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선조가 정철에게 크게 화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정철이 선조에 관해 중요한 점 하나를 간과한 듯하다. 백유양은 선조를 임금감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역모를 꾀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인식은 자연인 선조와 국왕 선조를 구분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아마도 선조 자신은 스스로에 대해 그런 구분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지금도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양상이다.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게 보이는 모습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316, 이정철 지음
홍문관의 요구는 분명했다. 선조에게 동서 중에서 한쪽을 선택하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서인을 정치적으로 배제하는 것에 동의할 것을 선조에게 요구한 셈이다. 그러자 선조는 동인에게 서인에 대해 숨기지 말고 ‘극언’하기를 요구했다. 선조는 자신의 정치적 파트너를 분명히 하는데 따른 책임을 동인에게 전가했던 것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이정철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1월 19일 수요일은 3부 6장 '선조 22년: 기축옥사 발발'을 들어갑니다. 293쪽부터 320쪽까지입니다. 정여립의 역모가 발각되면서 시작되는 이 사건은 조선 시대 사람 분열의 분기점이 되는 사건입니다. 기축옥사에 깊숙이 관여했던 '정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서 동인이 나중에 북인과 남인으로 갈라서니까요.
모두 “빌어먹는 곤궁한 백성들”이었다. (…) 그들은 “반역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반국을 하고자 했다”라고 답했다. 선조가 반국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먹고 입는 것이 넉넉한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이정철 지음
저도 이 부분에 밑줄쳤어요. 솔직히 이 백성들이 왕이 누군지 직접 눈으로 봐도 알까요? 그저 이런 지긋지긋한 지옥같은 삶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
그죠... 그래서 저자도 3부 마지막에.. 성혼의 상소를 길게 넣은 것 같습니다. "성혼은 정여립 사건의 근본 원인이 국정과 민생 문란에서 비롯되었고, 백성의 악함에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백성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행위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 사건의 책임은... 당국자들과 국왕 선조에게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적가문서’에는 정여립이 역모를 꾸민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조는 위 두가지 사항(역모 참여와 정여립과 친한 관계) 을 동일하게 인식하였다. 그 결과 사건 처리를 과도하게 몰아간 두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하나는 사건 관련 인물들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적가문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법적 처리가 편지 내용에 대한 선조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이정철 지음
...분명한 것은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면, 따져 보아야 할 사항을 따지지 않고 쉽게 피아彼我로만 구부하는 힘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313, 이정철 지음
백유양은 선조를 임금감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역모를 꾀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인식은 자연인 선조와 국왕 선조를 구분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아마도 선조 자신은 스스로에 대해 그런 구분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지금도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양상이다.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게 보이는 모습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316, 이정철 지음
3장까지 다 읽고 각장의 첫머리에 있는 리더십, 프레임, 관점의 현재성이라는 제목아래 쓰여진 저자의 생각을 다시 읽으니 정리가 되어요. 훈척시대의 무능력하고 부패한 대신들은 건강한 리더십, 즉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고 따를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고 이에 서로 다른 프레임을 가진 무리들이 생겨 대립하게 됨. 기축옥사는 현재관점으로 보자면 사림분열을 이용한 선조가 주행위자로서 권력을 장악한 과정. 살짝보니 다음장에서 책 제목의 핵심답이 나오나보네요. 책임의 문제.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대략적 흐름만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내용이 너무 상세할수도 있겠다했는데 제얘기네요. 그래도 술렁술렁이라도 계속 읽으니 뭔가 보이는 듯도 하네요.
각 장을 읽고나서 첫머리 글을 다시 읽는 독서법 좋네요. 뭔가 더 깨달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조선시대에 '독서'라는 단어는 오늘날의 그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조선시대 지식계층인 선비는 '독서인'으로 규정되었다. 위에서 말하는 독서란, 독서를 통한 깊은 정신적 수양, 행동은 물론이고 최종적으로는 개인 기질의 변화까지를 목적으로 하는 높은 수준의 지적 수련 과정을 뜻한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27p, 이정철 지음
이이 씨와도 붕당정치와도 전혀 상관없지만, 제 마음에 와 꽂힌 '주석' 문장입니다.
성혼이 탄식으로 지적하듯이 이발, 정인홍의 합작으로 이이는 심의겸에 대한 자신의 종전 입장을 포기했다. 이발은 이이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이용해서 심의겸 탄핵에 대한 이이의 동의를 이끌어 냈던 것이다. 사실 심의겸은 이해 초에 함경 감사에서 이미 사직하여 현직에 있지도 않았다. 이발이 요구했던 것은 심의겸의 정치적 은퇴와 이이의 심의겸과의 완전한 정치적 관계 단절이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41p, 이정철 지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옆사람의 강요로,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정치적 입장을 취하게 되는 것을 여기서도 보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된 바가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송강 정철에 대한 이면을 알게 된 게 가장 인상깊습니다. 학창 시절에 관동별곡 등 문학 작품의 저자로 주로 배웠지 정치인으로는 생각도 못해봤거든요. 관동별곡도 유배되었다가 복직하면서 강원도 관찰사로 가서 쓴 작품이라고 해서 한 편 찾아 읽어봤더니 성은이 망극하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선조에 대한 충성심이 만빵이었던 게 보입니다. 진정 기축옥사는 정철이 선조의 꼭두각시가 되어 춤을 춘 사건이었을까요. 나무위키에 보니까 정철 때문에 죽었다고 믿는 이발의 후손들은 지금도 제사 때 칼질을 하면서 "정철, 정철" 하며 이를 간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가 쓰여 있습니다. ㅎㅎ 그리고, 율곡의 절친이었다는 성혼. 사실 전 이 분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360쪽 사진에 나와있듯이 우계 성혼의 우계기념관이 경기도 파주에 있다고 합니다. 후손들이 지었다고는 해도 이 정도의 기념관까지 보유한 인물인줄은 몰랐네요. 몰랐던 것 투성이입니다. ㅎㅎ
@밥심 그렇죠. 송강 정철이 '권력의 화신'이자 '비정한 살인마'라니! :) 오항녕 선생님께서 내신 책이 바로 그런 통념에 도전해본 책인 모양이에요. 이정철 선생님께서도 316~317쪽 각주에도 이 책을 언급하면서 토를 다셨지만 두 분의 포인트가 살짝 다른 것도 흥미로워요. 오 선생님께서는 추국장이라는 '제도-기관'에서 개인(정철이나 류성룡)의 역할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시나 봅니다.
오늘도 기축옥사의 전개 과정을 계속 이어서 읽습니다. 321쪽부터 344쪽까지입니다. 정여립 모반 사건의 실제 주역은 모두 목숨을 잃고 나서, 서인 쪽의 동인 공격이 시작되고 정철이 복귀하죠. 선조가 동조하면서 동인의 주요 인물이 모조리 실각하고 귀양가고 옥사하는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단풍 철이 지나서 보기에 썩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인 사림의 근거지이기도 했던 서원을 방문해보는 것도 독후감으로 좋은 방안 같습니다. 내년 꽃피는 봄에 가봐도 좋겠구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9곳의 서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 소수, 도산, 병산, 남계해서 4곳을 가봤네요. 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4부에 등장하는 기축옥사 때 죽은 최영경이 선조9년인 1576년에 조식을 배향하며 창건한 산청 덕천서원은 9곳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기축옥사를 생각하며 가볼만 한 곳이겠네요.
저는 일단 제가 매일 지하철 타고 지나는 동호대교 부근이 '독서당'이었다는 부분에 마음이 꽂혔습니다. 가기 쉬운 서울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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