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가 넘었네요. 너무 몰입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었어요.
2장까지 읽을 때는 시야가 우주 바깥에서부터 쭉 우리 쪽으로 당겨지는 느낌이었어요. 멀리 있는 별, 은하 얘기하다가 그게 점점 생명으로, 또 더 작게는 분자나 화학으로 내려오잖아요. 그래서 “아, 우리가 진짜로 별에서 온 존재구나”를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장 같았어요. 자연이 크기만 다를 뿐 결국 한 덩어리라는 걸 보여주는 식으로요.
근데 3장으로 들어가니까 시선이 살짝 바뀌더라고요. 이제 우주 자체보다 그 우주를 보려고 한 인간 쪽으로 카메라가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옛날 사람들은 하늘을 신화나 점성술로 읽어냈고,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규칙을 찾는 과학적 천문학으로 정리돼 가는 과정을 세이건이 되게 부드럽게 설명하잖아요. 점성술을 그냥 틀린 거라고 치우는 게 아니라, “그때도 사람들은 하늘에 뭔가 질서가 있다고 믿었다”는 데서 출발했다는 걸 보여줘서 그 부분이 좋았어요. 같은 하늘을 보는데 보는 방식만 점점 정밀해진 거다, 이런 식으로요.
이번에 읽으면서 제일 달랐던 건 이거였어요. 예전에는 책에 케플러, 뉴턴 이런 이름이 나와도 “아 그런 사람이 있었구나” 하고 그냥 넘겼거든요. 누가 뭘 했는지 잘 모르니까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가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대충이라도 케플러=행성(운동)이고 뉴턴=만유인력 법칙이라는 걸 아니까, 세이건이 그 사람들을 한 명씩 불러낼 때마다 이야기가 탁탁 이어져요. “아 지금 이 대목이니까 뉴턴이 나오는구나” 하는 게 느껴지는 거죠. 그래서 예전에는 3장이 좀 인물 소개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천문학이 이렇게 단계적으로 쌓여왔구나” 하는 흐름이 끊기지 않고 그대로 따라가져서 훨씬 더 몰입이 잘 됐어요.
3장 읽으면서 좋았던 건 세이건이 옛사람들 방식을 무조건 비과학이라고 잘라버리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하늘을 신의 뜻으로 읽든, 왕의 운세로 읽든 기본 생각은 똑같잖아요. “저기 위에는 우연이 아니라 뭔가 질서가 있을 거다.” 다만 그걸 검증하는 방법이 없어서 점성술 쪽으로 표현됐을 뿐인데, 세이건은 그걸 과학의 전 단계처럼 놓아주더라고요. 그게 좀 편했어요. 저도 자연과학 전공하고 공부하고 있는데 가끔 운세는 보거든요. 그게 모순이라기보다, 인간이 원래 패턴을 찾고 싶어 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걸 생각하니까 3장이 더 부드럽게 읽혔어요. “틀렸으니까 버려”가 아니라 “그때도 하늘을 이해하고 싶어 했다”에서 시작해 주니까요.
[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D-29

땅상어

말코손바닥사슴
@땅상어 소감 한 줄 한 줄이 넘 생생합니다. 같이 읽는 기분이 나서 덩달아 저도 재밌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글의 시점이 정형화되지 않고 카메라 부감처럼 자유로운 면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운세, 점성술 부분을 비슷하게 느꼈어요. 비과학, 유사과학적 태도로 끊임 없이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고, 패턴을 찾고, 애써 의미를 담는 인간의 관성과 편향, 즉 인간의 한계를 꾸짖기보다는, 우리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다, 하고 가만히 느끼게 한달까요? 어쩌면 저와 땅상어님을 포함해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온전히 과학으로 사유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뻗어갑니다. 그리고 <'하늘을 이해하고 싶어서' 혹은 '인생의 고통을 회피하고 싶어서' 각종 무속신앙에 기대어 일희일비하는 태도가, 우리 종의 생존에 도움이 되나?> 하고 엄정히 자문하는 문화가 숙성되어야, 함께 변해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송현정
우리는 중력이란 힘으로 지구 표면에 붙어서 우주 공간을 날아다닌다
『코스모스』 141p,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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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정
지구에 올라타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고있는 나...를 상상하면 너무 신나요! 지구의 공전과 자전을 느낄 수 없지만 숫자로 표현된 속도를 보면 짜릿하달까요..ㅎ
(네 시간 넘는 거리가 멀다며 나로호 발사를 관람하려했던 마음을 단번에 접는 나이지만... 우주를 쏜살같이 날아다니고있다고! )

말코손바닥사슴
@송현정 이 문장 정말 재밌어요. 직관적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속도와 힘들! 하지만 대기권 밖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더 큰 시야에서 내려다보면 이미 우리는 우주를 날아다니고 있다는 새삼스러운 사실!

땅상어
3장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코스모스』는 그냥 이야기책처럼 느껴졌어요.
고대인들이 하늘을 신화와 점성술로 읽어내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천문학이 태어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마치 인류의 긴 성장기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세이건은 과학을 딱딱한 지식이 아니라, 우주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이야기로 들려줬어요. 그래서 3장은 과학책이라기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서사처럼 읽혔어요.
그런데 4장에 들어가자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이번엔 감성보다는 설명과 논리가 주인공이었어요. 퉁구스카 대폭발, 금성의 대기, 온실효과 같은 과학적 주제가 중심에 있었죠. 세이건의 문장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이번 장은 확실히 이야기라기보다 강의에 더 가까웠어요.
읽는 내내 마치 우주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활자로 듣는 기분이었어요.
특히 금성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예전엔 사람들도 금성을 정글과 바다가 있는 낭만적인 행성으로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납이 녹을 만큼 뜨거운 지옥 행성이었잖아요. 세이건은 이걸 단순히 사실로만 끝내지 않고, 지구의 미래와 연결해서 경고했어요.
세이건이 말하는 금성은 그냥 특이한 행성이 아니라,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지구도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시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금성 이야기를 읽는 동안 점점 ‘우주 이야기’라기보다 ‘지구와 우리 이야기’를 같이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4장은 3장보다 설명이 많고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아요.

말코손바닥사슴
@땅상어 '무시무시하게 불유쾌한 장소로 판명된' 금성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정말 쉽게 설명되어 있었죠. “상대적으로 천국인 우리 행성을 금성이라는 지옥과 비교”하는 직관적 구도도 재밌었어요. 결국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곳이 낙원이자 천국, 아닌 곳은 지옥이라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인간적인' 지구인의 관점이구나, 그런데 그게 참 맞구나, 새삼 느꼈답니다.
초록단풍
다음 기부터 참여하고 싶은데 혹시 영어책으로 읽어도 참여 가능할까요?

말코손바닥사슴
@초록단풍 네, 그럼요 참여 가능합니다 :) !
송현정
“ 1666년 스물세 살의 뉴턴이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학생이 됐을 때 흑사병이 돌았다. 그래서 뉴턴은 자신이 태어난 외딴 고향 마을 울즈소프에 내려가서 어떤 의무에도 얽매이지 않고 1년의 세월을 편안히 보낼 수 있었다. 뉴턴은 그 1년 동안에 미분과 적분을 발명했고 빛의 기본 성질을 알아냈으며 만류인력 법칙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
『코스모스』 155p,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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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정
누군가 뉴턴에게 어떻게 그리 놀라운 발견을 많이 할 수 있었느냐고 묻자 뉴턴이 '아무 참고도 되지 않을'답을 했다... 라고 서술한 문장을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본인도 '아무 참고도 되지 않을'답을 늘어놓는 범인..이면서..말이죠 ^^;;
그나저나 흑사병이 도는 1년동안 미분과 적분이 발명되었다니, 흑사병에 고마운 일이네요 ^^;;;

말코손바닥사슴
@송현정 '아무 참고도 되지 않을 답' ㅋㅋㅋ 저도 피식했습니다. 영미권 작가들은 틈틈이 유머를 포개 넣어두는 것 같아요. 저런 주관성 뚜렷한 위트.

정원에
이 점에 있어서 지상의 모든 생물들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코스모스』 p.93,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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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최근 폐쇄된 프랑스 해양 동물원에 갇혀 지내는 범고래 관련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사진작가 Seph Lawless가 이곳에 드론을 띄웠는데 죽은 듯 가만히 있던 범고래들이 드론 소리가 나자 사람이 보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신나서 움직이고 공연(?)하는 모습이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코스모스 저자의 말처럼 이 지구의 생물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데, 인간의 욕심이 지나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스모스를 이해하고 궁금해하는 인간의 호기심이 모든 생물이 살기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길 바랍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이 계실까 싶어 영상 원본 링크 공유드립니다.
- Instagram @sephlawless https://www.instagram.com/reel/DQag9K6jdCJ/?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NTc4MTIwNjQ2YQ==

말코손바닥사슴
@정원에 찡합니다ㅜ 스쳐 지나갔던 영상이었는데 덕분에 자세히 보았어요. 해양 공원이었군요 흑. 관중의 환호에 응하는 몸짓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나 봅니다. 가만히 널브러져 있을 때와 생동감 있게 움직일 때의 대조를 보니 먹먹해집니다. 타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에서 힘을 얻었구나 싶어요. 이 동력 또한 고래나 사람이나,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노버그
40년전 코스모스를 보고, 지붕에 올라가 별을 보며 천문학자의 꿈을 키웠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 애플을 청계천에서 보고 매력에 빠져 SW 엔지니어로 30년정도 일하다가 은퇴 했네요.
중학교때 여러번 읽어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아직 많이 있는데,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송현정
“ 세상이 나를 어떤 눈으로 볼지 모른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나는 어린아이와 같다. 나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더 매끈하게 닦인 조약돌이나 더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아 주우며 놀지만 거대한 진리의 바다는 온전한 미지로 내 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다. ”
『코스모스』 161. 죽기 바로 전 뉴턴은 이렇게 썼다.,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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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정
제 눈에 비친 저는 까꿍! 놀이에 꺄르르 넘어가는 아가 같아요. 요즘 과학을 주제로 하는 이런저런 채널을 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눈이 휘둥그레지거든요. 이유식 떠먹여주듯 친절+상냥+안전하게 전달되는 정보를 온 감각으로 즐기며 몰랐던 세상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더 어릴 때 과학의 즐거움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앞으로 죽는 날까지 심심할 일은 없겠다) 싶기도 해요.

말코손바닥사슴
@송현정 늘 느끼지만 댓글에서 음성 지원이 되는 것 같아요ㅋㅋ '죽는 날까지 심심할 일은 없겠다' 이런 이야기, 저도 친구와 나눈 적이 있 답니다. 그 친구도 '어릴 때 과학을 좀 더 즐겨볼걸' 하고 후회하는 말투로 이야기를 꺼냈었지만, '아 그냥 지금부터, 뇌과학이든 우주이든, 생명과학이든 천천히 알아갈 게 많네~!' '재밌네' 하고 결론을 훅, 내더라구요. 점수와 평가 없이 순수한 배움으로. '아가' 같은 ! ㅎㅎㅎ
가연마미
4부 천국과 지옥에서는 처음 인간이 금성에 대해 생각한 것을 읽으며 천국으로 생각했다는 것에 놀랐다. 현재 배우는 지구과학에서 금성을 알고 있어서 이들의 생각에 오류라고 생각해서 그런것 같았다. 탐사한 금성을 보면서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또한 이렇게 둔다면 미래는 금성화 되면서 지옥이 될 것이다.
5부 블루스라 왜 블루스일까를 생각하며 읽었다. 행성을 보면서 상상한 것과 현실의 다름을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 즉 아프리카의 전통 음악이 노동과 합쳐져서 블루스라는 음악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그 모든 것을 조합해서 나아가는 하는 것으로 읽혀졌다.
6부 여행자라는 단어가 먼저 들어왔다. 지구에서 항로를 개척해서 무역로를 확보하는 것을 보면서 이 상황이 우주로 나아가서 똑같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우주의 여행자는 무인우주선인것만 다를 뿐이다.
228쪽의 하나의 부품에 이상이 발생한다면 다른 것이 그 부품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도록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을 여러개씩 중복 조립한 덕을 단단히 본것이다는 문장에서 1970년대의 과학 발전이 이정도면 지금 어느 곳에선 인간의 DNA등으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키메라가 떠올랐다. 이번에 소설 키메라의 땅도 떠올라 섬뜩하기도 했다.
이 장의 마지막 문장이 다음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인류의 대항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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