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D-29
… 공경에 근거하여 경전을 연구하고, 묵묵히 생각하며 스스로 터득하여, 본성을 높이고 덕을 기른다면, 이와 기가 뒤섞인 하나라서 본체와 작용, 움직임과 고요함 사이에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절로 알게 될 것입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대학자의 비루하지 않은 겸손, 학문을 대함에의 존엄
첫째, 그대의 말에 본래 잘못이 없는데 제가 착각하여 엉뚱하게 논한 것 둘째, 그대의 편지를 받고서 제 말이 마땅하지 않음을 깨달은 것 셋째, 그대의 편지 내용이 제가 들은 것과 근본이 같아서 다름이 없는 것 넷째, 근본은 같지만 다르게 나아간 것 다섯째, 의견이 달라서 끝내 따를 수 없는 것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다만 칠정을 사단과 댓구로 놓아 각각 나누어 말한 것은, 칠정과 기의 관계가 사단과 이의 관계와 같이, 발현할 때 각각 나름의 흐름이 있고, 제각기 따로 가리키는 이름이 있기 때문에, 주된 바에 따라 이와 기에 나누어 붙일 수 있다고 한 것뿐입니다. 저도 칠정이 이와 전혀 관계없이 바깥의 사물이 우연히 서로 모이고 붙을 때만 감응하여 움직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사단이 사물에 감응하여 움직이는 것도 진실로 칠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단지 사단은 이가 발현하여 기가 따르는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현하여 이가 타는 것일 뿐입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황은 말합니다 : 순수한 이이기 때문에 언제나 선하고 기를 겸했기 때문에 선악이 있습니다. 이 말은 본래 이치에 어긋나는 말이 아닙니다. 알아듣는 이는 같은 데 나아가서 다름을 알고, 또한 다름으로 인해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째서 못 알아듣는 이가 잘못 아는 것을 걱정하여 이치에 맞는 말을 없앨 걱정을 합니까?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정성서]에서 “사람의 마음에서 쉽게 발현하고 제어하기 어려운 것으로는 노여움이 으뜸이다. 그런데 노여울 때 서둘러 서둘러 그 노여움을 잊고 이의 옳고 그름을 보면 또한 바깥의 유혹이 미워할 만한 것이 못됨을 보게 될 것이다.” 했습니다. 쉽게 발현하고 제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입니까 기입니까? 이라면 어째서 제어하기 어렵겠습니까? 오직 기이기 때문에 갑자기 내달려 부리기 어려울 따름입니다. 또한 노여움이 이의 발현이라면 어찌하여 노여움을 잊고 이를 본다고 하겠습니까? 오직 기의 발현이기 때문에 노여움을 잊고 이를 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이로써 기를 제어하는 것을 말함이니, 제가 이 말을 인용하여 칠정이 기에 속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어째서 원래 뜻과 다릅니까?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이름 붙여 말할 때에 성정의 실제와 조금 맞지 않아 편치 않다고 했던 곳은 그대의 가르침을 따르거나, 아니면 스스로 깨달아 이미 고쳤습니다. 고쳐서 편치 않은 부분을 빼고 나서 보니, 의미와 이치가 밝게 통하고 맥락이 분명하여 창틈으로 들어오는 맑고 투명한 빛과 같아서, 입 속에 죽을 한 입 가득 떠 넣듯 뭉뚱그려 넘어가는 병집이 거의 없습니다. 존성의 공부에 대해 감히 주제넘게 말할 수는 없으나 아마 크게 잘못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그러므로 진정한 강직함과 진정한 용기는 기세 높여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고치는데 인색하지 않고 의를 들으면 바로 따르는데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주자가 “무극이면서 태극이다.” 하고 말한 곳에 이르러서는 “무극을 말하지 않으면 태극은 하나처럼 되어 버려 만물을 생겨나게 하는 근본이 되기에 부족하고, 태극을 말하지 않으면 무극은 적막한 공에 빠져버려 만물을 생겨나게 하는 근본이 될 수 없다.” 했습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 이치를 보려면 깨달아 아는 경지에 이르러야 하고 이치를 설명하려면 완벽한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그 마음이 이기기를 구해 도를 본받지 못하면 끝내 합쳐질 수 있는 이치가 없으니, 다만 천하의 공론을 기다릴 따름입니다. 반면에 뜻이 도를 밝히는데 있고 둘 다 사사로운 뜻이 없다면 반드시 하나로 돌아가는 날이 있을 것이니, 이는 이치에 통달하고 학문을 좋아하는 군자가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그런데 이제 또 다른 이가 자신을 공격하면, 놀라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덕을 넓히고 공부를 더 할 방법을 모색하여, 여러 주장의 같고 다름을 살피고 서로의 얻고 잃음을 헤아리며, 지나간 현인들의 말씀으로 묻고 사리의 실상으로 참작하여, 지난날의 잘못된 견해를 씻어버리고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것을 즐기지 않고, 도리어 이전의 견해를 강력히 주장하여 자기가 옳다고 애써 변명하며, 옛사람들의 말씀을 다시 풀이해 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을 한결같이 배척하여, 다시는 다른 사람에게 앞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다시는 마음을 비우고 뜻을 겸손하게 가지며 착한 것을 택하고 유익함을 구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게다가 무릇 남을 가르치려면 반드시 나에게 쌓인 것이 많은 다음에야 그 말에 힘이 생겨서 남을 움직일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자기도 남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말로 남을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도의를 기대하는 사이니, 바로잡아 달라는 물음에 묵묵히 있을 수 없어서 감히 저의 정성을 바칩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무릇 덧성을 높일 줄 알면, 반드시 하늘의 밝음과 사람의 도리를 업신여겨 소인배들의 행실로 흐르는 짓은 차마 못하게 됩니다. 흐트러진 마음을 거둘 줄 알면, 반드시 공경하는 마음을 가짐, 정성스런 마음을 보존함, 기미가 보이기 전에 막음, 홀로 있을 때 삼감 같은 일에 힘써, 욕심을 막고 몸을 지킬 수 있게 됩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생각하건대 선생님께서는 이미 높은 덕과 큰 도량을 이루시고도 매일 새롭게 더해 공부하시니, 성정의 실상과 성현의 말씀에 대해 이미 남김없이 꿰뚫고 계십니다. 그런데도 논변하시는 사이에 항상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시고, 내가 뛰어나다고 남의 말을 소홀히 하지도 않으며 내가 넉넉하다고 남의 단점을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고서, 겸허한 마음으로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거나 싫어하지 않으십니다. 게다가 한 글자의 잘못도 반드시 고쳐서 덮어두지 않으며 한 글귀의 치우침도 반드시 진술하여 숨기지 않으셨으니, 선생님께서는 당신의 지식도 높으시고 다른 사람도 깨우쳐 주셨습니다. 이와 같으므로 보잘 것 없는 저도 선생님의 가르침에 빠져들어 마음을 씻고 뜻을 다듬어 학문을 그만두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진실로 옛사람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선생님께서 하시었습니다. 제가 이것을 몸소 보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감히 여쭙습니다만 기쁨•노여움•슬픔•즐거움이 발현하여 절도에 맞는 것이 이에서 발현하는 것입니까 기에서 발현하는 것입니까? 그리고 발현하여 절도에 맞아 가는 곳마다 선하지 않음이 없다는 선과 사단의 선은 같습니까 다릅니까? 만약 발현하여 절도에 맞는 것이 바로 이에서 발현된 것이고 그 선이 같다고 하신다면, 위의 다섯 조항에서 말씀하신 것은 모두 마땅한 논의가 될 수 없을 듯합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이의 실체는 비어 있는 듯하면서도 충실하고 없는 듯하면서도 있다. 그러므로 그것이 사람과 사물에 있을 때는 더하고 덜함이 없고 언제나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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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성현은 적으나 어리석고 불초한 이는 많으며, 나면서부터 아는 이는 적으나 배워서 아는 이와 어렵게 아는 이는 많으니, 진실로 날 때부터 아는 성인이 아니고서야 그 발현하는 사단이 어찌 순수한 천리라고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기품과 물욕의 가림이 없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기는 뭉쳐서 작용할 수 있으나 이는 느낌도 계획도 작용도 없다. 다만 기가 뭉친 곳에는 이가 바로 그 속에 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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