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또한 박현수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죽지못해 사는 삶이지만이라는 말이 공감되면서도 마음 아팠어요. 저도 여러 주거형태를 거쳤고 그 중 고시원도 있었거든요. 거기서 10년을 어떻게 버텼을까 하는 마음에 만나뵙게 된다면 꼭 안아드리고 싶었습니다.
1)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분들이라면 어떤 감각에 이끌려 이 책을 펼치셨나요?
지난 달, 클럽장비 도서로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를 읽었어요. 읽으며 가슴 아파 하고 내가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피했던 무지들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 이후, 기록을 읽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저는 10번째 인터뷰이신 이철빈님과 같이 연구탐사대라는 활동을 했었는데요. 거기서 철빈님이 말씀하시는 내용들이 학술적인 내용들이라 잘 와닿지는 않았지만 전세사기 문제를 인지하게 되었어요. 철빈님의 이야기도 있어 살짝 놀랍고 어떤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은 없지만 함께 연구자의 첫걸음을 시작했다는 연대감또한 이 책을 고른 두번째 이유인 것 같습니다.
2) 그리고 집. 집을 생각할 때 좋은, 혹은 괴로운 경험이나 기억에 박힌 장면들이 다들 있으실 것 같아요. 어떤 장면이든 경험이든 물건에 얽힌 이야기든, 실례가 아니라면 그것도 같이 수다마냥 같이 나눠보고 싶습니다!
좋은 기억은 본가에서의 기억입니다. 저는 강원도 홍천이라는 곳에 살고 있고 자가로 어린시절부터 아빠가 쭉 사셨던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기억은 아빠에게 골목길에서 자전거를 처음 배웠던 일이었어요. 그림자로 자전거 뒤를 붙잡던 손을 놓은 아빠, 자전거를 혼자 타며 아빠와의 거리가 멀어지던, 그 그림자를 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전세를 제외한 고시원, 쉐어하우스, 월세, 기숙사 등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했었는데요. 대학에 가고 본가와 멀어지며 거친 어떤 주거 형태들은 전부 외로웠거나 혹은 제가 심하게 망가졌던 기억들로만 남아있습니다. 그 중, 첫 고시원에서 반수를 준비한다는 핑계로 도망쳐 좌절감에 매일 새벽 울다 잠들고, 라디오 한 코너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며 그 적막을 벗어나려 했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 같아요.
3)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는 요즘 얼마만큼의 시간을 어떻게 머무르곤 하시나요? 전세사기 피해 경험이 있으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 집에 관한 안부도 궁금하네요.
저는 요즘 본가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자취방을 정리하고 본가로 와 살고 있어요. 제가 더이상 못 버티겠는 것이 본가에 머무르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초반에는 방에만 틀어박혀 그저 누워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부트캠프 교육을 9시부터 7시까지 들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까진 아빠의 손길이 많이 닿은 이 집의 구석구석을 추억하는 일이 버겁기는 하지만 최대한 일상을 영위하려 하고 있구요. 가족들과도 잘 보살피며 살아야 할 것 같아 서울로 취직해 올라가지 않는 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며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다시 가족과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엇는데 회복에는 더 좋은 것 같아요. 누군가와 함께 사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책 증정_삼프레스] 모두의 주거 여정 비추는 집 이야기 『스위트 홈』 저자와 함께 읽기
D-29

소또

구경자
짧은 이야기임에도 읽으면서 마음이 울렁이네요. 저는 아직 부모님 두 분 다 살아계시는데 간혹 (꼭 밤에) 이 사람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상상을 하면 그 다음에 제가 어떤 존재일지 잘 그려지지 않아서 불안할 때가 있거든요. 여러 감정을 통과하는 중이실 거 같아요. 이 시기에 지금 머물고 계신 집에서 단백질 많이 드시고 삶은 채소도 많이 드시고 깊은 잠도 충분히 누리시길 바랄게요.

꽃의요정
1) 제 인생의 사기는 저희 아버지가 다 당해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사업=사기 당하는 지름길'이란 생각이 박혀 있어 절대 리스크 없는 곳에서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 직장이 망할 경우/남편이 잘릴 경우를 대비해 플랜 B, C까지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돈을 모아 놓은 게 아니고, 노동의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ㅜ.ㅜ)
물론, 피해자분들만의 모임도 좋지만, 피해자분들만의 연대는힘든 상황이 겹쳐져 힘에 부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피해를 당하지 않았어도 공감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필요하고요. 성함이 잘 기억 안 나는데, 경북지역에서 6학년 때부터 우유배달 하신 분도 친구 부모님의 도움으로 이겨낸 거잖아요. 누군가의 '여유'는 시간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유가 있어야 누구를 도울 수 있으니까요. 물론 있어도 안 나누는 사람도 있지만요.
2) 초등학교 1-2학년 때 살았던 집이? 방이? 양옥집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단칸방에 부엌 달린 집이었어요. 그래서 화장실도 밖에 있었고, 엄마가 주인집 마당 뒤 수도꼭지에서 빨래판과 다라이에 빨래하시던 모습도 기억이 납니다. 그 화장실이 지금 기억에도 너무 더럽고, 무서웠는데 밤에는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전혀 안 나네요.
근데! 웃긴 건 동네 친구들은 다들 단독주택에 살았는데, 심지어 집주인 아이까지 저희집 단칸방에 모여 놀았다는 사실. 아마 엄마아빠가 일하러 나가셔서 자유롭게 놀 수 있어 그랬던 거 같아요. 집에서 종이인형 오리고, 딱지놀이(네모난 딱지 아니고 동그란 캐릭터 그려진 50원짜리 판딱지) 했던 거 기억나요.
3) 지금 집이 결혼하고 3번째 집인데요. 출퇴근 시간이 길어서 평일에는 거의 저녁에만 있는데, 사실 집순이입니다. 쉬는 날에도 집에 누워만 있습니다.
두 번째 집은 전세로 살던 빌라 신축이었는데, 저희가 3층, 집주인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2층에 사셨어요. 그래서 전세 사기에 대한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운이 아주 좋았던 거 같아요. 아이가 태어나고 뛰어도 할머니가 '응~~ 고녀석이 뛰는구먼~'이라고 넘어가 주시고요.
근데 첫 번째 살았던 오피스텔은....전세금을 반은 송금하고, 반은 이체한도가 넘었다고 했나... 글쎄 수표 몇 백장으로 가지고 와서 문 앞에서 집주인 여자친구까지 저랑 남편이랑 넷이서 세고 있었습니다..어우 생각만 해도...
8개월 전에 이사가 정해져서 이사를 정확히 언제 나갈 거라고 했는데도 답도 없어서 내용증명까지 보냈는데, 돈을 저렇게 들고 온 거예요. 저희 X 먹으라고 이러나 싶었고, 이렇게 돈 주고 밤에 도둑으로 쳐들어와서 수표 다 훔쳐 가려고 그러나?해서 받자마자 그 밤중에 은행에 넣었어요.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구경자
와 정말 드라마 아닌 이야기가 없네요 정말.. 참... 세상에나
조영주
신탁사기 부분을 보는데, 제3자로 보면서 이게 뭔소린지... 하니 당사자는 정말 갑갑했을 것 같네요.

조영주
저도 이런 적이 있고 이 경험을 소설로 쓰기도 해서 깊이 공감했습니다. ^^


처음이라는 도파민 - 무모하 고 맹렬한 모든 처음에 관한 이야기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처음’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특별한 경험이자, 때로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매운 성장통이다.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단단히 구축해온 네 명의 여성 작가들이 이러한 ‘처음’을 주제로 내공 깊은 이야기를 펼쳐낸다.
책장 바로가기
조영주
제 30대 시절이 떠오르네요. 사정이 있으면 인내심이 늘어난다는 말에 극공했습니다.


구경자
당장 읽어봐야겠네요.

구경자
오늘 결혼식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직장에 있으면 죽어서 나가겠다 싶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은하님과 영주 님이 남기신 이 댓글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꽃의요정
그런 직장은 없어져야 해요...정말로...
어쩔 수 없다란 말을 하는 곳일수록 어쩔 수 있고, 어느 한 사람만 배부른 구조더라고요.

꽃의요정
“ 전세사기는 정부의 관리 부실로 생긴 재난입니다. 재벌 건설사들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들어갈 세금은 있고 국가가 만든 제도에서 죽어 가는 국 민을 살릴 예산은 없단 말입니까.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가입니까. ”
『스위트 홈 -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여정 이야기』 14p, 오지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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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수북강녕
[2주차] 11/13(목) ~ 11/19(수) : 「EP05」까지 읽고
@모임 진도에 즈음하여 오프라인 북토크 소식을 올립니다!
📍일시 : 2025.11.28(금) 저녁 7시 30분
📍장소 :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106 (2층) 동네책방 수북강녕
📍진행 : 이범진 <복음과 상황> 편집장
📍참여 : 오지은 <스위트 홈> 저자, 이철빈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공동위원장, 박진영 공인중개사
📍신청 : 수북강녕 인스타그램 @soobook2022 프로필 링크 내 설문 폼 작성 ( https://naver.me/x5mw7mYL )
늦가을 저녁, 옹기종기 한데 모여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SooHey
제가 다른 볼일로 서울 올라가는데 딱 맞아 떨어졌네요! 이거슨 운명!인 듯하여 신청했습니다. 그날 뵈어요~ +_+
조영주
저도 그날 1박 감다!

SooHey
와우~ (옆방 급훈)! 그날 뵈어용~~^^

소또
저도 그날 올라가려구요 ㅎㅎ 신청했습니다!

곰의아이
갱신 직전까지도 없던 소유권 등기들이 선순위였던 수정씨 이름 위로 "치고 들어온" 것이다. 전세사기가 전국에 암처럼 터지던 시기.
미처 몰랐던 전세제도의 근본적 문제, 비정상적으로 취약한 인차인의 위치. 한국 사회 전세 사기 사태가 눈에 들어온다 (p68~70)
계약이라는 건 지켜지는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거든요. 위험에 대한 생각은 못 했던 거 같아요. (P90. 92)
구청 직원이 건축물대장상 호수 수정 안 해주면 방법이 그냥 없는 거라고, 그래서 사기 당한 와중에 집주인 부인 쪼아서 같이 구청 직원 찾아가고, 구청 직원한테 통사정하고, 난리도 아니었죠.
전세서기 특별법도 전세 같은건 한 번도 안 살아본 사람들이 만들었나 봐요(p93~94)
대체로 등기부등본 확인하고 확정일자랑 전입신고 절차만 제대로 거치면 안전하다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잘못된 통념이에요.
신탁등기도 제 요청으로 없애고 계약했거든요. 그런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했고요.
국가가 임차인을 제대로 보호 하지 않으니까요.(p96)

곰의아이
바퀴벌레랑 쥐랑 같이 살아도 그편이 나았던 건 좋은 어른과 친구 덕분이다.
벌레보다 추위가 매서운 집이었지만 엄마 밥만은 따뜻했던 날들이었다.(p102~103)
벌레 안나오는 집에서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걸 경험하니까 더 나은 집으로 가고 싶었어요. 더 열심히 살면 더 좋은 집 가겠구나, 나도 아파트 들어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집은 반드시 갖고 싶었고요. (P117)
등기부등본에 신탁등기가 있었어요. 근저당권까지는 알아도 신탁은 처음 보는 소유권이라 무슨 의미인지 읽을 수가 없었죠.
제가 잘 모르니까 집주인 쪽에서 대충 속인거죠.(p127)
세입자한테 확정일자나 전입신고가 왜 중요한지 몰랐던 거죠. 부동산 투자 공부한다고 읽은 책들은 그런 내용 없었거든요.
중개사들도 신탁부동산 계약에 대해서는 잘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신탁이라는 거는 그냥 시험 볼 때 달달 외우고 시험만 쳤지, 실제로 뭔지 잘 몰랐다고. (P129)
캠코 담당자가 잘 몰랐던 거였어요. 신탁에 대해서 잘 모르고, 실은 알아보는 방법조차 모르니까 내가 한번 더 확인해보라는데도 괜찮다고만 한 거예요.
아마 등기부만 본 거 같아요. 등기부에는신탁 계약 내용이 들어 있는 신탁 원부가 딸려 있짐 않거든요.
왜 신탁원부는 온라인 발급도 안 되고 굳이 등기소나 법원에 직접 가야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래요.(p132)
신탁원부 등기 과장에서 행정 실수도 있었거든요. 눈을 씻고 봐도 부동산담보신탁 계약 정보가 없었어요. 중간 정보가 통으로 빠져 있길래 등기소로 가서 신탁원부를 다시 발급했고요. 뒤늦게 누락분을 추가했다는 기록과 함께 신탁원부가 제대로 되어 있더라고요.
우리가 임대차계약을 하던때엔 신탁원부에 계약 내용이 누락된 상태였던 거예요.
진짜 놀랐어요. 신탁이라는 게요. 너무 복잡하니까 사기 치기 딱 좋아요.
말 자체도 어렵고 권리관계가 복잡하니까 전국대책위에서도 당사자가 나서서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다루기 어렵죠.
이 사태가 다 피해자 개인의 잘못은 아니죠. 캠코 직원도 똑바로 모르고, 부동산 중개인도 돈 받고 제대로 설명 안하는 내용인데. (P135~137)
조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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