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D-29
그런데 이제 또 다른 이가 자신을 공격하면, 놀라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덕을 넓히고 공부를 더 할 방법을 모색하여, 여러 주장의 같고 다름을 살피고 서로의 얻고 잃음을 헤아리며, 지나간 현인들의 말씀으로 묻고 사리의 실상으로 참작하여, 지난날의 잘못된 견해를 씻어버리고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것을 즐기지 않고, 도리어 이전의 견해를 강력히 주장하여 자기가 옳다고 애써 변명하며, 옛사람들의 말씀을 다시 풀이해 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을 한결같이 배척하여, 다시는 다른 사람에게 앞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다시는 마음을 비우고 뜻을 겸손하게 가지며 착한 것을 택하고 유익함을 구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게다가 무릇 남을 가르치려면 반드시 나에게 쌓인 것이 많은 다음에야 그 말에 힘이 생겨서 남을 움직일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자기도 남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말로 남을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도의를 기대하는 사이니, 바로잡아 달라는 물음에 묵묵히 있을 수 없어서 감히 저의 정성을 바칩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무릇 덧성을 높일 줄 알면, 반드시 하늘의 밝음과 사람의 도리를 업신여겨 소인배들의 행실로 흐르는 짓은 차마 못하게 됩니다. 흐트러진 마음을 거둘 줄 알면, 반드시 공경하는 마음을 가짐, 정성스런 마음을 보존함, 기미가 보이기 전에 막음, 홀로 있을 때 삼감 같은 일에 힘써, 욕심을 막고 몸을 지킬 수 있게 됩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생각하건대 선생님께서는 이미 높은 덕과 큰 도량을 이루시고도 매일 새롭게 더해 공부하시니, 성정의 실상과 성현의 말씀에 대해 이미 남김없이 꿰뚫고 계십니다. 그런데도 논변하시는 사이에 항상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시고, 내가 뛰어나다고 남의 말을 소홀히 하지도 않으며 내가 넉넉하다고 남의 단점을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고서, 겸허한 마음으로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거나 싫어하지 않으십니다. 게다가 한 글자의 잘못도 반드시 고쳐서 덮어두지 않으며 한 글귀의 치우침도 반드시 진술하여 숨기지 않으셨으니, 선생님께서는 당신의 지식도 높으시고 다른 사람도 깨우쳐 주셨습니다. 이와 같으므로 보잘 것 없는 저도 선생님의 가르침에 빠져들어 마음을 씻고 뜻을 다듬어 학문을 그만두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진실로 옛사람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선생님께서 하시었습니다. 제가 이것을 몸소 보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감히 여쭙습니다만 기쁨•노여움•슬픔•즐거움이 발현하여 절도에 맞는 것이 이에서 발현하는 것입니까 기에서 발현하는 것입니까? 그리고 발현하여 절도에 맞아 가는 곳마다 선하지 않음이 없다는 선과 사단의 선은 같습니까 다릅니까? 만약 발현하여 절도에 맞는 것이 바로 이에서 발현된 것이고 그 선이 같다고 하신다면, 위의 다섯 조항에서 말씀하신 것은 모두 마땅한 논의가 될 수 없을 듯합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이의 실체는 비어 있는 듯하면서도 충실하고 없는 듯하면서도 있다. 그러므로 그것이 사람과 사물에 있을 때는 더하고 덜함이 없고 언제나 선하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예로부터 성현은 적으나 어리석고 불초한 이는 많으며, 나면서부터 아는 이는 적으나 배워서 아는 이와 어렵게 아는 이는 많으니, 진실로 날 때부터 아는 성인이 아니고서야 그 발현하는 사단이 어찌 순수한 천리라고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기품과 물욕의 가림이 없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기는 뭉쳐서 작용할 수 있으나 이는 느낌도 계획도 작용도 없다. 다만 기가 뭉친 곳에는 이가 바로 그 속에 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말재주만으로 경쟁하다시피 하는 것은 참으로 무익하고, 진실한 공부는 매번 하다가 말다가 하는 것이 괴롭습니다. 그러나 하다가 말다가 하는 잘못을 자세히 생각해 보면 기질과 습관의 치우침, 물욕의 가림, 세상사의 구속, 이 세 가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거듭 읽을 때마다 깨닫는 바가 더해지니 500년 전의 가르침이 시간의 깊이만큼이나 귀하고 귀하다. Fin. 2025.11.20. 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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