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코스모스』는 그냥 이야기책처럼 느껴졌어요.
고대인들이 하늘을 신화와 점성술로 읽어내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천문학이 태어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마치 인류의 긴 성장기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세이건은 과학을 딱딱한 지식이 아니라, 우주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이야기로 들려줬어요. 그래서 3장은 과학책이라기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서사처럼 읽혔어요.
그런데 4장에 들어가자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이번엔 감성보다는 설명과 논리가 주인공이었어요. 퉁구스카 대폭발, 금성의 대기, 온실효과 같은 과학적 주제가 중심에 있었죠. 세이건의 문장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이번 장은 확실히 이야기라기보다 강의에 더 가까웠어요.
읽는 내내 마치 우주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활자로 듣는 기분이었어요.
특히 금성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예전엔 사람들도 금성을 정글과 바다가 있는 낭만적인 행성으로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납이 녹을 만큼 뜨거운 지옥 행성이었잖아요. 세이건은 이걸 단순히 사실로만 끝내지 않고, 지구의 미래와 연결해서 경고했어요.
세이건이 말하는 금성은 그냥 특이한 행성이 아니라,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지구도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시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금성 이야기를 읽는 동안 점점 ‘우주 이야기’라기보다 ‘지구와 우리 이야기’를 같이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4장은 3장보다 설명이 많고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아요.
[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D-29

땅상어

말코손바닥사슴
@땅상어 '무시무시하게 불유쾌한 장소로 판명된' 금성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정말 쉽게 설명되어 있었죠. “상대적으로 천국인 우리 행성을 금성이라는 지옥과 비교”하는 직관적 구도도 재밌었어요. 결국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곳이 낙원이자 천국, 아닌 곳은 지옥이라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인간적인' 지구인의 관점이구나, 그런데 그게 참 맞구나, 새삼 느꼈답니다.
초록단풍
다음 기부터 참여하고 싶은데 혹시 영어책으로 읽어도 참여 가능할까요?

말코손바닥사슴
@초록단풍 네, 그럼요 참여 가능합니다 :) !
송현정
“ 1666년 스물세 살의 뉴턴이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학생이 됐을 때 흑사병이 돌았다. 그래서 뉴턴은 자신이 태어난 외딴 고향 마을 울즈소프에 내려가서 어떤 의무에도 얽매이지 않고 1년의 세월을 편안히 보낼 수 있었다. 뉴턴은 그 1년 동안에 미분과 적분을 발명했고 빛의 기본 성질을 알아냈으며 만류인력 법칙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
『코스모스』 155p,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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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정
누군가 뉴턴에게 어떻게 그리 놀라운 발견을 많이 할 수 있었느냐고 묻자 뉴턴이 '아무 참고도 되지 않을'답을 했다... 라고 서술한 문장을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본인도 '아무 참고도 되지 않을'답을 늘어놓는 범인..이면서..말이죠 ^^;;
그나저나 흑사병이 도는 1년동안 미분과 적분이 발명되었다니, 흑사병에 고마운 일이네요 ^^;;;

말코손바닥사슴
@송현정 '아무 참고도 되지 않을 답' ㅋㅋㅋ 저도 피식했습니다. 영미권 작가들은 틈틈이 유머를 포개 넣어두는 것 같아요. 저런 주관성 뚜렷한 위트.

정원에
이 점에 있어서 지상의 모든 생물들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코스모스』 p.93,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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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최근 폐쇄된 프랑스 해양 동물원에 갇혀 지내는 범고래 관련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사진작가 Seph Lawless가 이곳에 드론을 띄웠는데 죽은 듯 가만히 있던 범고래들이 드론 소리가 나자 사람이 보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신나서 움직이고 공연(?)하는 모습이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코스모스 저자의 말처럼 이 지구의 생물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데, 인간의 욕심이 지나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스모스를 이해하고 궁금해하는 인간의 호기심이 모든 생물이 살기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길 바랍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이 계실까 싶어 영상 원본 링크 공유드립니다.
- Instagram @sephlawless https://www.instagram.com/reel/DQag9K6jdCJ/?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NTc4MTIwNjQ2YQ==

말코손바닥사슴
@정원에 찡합니다ㅜ 스쳐 지나갔던 영상이었는데 덕분에 자세히 보았어요. 해양 공원이었군요 흑. 관중의 환호에 응하는 몸짓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나 봅니다. 가만히 널브러져 있을 때와 생동감 있게 움직일 때의 대조를 보니 먹먹해집니다. 타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에서 힘을 얻었구나 싶어요. 이 동력 또한 고래나 사람이나,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노버그
40년전 코스모스를 보고, 지붕에 올라가 별을 보며 천문학자의 꿈을 키웠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 애플을 청계천에서 보고 매력에 빠져 SW 엔지니어로 30년정도 일하다가 은퇴 했네요.
중학교때 여러번 읽어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아직 많이 있는데,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송현정
“ 세상이 나를 어떤 눈으로 볼지 모른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나는 어린아이와 같다. 나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더 매끈하게 닦인 조약돌이나 더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아 주우며 놀지만 거대한 진리의 바다는 온전한 미지로 내 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다. ”
『코스모스』 161. 죽기 바로 전 뉴턴은 이렇게 썼다.,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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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정
제 눈에 비친 저는 까꿍! 놀이에 꺄르르 넘어가는 아가 같아요. 요즘 과학을 주제로 하는 이런저런 채널을 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눈이 휘둥그레지거든요. 이유식 떠먹여주듯 친절+상냥+안전하게 전달되는 정보를 온 감각으로 즐기며 몰랐던 세상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더 어릴 때 과학의 즐거움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앞으로 죽는 날까지 심심할 일은 없겠다) 싶기도 해요.

말코손바닥사슴
@송현정 늘 느끼지만 댓글에서 음성 지원이 되는 것 같아요ㅋㅋ '죽는 날까지 심심할 일은 없겠다' 이런 이야기, 저도 친구와 나눈 적이 있 답니다. 그 친구도 '어릴 때 과학을 좀 더 즐겨볼걸' 하고 후회하는 말투로 이야기를 꺼냈었지만, '아 그냥 지금부터, 뇌과학이든 우주이든, 생명과학이든 천천히 알아갈 게 많네~!' '재밌네' 하고 결론을 훅, 내더라구요. 점수와 평가 없이 순수한 배움으로. '아가' 같은 ! ㅎㅎㅎ
가연마미
4부 천국과 지옥에서는 처음 인간이 금성에 대해 생각한 것을 읽으며 천국으로 생각했다는 것에 놀랐다. 현재 배우는 지구과학에서 금성을 알고 있어서 이들의 생각에 오류라고 생각해서 그런것 같았다. 탐사한 금성을 보면서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또한 이렇게 둔다면 미래는 금성화 되면서 지옥이 될 것이다.
5부 블루스라 왜 블루스일까를 생각하며 읽었다. 행성을 보면서 상상한 것과 현실의 다름을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 즉 아프리카의 전통 음악이 노동과 합쳐져서 블루스라는 음악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그 모든 것을 조합해서 나아가는 하는 것으로 읽혀졌다.
6부 여행자라는 단어가 먼저 들어왔다. 지구에서 항로를 개척해서 무역로를 확보하는 것을 보면서 이 상황이 우주로 나아가서 똑같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우주의 여행자는 무인우주선인것만 다를 뿐이다.
228쪽의 하나의 부품에 이상이 발생한다면 다른 것이 그 부품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도록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을 여러개씩 중복 조립한 덕을 단단히 본것이다는 문장에서 1970년대의 과학 발전이 이정도면 지금 어느 곳에선 인간의 DNA등으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키메라가 떠올랐다. 이번에 소설 키메라의 땅도 떠올라 섬뜩하기도 했다.
이 장의 마지막 문장이 다음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인류의 대항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송현정
“ 지구는 사랑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우리에게 마음의 고요를 허락하는 곳이기 도 하다. 변화가 있되 아주 천천히 일어난다. 한 개인이 평생동안 겪게 되는 자연재해도 대단한 것이라도 해야 태풍 정도가 고작이니, 우리는 지구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
『코스모스』 164p,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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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정
자연재해보다 재앙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매해 10월 초에 서울 불꽃축제를 챙겨 보는데요, 올해는 반팔을 입고 관람했어요. 그런데 가만 되짚어보니 5년 전만 해도 밤공기가 춥다며 겨울 패딩을 꺼내입고 관람했더라고요.
'자기 파멸적인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기술적 발전이 파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서술한 부분이... 지금의 현실이 된 거겠죠..?
'평온과 고요의 지구'가 '격동과 소란의 행성'이 될 수도 있다는 문장이 꺼끌꺼끌하게 읽히네요..
담새
개인적으로 과학분야의 도서는 유독 완독이 어렵다고 느낍니다.
유명한 만큼 사두면 두고두고 오랜 기간에 걸쳐서라도 독파하지 않을까 싶은 희미한 기대에는 힘이 없더라고요. 에세이나 문학, 철학, 역사 분야의 도서까지도 어찌저찌 혼자서 일주일 내외면 읽게 되는데도 코스모스 만큼은 함께의 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의 코멘트를 읽다보면 저처럼 우주나 과학에 일자무식이거나 평소 흥미조차 없던 분들은 없어 보입니다. 내가 사는 세상임에 알고싶은 건데도, 어려워서 멀어지고, 멀어지고 나니 이정도 흥미로 다른 사람들과 독서를 함께한다니 어불성설 같기도 하고. 그러다 영영 멀어지기는 또 싫고...
독서기록이 서툴거나 무의미하진 않을까 다소 우려스럽기도 합니다만 언젠가 한 번 마지막장까지 달려보고 싶었던 만큼 이번을 기회로 열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말코손바닥사슴
@담새 전혀 우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각자의 자리에서 한두 걸음씩만 앞으로 가본다, 는 태도로 자유롭게 독후 감상을 남겨주셔요. 전 세계 우주 초심자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책이랍니다. '책과 나' 단 둘의 시간을 찬찬히 보내다 보면 어느 쪽이든 나만의 길이 나올 것 같아요. 찬찬히 함께해보아요 :) 반갑습니다 !

말코손바닥사슴
안녕하세요 말코입니다.
메모해두었던 4장, 5장, 6장 간략한 후기들을 차례로 남길게요.
땅상어님, 가연마미님, 송현정님, 경원에님 글을 잘 보고 있답니다!
글 확인하자마자 와다다 답글을 쓰고 싶은데, 여의치 않은 날이 있어요.
그래도 같이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답니다. 답글이 뜬금 없는 타이밍에 달려도 제가 쿡쿡 웃거나, 한 줄 한 줄 나름 음미하며 느릿하게 달고 있겠거니, 하고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ㅎㅎ
4장_혜성에 대한 오해
하늘에서 떨어진 불덩이 혜성을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습관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 정체가 어느 정도 밝혀진 지금까지도, 아주 오랫동안 혜성을 오해해온 인류의 생각 습관은 계속되고 있구나, 그리고 나도 자유롭지 않구나, 하고 곱씹게 됐습니다.
천문대에서 “천문학자 좀 바꿔보라”는 전화를 받은 세이건의 일화도 비슷한 맥락으로 엮여졌어요. 진실을 말해도, 표현이나 설명이 예상과 벗어나면, 즉 그럴듯하지 않으면 거부하고 싶은 마음. 기꺼이 와닿는 직관 하나만으로 추론하고 싶은 욕구, 같은 것이죠. 그래서 뉴턴이 혜성을 둘러싼 미신을 모두 제거하고, 혜성 운동의 규칙성만을 내세우기 시작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던 ‘혜성에 대한 오해’ 즉 '오해의 과학사'가 찬찬히 열거된 부분은 마치 옛날 이야기 같으면서도 뚜렷한 현재성이 느껴졌답니다.
케플러는 혜성이 ‘바닷속 물고기같이’ 우주 공간을 헤엄친다고 서술했고, 완고한 철학자 흄은 혜성이 짝짓기를 한다고 추론했다는 점도 퍽 인상 깊었어요. 우리는 ‘과학의 역사’ ‘철학의 역사’에서 그들이 집대성한 지식사의 성과만을 큐레이션하곤 하지만, 역사라는 큰 줄기에서 조망하면, 과학자도 자신의 분야에서 조금만 벗어났을 때 시대의 산물에 가깝구나, 하는 생각에 가닿는 거죠.
아래는 인상 깊었던 구절들입니다. 크게 확대하고 싶은 몇 개만 ‘문장수집’으로 갈무리해보겠습니다 :)
“불충분한 자료에 근거한 추론은 우리를 쉽게 오류의 늪에 빠지게 한다”
“16~17세기의 세계 천문학을 이끌어가던 천문학자들도 혜성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중략) 케플러는 혜성이 “마치 바닷속 물고기”같이 우주 공간을 헤엄쳐 다닌다고 서술했으며, 혜성의 꼬리가 항상 태양의 반대 방향으로 놓이는 것을 근거로 혜성은 태양의 빛에 의해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행성들은 충돌이라는 자연 선택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것들이다”
“혜성은 인류에게 공포감과 함께 경외심을 불러 일으켜 왔으며, 마음을 홀리는 망령된 미신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늘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혜성은 영원불멸하고 질서정연한 위대한 코스모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존재로 여겨졌다.”
“이렇게 해서 혜성에게 불길한 일을 예고하는 전령의 역할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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