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메멘토 모리! 맞아요 이 영화도 단기기억상실증을 가지고 만든 마스터피스 미스터리였죠.
다음 단편 리뷰도 궁금합니다. :-)
[박소해의 장르살롱] 25. 가을비 다음엔 <여름비 이야기>
D-29

박소해

Henry
A1: 여름, 하면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라는 영화가 바로 떠오릅니다. 그렇고 그런 틴에이져 슬레셔 무비였는데, 그땐 무척이나 인기였던 스타일의 시작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화면 스타일로 스타일리스트 감독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들, 특히 <세븐>과 <파이트 클럽>이 떠오릅니다. 촬영감독의 제안으로 필름 위에 다가 화학적으로 처리해서 그 독특한 화면 질감을 만들어냈다고 영화 월간지에서 공부하듯 읽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납니다.
그리고, 위에서 작가님 언급해주신 <검은 물 밑에서>. 제니퍼 코넬리가 주연한 리메이크 버전도 나쁘진 않았지만, 일본영화 특유의 눅진한 분위긴 정말이지!
A2: 치매 소재의 영화들은 여럿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들자면 <스틸 앨리스>와 <더 파더>가 될 듯 합니다. 이 두 영화들을 본 덕분에 치매라는 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요. 물론,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습니다.
위에서들 언급하신 <살인자의 기억법>은 설현과 설경구 (그러고 보니 성씨가 같았군요 ㅎㅎ) 연기의 부조화 덕분에, 김영하 작가의 원작소설이 훨씬 깔끔하게 뭉턱하게 읽혀서 훨씬 좋았던 기억입니다. 당연하게도!
기존 치매 소재의 이야기들에서는 치매를 대상화하고 그걸 대하는 인간 관계들의 감정적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면, <5월의 어둠>에서는 치매를 이용(?)해서 철저히 소재화하며 그 외줄타기의 묘한 긴장감으로 결말의 상황으로 독자를 몰아만 가는 작가만의 힘이 남다른 작품이었습니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노스 캐롤라이나의 작은 어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래의 희망에 부푼 네명의 주인공 줄리(제니퍼 러브 휴윗), 헬렌(사라 미쉘 겔라), 레이(프레디 프린즈 주니어), 배리(라이언 필립)은 7월 4일 축제의 여흥을 즐기며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하지만, 음주운전 중 사람을 치어 죽인 이들은 시체를 물속에 빠뜨리고, 무덤 속까지 비밀에 붙이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그들의 공모는 1년 후 끔찍한 악몽으로 다가오는데...

세븐은퇴를 7일 앞둔 관록의 형사 윌리엄 소머셋(모건 프리먼)과 새로 전근 온 신참내기 형사 밀스(브래드 피트)가 팀이 된 바로 다음날, 강압에 의해 위가 찢어질 때까지 먹다가 죽은 초고도 비만 남자와 역시 강압에 의해 식칼로 자기 살을 베어내 죽은 악덕 변호사의 사건과 마주한다. 식탐, 탐욕, 그리고 나태, 분노, 교만, 욕정, 시기. 소머셋은 현장에 남은 흔적들로 단테의 신곡과 쵸서의 캔터베리 서사시를 근거로 한 기나긴 연쇄 살인이 시작되었음을 직감하고 성서의 7가지 죄악을 따라 발생하는 사건들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파이트 클럽자동차 회사의 리콜 심사관으로 일하는 주인공(에드워드 노튼)은 일상의 무료함과 공허함 속에서 늘 새로운 탈출을 꿈꾼다. 그는 비행기에서 자신을 비누 제조업자라고 소개하는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을 만난다. 집에 돌아온 주인공은 아파트가 누군가에 의해 폭파되었음을 발견하고, 타일러에게 도움을 청해 함께 생활하게 된다. 어느 날 밤 타일러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때려달라고 부탁한다. 사람은 싸워봐야 진정한 자신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매주 토요일 밤 술집 지하에서 맨주먹으로 격투를 벌이는 파이트 클럽을 결성하기에 이르는데...

검은 물 밑에서불안한 영혼에 스며드는 공포
‘마츠바라 요시미’는 이혼 후 다섯 살 된 딸아이 ‘이쿠코’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 법정 소송 중이다. 비오는 어느 오후, 두 모녀는 새집을 구하기 위해 강가에 인접한 낡고 허름한 콘크리트 아파트를 찾아온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바닥엔 물이 고여있고, 가만히 다가오는 누군가의 손길에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딸 이쿠코가 갑자기 사라지는가 하면, 옥상에서 발견한 딸의 어깨엔 주인 모를 빨간 가방이 걸려있다. 웬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지만, 딸과 함께 아파트 305호로 이사 오는 요시미. 그러나 버려도 버려도 빨간 가방은 딸에게로 다시 돌아오고, 천장의 검은 물 자국은 날이 갈수록 퍼지더니, 급기야 물방울이 되어 뚝뚝 떨어지기까지 한다. 관리인에게 항의도 해보지만 무관심한 반응 뿐. 수돗물에선 머리카락이 섞여 나오고, 윗층에선 아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요시미는 405호를 찾아가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다. 그 후로 자주, 빗속에 노란 우의를 입은 여자아이의 환영을 보는 그녀.. 그러던 어느 날, 이쿠코의 유치원을 찾은 요시미는 노란 우의에 빨간 가방을 맨 소녀의 그림을 발견한다. 그 소녀는 바로, 유아실종 전단에서 보았던 ‘가와이 미츠코’! 한편 시름시름 앓던 이쿠코가 405호에 쓰러진 채 발견된 날, 요시미는 그 집 문패에서 ‘가와이 미츠코’라는 이름을 발견한다! 며칠 후 두 모녀 앞에 빨간 가방은 다시 나타나고, 요시미는 갑자기 아파트 옥상으로 향한다. 홀로 남겨진 이쿠코 앞에, 검은 물 밑에서 솟구쳐 나온 죽음의 손길! 요시미는 쓰러진 이쿠코를 안고,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는데...!

다크 워터남편과 이혼한 달리아(제니퍼 코넬리)는 딸 쎄시의 양육권을 둘러싼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중 새출발하는 마음으로 이사를 한다. 하지만 새로 이사한 낡은 아파트에는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그녀의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천장에선 물이 떨어지고, 엘리베이터 바닥엔 물이 고여있고, 가만히 다가오는 누군가의 손길에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음침하고 섬뜩한 공간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괴물처럼 달리아의 숨통을 조여온다. 천장을 적셔오는 검은 물 자국, 뭔지 알 수 없는 의문의 소리들... 과연 공포스러운 공간 저 편에는 무엇이 존재하는 것일까?

스틸 앨리스세 아이의 엄마, 사랑스러운 아내, 존경 받는 교수로서 행복한 삶을 살던 앨리스. 어느 날 자신이 희귀성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행복했던 추억,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잊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는 앨리스. 하지만 소중한 시간들 앞에 온전한 자신으로 남기 위해 당당히 삶에 맞서기로 결심하는데…

더 파더나는 런던에서 평화롭게 삶을 보내고 있었다. 무료한 일상 속 나를 찾아오는 건 딸 앤뿐이다. 그런데 앤이 갑작스럽게 런던을 떠난다고 말한다. 그 순간부터 앤이 내 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잠깐, 앤이 내 딸이 맞기는 한 걸까?

살인자의 기억법예전에는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병수. 우연히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 남자 태주에게서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그 역시 살인자임을 직감한다. 병수는 경찰에 그를 연쇄살인범으로 신고하지만 태주가 그 경찰이었고, 아무도 병수의 말을 믿지 않는다. 태주는 은희 곁을 맴돌며 계속 병수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병수는 혼자 태주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록하고 쫓지만 기억은 자꾸 끊기고, 오히려 살인 습관들이 되살아나며 병수는 망상과 실제 사이에서 혼란스러워진다. 다시 시작된 연쇄 살인사건, 놈의 짓이 맞을까!

살인자의 기억법김영하 장편소설.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며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 을 계획한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이번 소설에서 김영하는 삶과 죽음, 시간과 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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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스트롱캔이었다는 걸 어떻게 아셨죠?
『여름비 이야기』 p.134 <5월의 어둠> 中,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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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전 <검은 물 밑에서>는 일본 영화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원작 소설도 참 좋구요.
치매 영화로 <스틸 앨리스>와 <더 파더>가 인상적이었죠. <더 파더>는 아직 보지 않았지만 입소문이… ㅎㅎ <스틸 앨리스>는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입니다. :-)
<살인자의 기억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