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아, 저도 신앙은 없지만 이 기도문 좋아합니다. '평온을 구하는 기도'라고. 머리로는 알겠는데, 적용이 늘 어렵더라고요. 바꿀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바꾸고 싶고. 아니, 더 정확히는 왠지 바꿀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다 다치곤 하죠)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더 구해야겠어요. 근데, YG님의 중학교 수학 선생님은 졸업 선물로 이 문구를 적어 책갈피로 끼워주셨다니! 너무 아름답고 낭만적입니다. 제 학창 시절을 아무리 돌이켜봐도 그런 선생님은 없으셨던 것 같은데... (공부하라고 소리치시던 선생님들은 많이 만난 것 같습니다, 쩝)
바꿀수 있는 걸 바꿀 용기로 알고 있었는데 바꿔야할 것을 바꿀 용기네요. 당연히 바뀌어야할것들을 바꿀용기. 제가 알고있던 용기보다 더 큰 용기였군요.
16세기에는 공론이 아래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것이, 사림이 훈척정권을 물리치고 마침내 조정에서 주도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이다. 사림은 대신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도덕적 우위를 확신했고 자신들의 정치적 주도권을 당당히 주장했다. 문제는 선조 초 구세력이 힘을 잃고, 사림이 조정의 최고위직까지 올라가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96쪽, 이정철 지음
정치세력의 구도가 전처럼 ‘부도덕한 훈척대신’ 대 ‘도덕적인 사림’으로 나뉘어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사림 자체의 구조가 진화하여 ‘사림 대신’ 대 ‘사림 언관’으로 분화되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동서분당 이후 상황은 이러한 정치세력의 구조 변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또 그러한 현실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를 둘러싼 혼란이다. 강경파 동인은 ‘사림 대신’을 ‘부도덕한 훈척’으로 보려 했고, 이이는 ‘사림 대신’과 ‘사림 언관’을 포함하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려고 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96쪽, 이정철 지음
선조 16년 6월부터 8월까지의 정치적 전개는 2년 전 윤승훈 사건과 닮은 데가 있다. 둘 다 이이와 삼사 사이의 갈등이다. 갈등 원인은 공론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 이이의 요청은 삼사 언관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이의 요청은 삼사가 공론의 독점적 주체임을 공공연히 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삼사는 자신들이 공론을 배타적으로 독점한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96-197쪽, 이정철 지음
‘공론’은 정치에서 보편적인 문제이다. 정치는 그 본질의 일부로 도덕적 측면을 가지며, 도덕성은 ‘공론’의 형태로 자체를 정당화한다. 문제는 ‘정당한’ 도덕이 대개 단수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론’은 ‘프레임’적으로 사유되고, 또 표현된다. ‘공론’ 담론의 양상은 현실에서 흔히 갈등의 격화로 나타난다. 중국 송나라 때 ‘국시’ 논쟁이 이를 보여 주는 한 예이다. 그 양상 역시 집권당이 ‘국시’ 명분을 이용해 일체의 반대파를 타격하는 것이었다. 위잉스, 『주희의 역사세계』상, 글항아리, 456~468쪽 참조.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97쪽, 이정철 지음
저도 이 부분에 밑줄 쫙 쳤는데요. Footnote에 밑줄을..ㅎㅎㅎ 위잉스의 책이 궁금해집니다. 바른 길이 대개 단수로 존재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단순하게만 진실을 보고 단정하려고 하죠. 왜일까요? 복잡하게 생각하면 머리 아프니까? 아니면 단 하나의 길에 대한 집착 때문에? 결국 어떤 문맥이냐 (프레임이냐)에 따라 길은 여러 개가 될 수 있는데 사람은 보통 한 가지 프레임으로만 보려는 유연하고 창의적이지 못한 좁게 경직된 관점 때문에 갈등이 심해지는 거네요.
@aida @borumis 님, 고생하셨네요; 행운이 따라서 준비한 것보다 훨씬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운이 항상 70~80%라고 믿는 사람이기에!!!)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1월 14일 금요일은 2부를 마무리합니다. 2부는 씁쓸한 결말입니다. 이이를 몰아내려는 동인이 이이를 앞세운 선조의 공격에 타격을 입은 사건, 이른바 '계미삼찬'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204쪽부터 237쪽까지입니다. 사필귀정 같다가도 그것이 선조의 동인을 견제하려는 노림수일 뿐이고, 결국 이이가 의도했던 개혁 정치와는 오히려 멀어지고 사림 내부의 분열은 더욱더 확고해질 테니,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최악으로 치닫는 결말 같기도 합니다. 주말에는 쉬시면서 병행 독서하시고 다음 주에는 3부를 읽겠습니다. 자기 호흡대로 따라오시는 분들은 주말에 마저 읽으시면 됩니다.
이이는 언관 모두가 정치적 욕망 때문에 자신을 공격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였다. 서로 다른 믿음의 차이를 아는 이이는 '시비'나 '정사'가 아닌 '식견'의 문제로 이해했다. 상황을 파악하는 안목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이다운 말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220, 이정철 지음
확실히 동인이 서인에 포함시킨 인물들은 계속 바뀌었다. 그것이 동인의 정치적 프레임이었기 때문이다. 홍적 상소에 대한 선조의 반응은 신속했다. 다음 날 선조는 홍문관 부제학 권덕여를 경상도 성주 목사에, 응교 홍적을 황해도 장연 현감에 직접 임명했다. 선조의 조치 직후, 같은 날 양사는 곧바로 상소를 올렸다. 양사는 박순의 죄를 가볍게 물어서 파직만을 청했는데, 주상께서 이마저도 들어주시지 않는다며 박순의 죄를 10가지로 정리했다. 어느덧 갈등은 선조와 동인 강경파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228, 이정철 지음
직장 후배들에게 올해 유난히 재수하는 자식들이 많았는데 어제 수능 끝나고 집에 와서 딸 아이들은 대부분 통곡 한번 씩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 수능이 어려웠구나 생각했어요. 오래 전에 자식 대입을 끝내 지금의 입학제도가 구체적으로 어떤지도 모르지만, 다들 고생하셨고 최선의 선택을 해서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어제 얼핏 들으니 이번 수험생들이 황금 돼지띠라나 뭐라나. 뭔가 좋은 해일 것 같아 출산을 미뤘다 낳았다고 하던데, 재수생까지면 정말 많은 거네요. 아무튼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 올해 수능문제들을 풀어보니 수학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데 국어도 영어도 탐구과목들도 확실히 문해력 향상이 앞으로 중요할 것 같네요. 전 기본 국어어휘도 한국사 동아시아사도 잘 몰라서 내년엔 좀 관련 책들을 읽어보려구요. ^^;; 책을 읽으면서 찾아본 단어들 천망 薦望 - 벼슬아치를 윗자리에 천거하던 일. 만세토록 - 아주 오랜 세월 내내 해택 海澤 - 밀물 때에는 물속에 잠겨 있다가 썰물이 되어 바닷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개펄 위리안치 圍籬安置 - 유배된 죄인이 거처하는 집 둘레에 가시로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가두어 두던 일. 사가독서 - 조선 시대, 유능한 젊은 문신들을 뽑아 휴가를 주어 독서당(讀書堂)에서 공부하게 하던 일. 1426(세종 8)년에 시작하여, 세조 때 없앴다가 1493(성종 24)년에 다시 실시하였으나, 병자호란을 계기로 없앴다. 속적 屬籍 - 어떤 사람이 속하는 국적 또는 본적 근데 198페이지의 알직 訐直이라는 말은 사전에서 못 찾았는데 혹시 아시는 분 있을까요? 비슷한 들추어낼 알(訐) 한자가 들어간 말로 알주 訐嗾 - 남을 헐뜯으려고 없는 일을 있는 것처럼 꾸며 말을 일부러 퍼뜨림. 알소 訐訴 - 남을 헐뜯어 사실(事實)을 날조하여 윗사람에게 고해 바침. 참, 저희 애는 어차피 재수할 생각이었는데 시험을 마치고 오면서 너무나도 해맑게 '수고했어 오늘도'를 부르고 자기 자신은 최선을 다한 과정에 만족하고 결과는 중요치 않다고 하면서 어제도 미리 예매해놓은 일산 락페스티벌에 가서 본인이 좋아하는 밴드가 17년만에 내한한다고 룰루랄라 만끽하고 왔습니다. 통곡은 없었어요^^;; 그래도 확실히 읽는 속도나 자기 생각에도 문해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구정까지는 공부 안해도 독서랑 운동에 힘쓰겠다고 했어요. 푹 쉬고 재충전하면서 사가독서를 허하노라~
전 요즘 안 쓰는 옛날 말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요즘 생기는 신조어 따라가기도 힘들어서요 ㅎㅎ) 책을 읽으며 술술 넘어갔는데 ‘사가독서’가 뭔지는 궁금해져서 저도 여러 정보를 찾아봤었죠. 요즘 우리들이 연가, 또는 사바티칼이라고 부르는 제도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는게 놀라웠습니다.
안식년까지는 아니어도 안식3개월? 정도 주기로 했습니다 ㅎㅎㅎ
@밥심 이미 보셨을 수도 있지만 472쪽에 사가 독서자 일람표가 있어요. 당대 가장 촉망받던 유학자-관료의 명단이라고 봐도 될 듯합니다.
부록에 있길래 미리 봤습니다. 과연 당대에 이름값 하던 선비들이 망라되어 있더군요.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른 분들도 부록 참고하시면 독서하기가 조금이라도 편해지실 듯 합니다.
알직이 무슨 뜻인지 제미나이에게 물어봤습니다. [핵심 의미] 알직(訐直)은 간관(諫官)이나 어사(御史)와 같은 직언을 담당하는 관료가 권력자나 대신의 숨겨진 부정부패와 잘못을 숨김없이 폭로하여(訐) 황제에게 아뢰는(直) 행위를 뜻하는 역사 용어입니다. 주로 송(宋)나라와 같은 중국 역사 기록에서 간관의 강직한 직무 수행을 나타낼 때 사용되었습니다.
오 감사합니다! 즉 왕한테 일러바치는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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