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김우옹은 적어도 선조 13, 14년 어느 시기까지는 큰 원칙에서 이이와 생각을 함께했다. 공유한 생각의 핵심은 사림은 하나이고 서인을 소인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출신 지역이나 그가 속한 인적 네트워크 등의 현실적 조건에서는 동인 중진에 해당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동인의 핵심적인 정치적 믿음을 공유하지 않았다. 이것은 그가 출사와 낙향을 반복하면서 관료보다는 지식인에 더 가까운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때까지만 해도 조직 논리에 매몰되지 않았던 것 같다. 111쪽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장선조11~13년 대립구도의성립, 이정철 지음
그런데 허엽과 김효원 두 사람이 미리부터 정치세력화의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당시 상황이 사림 내부의 집단적 갈등 형태로 나타나고 전개되었다는 사실 자체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66, 이정철 지음
하지만 이들은 서인이란 이유로 동인에 의해 대부분 배척되었다. 이것은 조선 특유의 인사 운영 방식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고위직 임명까지도 하위직 언관들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되었던 것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90, 이정철 지음
상소하고 갈아치우는 무한반복 정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이의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드디어 결말을 보게 되는 2부를 내친김에 다 읽었습니다. 상소하는 사람만 바뀌지 큰 줄기는 별로 안 바뀌어 읽기 지겨울까 싶었는데 묘하게 끌리는 바가 있는지 술술 읽히는게 신기하네요. 붕당정치의 큰 요인 중의 하나가 이조전랑으로 생각됩니다. 3사의 관리 추천과 후임 지정의 막강한 권한이 초기에 훈구 세력을 대적할 땐 좋은 방향으로 작동했으나 사림이 세력을 잡았을 땐 종국엔 내부 싸움을 불러올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서 이 권한이 언제까지 이조전랑에 있었나 찾아보니 영조 때 추천권이 제한되고, 정조 때가 되어서야 후임 지정권이 폐지되었네요. 모든 것은 변하고 썩습니다. 고인 물은 당연히 더 잘 썩겠죠. 나무에서 떨어진 모과를 사무실 책상 위에 두고 틈나면 향기로운 냄새를 맡곤 했는데 사진에서 보듯이 썩어들어가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아무리 좋은 제도도 변화를 주어야한다는 교훈을 얻네요.
"모든 것은 변하고 썩습니다. 고인 물은 당연히 더 잘 썩겠죠."라는 말씀에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모과 사진과 교훈까지! 저는 근데 이게 참 어렵더라고요. 멀쩡한 걸 괜히 들쑤실 때도 있으니까... 어디까지 교체가 가능한 것일까. 왜 사람은 변질(?)되는 것일까. 알아서 좀 잘 하면 안 되나? 싶고(너무 이상적인 말이려나).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도 얼마 전에 대대적인 직제개편이 있었는데, 여전히 어수선한 상태예요. 저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인데,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보면 제가 원치 않아도 변화를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여전히 고단한 것 같긴 합니다.
그믐의 고인물인 저는 어쩌죠? ㅎㅎㅎ 회사에서도 고인물이라...고민이 좀 많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 책 읽고 나서 뉴스 보면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건 저만인가요? 아무리 옳은 일이어도, '그게 옳은지는 알겠는데~~내 맘에 안 들어~'란 이유로 없던 일 취급하거나 이상한 소리 늘어 놓거나요. 책도 뉴스도 보고 있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정인홍이 열거한 사항들의 진위와는 별도로, 그것들이 탄핵의 진짜 이유는 아니었다. 정인홍은 우성전에 대해서 사감이 있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125, 이정철 지음
인사가 등용되고 탄핵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사심과 개인적인 미움이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 흥미로워요. 한편으로는 이이가 주장하는 조제보합론이 현실 정치에 적합한 방향이었을까 의문이 들어요. 계속 해서 읽어나가볼게요 :)
새삼 궁금한게 율곡은 이름이 왜 ‘이’일까에요. 이씨인데 이름도 이? ‘이야‘하고 친구나 어른들이 불렀을까요. 차라리 ’황아‘가 나은 것도 같습니다. 조선 왕들의 이름이 주로 외자였는데 참고로 보시죠. ‘이황‘도 있네요.
외자가 많은 것도 재밌네요!
이이에게는 일정한 스승이 없다. 집안에 내려오는 가학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문인의 예를 갖추어 예안의 이황을 방문했지만, 통상적인 의미에서 이황을 스승으로 생각했던 것 같지도 않다. 이이가 23세이고, 이황이 온 나라 선비들의 깊은 존경을 받았던 59세 때 일이다. 일정한 스승이 없는 천재들은 그들을 얽어매는 정신적 굴레가 없기에 흔히 독립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향은 이이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이는 다른 학자를 평할 때도 독창성 있는 견해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가 서경덕을 높이 평가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 갔다. 학문과 현실 중에서 전자보다는 후자에 집중했다. 그는 기존 견해에 얽매이지 않았고, 현실 상황 자체에 대한 이해와 개선에 더 집중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170, 이정철 지음
이와 같은 성혼의 평가는 홍가신이 '평생의 오래된 병'으로 가리켰던 것 들이고, 이이를 비판했던 다른 사람들도 한 번쯤 했던 말들이다. 하지만 이런 이이의 모습을 그의 인간적 단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것이 이 시대 젊은 유자들이 이상적 모습으로 상정한 인간상에 온전히 일치한 것은 아니다. 성혼 말대로 이이는 "뜻이 커서 하찮은 일에 대해서는 소략하고 자신감이 넘쳐 세속을 따르지 않았다." 많은 경우에 "하찮은 일" 이 갈등의 단서가 된다. 사람마다 "하찮은 일"로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이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다수를 따르는 척도 하지 않았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 171, 이정철 지음
결국 이이가 선조에게 직접 개혁을 호소하면서 사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일에 실패를 한 것으로 보였어요. 선조의 개혁 의지가 적기도 했고요. 이이가 이렇게 물러나는 건지… 뒷 내용을 어서 읽고 싶어져요. 오늘 읽을 분량의 말미에는 이이의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이 나오는데요, 기존 견해에 얽매이지도, 다수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지도 않았다는 동료의 평가가 인상 깊어요. 그가 만약 세속과 시류를 따라 동인의 편에 섰다면 동인의 지지를 얻어서 원하는 개혁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이이가 그 시대 젊은 유자들이 가진 이상적인 인간상에 온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 시대의 이상적인 인간상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다른 시대였어도 이이가 같은 평가를 받았을까 궁금해집니다.
이 당시 조정의 인사권은 이조 판서가 아닌 이조 전랑과 삼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동인이었다. 이 상황을 바꾸지 않고는 이조 판서가 인사행정에 영향력을 가질수 없었다. 이이는 바로 이문제를 지적했다. .. 나아가 이이는 관리들에 대한 고공(평사시 직무 수행에 대한 감찰)의 필요를 역설하였다. …. 사실은 이것도 현실에서는 삼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 동인 측에서 “이이가 권세를 함부로 휘두르려는 계책을 하였다”는 비난이 곧바로 나왔다. 결국, 이이는 이조판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이정철 지음
일정한 스승이 없는 천재들은 그들을 얽매는 정신적 굴레가 없기에 흔히 독립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 이이는 다른 학자를 평할 때도 독창성 있는 견해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학문과 현실 중에서 전자보다는 후자에 집중했다. 그는 기존 견해에 얽매이지 않았고, 현실 상황 자체에 대한 이해와 개선에 더 집중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이정철 지음
성혼 말대로 이이는 “뜻이 커서 하찮은 일에 대해서는 소략하고 자신감이 넘쳐 세속을 따르지 않았다”. 많은 경우에 “하찮은 일”이 갈들의 단서가 된다. 사람마다 “하찮은 일”로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이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다수를 따르는 척도 하지 않았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이정철 지음
선한 천재의 딜레마 같군요..
다만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이 주목된다. 그것은 이 시기에 이르러 선조의 이이 개인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선조 14년 이이와 신진사림 사이의 점증하는 갈등에서, 이이는 거의 혼자 이들 전부를 상대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이도 신진사림을 설득할 수 없었지만, 그들도 이이에게 정치적 승리를 거둘 수 없었다. 이것은 거의 전적으로 선조의 이이에 대한 정치적 지지 때문이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159, 이정철 지음
이이에게 가장 가슴 아픈 일은 그가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어 했던 류성룡은 물론, 한때 그의 사람이기도 했던 이발에게까지 배반당했던 것이다. 배반까지는 아니지만 김우옹과도 서먹해졌다. 조정의 많은 동료와 후배는 이이에 대해서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였다. 이이에 따르면 "삼사 여러 사람의 경우에, 다 물러가 움츠리고 서로 눈을 부릅뜨고 이리저리 관망하면서 (나에게) 찾아오지도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출근해서도 직무를 보지 않는 자도 있었다." 물론 이런 양상을 빚은 일차적 원인을 이이에게서 찾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이이 개인의 성향이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166, 이정철 지음
일정한 스승이 없는 천재들은 그들을 얽어매는 정신적 굴레가 없기에 흔히 독립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향은 이이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이는 다른 학자를 평할 때도 독창성 있는 견해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가 서경덕을 높이 평가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학문과 현실 중에서 전자보다는 후자에 집중했다. 그는 기존 견해에 얽매이지 않았고, 현실 상황 자체에 대한 이해와 개선에 더 집중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170,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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