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양사의 주장은 조선이 국왕만의 나라가 아니라는 뜻이다. 자신들의 조상도 조선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일부라는 뜻이고, 그러기에 자신들도 국가 운영에 대한 발언권이 있다는 뜻이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34, 이정철 지음
선조도 최후통첩을 날리지만 양사들도 만만치 않네요.. 거의 쿠데타 일으키기 직전인 불꽃 튀는 분위기;;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주는 3부 '선조의 시간: 나는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한 적이 없다'를 한 주간 완독합니다. 이이 사후에 선조가 플레이어가 되어 동인과 서인의 불안한 동거 상태가 진행되다가 기축옥사가 발발해서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 11월 17일 월요일은 5장 '선조 17년~22년: 불안한 평화'의 앞 부분을 읽습니다. 241~271쪽까지입니다. 계미삼찬 후 정국을 주도하게 된 선조는 이이에게 전권(?)을 주는 듯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그가 사망하고 나서 그는 또 다른 대리인을 내세웁니다(동인 이산해). 선조의 사림 농락!
눈에 잘 뜨이지는 않지만 '계미삼찬'을 통해 정치적으로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다. 선조가 비로소 정국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 '계미삼찬'에서 선조가 조정 상황을 주도하는 방식이 나타났다. 그것은 특정한 인물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그를 통해서 자기 의도를 관철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대리인으로 내세워진 인물이 이이였다. ... 기축옥사 과정에서 그는 조정을 완전하게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신하들에게 거의 제한받지 않는 독재에 가까운 권력 구축에 성공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림이 분열되었기 때문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42, 이정철 지음
이이가 선조 13년 12월 조정에 나오면서 가졌던 두 가지 목표는 분열된 동서를 통합하여, 그 통합된 힘으로 선조에게 국정개혁을 요구한 것이었다. 그런데, 4월14일 상소 내용은 이이가 이제 사림 내부의 자발적 동력으로 동서 화합을 이룩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통합의 권한을 선조에게 넘겼다는 것을 의미했다. 처음 의도했던 두 가지 목표 중에서 하나를 포기했던 것이다. 이이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선조 16년에 있었던 북방 사태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이의 진단에 따르면 그것은 단순히 군사적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조선이 처해 있던 위기의 상황의 단면이었다. 당시 이이는 초초했던 것 같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52, 이정철 지음
여기 나온 '초초했던 것 같다'가 전 초조하다의 오타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초초하다란 말이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 草草하다 - 바쁘고 급하다 悄悄하다 - 근심과 걱정으로 시름없다 焦憔하다 - 애를 태우며 근심하다 등 다양한 의미가 있네요. 그리고 조선의 위기도 닥친 상황이지만.. 웬지 이이가 갑자기 사망한 것을 보면 건강도 갑자기 안 좋아진 게 아니었을까..하고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뭔가 자신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짧다는 느낌을 더 강렬하게 다가오게 한 게 아닐까 싶은데요.
조제보합론을 구체화하면서 기존과는 다소 달라진 입장을 보여주었다. 동인과 서인 간의 집단적 화합이 아니라, 당파를 배제하고 개인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주장했던 것이다. 그는 동서 간의 시비와 정사, 그리고 군자와 소인이라는 구분 기준 대신에 개인의 역량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이가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데는 목적이 있었다. 이 기준으로 동인 강경파를 배제하려 했던 것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54, 이정철 지음
요컨대 이 시기에 이이는 조제론의 원칙과 현실 상황을 절충해야만 했다. 비록 그가 현실 상황 때문에 조제의 원칙에만 집중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반쯤 비워 둔 공간에 동인이 개인적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들어와 주기를 바랐다. 반면에 동인은 이이의 이러한 입장을, 그가 조제론을 포기한 분명한 증거로 받아들였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55, 이정철 지음
훈척 정치는 정치 운영의 형식면에서 보면, 언관권 축소와 대신의 전횡을 뜻했다. 선조 즉위 후 조정에 나온 신진사림에게 과거의 대신 전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유능한 대신이 필요하다는 정치 현실의 필요성을 압도했다. 그 결과 신진사림은 올바른 대신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대신 자체를 부정하게 되었다. 때문에 그 부정적 역사성을 희석시키고 현실적 필요에 부응하려면, 대신이 언관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이이는 생각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55-256, 이정철 지음
바로 이때부터 선조는 비로소 자기 스타일의 정치를 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대신 한두 사람을 내세워서 선조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렇게 보면 그 시작은 이이였지만, 선조의 통치 스타일을 온전하게 완성시켜 준 사람은 이산해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59, 이정철 지음
선조는 이이를 지렛대 삼아 격렬한 동서 갈등에 깊이 개입했다. 그런데 이제 이이가 사망한 이상, 자신의 정국 운영이 전면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했다. 그것은 선조에게도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62, 이정철 지음
성혼은 어디까지나 이이의 조력자이거나 그의 연장이었다. 반면에 이산해는 이이와는 독립적인, 나아가서는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인물로 선조에게 인식되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62, 이정철 지음
선조에게는 분명한 원칙이 있었다. 자신의 정국 주도권을 확대하는 것에 시종 초점을 맞추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73, 이정철 지음
선조 12년 말 이후 동인세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지만, 조정 안에서 그에 대응하는 서인 측 인사들의 반격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사실 서인은 그럴 많나 세력을 형성하지도 못했다. 동인 측 주장에 대한 반론은 오히려 조정 밖에서 나왔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80, 이정철 지음
말하자면 선조는 이이와 성혼이 심의겸과 가까이 지낸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두 사람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입장을 취했다. 당파적으로는 동인 손을 들어주면서도, 이이와 성혼을 개인 차원에서 수용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81, 이정철 지음
물론, 선조는 심의겸이 어떤 사람과 '결탁'했는지 모르지 않았다. 선조는 계미삼찬 직전에 동인이 박순을 탄핵하면서 그가 심의겸과 결탁했다고 주장하자,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이는 나라 가운데 의겸이라는 함정을 만들어 두고 자기와 의견을 달리한 한 시대의 명신·현사들을 반드시 그 함정 속에다 몰아넣고 같은 당여라고 성토하려는 것이다. 그 속셈은 일단 그러한 이름만 붙여 놓으면 어느 누구도 감히 구제하지 못할 것이고 임금도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선조는 '결탁'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물론, 그 '결탁'의 방법과 목적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86, 이정철 지음
결국 그는 동인의 요구를 적절히 억제하면서 서인을 정치적으로 배제하는 데 성공하였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을 피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국을 운영하였던 것이다. 이를 통해 그의 정국 주도권이 더욱 강력해졌던 것은 물론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87, 이정철 지음
계미삼찬과 달라진 점도 뚜렷했다. 그는 조정 내 당파의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데 있어서 대단히 신중해졌다. 특지(特旨)를 통해서 자기 목소리와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조정 내 당파 간 목소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켰다. 선조도 계미삼찬과 이이의 죽음을 통해서 배운 것이 많았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89, 이정철 지음
3부와 4부의 기축옥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정철 선생님도 본문과 주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오항녕 선생님의 『유성룡인가, 정철인가』(너머북스)를 읽어야겠네요. 한동안 오항녕 선생님 책을 열심히 따라 읽다가 넘긴 책 가운데 한 권인데 이참에 다시 연이 닿았습니다. 조만간 병행 독서할 책으로 찜합니다. 이 책에서 오항녕 선생님은 316~317쪽 주에 나오는 "이발의 노모와 어린 두 아들의 희생"이 있던 시점의 위관은 정철이 아니라 기축옥사에서 선조의 신임을 받은 류성룡이고 그 시점도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는 선조 24년(1591년)으로 정정합니다. 왜 정철이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오명까지 오랫동안 뒤집어써야 했는지 사료와 해석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대답하는 책인데, 이참에 살펴보니 아주 흥미롭네요.
유성룡인가 정철인가 - 기축옥사의 기억과 당쟁론조선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기축옥사. 선조 연간의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유성룡과 정철이 사건의 당사자로서 함께 겪어야 했으나, 두 사람이 죽은 후에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엉키게 되었다. 사건에 대한 기억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 책은 그 사태에 대한 탐구이다.
오, 이 책 흥미롭네요. 이런 거 역사 추리 소설로 써도 재밌을텐데 왜 쓰는 사람이 없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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