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이이에게 가장 가슴 아픈 일은 그가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어 했던 류성룡은 물론, 한때 그의 사람이기도 했던 이발에게까지 배반당했던 것이다. 배반까지는 아니지만 김우옹과도 서먹해졌다. 조정의 많은 동료와 후배는 이이에 대해서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였다. 이이에 따르면 "삼사 여러 사람의 경우에, 다 물러가 움츠리고 서로 눈을 부릅뜨고 이리저리 관망하면서 (나에게) 찾아오지도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출근해서도 직무를 보지 않는 자도 있었다." 물론 이런 양상을 빚은 일차적 원인을 이이에게서 찾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이이 개인의 성향이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166, 이정철 지음
일정한 스승이 없는 천재들은 그들을 얽어매는 정신적 굴레가 없기에 흔히 독립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향은 이이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이는 다른 학자를 평할 때도 독창성 있는 견해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가 서경덕을 높이 평가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학문과 현실 중에서 전자보다는 후자에 집중했다. 그는 기존 견해에 얽매이지 않았고, 현실 상황 자체에 대한 이해와 개선에 더 집중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170, 이정철 지음
@밥심 @연해 그게 참 쉽지 않더군요. 제가 한 2년 삽질하다가 이제 인연을 끊기 직전인 공장도 비슷한 사정입니다. 명백한 위기는 외부에서 시작되었지만, 내부에서 한목소리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가장 중요한 사정이 각자의 이해관계 (특히 기존에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집단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가 가장 크더군요. 사실, 저는 그들을 압박하는 처지였지만 내심 이해도 되었어요. 길게는 30년, 20년 가까이 그렇게 보내면서 기득권을 챙겨 왔는데 갑자기 환경이 변하고 심지어 자기 자리도 위협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무섭고 싫겠어요;
YG님의 공장 이야기를 얼마 전 TV에서 보고 정말 헉 했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조금씩 회사 이야기 하실 때마다 꽤 큰 곳인데 큰일이 있겠어? 했는데, 정말 큰일이 나 있더라고요. ㅜ.ㅜ 잘 모르는 제가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기사 검색도 해 보면서...YG님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만으로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실 이산해의 행동이 지금의 현실에서는 오히려 익숙하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어떤 조직 안에서 논리와 당위로 상급자와 부딪히는 것을 감수하는 것에는 신념과 용기가 필요하다. 당연히 이이보다는 이산해 유형의 사람이 많기 마련이다. 공동체의 이상을 위해서 분투하기보다는 개인의 보상을 위해서 애쓰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354쪽) 이 수집해놓은 문장으로 @꽃의요정 님 포함 저 자신을 토닥거려봅니다.
아직 이 부분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밥심 님의 위로 감사 드립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1월 12일 수요일에는 2부 3장 '선조 13년 말~15년: 이이의 분투와 좌절'을 마저 읽습니다. 156~171쪽까지입니다. :) 아,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수개월 고민의 결론을 내렸네요. 지난 2년간 어떻게든 결론을 내보려고 했던 일을 그만하려고요. 점심 때 벽돌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인생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니!!!
제가 마음을 굳히게 된 맥락 없는 두 부분입니다.
사후적 가정이기는 하지만, 만약 이이가 자신만을 지키려 했거나, 좀 더 ‘정치적’ 인간이었다면 이때 낙향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는 자신의 명망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나중에 또 한 번의 정치적 기회를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부 3장, 162쪽, 이정철 지음
YG님 고민하신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두 맥락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를 얻으시지 않으셨나 생각해 봅니다. 또 어찌보면 YG님도 이이를 페르소나로 품고 계신 것 같구요. 아닌가? 그냥 찔러봤음~ ㅎㅎ
저도 이 부분 라벨링 했습니다. 신이 저희에게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주지 않는 이상, '사후 가정' 만큼 의미없는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선조 수정 실록』에는 “이이의 재주로 그 일을 해내지 못할까 염려될 뿐이다”라고 나오지만, 홍가신이 남긴 기록에는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되었다. 류성룡은 “개혁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이 일을 이이와 함께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부 3장, 165쪽, 이정철 지음
그 중대한 결정을 이번 책을 읽으며 하셨다는 대목에서 깜짝 놀라면서도, 괜히 좋았(?)습니다. 역시 벽돌 책 모임의 리더님! 이라는 생각도 해봤고요. 올려주신 두 부분도 찬찬히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책걸상에서도 종종 공장(?)이야기도 해주시잖아요. 정확히는 공장으로 인해 겪는 YG님의 고충(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약하다...)이겠지만요. 1년 넘게 급여를 받지 못하셨다는 대목에서 '헉'했던 기억이 나네요. 책을 읽는 것과 읽은 책을 바탕으로 현실을 살아간다는 건 참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위에서 @밥심 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변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느냐, 능동적으로 주도하느냐의 차이에 따라 타격감이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저는 변화, 그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누군가의 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책 없는 변화가 싫은 것 같아요. 정치가 대체로 그렇죠. 대의를 주장하는 이들이 결국 차지하려는 건 자신의 이익, 이익을 먼저 세워두고 그럴듯한 주장으로 덧칠하는 느낌이랄까요(어렵다, 어려워). 제 조직도 그런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그럴 때면 제가 하는 일 자체가 우스워지는 것 같아 허탈하기도 하고요. 여담이지만 저는 이번 벽돌 책과 전에 책걸상에서 소개해주셨던 『정부의 원리』를 병행해서 읽고 있는데요. 이 조합이 묘하게 흥미롭고 좋네요. 말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은데, YG님과 공장의 일도 부디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종종 기사를 찾아보기는 하는데, 제가 모르는 부분이 많아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어요(죄송합니다). 끝으로 이 대목을 따라 읊고 싶네요. 저도 벽돌 책 모임을 통해, 선택의 기로 앞에서 내린 결정들이 꽤 있었던 터라... "점심 때 벽돌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인생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니!!!"
정부의 원리 - 대한민국 시스템을 한눈에 꿰뚫는 정치 수업자유민주주의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과연 직접민주주의가 최고인가? 4년 중임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도입으로 우리 정치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정부의 원리》는 한국 정치의 원리와 구조를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가능한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비판적 정치 교양서다.
저두 벽돌책 읽으면서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 아니 적어도 중요한 영향을 많이 받아왔답니다. ㅎㅎㅎ 하찮은 독서의 힘으로 본래의 기질을 확 바꿀 수는 없어도 적어도 아주아주 조금씩 미량의 영향을 주면서 그 영향이 쌓이고 쌓여 어떤 threshold를 넘어가는 순간이 오고 그런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다른 길들이 다른 각도로 보일 수는 있겠죠..
저도 추천하신 책 읽어보고 싶어져요 :) 같이 읽으면 더 좋겠어요.
어엇! 도롱님도 이 책에 관심을 가져주셨네요:) 저는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와 병행하면서 읽기 시작했던 책인데, 후루룩 완독을 해버렸다지요(하하하). 그만큼 좋았습니다. 한국 정치의 기본틀을 탄탄하게 알려주는 책 같달까요. @도롱 님께도 좋은 책이길 바라게 됩니다.
성혼 말대로 이이는 “뜻이 커서 하찮은 일에 대해서는 소략하고 자신감이 넘쳐 세속을 따르지 않았다.” 많은 경우에 “하찮은 일”이 갈등의 단서가 된다. 사람마다 “하찮은 일”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이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다수를 따르는 척도 하지 않았다. (2부 3장, 171쪽)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부 3장, 171쪽, 이정철 지음
@연해 @YG 님 저 역시 변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도 일관성있고 성실한 사람을 좋아하죠. ㅎㅎ 그런 기질에 더해 나이를 먹어가니 이젠 머리가 아닌 몸으로 제가 좀 더 보수적이되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얼마 남지 않은 정년 퇴직때까지 직장에 큰 변화가 없었으면 하는게 솔직한 마음이지만, 이 상태로 변하지 않고 있으면 그게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변화는 필연적인데(이 책을 비롯한 역사가 입증하고 있죠) 그걸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능동적으로 주도하느냐의 차이 같습니다. 기질대로 살아야겠죠. 물론 선택은 자기 책임이고요.
그런데 선조가 크게 아프고 난 후 이전과 결을 달리하는 중요한 인사 조치를 취한 상황은 사료만으로는 명확히 이해되지 않는 의문을 남긴다. 그가 취한 인사의 내용이 당시 조정 상황을 면밀히 파악한 후에야 나올 수 있는 정교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래에서 서술하겠지만 길게 보면 선조는 바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스타일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선조가 정말로 아팠던 것인지 아프기만 했던 것인지 의문의 든다. 120쪽 동인 쪽으로 치우친 조정에서 이이를통해서 정치적 균형을 잡으려는 선조의 의도를 이이는 선을 따라 (정치를) 시행할 뜻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이이가 조정에 머물기로 결심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이이의 상소로 동인에 대한 이이의 입장이 알려지자 동인은 이이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것은 이 비판에 동인 강경파 뿐 아니라 류성룡과 이발도 일정하게 참여했다는 점이다. 그들의 발언은 확실히 이이를 옹호하는 쪽보다는 비판하는 쪽이었다. 123쪽 연이어 일어난 우성전, 이경중 탄핵 사건은 따로따로 발생했지만 당시에도 서로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두 사건 모두에서 앞장선 사람은 정인홍이다. 서너 달 후에 나타나는 그의 행동을 볼 때 그가 특정 당파 입장에서 탄핵에 나섰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두 사건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당시에 일어난 어떤 일이나 잘못 때문에 탄핵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 이들 과거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탄핵 이유가 되었다. 두 사람 사례는 누구라도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들에 대한 탄핵은 당시 조정 내 정치적 긴장과 갈등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두 탄핵 사건과 관련해서 주목할 사실이 또 하나 있다. 이 사건들이 이이가 처한 정치적 상황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두 사건 이후 이이가 두 사건을 주장했고 이것이 동인을 억누르고 서인을 부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며 불평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두 사건은 동인과 서인의 갈등이 아니라 오히려 동인 내부의 갈등이었다. 이 두 사건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비록 주인공은 정인홍이었지만 그 배후에 이발이 있었다는 점이다. 131쪽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3장 선조13년말~25년 이이의 분투와 좌절, 이정철 지음
이발이 이이를 설득한 논리는 이이의 심중을 꿰뚫어 본 대단히 정교한 것이었다. 이발은 이이가 심의겸과의 관계만 끊으면 동인이 이이를 믿고, 또 서인의 착한 선배들과도 화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득했다. 이발은 이이가 양보할 수 있는 최대치와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치를 정확히 제시했다. 이이는 서인은 양보할 수 없지만 심의겸과의 관계는 양보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서 서인과 동인이 재결합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감수할 수도 있었다. 결국 이이는 이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141쪽 정철이 심의겸과 정분이 두터웠지만 취향과 심사가 달랐다는 이이의 말과 정분이 두터웠는데 어떻게 취향과 심사가 다를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홍여순ㆍ권극지 주장의 충돌은 그 후로도 파장이 길게 이어졌다. 쟁점의 핵심은 정철이 외척인 심의겸을 추종하는 당여인가 아닌가의 문제였다. 가까웠지만 당여는 아니라는 주장과, 가까웠으니 당여라는 주장의 충돌이다. 정철에 대해 그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정철의 인격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것이 이 주장의 요지이고, 홍여순과 권극지는 결국 정철이 심의겸에게 정치적으로 영합했다는 말이다. 두 사람의 주장은 결국 정철이 외척이라는 말이다. 143~144쪽 이이의 발언에는 윤승훈은 물론 당시 홍문관 처치를 주도한 이발, 김우옹 등에 대한 깊은 실망이 배어 나왔다. 149쪽 이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윤승훈이 무슨 식견이 있겠냐고 반문하며 그가 단지 동인세력을 추종하느라 상관도 없는 일로 장난치듯 국가의 체모를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조정에서 동인의 주장이 대세이므로 그것을 추종하여 자신의 출세를 꾀하려 했다고 보았다. 이이는 향후 윤승훈 같은 사람들이 잇따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고는 자신을 물러나게 하여 그들 뜻대로 해 주라는 취지의 말과 함께 자신의 사직을 요구했다. 다분히 짜증과 분노가 읽히는 주장이다. 150쪽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3장 선조13년말~15년 이이의 분투와 좌절,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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