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에서 보이저호를 통해 희망의 편지를 띄웠다면, 12장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차가운 현실의 질문과 마주합니다. "그래서, 그 편지를 받을 사람이 있긴 한가?"
12장은 바로 이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초반부에는 외계인 납치설이나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같은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칼 세이건은 곧이어 냉정한 도구인 드레이크 방정식을 꺼내 듭니다.
별이 얼마나 태어나고, 생명이 얼마나 생길지 확률을 곱해 나가는 이 긴 수식을 보며, 저는 수학적인 계산보다는 어떤 서늘한 예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이 방정식의 운명을 쥐고 있는 마지막 변수 fL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이를 행성의 수명에서 고도 기술 문명의 지속 기간이 차지하는 비율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변수를 보는 순간, 외계인이 있냐 없냐 하는 호기심은 쑥 들어갔습니다. 대신 "우리는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죠.
행성의 긴 역사에 비하면 인류가 고도 기술을 가진 건 찰나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원자력을 발견하자마자 핵무기를 만들었고, 산업을 발전시키자마자 지구를 병들게 했습니다. 만약 우주의 모든 문명이 우리처럼 기술의 사춘기를 넘기지 못하고 자멸한다면, fL 값은 0에 수렴할 것이고 우주는 영원히 적막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비관보다는 희망 쪽에 걸고 싶습니다. 우리가 밤하늘을 향해 귀(전파 망원경)를 기울이는 이유는, 어딘가에서 들려올 "우리도 그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았다"는 생존자의 안부 인사를 듣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칼 세이건은 우주 어딘가에 수많은 문명의 지혜가 담긴 은하 대백과사전이 있을 거라고 상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그런 거대한 도서관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문득 엉뚱한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를 궁금해했을까요? 그들에게도 칼 세이건 같은 과학자가 있어서 책을 썼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들의 관점에서 쓰인 『코스모스』를 지구인의 언어로 번역해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 책에는 우주가 얼마나 경이롭게 묘사되어 있을지, 또 그 책의 한 구석에 적힌 지구라는 항목은 어떻게 묘사되어 있을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아직은 "스스로를 파괴할 위험이 높은, 불안정한 문명"이라고 적혀 있을까요? 아니면 훗날 "위기를 극복하고 별들의 대화에 합류한, 아름다운 푸른 행성"으로 기록될까요.
결국 외계인을 찾는 일은,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부디 우리가 그 백과사전의 멋진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기를, 우주의 침묵 속에서 간절히 바라봅니다.
[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D-29

땅상어
송현정
(313페이지) 비운의 천재.. 아니고 비운의 천체, 목성 이야기가 나오네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만 알던 천체들 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어요. 그 천체들을 두고 '만약 ~했더라면'하는 가정을 펼치는 것도 재미있고요.
만약 목성의 중력이 더 강했더라면, 만약 목성이 별이었다면... 칼세이건과 함께 밤이 없는 지구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저는, 밤을 사랑하므로, 지금의 지구 하늘이 딱 만족스럽네요!)

땅상어
드디어 13장, 이 긴 우주 여행의 종착지에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책의 11장에서 찬양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비극적인 최후였습니다.
인류가 쌓아온 모든 지혜가 모여있던 그곳은 광신도들의 횃불 아래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1,000년의 역사를 잃어버렸습니다. 칼 세이건은 묻습니다. 우리는 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12장의 드레이크 방정식에서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던 변수 fL(문명의 수명)이 다시금 현실의 무게로 다가옵니다. 지금 우리는 과거의 횃불보다 수천 배 더 강력한 핵무기를 서로에게 겨누고 있으니까요.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한 줌도 안 되는 작은 행성 위에서 형제들끼리 자멸의 버튼을 누르려 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절망으로 끝맺지 않습니다. 그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우리는 9장에서 확인했듯 별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를 탐구하는 것은, 결국 우주(코스모스)가 인간이라는 눈과 뇌를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인 것입니다.
우리는 우주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우주 그 자체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창백한 푸른 점을, 우리의 유일한 고향을 지켜야 할 신성한 의무가 있습니다.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요? 신도, 외계인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코스모스』를 읽는 동안 저는 138억 년의 시간과 수천억 개의 은하를 여행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웜홀을 뚫고 다시 제 방으로 돌아온 것만 같습니다. 이제 제 방의 창문은 단순히 밖을 내다보는 틀이 아니라, 무한한 시공간으로 향하는 투명한 출입구가 되어버린 거 같네요.

땅상어
초등학교 시절, 그저 막연한 호기심으로 펼쳐 들었던 『코스모스』. 그때는 너무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내용투성이였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이 책은 저를 지난 한 달간 온전히 동심의 세계로 데려가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뿌듯했던 건, 그때는 보이지 않던 문장들이 이제는 마음에 와닿았다는 점입니다. 책은 그대로인데 제가 변한 것이겠지요. 난해했던 이야기들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제 모습에서, 지난 시간 동안 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공자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천문학 강의를 찾아 듣고, 밤마다 별을 보러 다니는지... 스스로도 궁금했던 제 열정의 이유를 이번 독서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별의 자녀이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건 본능이니까요.
특히 이번 여정은 SOAK과 함께여서 더 특별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SOAK의 콘텐츠를 듣는 기분이 들더군요.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KAOS(혼돈)를 뒤집으면 SOAK이 됩니다. 우주가 혼돈(Chaos)에서 질서(Cosmos)로 나아가는 것처럼, KAOS의 반대편에 있는 SOAK 역시 코스모스와 닮아있는 게 아닐까요? (물론 Scientific Odyssey Along the Knowledge라는 멋진 뜻이 있지만요!)
마침 책을 읽는 동안 카오스 강연을 함께 들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습니다. 낭만 넘치는 강연과 책의 내용이 서로 퍼즐처럼 맞춰질 때의 짜릿함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책이 쓰인 1980년과 지금 사이의 변화를 발견하는 재미도 컸습니다. 책에서는 우주의 나이를 100억~200억 년으로 추정하지만, 우리는 이제 138억 년이라는 정확한 숫자를 알고 있죠. 그 간극에서 느껴지는 천문학의 눈부신 발전이 경이로웠고, 앞으로 우리가 알게 될 우주는 또 얼마나 더 넓어질지 가슴이 뜁니다.
그리고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는 그저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잖아요. 그 거대한 세계를 보고 나니, 아둥바둥하던 제 사소한 걱정들이 왠지 모르게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대신 제 곁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은 더 기적처럼 다가오고요. 우주를 알면 알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와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이 여정에 한 번 더 참여하고 싶습니다. 그때는 나의 생각이나 해석을 덧붙이기보다, 칼 세이건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 자체에 온전히 집중해서 푹 빠져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각자의 우주를 유영했을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더 많이 들어보고 싶네요.
138억 년의 여행을 마치고, 이제 다시 현실의 제 방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 우주는 전보다 훨씬 더 넓고 선명해졌습니다.
시네마천국
8장 단 하루의 무상한 삶을 영위하는 하루살이들의 눈에는 ,우리 인간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겹게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존재로 보일 것이다.한편 별들의 눈에 비친 인간의 삶은 어떤 것일까? 아주 이상할 정도로 차갑고지극히 단단한 규산염과 철로 만들어진 작은 공 모양의 땅덩어리에서 10억 분의 1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매우 하찮은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우리와 다른 세계에서도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있을 것이다.그리고 현대 지구인은 2500년 전 신비주의와대결해야 했던 이오니아학자들이 경험한 바와 비슷한 정도로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우리가 우리의세상을 지금 어떻게 하느냐가 , 그 영향이 앞으로 수백 년의 세월에 걸쳐 전파되어 결국 우리 후손들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그때까지우리 후손들이 저 수많은 별들 어딘가에 살고 있다면 말이다
송현정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을, 이곳에서 축하하고 싶었어요. 3차까지는 했는지도... 몰랐는데요... 어제는 잠을 미루고 누리호 발사 생중계를 지켜봤답니다.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 덕에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일에 민간이 참여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고요. (부를 가진 자가 우주를 갖게 되려나... 국가 주도 사업의 일부를 민간에게 넘긴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려나... 3차 발사와 4차 발사 사이 공백기간동안 수행인력이 많이 빠져나갔다...는 이야기도 신경쓰이고요.)

말코손바닥사슴
@송현정 저도 회사에서 동료들과 누리호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축하의 마음을 이곳에서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 국가 주도의 사업이 민관 합동이 된 것에 대해 '발사체 신뢰도 제고' 배경으로 설명하는 기사가 많더라구요. 국가가 주도할 경우, 민간이 주도할 경우, 각각의 현실적인 장단점에 대해 심층 분석하는 기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동료들과 나눴는데요. 국가가 주도해도 제왕적 리더십에 자의적 의사결정 시스템이라면 아주 공익적 마인드의 민간 주도가 더 '공공적일 수 있다' 나아가 인류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과학기술의 향방은 아주 공익적 시스템과, 아주 공익적 의사결정의 주체가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그 기반에 과학문화가 있을 수 있겠죠..?

땅상어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소식, 저도 이곳에서 꼭 축하하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최근 코스모스도 읽고 카오스 강연도 챙겨 들으며 우주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는데, 마침 누리호 발사까지 겹치니 이러다 정말 천문학을 하러 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몰입하고 있네요. 저도 어제 잠을 미루고 생중계를 지켜봤습니다!
사실 국립공주과학관에서 누리호 발사 생중계에 토크쇼까지 한다고 해서 현장에 갈 계획까지 세웠었습니다. 이론상 듣고 있던 카오스 강연이 9시 10분 이전에만 끝나면 갈 수 있는 동선이었거든요. 하지만 강연 예정 시간이 9시 30분까지라,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운 계획은 결국 실행하지 못하고 집에서 응원했습니다.
이번 발사는 특히 민간 기업이 참여해서 더 많은 분이 기대하고 지켜보셨던 것 같아요. 발사 전후로 SNS를 보는데, "우리 회사에서 부품 몇 개를 만들었다", "이 부분 작업에 참여했다"라며 올라오는 글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단순히 뉴스로 접할 때보다, 그렇게 자부심 섞인 글들을 직접 보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많은 분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셨다는 게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 애쓰신 모든 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 펼쳐질 더 많은 우주 이야기도 기대하겠습니다!

말코손바닥사슴
@땅상어 님, 어제 카오스 강연에서 질문하신 이야기도 들었답니다. 왠지 수료증까지 받게 되실 것 같아요! (짝짝짝) 저는 어제 태양의 수명과 지구의 수명을 질문한 초등학생 참가자 분들의 질문이 인상적이었어요. 천체 관측도 꽤 재밌었죠! 모든 건물에 천체망원경이 하나씩 설치되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답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다같이 하늘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138억 년의 여정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오신 소감은 어떤가요! 저희 다음 기수 방에도 언제든지 참여하실 수 있으니 자유롭게 또 소감 나눠주셔요. 참고로 어제 카오스 강연장에 함께 계셨던 백두성 부국장님은 강연 끝나고 광주과학관에서 누리호 발사 생중계를 하셨답니다.
(https://www.sciencecenter.or.kr/kor/edu/index.do?mode=view&menuId=285_306&eduSEQ=2622)
코스모스를 읽고, (우주 강연도 듣고!) 다같이 누리호를 생각하는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하니 괜히 혼자 재밌습니다. 후후

땅상어
@말코손바닥사슴 제 질문까지 기억하고 계셨다니 쑥스럽네요 ㅎㅎ 강의를 듣다 보니 궁금한 점이 생겨서 그만 참지 못하고...!
저한테도 꽤 어려운 내용이었는데, 초등학생 친구들이 끝까지 집중해서 듣고 질문까지 하는 걸 보고 정말 인상 깊었어요. 마침 오리온 성운 관측할 때 제 바로 뒤에 그 친구들이 서 있어서 이야기를 살짝 들었는데, 생물학에 굉장히 관심이 많더라고요. 자기들끼리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미래가 밝구나 싶었습니다.
매일 코스모스를 읽고 이곳(그믐)에 들어오는 게 어느새 루틴처럼 자리 잡았는데, 막상 138억 년의 여행이 끝나니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어딘가 허전하기도 하네요. 말씀처럼 오히려 열정이 더 달아올라서 그런가 봅니다. 마음 같아선 다음 기수에 한 번 더 참여하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백두성 작가님! 시간상 분명 광주에 가 계셔야 할 것 같은데 강연장에 계시다가 이동하시는 걸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그 열정과 체력,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덕분에 즐거운 추억 만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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