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D-29
@송현정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지적 생물을 지향합니다만! 우리가 정말 '지적 생물'이 맞긴 할까요! 저도 기후 관련 북토크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참가자들의 질문이 유난히 무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기후재난이 잦아질 때마다 다같이 심각성을 느끼지만, 왜 결정적인 의사결정에서, 이 심각성은 후순위로 밀려날까? 싶고요. 그래도 이렇게 미간에 힘 주는 작은 고민의 시간이 의미가 있겠죠?
@송현정 초등학생 아이들이 2050년 지구 멸망을 진지하게 대비하며 계획을 세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덜컥 겁이 났습니다. 사실 저에게 2050년 멸망은 환경 문제에 관심 많은 친구들과 자조 섞인 농담으로 주고받던 말이었거든요. 최근 6번째 대멸종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며 멸종과 기후 변화를 깊이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스스로의 행성을 파괴하는 종을 과연 '지적 생물'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군요. 기후 재난의 경고음이 요란해도 당장의 편안함과 경제 논리에 밀려 생존이 후순위가 되는 걸 보면, 우리는 아직 진정한 지적 생물로 진화하는 과도기에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2050년이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멸망의 해가 아니라, 우리가 지적 생물임을 증명해낸 전환점으로 기억되도록... 지금 이 고민이 단순한 죄책감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지구형 행성 (지구와 닮은 행성)을 모닥불 근처에 둘러앉은 캠핑객에 비유한 표현이 정겹고 재미있습니다. 태양이라는 모닥불 주위에 각자 거리를 달리 하여 빙 둘러 앉아 있는 행성들의 모습이라니... 왠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아이에게 이 부분 재미있지 않냐고 하니, 가장 멀리 있는 해왕성은 모닥불의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거라고 하네요. ^^ "이들은 모닥불 근처에 둘러앉은 캠핑객들처럼 빛과 열의 근원인 태양을 에워싸고 그 주위를 옹기종기 돌고 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3, 184쪽
아이가 제게 내준 과제가 있어서 그 과제 먼저 하고, 자기 전 짬을 내서 조금씩 코스모스를 읽고 있습니다. 진도는 더디지만 매일 책을 읽는 것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 크네요. "그러나 과학은 자기 검증을 생명으로 한다. 과학의 세계에서 새로운 생각이 인정을 받으려면 증거 제시라는 엄격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 과학은 자유로운 탐구 정신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했으며 자유로운 탐구가 곧 과학의 목적이다. […] 우리는 어느 누가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할지 미리 알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자기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3, 195쪽 당대에 천재로 인정 받던 과학자들이 주장한 생각이 후세에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고, 당대에 허구맹랑한 가설로 비난받던 이론들이 실제로는 정말 혁신적인 생각이었던 것으로 나중에 밝혀지기도 하고... 누군가의 새로운 생각을 절대 아니라고 단정하거나 함부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정을 받기 위해 증거 제시라는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침과 동시에, 자유로운 탐구 정신과 열린 마음 또한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참 중요하면서도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인 그러게 말입니다. 단정 짓고, 확신하는 언어가 남용되는 시대이다 보니, 과학자들이 보여주었던 '자유로운 탐구 정신'이 얼마나 보편 윤리로서도 타당한지, 곱씹게 됩니다. 열어두는 마음, 여지를 남기는 태도, 이런 것들이요.
끝없이 펼쳐진 광대무변의 이 우주란 얼마나 놀랍고 훌륭한 설계인가......그렇게 많은 수의 지구들...ㆍᆢ그리고 외계의지구들 하나하나에는 풀이며,나무며,짐승들로 가득할 것이고 ,어디 그뿐인가 ,거기에는 수많은 바다와 산들이 있을 것이다 ......별들까지의 엄청난 거리와 또 그들의 수를 생각할 때 우주에 관한 우리의 경외심은 또 얼마나 깊어져야 할 것인가?
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이제 6장 읽었네요.부르크너 틀어놓고 코스모스를 펼쳐놓고 있으니 제가 마치 우주를 유영하고 있는 듯 합니다.p297
@시네마천국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 딱이네요. 우주를 감각하게 하는 몰입의 구조가 정교하게 짜여져 있어서, 그냥 나는 푹 빠지기만 하면 되는 책인 듯합니다.
코스모스를 읽다 보니, 차례를 정말 잘 배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처음에는 마치 시야를 끝까지 쫙 밀어 올려놓는 느낌이었어요. 우주가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지, 그 안에서 지구는 얼마나 작은지, 그리고 그 지구 위에서 ‘나’라는 존재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먼저 보여주는 것 같더라고요. “일단 네가 서 있는 자리가 여기야” 하고 기준점을 박아놓고 나서야,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어느 순간 슬쩍 시선이 내려가요. 멀리 있는 은하와 별들에서 갑자기 살아 있는 것들의 이야기로. DNA, 진화, 자연선택 같은 단어들이 나올 때, “그래, 결국 이게 제일 궁금하지?” 하고 세이건이 먼저 말을 꺼내주는 것 같았어요. 거대한 우주 배경을 한 번 다 깔아놓고, 그 안에서 생명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따라가게 만드는 흐름이 꽤 노린 것처럼 느껴졌달까요. 조금 더 읽다 보면, 이번에는 우주 그 자체보다 그 우주를 이해하려고 애쓰던 사람들 쪽으로 카메라가 살짝 돌아가는 것 같아요. 하늘을 올려다보던 옛사람들, 숫자와 법칙으로 별의 움직임을 읽어보려 하던 시도들… 같은 우주를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대상이 ‘우주’에서 ‘우주를 해석하는 인간의 눈’으로 옮겨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아, 이건 그냥 천문학 책이 아니라, 우주를 바라보는 마음에 대한 책이기도 하구나” 하는 생각이 그때 처음 들었어요. 그다음에는 스케일이 한 번 더 줄어들어요. 이제는 진짜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들, 그 주변 환경을 하나씩 짚어보면서 우리 동네 산책하듯이 돌아보게 하거든요.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천국이 금방 지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처음에 끝없이 멀리 밀어 올렸던 시야를 천천히 우리 발밑까지 끌고 내려오는 느낌이었어요. “지금 네가 당연하게 딛고 있는 이 바닥이 사실은 얼마나 아슬아슬한 균형인지” 슬쩍 알려주는 것처럼요. 그리고 마지막에, 마치 “자, 이제 정말 나가볼까?” 하는 것처럼 작은 탐사선 하나를 꺼내서 실제로 우주로 보내버리잖아요. 머릿속 지도 위에만 그려져 있던 공간을, 금속 덩어리 하나가 정말로 통과해 나가는 장면까지 따라가다 보면, 앞에서 쌓아온 우주·생명·사람·행성 이야기가 거기서 한 줄로 쭉 이어져 밖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읽은 앞부분이 그냥 주제별로 모여 있는 몇 개의 장이라기보다는, 숨 한 번 길게 들이마시면서 밖으로 나갈 준비를 끝내는 구간처럼 느껴져요. 처음엔 멀리, 그다음엔 생명과 사람 쪽으로, 다시 우리 동네로, 그리고 마지막에 우주 바깥으로. 차례를 따라가다 보니, 세이건이 “이 순서대로 같이 걸어봐요” 하고 이미 길을 다 깔아놓은 상태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슬쩍 들었습니다.
@땅상어 '우주를 바라보는 마음에 대한 책' <- 요 부분 정말 공감합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정보를 빽빽하게 담아서 건네기보다, 태도에 관한 책이라는 생각이 짙어집니다. 땅상어님은 저자의 의도적 배치에 계속 눈길이 가시나 봐요! 근사하게 잘 짜여진 정보의 맥락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스토리텔링에 약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땅상어님 글을 보면 저자의 의도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읽어가는 독서법도 재밌다는 게 느껴집니다 후후
@말코손바닥사슴 정말 공감합니다. 코스모스가 명저인 이유는 방대한 과학 지식 때문이 아니라, 그 지식을 전달하는 칼 세이건의 따뜻하고 겸손한 태도 때문인 것 같아요. 정보가 빽빽했다면 금방 지쳤을 텐데, 저자가 건네는 그 마음 덕분에 계속 읽게 되네요. 덕분에 남은 챕터들도 저자와 대화하듯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서를 마무리하고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정리하다 보니 조금 늦어졌네요. 얼른 마무리해서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5년의 유명한 천문학자에게 '화성에 생명이 존재하는지' 물으면 오-래전 유명한 천문학자의 답-아무도 모름-과는 다른 답을 들을 수 있나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에 여전히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코스모스를 읽으며 좀 달라졌어요. 일단 '모른다'의 범위가 우주만큼 넓어졌고요...@_@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때 보다 훠얼씬 발전했다고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을 '우주'로 정의하고 나니, 의외로 단순해지는 부분이 있네요.
맞아요.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모르는 게 얼마나 있는지를 알게 된 게 큰 발전인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부유했다.
코스모스 p.221 퍼시벌 로웰에 대한 서술 중,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처음 읽을 때는 지나쳤던 문장인데, 오늘은 왜 이 문장이 눈에 쏙 들어왔을까요. (하하.) 퍼시벌 로웰이 '행성의 본질과 진화에 관한 지식과 우주의 팽창에 관한 추론 그리고 명왕성의 발견 등과 관련해서 인류 문화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하는데... 퍼시픽 로웰의 '부'가 큰 공헌을 했겠다는 속물스러운 생각을 하게 되네요 ^^;;; '자신의 천문대를 건설하고' 이 부분도 다르게 읽히고요 ^^;; 이건희 컬렉션을 보며 부유한 덕후의 안목(?)에 감사했던 기분 비슷하게, 퍼시픽 로웰이 화성에 관심을 가져준 데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
@송현정 전혀 속물스럽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더군다나 현대 과학은 거대 과학 프로젝트가 핵심일 때가 많다 보니, 막대한 자본이 있어야 연구의 토대가 갖춰지곤 하잖아요. (중력파 검출 당시에도 이 이야기가 대두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과학 연구를 위한 물질적 토대를 누가 어떻게 가지고 있느냐가 과학의 향방에 결정적이다 보니, 공동체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독지가 개인의 의지, 혹은 부유한 덕후의 미감(!)이 가지는 '영향력'을 정무적으로 생각하는 건, 너무나 현실적인 감각인 것 같아요. 정부 정책의 의지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그런데 퍼비설 로웰이 '조선'을 방문했다고 언급한 부분을 보고 찾아 보니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최초의 조선 견문록을 쓰시기도 했네요. 고종의 손님으로 방문했다고 하고요. 칼 세이건은 로웰이 '보았다고 생각한' 화성의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그의 믿음이 '지나쳤다'고 평가했잖아요. (224쪽) 이걸 빗대어 보면, 그가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보았던 조선 또한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보다 그의 믿음이 좀 더 강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나아갔어요. "진지한 천문학자라면 선입관은 잠시 한쪽에 밀어두고 열린 마음으로 화성의 경이로움을 기술해야 한다"라고 언급한 칼 세이건의 언급도 미묘하구요! 그리고 코스모스 집필 당시에는 '명왕성 발견'에 공헌했다고 언급되어 있지만, 이제 명왕성은 행성이 아닌 왜소행성으로 분류되어 있으니, 요런 40년의 격차도 느껴지는 단락이었던 것 같아요.
아... '과학 연구 예산 삭감, 국가의 미래는?' 우리나라 과학분야도 정부정책때문에 큰 위기를 겪...었죠..겪..고있나요... 나아지고 있나요...? 252페이지를 읽는데, 미국 국립 항공 우주국이 종종 예측 불허의 예산 삭감을 당하고는 한다는 내용이 나오네요. 기대치않던 예산의 증액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이라고요. 예산은 한정되어있고, 돈 쓸 일은 많을테고.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위태위태한 상황에 놓이는 것이 현실이라면... 시간을 들여아하는 과학분야만큼은 정부의 지원 의지가 정말 중요하겠네요...
9장 별들의 삶과 죽음 인데 애플파이 레시피랑 무슨 연관이 의아해하며 읽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아하며 이해가 되었다. 역시 글쓰기 풀어내기의 달인인가 이 번 장은 지구과학이였다. 모르는 단어 즉 정확한의미를 찾으며 읽었다. 횡성풍, 외각층, 중성미자 음 이런단어를 들어왔나하면서... 어떤 부분에선 예전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도 떠올리며 이런것들이 상상만이 아니라 근거가 있었네하며 놀라기도 했다. 예전 역사에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죽음이나 어떤 상황을 점친 기록도 떠올랐다. 나라의 국운이 달린 일도 있었으니 지금으로 보면 자연현상인데 당시에는 얼마나 큰 일이였을지 1999년 세상이 멸망한다, 컴퓨터 바이러스등 한창 시끄러웠던 기억도 같이 소환되었다. 지구과학 교과서를 다시 보는것 같아 느낌이 새로웠다.
아리스타르코스가 우리에게 남겨 준 위대한 유산은 지구와 지구인이 자연에서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통찰은위로는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의 보편성으로 확장됐고 옆으로는 인종차별의 철폐로까지 이어졌다.그러나 이러한 통찰이 성공을 거두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반대쪽으로 흐르는 물결을 끊임없이 거슬러가며 저항해야했다.지구와 지구인을 우주에서 올바르게 자리 매김하는 일이 천문학,물리학,생물학,인류학,경제학,정치학의 발전에 원동력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의 결과가 완강한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러한 통찰이 천문학 이외의 분야에 초래하게 되는 사회적 영향의 심각성 때문이라고나는 생각한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시네마천국 저도 이 대목이 참 좋았어요. '지구와 지구인을 우주에서 올바르게 자리 매김하는 일.' '지구와 지구인이 자연에서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통찰'이 초래했던 지난한 폭력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구요. 우주의 중심이 '우리'가 아니라는 인류의 온전한 자각은 아직도 요원한 듯하지만요. 세상에 산적한 자기 중심성을 회의적 시각으로 보면, 이 '자기 중심성'이라는 세계관이라는 게 벗어날 수 없는 주관성의 감옥일지도 모른다, 는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요. 하지만 깊이 파고들다 보니, 다소 뻔한 결론이지만 인간이 자기 주관성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을 허물고 타인을 수용하는 경험을 지속하는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언제나 말과 글은 쉽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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