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D-29
'영겁회귀'(永劫回歸, Ewige Wiederkunft). '영원회귀'라고도 부른다. 더 정확하게는 'The Eternal Recurrence of the Same'. 즉, 동일한 것을 영원히 반복한다는 것. 영원 회귀(永遠回歸, 독일어: ewig wiederkehren)또는 동일한 것의 영원 회귀(Ewige Wiederkunft des Gleichen)는 니체 철학에서 볼 수 있는 근본 사상이자 모든 존재와 에너지가 반복되어 왔으며, 무한한 시간을 가로질러 무한한 횟수로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개념이다.
2/2. 표제작 <세계는 계속된다>를 읽고 나니 '아포칼립스의 대가'라는 손택의 말이 살짝 이해될 듯. 9.11 때 나는 뭘 하고 있었나? 생각해봤지만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다만 정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충격 속에 있었던 것 만큼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작가가 자신의 언어로 이 엄청난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을 표현할 수 없어 하는 심정이 와 닿았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모든 것을 나중에야 깨닫는 에피메테우스의 후손답게 무력한 존재이고, 바뀌고 흘러가는 세계 속에서 그냥 우왕좌왕 하다 소멸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밑줄 긋기] 우리는 오로지 사실 이후에 되돌아보고 그것의 도래만 인식할 수 있었고, 인식할 수 있어서, 우리가 그것이 도착했음을 다시 깨닫는 시점에는 이미 여기 와 있고, 늘 대비도 못한 우리를 찾아오는데, 그래도 우리는 그것이 오고 있음을, 그것이 임시로 묶여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하니.... p.44 <세계는 계속된다.>
2/6 <보편적 테세우스>는 이 소설집 중에서 가장 분량이 긴 소설입니다. 다른 소설도 마찬가지지만 분량은 길어도 딱히 줄거리라고 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어딘가에 감금된 채 우울과 반란, 그리고 소유에 대한 강연을 강요받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대부분의 내용은 남자의 강연입니다. 내용을 요약할 수는 없지만 강연 내용 중에 가끔 아! 하고 생각을 깨우는 구절들이 등장합니다. 우울은 익숙하지만 삶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고, 절대 소진되지 않는 연민과 개인적인 고통이라는 착각, 그리고 사랑이라는 세 가지 근원으로부터 삶을 망가뜨릴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기차 플랫폼에서 방뇨하는 부랑인의 이야기로 풀어낸 반란에 대해서는 그에게 금지되었던 것이 '거울과 플랫폼의 1.5미터'가 아니라 전체 플랫폼, 계단, 거리, 건물, 지상과 지하에 있는 그 모든 것이었다는 진술과 함께 영원히 출입을 금지하는 어떤 지점으로서의 영속하는 세계의 악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마지막 소유는 실제로 아무 것도 소유할 수 없는 유한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읽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분의 소설은 어렵지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서 좋습니다. 단,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 친구들이 많이 모여준다면 좋을 것 같은데 결국 개인적인 기록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래도 스토리가 탄탄한 소설과 달리 이런 몽롱한 소설도 좋네요.^^ 그런데 제목이 왜 '보편적 테세우스'일까요? 테세우스가 신화의 그 영웅이라면 제목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밑줄 긋기] p.56. 어쨌든 이 마을의 주민들도 인간 본성에 대한 공포 때문에 생긴 증오의 밀물 속에서 인류가 자기를 파괴한다는 것을 모두가 확신하는 세계에 살고 있었으니까요. p.68. 하지만 지속적이고 가장 심오한 우울은 사랑에서 솟아난 것입니다. p.90. 제 눈이 이 추적과 도주에서 본 것은 선은 절대로 악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선과 악의 간극으로 거기에는 그 어떤 희망도 없으니까요. p.130. 오가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태도로 똑바로 앞을 보는 게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게걸음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들 모두가 예외 없이, 몸을 비틀어 상점 진열장을 곁눈질로 바라보았죠. 즉, 저는 소유물을 얻고자 하는 최면적인 매력에 전혀 저항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 자신은 기피하려고 한 것이지만, 동시에 이따금 저도 그런 상점 진열장에 눈길을 주는 것까지는 피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p. 132. 저는 소유를 향한 욕망이라는 수렁에 빠진 이 세계를 제 눈으로 받아들이는 상상을 했지요. 우리 모두가 과거에도, 앞으로도 영원히 이렇게 되리라는 상상이었습니다.
소설인데, 소설에 대한 생각들이 슬그머니 경계선을 흐리고, 선을 넘고, 안개가 가득하고, 어둠 속으로, 어둠이라고 여겨졌던 지역으로 문을 열고, 여기가 지금까지 있던 곳이었는지 자꾸둘러보며.....
@진공상태5 @어둠속에서 이 와중에 두 분의 아이디가 이 소설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 뿐일까요? ㅎㅎ 네 읽을수록 독특한 소설인 것 같아요.
2/8 오늘로 1부의 말하기에 해당하는 짧은 소설들을 다 읽었습니다. 이 책은 빨리 진도가 나가지도 않지만 빨리 읽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책인 것도 같습니다. <모두 다 해서 100명의 사람>을 읽다가 고작 100세대 100명의 사람을 거치면 그 어떠한 인류의 사상도 완전히 파괴된다는 이야기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100세대 2,500년이면 그렇게 소멸하고 사라지는데 충분한 시간일까? 그렇다면 적어도 인류는 이제 한 번 파괴될 시점에 와 있는 걸까? 갑자기 세기말 느낌이랄까... ㅎㅎ
2/10 소설을 나눈 각 장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네요. 1부 <말하다>에 수록된 소설들보다는 2부<이야기하다>에 수록된 소설들이 좀 더 소설스럽다고 해야하나요? 좀 더 이야기 구조가 있고 분량도 깁니다. 그래도 여전히 내용은 모호한데 모든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난 이상 독자의 것이 된다니 제가 느끼는 대로 생각해도 무방하겠죠? <구룡주교차로>나 <언젠가 381 고속도로에서>나 모두 무언가를 갈망하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처음부터 곁에 있는 어떤 것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 같다는 점에서 1부의 이야기와 비슷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죄르지 페허의 헨리크 몰나르>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아직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2/13. <은행가들>과 <한 방울의 물>은 모두 고대도시가 배경입니다. 방사능에 피폭된 체르노빌로 향하기 위해 키예프에 모인 친구들과 가장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도 바라나시에서 헤매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야채를 파는 노점상들이 있는 것마저 기적처럼 느껴지는 곳을 향하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업무 이야기와 거리에 늘어선 똥탑과 오취로 가득한 도시에서 완전한 평면을 가진 구로서의 물 한방울을 설명하는 남자는 죽음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기대할 것 없는 무가치한 것에 매달리는 허무함을 그리는 작가의 시선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2/14 <저 가가린>은 그나마 이 소설집 중에서 스토리라인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은 소설입니다. '있을 것 같은'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잘 따라간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쩄거나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러시아 우주비행사 가가린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헝가리 과학자의 이야기입니다. 가가린이 왜 알콜중독이 되었고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에 대해서 이 과학자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우주에 가서 지구가 낙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가가린의 이야기를 어느 누구도 믿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결국 그런 결론이 담긴 노트를 남기고 그 역시 지상으로의 낙하한다는 것으로 소설이 맺음 된다는 점에서 참 이 소설집은 일관성이 있습니다만... ㅎㅎ
2/15 오늘로 이 책은 완독했습니다. 2부 '이야기 하다'의 마지막 소설인 <축복 없는 장소를 걸으며>는 어쨌거나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역설적인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문구들이 많았습니다. 저자의 의도는 어떤 것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사원에서는 주님의 영광을 기렸으나, 주님의 말씀에서는 그 ㅜ엇도 배워 가지 않았습니다."라는 구절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3부에 실린 <이스탄불의 백조>는 너무 실험적이네요. 빈 백지로만 구성된 17면 뒤에는 32개의 주석만이 실려 있습니다. 주석을 보고 백지에 채워질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에는 카바피에 대한 지식도 없고 해서 불가능하네요. 하지만 이런 시도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만일 우리가 알 수 있는 어떤 주제로 이런 형식이 시도 되었다면 나름대로 앞의 백지를 그려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어쨌든 긴 완독의 과정에 함께 해주신 @진공상태5 님과 @어둠속에서 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신간은 좀 더 읽기 쉬운 텍스트로 해야겠어요. (完)
완독을 축하드리며 다음번 읽기 텍스트로 어떤걸 선정하실지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물병자리지니
@진공상태5 두 번째 책은 <여행하는 여성, 나혜석과 후미코>이고 20일부터 시작합니다. 같이 하셔요^^
어? 나혜석을 고르셨네요? 20일이라.. 우선 책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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