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황을 인식하는 프레임이다. 정대년과 김난상 두 사람은 당시 신진사림과 구신 간의 갈등 구도에서 신진사림에 의해서 불이익을 받았다. 그런데 송응개는 당시를 심의겸이 주도하는 외척의 전횡이 계속된 시기로 보았다. 선조 초의 신진사림을 심의겸의 당여로 보는 동서분당 이후 동인의 관점이 소급, 투영되었던 것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17, 이정철 지음
선조의 공신동치 개념은 본래의 뜻과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위의 말에서 선조는 대신을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정치의 주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19, 이정철 지음
이이는 언관 모두가 정치적 욕망 때문에 자신을 공격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였다. 서로 다른 믿음의 차이를 이이는 '시비'나 '정사'가 아닌 '식견'의 문제로 이해했다. 상황을 파악하는 안목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이다운 말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20-221, 이정철 지음
동인이 심의겸을 지속적으로 서인 영수로 규정했던 것은, 당시의 조정 상황과 전혀 부합하지 않았다. ... 심의겸이 세력을 가졌을 때 그와 친했던 사람이 많았다... 이들이 동인 측 언관이 되었던 것에 대해서는 동인이 모른 척하면서 이이에 대해서는 심의겸과 친했다는 이유로 극도로 탄핵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요컨대 동인이 이이를 탄핵한 진짜 이유는 이이가 심의겸과 가까웠던 것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22, 이정철 지음
김우옹은 이이·성혼과 동인 사이의 겉으로 드러난 갈등 양상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 배후 의도까지 살펴서 양자 사이에 감정적으로까지 격앙된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 첫째, 그는 이이가 자기의 "오랜 소견"에만 얽매여서, "나라 전체의 공론"을 모아 천하를 위한 일을 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가 말한 이이의 '오랜 소견'은 조제보합론이다. 이 말을 통해서 우리는 김우옹이 더 이상 동서 간 조제·보합에 찬성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둘째, 그는 동인의 논의가 과격하게 흘러갔던 원인을 진단했다. 김우옹은 언관의 여론을 진정시킬 만한 중망 있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동인의 논의가 극단적으로 흘렀다고 보았다. ... 동인의 논의가 과격하게 흘러간 원인에 대한 김우옹의 진단은 절반만 타당했다. ... 그의 진단은 대신권의 약화라는 이 시기 조정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하지만 김우웅이 맞는 것은 거기까지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26-227, 이정철 지음
동서의 말이 있은 이래로 서인의 명목은 그 말이 네 번 변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심의겸의 친구를 서인이라 하였으니 세 윤씨 같은 무리가 바로 그들입니다. 다음에는 서인을 구원하는 자를 서인이라 하였으니 정철 같은 무리가 바로 그들입니다. 또 그다음에는 동인도 아니고 서인도 아니며 중립하여 치우치지 않는 사람을 서인이라 하였으니 이이와 같은 무리가 바로 그들입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사림으로서 이이와 성혼을 높이는 사람을 서인이라 합니다. 확실히 동인이 서인에 포함시킨 인물들은 계속 바뀌었다. 그것이 동인의 정치적 프레임이었기 때문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28, 이정철 지음
하락은 동인 측 주장이 거꾸로 실현되었음을 지적했다. 전에 동인은 이이, 성혼, 박순을 탄핵하며 이들이 조정에 있는 명류를 일망타진하여 나라를 비게 하리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제 남은 사람들은 오히려 동인이기에 한 말이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31, 이정철 지음
예로부터 대간과 시종의 이름이 어느 시대고 없었겠는가. 하지만, 공론이 조정에 있었던 경우는 드물었다. 무릇 공론이 조정에 있으면 다스려지고 조정에 있지 못하면 혼란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백세토록 잘 다스려지지 못했던 이유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32, 이정철 지음
양사의 주장은 조선이 국왕만의 나라가 아니라는 뜻이다. 자신들의 조상도 조선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일부라는 뜻이고, 그러기에 자신들도 국가 운영에 대한 발언권이 있다는 뜻이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34, 이정철 지음
선조도 최후통첩을 날리지만 양사들도 만만치 않네요.. 거의 쿠데타 일으키기 직전인 불꽃 튀는 분위기;;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주는 3부 '선조의 시간: 나는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한 적이 없다'를 한 주간 완독합니다. 이이 사후에 선조가 플레이어가 되어 동인과 서인의 불안한 동거 상태가 진행되다가 기축옥사가 발발해서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 11월 17일 월요일은 5장 '선조 17년~22년: 불안한 평화'의 앞 부분을 읽습니다. 241~271쪽까지입니다. 계미삼찬 후 정국을 주도하게 된 선조는 이이에게 전권(?)을 주는 듯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그가 사망하고 나서 그는 또 다른 대리인을 내세웁니다(동인 이산해). 선조의 사림 농락!
눈에 잘 뜨이지는 않지만 '계미삼찬'을 통해 정치적으로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다. 선조가 비로소 정국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 '계미삼찬'에서 선조가 조정 상황을 주도하는 방식이 나타났다. 그것은 특정한 인물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그를 통해서 자기 의도를 관철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대리인으로 내세워진 인물이 이이였다. ... 기축옥사 과정에서 그는 조정을 완전하게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신하들에게 거의 제한받지 않는 독재에 가까운 권력 구축에 성공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림이 분열되었기 때문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42, 이정철 지음
이이가 선조 13년 12월 조정에 나오면서 가졌던 두 가지 목표는 분열된 동서를 통합하여, 그 통합된 힘으로 선조에게 국정개혁을 요구한 것이었다. 그런데, 4월14일 상소 내용은 이이가 이제 사림 내부의 자발적 동력으로 동서 화합을 이룩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통합의 권한을 선조에게 넘겼다는 것을 의미했다. 처음 의도했던 두 가지 목표 중에서 하나를 포기했던 것이다. 이이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선조 16년에 있었던 북방 사태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이의 진단에 따르면 그것은 단순히 군사적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조선이 처해 있던 위기의 상황의 단면이었다. 당시 이이는 초초했던 것 같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52, 이정철 지음
여기 나온 '초초했던 것 같다'가 전 초조하다의 오타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초초하다란 말이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 草草하다 - 바쁘고 급하다 悄悄하다 - 근심과 걱정으로 시름없다 焦憔하다 - 애를 태우며 근심하다 등 다양한 의미가 있네요. 그리고 조선의 위기도 닥친 상황이지만.. 웬지 이이가 갑자기 사망한 것을 보면 건강도 갑자기 안 좋아진 게 아니었을까..하고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뭔가 자신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짧다는 느낌을 더 강렬하게 다가오게 한 게 아닐까 싶은데요.
조제보합론을 구체화하면서 기존과는 다소 달라진 입장을 보여주었다. 동인과 서인 간의 집단적 화합이 아니라, 당파를 배제하고 개인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주장했던 것이다. 그는 동서 간의 시비와 정사, 그리고 군자와 소인이라는 구분 기준 대신에 개인의 역량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이가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데는 목적이 있었다. 이 기준으로 동인 강경파를 배제하려 했던 것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54, 이정철 지음
요컨대 이 시기에 이이는 조제론의 원칙과 현실 상황을 절충해야만 했다. 비록 그가 현실 상황 때문에 조제의 원칙에만 집중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반쯤 비워 둔 공간에 동인이 개인적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들어와 주기를 바랐다. 반면에 동인은 이이의 이러한 입장을, 그가 조제론을 포기한 분명한 증거로 받아들였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55, 이정철 지음
훈척 정치는 정치 운영의 형식면에서 보면, 언관권 축소와 대신의 전횡을 뜻했다. 선조 즉위 후 조정에 나온 신진사림에게 과거의 대신 전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유능한 대신이 필요하다는 정치 현실의 필요성을 압도했다. 그 결과 신진사림은 올바른 대신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대신 자체를 부정하게 되었다. 때문에 그 부정적 역사성을 희석시키고 현실적 필요에 부응하려면, 대신이 언관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이이는 생각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55-256, 이정철 지음
바로 이때부터 선조는 비로소 자기 스타일의 정치를 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대신 한두 사람을 내세워서 선조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렇게 보면 그 시작은 이이였지만, 선조의 통치 스타일을 온전하게 완성시켜 준 사람은 이산해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59, 이정철 지음
선조는 이이를 지렛대 삼아 격렬한 동서 갈등에 깊이 개입했다. 그런데 이제 이이가 사망한 이상, 자신의 정국 운영이 전면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했다. 그것은 선조에게도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62, 이정철 지음
성혼은 어디까지나 이이의 조력자이거나 그의 연장이었다. 반면에 이산해는 이이와는 독립적인, 나아가서는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인물로 선조에게 인식되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62,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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