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기엔 김계휘가 맞는 것 같습니다. 57쪽의 대사헌에서 물러난 김계휘를 박근원이 평안도 관찰사로 좌천성 인사를 한 사건을 말하는 것 같아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밥심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11월 6일 목요일은 본문 1부를 시작합니다. 우선 '리더십'이라는 키워드를 던지고 나서 선조 8년부터 10년까지 사림 세력의 분열의 시작을 살피고 있어요. 33쪽부터 66쪽까지입니다.

YG
이 책의 주인공인 조선 사림 정신 세계의 원형은 공맹 사상, 특히 주자가 정리한 맹자 사상이죠. 그 맹자 사상의 현재적 의미를 짚은 눈높이 낮은 좋은 책이 이권우 선생님의 『최소한의 윤리』(어크로스)입니다.

최소한의 윤리 - 인간의 도리를 지키려는 우리의 선한 본성에 대하여깊이 있는 서평으로 오랫동안 신망을 받아온 도서평론가 이권우가 혼돈과 위기의 시대를 통과하며 읽어온 《맹자》 탐독의 기록을 내놓았다. 《최소한의 윤리》는 이익과 욕망이 최우선인 오늘날, 우리가 인간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동양고전 《맹자》에서 길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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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앗 이 책 읽어보고 싶었는데! 안그래도 전 유교에 대해 너무 몰라서 솔직히 조선사의 반은 잘 이해가 안 가는 게 많은데요.. 맹자도 그렇고 이 책을 좀 읽어봐야겠어요.

연해
엇! 이 책, 안 그래도 책걸상에서 소개해주신 것 듣고, 읽으려고 책 목록에 넣어둔 책인데! 여기서 만나니 괜히 또 반갑네요:)

향팔
이 책 꼭 읽어보겠습니다. 작년 가을에 함석헌기념관에서 논어, 맹자, 대학, 중용에 관한 주말 연속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요. (함석헌 선생이 직접 가꾸셨다는 유리온실에서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랑 끼어 앉아 믹스커피 타먹으며 공부했어요ㅎㅎ) 그동안의 제 선입견과는 달리 공맹 사상이 상당히 새롭고 혁명적(특히 맹자)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너무 재미나더라고요. (이상하지요. 고등학교 다닐 땐 해당 과목이 너무너무 지루했는데 말이죠.)
강연 듣기 전에 급히 예습하느라 EBS에서 나온 작은 책들을 훑어보고 갔더니 (워낙 아는 게 없는 터라)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그치만 그때 들은 4회 강연만으로는 여전히 목마른 부분이 많았는데 마침 이렇게 좋은 책을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논어 -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2500년 유가 사상의 시초이자 완성인 『논어』를 새로 해석하고 음미해 보는 책이 출간되었다. 구태환 교수의 『논어―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는 주인으로서의 『논어』 보기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유가 사상의 핵심을 ‘도덕성’으로 제시하면서, 유학은 과연 무엇을 지향했을까 묻는다.

맹자 - 우리는 어떤 통치자를 원하는가EBS 오늘 읽는 클래식 시리즈. 동양철학자 전호근 교수가 맹자의 책 『맹자』를 통해, 왕도와 성선과 혁명을 이야기하는 맹자의 진면모를 안내하는 책이다.

대학·중용 - 철학의 시대에서 정치를 배우다『대학』과 『중용』은 태평천하를 건설하기 위해 위정자들이 갖추어야 할 도덕 실천, 앎, 통치 방법 등을 논의한 책이다. 『대학』이 평천하로 가는 정치 목적과 실천 원리에 대해서 논의한다면, 『중용』은 삶의 실천 윤리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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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향팔 님께서 언급해 주셔서 제가 쓴 소개 서평도 공유할게요. 뒤에 언급한 책들도 재미있어요.

YG
21세기에 맹자를 읽는다는 것
벌써 재작년(2023년) 일입니다. 오랫동안 교류하던 선배 세 명의 환갑을 기념해서 다른 선생님 세 분과 함께 ‘진화’ ‘시간’ ‘지능’ 세 키워드로 책을 펴낸 적이 있습니다. 『살아 보니, 진화』(사이언스북스) 『살아 보니, 시간』(생각의힘) 『살아 보니, 지능』(어크로스). 그 가운데 ‘진화’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 맹자야말로 “지성사 최초의 진화 철학자”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해서 반은 농담으로 “아예 ‘진화 유학’ 같은 책을 한 권 쓰세요!” 하고 너스레를 떨었죠. 그런데 정말로 책이 나왔습니다. 이권우의 『최소한의 윤리』(어크로스). 물론, 공맹 사상과 진화 이론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날 맹자 사상의 의미를 두루 다루면서 둘의 유사성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합니다(‘지성사 최초의 진화 철학자’).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자부터 소개해야겠습니다. 이권우는 “간명한 문장과 예리한 통찰이 돋보이는 서평”으로 오랫동안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 서평가입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서평가를 꼽아야 할 자리가 있다면 항상 주저 없이 그의 이름을 말하곤 했었죠.
그의 깊고 넓은 독서 편력이 어느 순간부터 동양과 서양 고전, 특히 동양 철학으로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애초 루카치 죄르지 같은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비평가의 『소설의 이론』 같은 책을 탐독하면서 청춘을 보냈던 저자가 만년에 공맹 사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는 시도가 흥미로웠습니다.
『최소한의 윤리』는 저자의 그런 시도가 빚어낸 첫 번째 결과물입니다. 그가 요령 있게 복원해 놓은 맹자의 사상은 뜻밖에도 고리타분하지 않습니다. 동양 철학, 특히 공맹 사상에 한 번도 진지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독자라면 『최소한의 윤리』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수도 있겠습니다.

YG
권력자가 증오한 철학자
공맹 사상에 문외한이지만 먼저 읽은 독자 처지에서 어쭙잖게 흥미로운 대목 몇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맹자가 살던 전국 시대는 중원의 패권을 놓고서 여러 나라가 치열하게 다투던 때였습니다. 그 나라를 모두 정벌해서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인물이 바로 진시황입니다. 맹자는 바로 이 시대에 이 나라, 저 나라 권력자에게 초빙받아 자문했던 지식인이었습니다.
끝없는 전쟁이 계속되는 난세에서 맹자나 그가 사사했던 공자의 사상은 찬밥 신세였습니다. 이권우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럴 만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맹자 정치철학의 핵심에는 사람은 누구나 선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성선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선한 마음의 씨앗은 키워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여기서 맹자의 ‘왕도 정치’가 등장합니다. 권력자는 사람의 선한 마음을 확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왕도 정치는 이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놀랍게도 이런 노력에는 국가의 생산력을 증진하고 시장을 활성화하고 국부를 늘려서 백성의 생계를 보장하는 일이 포함됩니다. 저자의 평가를 빌리자면, 맹자는 국가가 적절히 관리하는 시장의 효용을 믿는 사회민주주의자였습니다.
만약 권력자가 이런 왕도 정치를 펼치지 않으면, 즉 백성의 생계를 도외시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역성혁명’입니다. 설사 정당하게 세습한 왕이라고 하더라도 왕도 정치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더 나은 권력자로 갈아치워야 합니다. 저자가 존 로크의 시민 혁명론을 맹자가 2,000년 앞서 선취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이런 맹자의 사상을 권력자가 좋아했을 리가 없습니다. 맹자가 송나라 시대에 재평가되어(“공자에 버금간다”) 명예 회복에 성공하기 전까지 1,000년 동안 ‘기타 사상’ 취급을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맹자 사당에서 지내는 제사를 중단하고 책을 불태우라고” 지시했다니 맹자 사상의 위험을 권력자는 확실히 알았던 셈입니다.

YG
중용의 진짜 의미
전국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은 뜻밖에도 묵자였습니다. 지금은 잊혔지만, 묵자의 사상도 관심을 가질 법합니다. 묵자는 당대 최고의 성곽 방어 기술을 갖춘 군사 공동체이면서 또 침략 전쟁을 거부하고(‘비공(非攻)’) 모든 사람 심지어 내 부모와 남의 부모를 똑같이 사랑하라는 ‘겸애(兼愛)’ 같은 급진적인 사상을 설파했답니다.
묵자가 추구하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이익’과 ‘성과’였습니다. 그들이 침략 전쟁에 반대했던 이유도 그것이 손해이기 때문이었죠. 묵자가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라고 하면서도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선호했던 이유도 그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이었죠. 저자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런 묵자의 사상은 서양의 공리주의와 통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당대의 논객이었던 맹자는 바로 이 묵자와의 대결을 통해서 공맹 사상을 발전시킵니다. 맹자가 겸애에 맞서서 ‘차등애(差等愛)’를 주장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맹자 사상과 진화 이론의 유사성을 끄집어냅니다. 맹자가 보기에 피를 나눈 부모와 타인의 부모를 똑같이 보는 일은 허무맹랑한 주장일 뿐입니다. 분명히 사랑에는 차등이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맹자는 공감과 사랑의 농도가 동심원으로 확산한다고 봤습니다. 맹자가 친족 간의 사랑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짙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동식물을 아끼는 것보다 짙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이렇게 공감과 사랑의 차등을 전제할 때 비로소 ‘공감의 반경’(장대익)을 늘리는 일도 가능하다는 아이디어가 맹자 사상에 닿아 있습니다.
한 가지만 더 언급하겠습니다. 그 유명한 ‘중용’입니다. 중용을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마음’ 정도로만 이해했던 저로서는 맹자의 해석을 읽고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공자와 맹자가 강조했던 중용의 진짜 의미는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 따라서 초점을 새롭게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유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했던 다음과 같은 말과 통하죠. “사실이 바뀌면, 나는 생각을 바꾼다(When the facts change, I change my mind).” 중용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을 놓고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해석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중용이 “칼날 위를 걷기보다 어려운” 진짜 이유였습니다.

도롱
어쩌면 중용이 적자생존의 적, 환경에 ‘적응’한다는 의미에도 닿아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

YG
@도롱 네, 한 지인이 짚어준 대목인데 (싫어하는 분이 많지만 또 동양 철학의 권위자인 건 인정해야 하는) 도올 김용옥 선생께서는 '중용'의 본 뜻은 영어로 'dyanmic equilibrium'으로 옮겨야 그 의미가 제대로 와 닿는다,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권우 선생님께서 여러 해석을 종합해서 언급하신 중용의 진짜 의미도 딱 이런 의미와 같아요.

YG
21세기를 밝히는 공맹 사상의 가능성
어떻습니까? 평소 공맹 사상을 시대에 뒤떨어진, 그것을 지배 이데올로기로 선택했던 중국 왕조와 조선의 몰락으로 그 무용이 입증된 낡은 사상이라고 생각했던 독자라면 『최소한의 윤리』를 읽어야 합니다. 평소 공맹 사상에 익숙한 독자라면 저자가 소개하는 최신 해석을 접하면서 좀 더 시대와 맞닿아 있는 고전 사상을 재발견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요.
동양 철학에 문외한이라 함께 읽을 책을 추천하는 일이 주저됩니다.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우선,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공자와 맹자가 주유했던 춘추 전국 시대의 시대상을 파악해야죠. 공원국의 『춘추 전국 이야기』(위즈덤하우스) 여섯 권이 최고의 선택지입니다. (저는 열한 권으로 나온 초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맹자 사상에 초점을 맞춘 『최소한의 윤리』와 함께 김시천의 『논어, 학자들의 수다』(더퀘스트)를 읽어도 좋습니다. 이 책은 공자의 비중 있는 제자 열두 명을 전면에 내세워 공자 사상의 알갱이를 살펴봅니다. 공자와 티격태격하는 열두 제자를 둘러싼 사연도 흥미로워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마지막으로 이권우가 읽기를 강력하게 권한 배병삼의 『맹자, 마음의 정치학』(사계절)이 있습니다. 이 세 권짜리 대작이 버겁다면 저자가 기획한 배병삼의 다른 책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사계절)와 『우리에게 유교란 무엇인가』(녹색평론사) 등부터 읽으며 공맹 사상의 숲으로 들어가 봅시다.

부엌의토토
저는 이제 2부 4장을 어제 읽었어요. 문장수집도 못했네요.
오늘 회원님들께서 완독하거나 문장수집 하신 내용 얼핏 보니까. 저는 (구닥다리 같은 내용인데) 논어에서 공자가 말한 충과 서. 군자와 소인에 대한 것들이 떠올랐어요. 충의 대상, 나와 같은 마음(서), 편한 곳을 머물고 혜택받기 바라는 사람(소인)..... 신영복 교수는 담론에서 지남철 이야기를 했었나, 저는 그게 순간마다 흔들리는 모습이 중용이구나 생각했습니다. 현실에서 숱하게 흔들리는데 그럼에도 이상을 지키고 가까이 가려는 마음.
그래서 상대에게 동의하기 어려우면 정의(나 표준) 내리는 데 마음을 모았다면 어쩌면 다른 역사로 기록되지 않았을까.
이 모임에서는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참고 서적도^^
@YG 님 상세하게 더 올리신 줄도 모르고 글을 올렸어요 .

향팔
와, YG님은 정말 다방면으로 그때그때 수요에 맞는 서평을 시의적절 공급해 주시는군요! (아무리 책지피티라지만 대단하세요.) 잘 읽었습니다. 알려주신 책들 모두 담아두었답니다. 제게 꼭 필요했던 추천 목록입니다.

borumis
저만큼 문외한일까요;; 전 동양 역사도 철학도 문외한입니다.. 어릴적 세계사(라고 쓰고 실은 서양사)만 배운 환경에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도 않고 주로 외국에 있어서 전통문화에 접할 기회가 별로 없던 집안이라;; 아들 수능에서 한국사와 동아시아사 선택했는데 다른 과목은 어느 정도 푸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쪽은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전 아직도 중딩딸도 외우는 태정태세문단세..도 못 외워요..;;;
동양철학도 도덕경과 논어 조금 읽은 것에 그쳤는데 잘 이해는 못하고 오우~ 좀 멋진 말이 많은데?하고 그냥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읽은 것 같습니다. 전 실은 약간 가부장제와 수직적 문화에 거부감이 들어서 유교보다는 불교가 더 매력적이라고 제 멋대로 생각했는데 이참에 YG님이 올려주신 역사적 배경과 다른 책들의 도움을 받아 동양철학고전들에 다시 도전해봐야겠어요.

stella15
와, 함석헌 기념관 처음 보네요. 이렇게 생겼군요. 부러운데요, 할아버지들 틈에 끼어 커피 믹스 타 먹으며 공부하는 향팔님!^^

향팔
제가 사는 곳과 가까운 동네라 가봤답니다. 함석헌 선생이 실제 거주했던 쌍문동 단독주택을 그대로 기념관으로 만들었더라고요. 장소 덕분인지 공부도 더 실감나고 재밌었어요. 믹스커피도 맛나고요 ㅎㅎ

borumis
이 책을 읽으면서 종묘도 서원들도 이 기념관도 언젠가 꼭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에 종묘를 지나쳐도 머 이런데가 있나보다..하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길 위에 뜬금없이 세워진 돌들도 그 옛날 역사의 현장이었구나..하고 알게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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