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D-29
이제 코스모스 반정도를 읽었습니다. 집 앞에 있는 스터디카페에 가서 독서대에 올려놓고 읽는 코스모스는 저를 몇시간동안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 줍니다. 나는 왜 책 읽기를 좋아하는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책이 보여주는 여러 다양한 세계를 구경하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태양계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한 지구에서도 아주 작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아주 평범함 존재인 나이지만 나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의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할 계기를 주는 것이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쉽지 않은 내용을 쉽게 읽기 좋게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쓰인 책을 보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그 즐거움 이번 달 내내 즐기겠습니다.
@헐크 말씀하신 것처럼 코스모스는 쉽지 않은 내용을 읽기 좋게, 어려운 것을 쉽게, 라는 것을 해낸 책인 것 같아요. 우리가 무릇 상상하는 독서의 효용에도 딱 들어맞는 책이지 않나 싶습니다. 책은 장르마다 정서적 쾌락, 지적인 충격 등 다양한 효용을 안겨주는데 코스모스는 조금 더 독자의 호흡에 맞춰 완급조절을 유려하게 해내는 것 같아요. 저도 책을 들추기 직전에, 힐링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유난히.
뉴턴이 사회성이 부족하고 여러 모로 모난 구석이 많았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어 의외였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런 말을 했다니, 뉴턴의 진리를 탐구하는 진지한 마음과 진리를 대하는 겸손한 자세를 잘 느낄 수 있어 역시 학자로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기 바로 전 뉴턴은 이렇게 썼다. "세상이 나를 어떤 눈으로 볼지 모른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나는 어린아이와 같다. 나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더 매끈하게 닦인 조약돌이나 더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아 주우며 놀지만 거대한 진리의 바다는 온전한 미지로 내 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3, 161쪽
@권인 그러게요. '위인'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인간'으로서의 과학자를 보니 새삼 새롭죠. 언급하신 저 문장 앞에 칼 세이건의 정리한 뉴턴의 인간상도 흥미로웠어요. "뉴턴은 자신이 발견한 것을 남에게 빼앗길까 봐 늘 전전긍긍했고 동료 과학자들과 무서울 정도로 경쟁적이었다고 한다." (중략) "그러나 자연의 장대함과 복잡 미묘함 앞에서 뉴턴은 프톨레마이오스와 케플러와 마찬가지로 명랑하면서도 또 정감 어린 겸손을 보일 줄도 알았다."
p325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아이디어가 그것의 진위가 주의깊게 고찰되지도 않은 채 하나의 확실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번 8장은 지구의 시간, 우주의 시간을 보며 공간의 확대까지 경험했다. 언젠가는 우주 여행이 가능하겠지 이 언젠가는 몇만년 떨어진 빛이 우리에게 와서 빛을 보여 주는 시간 만큼 걸릴수도 있을 것이다. 우주 여행 못 해보는게 아쉬울수 있지만 예전의 사람들에 비하면 지금은 많은 곳을 다니니 같은것이 아닐까 자기긍정을 해본다.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 진위가 주의깊게 고찰이라는 문장에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진위 여부를 깊게 살핀다면 우리 사회가 이분되는 이런 일은 없을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시간이 흘러 후대들이 평가할때는 어떻게 할까 생각하니 한숨만 나오기도 한다. 이 장은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생각하면서 지금 이곳의 공간과 시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과학책이 아니라 철학책 같은 느낌!!!
지구 지적 생물(=바로 나!)의 활동으로 지구의 풍경과 기후가 바뀌고 있다는 것. 운 좋게도 지구가 태양과 딱 알맞은 거리에 위치한 덕에 생존하고 있는 인간이... 지구의 온도를 치솟게 할, 또는 반대로 표면 온도를 급격히 낮출 활동을 꾸준히. 성실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던 사실을) 마주했네요. 초등학생 아이들이 '지구가 2050년에 멸망한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고 진지하게 계획을 세우는 걸 봤어요. 지구 상황이 지옥같은 금성, 빙하기의 화성...에 근접할 위험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라고 얘기한 1980년의 칼세이건이 부러울 지경입니다...
@송현정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지적 생물을 지향합니다만! 우리가 정말 '지적 생물'이 맞긴 할까요! 저도 기후 관련 북토크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참가자들의 질문이 유난히 무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기후재난이 잦아질 때마다 다같이 심각성을 느끼지만, 왜 결정적인 의사결정에서, 이 심각성은 후순위로 밀려날까? 싶고요. 그래도 이렇게 미간에 힘 주는 작은 고민의 시간이 의미가 있겠죠?
@송현정 초등학생 아이들이 2050년 지구 멸망을 진지하게 대비하며 계획을 세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덜컥 겁이 났습니다. 사실 저에게 2050년 멸망은 환경 문제에 관심 많은 친구들과 자조 섞인 농담으로 주고받던 말이었거든요. 최근 6번째 대멸종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며 멸종과 기후 변화를 깊이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스스로의 행성을 파괴하는 종을 과연 '지적 생물'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군요. 기후 재난의 경고음이 요란해도 당장의 편안함과 경제 논리에 밀려 생존이 후순위가 되는 걸 보면, 우리는 아직 진정한 지적 생물로 진화하는 과도기에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2050년이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멸망의 해가 아니라, 우리가 지적 생물임을 증명해낸 전환점으로 기억되도록... 지금 이 고민이 단순한 죄책감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지구형 행성 (지구와 닮은 행성)을 모닥불 근처에 둘러앉은 캠핑객에 비유한 표현이 정겹고 재미있습니다. 태양이라는 모닥불 주위에 각자 거리를 달리 하여 빙 둘러 앉아 있는 행성들의 모습이라니... 왠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아이에게 이 부분 재미있지 않냐고 하니, 가장 멀리 있는 해왕성은 모닥불의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거라고 하네요. ^^ "이들은 모닥불 근처에 둘러앉은 캠핑객들처럼 빛과 열의 근원인 태양을 에워싸고 그 주위를 옹기종기 돌고 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3, 184쪽
아이가 제게 내준 과제가 있어서 그 과제 먼저 하고, 자기 전 짬을 내서 조금씩 코스모스를 읽고 있습니다. 진도는 더디지만 매일 책을 읽는 것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 크네요. "그러나 과학은 자기 검증을 생명으로 한다. 과학의 세계에서 새로운 생각이 인정을 받으려면 증거 제시라는 엄격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 과학은 자유로운 탐구 정신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했으며 자유로운 탐구가 곧 과학의 목적이다. […] 우리는 어느 누가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할지 미리 알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자기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3, 195쪽 당대에 천재로 인정 받던 과학자들이 주장한 생각이 후세에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고, 당대에 허구맹랑한 가설로 비난받던 이론들이 실제로는 정말 혁신적인 생각이었던 것으로 나중에 밝혀지기도 하고... 누군가의 새로운 생각을 절대 아니라고 단정하거나 함부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정을 받기 위해 증거 제시라는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침과 동시에, 자유로운 탐구 정신과 열린 마음 또한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참 중요하면서도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인 그러게 말입니다. 단정 짓고, 확신하는 언어가 남용되는 시대이다 보니, 과학자들이 보여주었던 '자유로운 탐구 정신'이 얼마나 보편 윤리로서도 타당한지, 곱씹게 됩니다. 열어두는 마음, 여지를 남기는 태도, 이런 것들이요.
끝없이 펼쳐진 광대무변의 이 우주란 얼마나 놀랍고 훌륭한 설계인가......그렇게 많은 수의 지구들...ㆍᆢ그리고 외계의지구들 하나하나에는 풀이며,나무며,짐승들로 가득할 것이고 ,어디 그뿐인가 ,거기에는 수많은 바다와 산들이 있을 것이다 ......별들까지의 엄청난 거리와 또 그들의 수를 생각할 때 우주에 관한 우리의 경외심은 또 얼마나 깊어져야 할 것인가?
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이제 6장 읽었네요.부르크너 틀어놓고 코스모스를 펼쳐놓고 있으니 제가 마치 우주를 유영하고 있는 듯 합니다.p297
@시네마천국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 딱이네요. 우주를 감각하게 하는 몰입의 구조가 정교하게 짜여져 있어서, 그냥 나는 푹 빠지기만 하면 되는 책인 듯합니다.
코스모스를 읽다 보니, 차례를 정말 잘 배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처음에는 마치 시야를 끝까지 쫙 밀어 올려놓는 느낌이었어요. 우주가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지, 그 안에서 지구는 얼마나 작은지, 그리고 그 지구 위에서 ‘나’라는 존재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먼저 보여주는 것 같더라고요. “일단 네가 서 있는 자리가 여기야” 하고 기준점을 박아놓고 나서야,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어느 순간 슬쩍 시선이 내려가요. 멀리 있는 은하와 별들에서 갑자기 살아 있는 것들의 이야기로. DNA, 진화, 자연선택 같은 단어들이 나올 때, “그래, 결국 이게 제일 궁금하지?” 하고 세이건이 먼저 말을 꺼내주는 것 같았어요. 거대한 우주 배경을 한 번 다 깔아놓고, 그 안에서 생명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따라가게 만드는 흐름이 꽤 노린 것처럼 느껴졌달까요. 조금 더 읽다 보면, 이번에는 우주 그 자체보다 그 우주를 이해하려고 애쓰던 사람들 쪽으로 카메라가 살짝 돌아가는 것 같아요. 하늘을 올려다보던 옛사람들, 숫자와 법칙으로 별의 움직임을 읽어보려 하던 시도들… 같은 우주를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대상이 ‘우주’에서 ‘우주를 해석하는 인간의 눈’으로 옮겨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아, 이건 그냥 천문학 책이 아니라, 우주를 바라보는 마음에 대한 책이기도 하구나” 하는 생각이 그때 처음 들었어요. 그다음에는 스케일이 한 번 더 줄어들어요. 이제는 진짜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들, 그 주변 환경을 하나씩 짚어보면서 우리 동네 산책하듯이 돌아보게 하거든요.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천국이 금방 지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처음에 끝없이 멀리 밀어 올렸던 시야를 천천히 우리 발밑까지 끌고 내려오는 느낌이었어요. “지금 네가 당연하게 딛고 있는 이 바닥이 사실은 얼마나 아슬아슬한 균형인지” 슬쩍 알려주는 것처럼요. 그리고 마지막에, 마치 “자, 이제 정말 나가볼까?” 하는 것처럼 작은 탐사선 하나를 꺼내서 실제로 우주로 보내버리잖아요. 머릿속 지도 위에만 그려져 있던 공간을, 금속 덩어리 하나가 정말로 통과해 나가는 장면까지 따라가다 보면, 앞에서 쌓아온 우주·생명·사람·행성 이야기가 거기서 한 줄로 쭉 이어져 밖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읽은 앞부분이 그냥 주제별로 모여 있는 몇 개의 장이라기보다는, 숨 한 번 길게 들이마시면서 밖으로 나갈 준비를 끝내는 구간처럼 느껴져요. 처음엔 멀리, 그다음엔 생명과 사람 쪽으로, 다시 우리 동네로, 그리고 마지막에 우주 바깥으로. 차례를 따라가다 보니, 세이건이 “이 순서대로 같이 걸어봐요” 하고 이미 길을 다 깔아놓은 상태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슬쩍 들었습니다.
@땅상어 '우주를 바라보는 마음에 대한 책' <- 요 부분 정말 공감합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정보를 빽빽하게 담아서 건네기보다, 태도에 관한 책이라는 생각이 짙어집니다. 땅상어님은 저자의 의도적 배치에 계속 눈길이 가시나 봐요! 근사하게 잘 짜여진 정보의 맥락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스토리텔링에 약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땅상어님 글을 보면 저자의 의도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읽어가는 독서법도 재밌다는 게 느껴집니다 후후
@말코손바닥사슴 정말 공감합니다. 코스모스가 명저인 이유는 방대한 과학 지식 때문이 아니라, 그 지식을 전달하는 칼 세이건의 따뜻하고 겸손한 태도 때문인 것 같아요. 정보가 빽빽했다면 금방 지쳤을 텐데, 저자가 건네는 그 마음 덕분에 계속 읽게 되네요. 덕분에 남은 챕터들도 저자와 대화하듯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서를 마무리하고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정리하다 보니 조금 늦어졌네요. 얼른 마무리해서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5년의 유명한 천문학자에게 '화성에 생명이 존재하는지' 물으면 오-래전 유명한 천문학자의 답-아무도 모름-과는 다른 답을 들을 수 있나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에 여전히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코스모스를 읽으며 좀 달라졌어요. 일단 '모른다'의 범위가 우주만큼 넓어졌고요...@_@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때 보다 훠얼씬 발전했다고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을 '우주'로 정의하고 나니, 의외로 단순해지는 부분이 있네요.
맞아요.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모르는 게 얼마나 있는지를 알게 된 게 큰 발전인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부유했다.
코스모스 p.221 퍼시벌 로웰에 대한 서술 중,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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